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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내가 도착한 오늘

2026-02-12

이 글은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도착한 오늘

김0연(청주지역자활센터)


돌이켜보면 인생은 여러 굴곡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의 나는 특별한 목표 없이 하루를 흘려보내 했다. 성인이 이후에도 삶은 예상보다 변화를 연달아 겪게 했다. 결혼과 이혼, 그리고 이혼과 동시에 7아들을 홀로 책임져야 했던 현실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선택의 무게가 크게 느껴졌고, 예상치 못한 사건 앞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삶의 굴곡 에서 행복의 기준 역시 서서히 성숙해졌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묻는 앞에서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린다. 역시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많았던 순간이 제법 있다. 하지만 시절의 즐거움은 장의 오래된 사진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 가는 장면일 뿐, 지금의 나를 바꿀 만큼 깊이 있는 기억은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즐기고 흘려보내던 나였을 뿐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방향 없이 살던 날들과 비교할 없을 만큼 주체적인 나’로 있다. 아들을 홀로 키우며 책임의 무게를 실감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으며, 일과 가정을 조율하며 하루를 다 져가고 있다. 고민과 격정이 길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바로 과정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낀다.

거의 나는 하루를 흘려보냈다면, 지금의 나는 목적을 세우고 목적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아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단순한 책임’을 넘어 삶을 움직이는 가장 동력이 되었다. 잠들기 함께 나 누는 짧은 대화, 서로를 바라보고 웃는 순간들, 모든 일상이 과거 어느 때보다 깊은 행복을 준다. 새로운 관계에 느끼는 설렘과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만든 기억들은 현재의 나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처음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묻는 말에 오래된 필름처럼 흐릿한 장면만 떠올랐다. 친구들과 웃어대던 시절, 고민 없이 월급을 탕진하던 나날들, 내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던 태평한 마음. 즐거웠지만 지는 않았다.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었고, 지금의 나를 만든 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들은 조금 현실적이고, 조금 고단했던 시간이었다. 공장에서 반장으로 하던 시절이 그렇다. 기계가 멈추면 모두가 나를 찾았다.

반장님! 멈췄어요!”

그럴 때면 나는 대답 대신 혼잣말처럼, 아…… 살겠네. 없으면 돌아가네, 진짜.”라고 내뱉곤 했다. 동 료들은 말에 킥킥” 웃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즐거웠다.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 일이 성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내게 맞지 않았다. 

내가 하면 된다’라는 마 음으로 뛰어다니던 감각은 지금도 잊을 없는 활력의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의사의 말은 상치 못한 경고였다.

어깨와 발목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수술이 불가피하겠네요.”

농담으로 흘려듣고 싶었지만, 현실은 농담이 아니었다.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체력으로 버티는 삶은 이제 끝났구나.’ 회복 기간은 길었고, 소득은 사라졌 다. 10 아들은 엄마 이제 쉬는 거야?”라며 해맑게 물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쉬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일시 정지된 기분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그제야 비로소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 했다. 체력만 믿고 일하는 시절은 끝나가고 있었고, 나와 아이가 살아가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 앉았을 때, 적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느껴졌다. 자격증도 고, 경력이라고 해봐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만 했다”라는 수준이었다. 나는 계획 없이 살았던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복지 제도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자활센터’를 알게 되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안내받는 대로 상담받으러 다. 상담자는 내게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고,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무조건 뭔가를 배울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나는 카페 사업단에 배정되었다. 그러나 출근 첫날, 나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 이렇게 일하는 거지?’ 내가 익숙했던 속도도, 분위기도 아니었다. 천천히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불안해 졌다. 나도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아닐까?’,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아닐까?’ 두려움이 려왔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아이를 키워야 했고, 차례의 수술 이후 평소처럼 몸을 움직일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 있는 동안 배울 있는 모두 배우자. 탈수급, 반드시 해내자.’

그때부터 나는 다시 달라졌다.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제과·제빵도 배웠다. 카페에서 일하며 나는 잃어버렸던 내 모습을 조금씩 되찾았다.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내가 가진 속도와 중심을 잃지 않 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현타와 우울감은 점차 옅어졌다. 마치 누군가 어깨를 가만히 두드리며 말하는 것 같았다

잘하고 있어.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 하면 돼.”

자활센터는 내가 멈춘 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곳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 환점이었다. 우물 안에서만 살던 내가 밖을 보기 시작한 시기였다. 넓은 시야가 생기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게 되었 다. 남들이 보기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고 힘겨워 보일지 몰라도, 나는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 내 자신이 참으로 대견하다. 그래서 나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가장 행복한 시절은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라고.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나이가 적지 않고, 통장 잔고는 얇고, 스펙은 뒤늦게 쌓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한다. 과거의 내가 그냥 즐기고 살자”고 말했다면, 지금의 나는 또렷하게 말한다.


해낼 것이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문장을 덧붙인다.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좋다."

 


 

 

 

사업소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은 배제와 단절의 자리에 학습공동체를 세루는 참여형 인문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 1회 팬지문학상은 팬지꽃의 꽃말 ‘나를 생각해 주세요’처럼 교정시설·노숙인시설·자활센터 등에서 상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희망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사업대상 노숙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교정시설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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