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M형님과경로당양곡배송을했었는데,나는그형님을다시바라보게되었다.경로당에양곡을배송하 려면아파트정문을통과해야한다.그런데아파트입구는배송차량이방문할때마다인터폰으로방문목적을얘 기하고차단기열리면차단기안쪽에비상정차한후,방문일지에서명해야만양곡배송업무가가능했다.여러 아파트단지중에까다롭기로소문난아파트단지정문앞에서나는창문을열고인터폰을누르려는순간,보조석 에 앉았던 M형님이 머리를 내밀고 경비실 방향으로 소리쳤다.
“쌀!”
그래도경비대원님이“몇동몇호오셨어요?”라고하니, “경로당!”
억척같이 힘든 건축 현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생활하던 내가 인생의 쓴맛을 겪었던 시간은 어둡고 긴 여정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수급자로서 화성지역자활센터에 온 뒤로는 그 힘들었던 긴 여정이 그저 지나간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러자 아파트 차단기가 마법처럼 올라간다. 충격적이고 경이롭고 신기하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파트단지 정문을 그 형님의 단 한마디 말로 고속도로 하이패스 지나듯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M형님의 말투는 조직폭력배 부두목 같았지만, 세상의 순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터득한 그 형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경로당에 양곡 배송을 하고 차에 돌아오는 M형님의 뒤편에 한 할머니께서 귤이 한가득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계신다. M형님은 경로당 할머니께서 주시는 귤이 너무 감사하지만,당연한양곡배송에감사해하시는할머니께오히려민망한마음으로서둘러차에오르셨다. “가!”(출발)
인문 사업 아카이브
[우수상] 함께해서 감사한 십일월
2026-02-12
이 글은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함께해서 감사한 십일월
김0연(청주지역자활센터)
한 평 남짓 초라한 고시원, 새벽 4시 10분, 아직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새벽 4시 10분, 찬 기운에 몸을 떨며 오 늘은 어제보다 30분 더 일찍 일어났다.
‘어제 창문을 열어두었구나….’
추운 것 보다 불쾌한 건 저 차가운 바닥에서 내 인기척을 느끼곤 부리나케 도망쳐 숨는 아주 얄밉고 징그러운 바퀴벌레 때문이다. 6개월을 매일 본 녀석들이라 이젠 무덤덤하다. 이런 허한 마음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몇 년 전만 해도 매일 아침 6시~7시에 출근을 일삼았는데, 이곳 모아배송사업단에서는 9시 출근에 적응하려니 내 마 흔다섯의 하루 시작은 기다림과 허한 마음만 넓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내 마음이 못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출근해서 사업단 동료분들과 삶은 감자를 나눠 먹는 훈훈함을 느끼는 요즘 고시원 누군가 공용 주방에 어 제 삶아 놓은 감자를 하나씩 말없이 가져간다. 분명 흰머리 많고 건축일용직 다니는 105호 아저씨가 범인일 것 이다. 물론 105호 아저씨가 내 감자를 먹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나와 제일 많이 마주쳤다는 일만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고시원에서 생활하기 전에는 내 마음도 여유로웠다. 어려움을 겪고 나서 오갈 데 없이 통장 잔액만 비워지던 작 년 이맘때부터 점점 각박해진 것 같다. 각박해지는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나 스스로 각박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업 부도의 경험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 같다. 그래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각박해지는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나 스스로 각박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업 부도의
경험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 같다. 그래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3개월 전부터 화성지역자활센터 모아배송사업 단에 근무하고 있다.
그곳의 작업 중에 화성시 전역을 돌아다니며 중 소형 폐가전을 수거하는 작업이 있다. 중소형 폐가 전 수거 작업이 내가 주로 하는 업무이지만, 어제처 럼 새 신발과 새 작업복에 프린터 잉크가 묻어 버리 는 날이면 경로당 양곡 배송 작업이 더 하고 싶어진 다. 더구나 잉크가 손에 묻어 지워지지 않으면 어디 창피해서 편의점에 무엇을 사러 가기도 싫어진다. 건축 현장에서 온갖 먼지와 이물질을 묻히며 일하던 나인데, 막 상 얇아진 지갑처럼 허둥대는 요즘 생활은 생활비를 버는 일인데 더 받았으면 하는 불평을 해댄다.
오전 7시에 모아배송사업단에 출근하면 저 멀리 한 쪽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도 힘차게 걸어 오는 M형님, 휘청 거리는 발걸음은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M형님은 동료의 인사도 받지 않고 사업장으로 곧장 들어가 버린다. 나중 에 안 사실이지만 그 형님은 다른 동료와 인사를 나누면 대화가 이어지게 되고, 그러면 본인이 좋아하는 커피믹스 마시는 것을 잊어버려 아침의 시작을 할 수 없다고 한다.
M형님은 치아가 단 하나도 없으시다. 그래서 대화가 불편하기에 아주 간단한 단어로 의사소통을 하신다. 그러 다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으면 답답해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버릇이 있다. 새로운 동료가 사업단에 들어올 때 마다 싸움을 유발하시는 이유이다. 다른 동료분들은 그 형님을 ‘문제아’라고 별명을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 게 M형님이 다른 동료와 말다툼을 하거나 욕하는 등의 사건들이 내가 들은 건수만 5건이 넘는다. 한 번은 M형님 과 중소형 폐가전 수거 작업을 함께 나갔었는데, 나는 그 형님과 대화 중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의 발목에 밧줄 을 묶어 달리는 차에 매달아 놓는 매우 폭력적인 상상을 해버리게 되었다. 그런 상상을 한 나의 잘못으로 요즘 나 는 그 형님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날은 M형님과 경로당 양곡 배송을 했었는데, 나는 그 형님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경로당에 양곡을 배송하 려면 아파트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는 배송 차량이 방문할 때마다 인터폰으로 방문목적을 얘 기하고 차단기 열리면 차단기 안쪽에 비상 정차한 후, 방문 일지에 서명해야만 양곡 배송 업무가 가능했다. 여러 아파트 단지 중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파트단지 정문 앞에서 나는 창문을 열고 인터폰을 누르려는 순간, 보조석 에 앉았던 M형님이 머리를 내밀고 경비실 방향으로 소리쳤다.
“쌀!”
그래도 경비대원님이 “몇 동 몇 호 오셨어요?”라고 하니, “경로당!”
억척같이 힘든 건축 현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생활하던 내가 인생의
쓴맛을 겪었던 시간은 어둡고 긴
여정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수급자로서 화성지역자활센터에 온
뒤로는 그 힘들었던 긴 여정이 그저
지나간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러자 아파트 차단기가 마법처럼 올라간다.
충격적이고 경이롭고 신기하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파트단지 정문을 그 형님의 단 한마디 말로 고속도로 하이패스 지나듯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M형님의 말투는 조직폭력배 부두목 같았지만, 세상의 순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터득한 그 형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경로당에 양곡 배송을 하고 차에 돌아오는 M형님의 뒤편에 한 할머니께서 귤이 한가득 들어 있는 봉투를 들고 계신다.
M형님은 경로당 할머니께서 주시는 귤이 너무 감사하지만, 당연한 양곡 배송에 감사해하시는 할머니께 오히려 민망한 마음으로 서둘러 차에 오르셨다. “가!”(출발)
나름의 감사와 배려를 실천하는 M형님은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신지 눈을 감고 계신다. 그 형님의 무표정한 모습은 조직폭력배 부두목 같다가도 부끄럼을 잘 타는 형님이란 생각에 귀엽게도 보였다.
억척같이 힘든 건축 현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생활하던 내가 인생의 쓴맛을 겪었던 시간은 어둡고 긴 여정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수급자로서 화성지역자활센터에 온 뒤로는 그 힘들었던 긴 여정이 그저 지나간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내게 삶의 새로운 숙제와 같았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좌절하여 이제 더 갈 곳이 없다 고 생각했는데, 시청 상담사님을 통해 수급자라는 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곳 화성지역자활센터 모아배송 사업단에 올 수 있었다. 모아배송사업단에서는 폐가전을 수거 배송하고,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께 양곡을 배송 해 드리며, 내일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삶으로 변했다. 이렇게 삶을 계획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땐 이 세상 어 디든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내가 선택하고 결과를 만들려는 노력의 땀으로 시 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M형님의 한 단어 말처럼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워도 부끄러운 모습, 감 사와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퇴근길에 나도 105호 아저씨에게 배려의 감자를 넉넉히 사 갈 것이다. 아니 내 주변의 여러 사람이 먹도록 더 많이 삶아 놓겠다.
언제까지 감자를 삶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감자도 자세히 보면 잘 생겼고, 먹다 보면 맛있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업소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은 배제와 단절의 자리에 학습공동체를 세루는 참여형 인문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 1회 팬지문학상은 팬지꽃의 꽃말 ‘나를 생각해 주세요’처럼 교정시설·노숙인시설·자활센터 등에서 상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희망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사업대상 노숙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교정시설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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