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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바람이 지난 자리

2026-02-12

이 글은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지난 자리

심0봄(서울강서지역자활센터)

 

 

존경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글을 드리는 지금, 저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바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창밖의 나무는 잎을 떨구었고, 가지 끝에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꼭 제 마음 같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삶이란 그런 같습니다.

빛나는 순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둠이 전부인 것도 아니지요. 저는 한때 어둠 속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시절의 저는, 삶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어려움을 바라보는 저의 눈이 달라졌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도무지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나락도 이런 나락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사소한 일상조차 버거웠고, 사람들의 시선은 제게 가시처럼 박혔습니다. 

냉장고 앞에서 한숨짓고 살얼음 발로 동네를 서성였습니다. 병원비가 두려워 아이를 안고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던 날도 있었습니다.

 

지옥이라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말의 꿈도 사라지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바닥없는 늪에 빠져 온몸 한가득 진흙이 채워진 숨이 막혔습니다.

그런데도 아침이면 날이 밝고, 밤이면 해가 지고, 꽃이 피고 여름이 오고, 낙엽이 지고 겨울이 왔습니다. 모든 순환이, 저에겐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발 오늘 밤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도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번, 번, 수만 되뇌어 봐도 의미 있는 답이 없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삶은 이토록 고단한지.  질문들은 끝이 없고,저를 붙잡아 두기만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는 때로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 같습니다.
그 질문은 아프지만, 그 안에는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파도치는 삶에서 가장 아래 지점은,
가장 높이 솟아오를 수 있는 에너지를 품은 지지점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다시 묻기로 했습니다. 지금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저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질문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어려운 시기는 때로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 같습니다. 질문은 아프지만, 안에는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파도치는 삶에서 가장 아래 지점은, 가장 높이 솟아오를 있는 에너지를 품은 지지점이기도 하니까요. 

결핍은 저를 작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결핍만큼, 저는 제가 어디까지 있는지를 가늠할 있었습니다.

 

여러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겠지만 지금의 저로 여러 살아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인생이 번뿐이라고 해서 삶이 일회용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고쳐 쓰고, 다시 쓰는 것.

그게 사는 아닐까요.


선생님저는 이제 바람이 지난 자리에서, 바람을 기다려봅니다. 

글이 선생님께 작은 안부가 되기를 바라며, 마음을 담아 올립니다.

 

 



 

 

 

사업소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은 배제와 단절의 자리에 학습공동체를 세루는 참여형 인문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 1회 팬지문학상은 팬지꽃의 꽃말 ‘나를 생각해 주세요’처럼 교정시설·노숙인시설·자활센터 등에서 상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희망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사업대상 노숙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교정시설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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