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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이 글은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천사였을까
이0인(순천디딤빌)
엊그제 설날이 지나고 며칠째 매서운 칼바람 영하의 날씨다.
공원 나무 벤치에 아무렇게나 나부라진 채로 아무런 생각조차 없다.
몽롱하다. 내가 살아있기나 하는 건가, 기운이 없다.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진다. 겨우 뒤집어쓴 종이박스, 신문지 조각이 새벽녘이면 축축해지고.
이제 아랫도리, 발가락이 감각이 없다. “아저씨!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큰일 나요.”
꿈속인가. 누가 흔들어 깨우나 싶었는데, 다 귀찮다…. 누가 간섭하는 것도 싫다. 키 큰 사내가 보인다.
아마도 한참 동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만 계세요.”
멀리 발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진다. 한참만인가.
누가 흔들어 깨우며 잡아 일으키지만, 스르르 무너지며 허물기를 몇 번, 간신히 몸을 세운다. “이거 좀 먹어요. 나도 아버지가….”
내 앞에 까만 비닐 봉지, 이불 한 덩어리가 있다.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누구지? 이 사람이 왜 나를…. 귀찮다. 누가 아는 척하는 것조차 그저 귀찮을 뿐이다.
앞에 보인 이불을 끌어당겨 누우니 다시 눈이 감긴다.
고향집에 와 있다. 앞 냇가의 돌다리, 금장골 당숙님도 보이고….
또 한참이 지났나 보다. 그가 다시 일으켜 세워 앉히더니 어깨 위에 다른 이불을 덮어준다.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너무 추운데….”
바짝 다가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 붙이는 그 사내. 아직도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지나가는 자동 차 불빛만 보이고. 희미한 불빛 앞에 가려진, 조금 어눌한 말투, 콧날, 분명 외국 사람이었다.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한참 동안이나…
“몸 조심하세요.”
나직이 인사말을 건네며 걸어나가는성 싶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서 내 손을 가만히 붙잡는다.
“배고플 때 뭐라도 사 먹어요.”
내 손안에는 구겨진 5만 원 권 한 장이…. 나는 그저 멍한 채로였다. ‘로엘’이라고 했는데…. ‘방글라데시’라고 했는데….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악물고 버텨내고,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나를 버렸던 세상이, 나를 다시 불러내서 세상 속으로 등 밀어 내보내다니.
한꺼번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고, 내일 아침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참담하기만 했던 그 시간 들이 얼마나 하찮고 별거 아닌 것들이었는지….
다시 일어서야지. 내 이 두 발로 힘주고 꿋꿋하게 서 있어 보여야지. 매년 그 날에 그때 그 자리에 앉아본다.
내 머릿속을 꽉 메우고 깊게 이어 나가던 그 북소리의 감동과 여진을 잊지 않으려고….
그가 가져온 봉지 속에는 비닐이 찢겨진 커다랗고 동그란 빵 조각이, 조금 시들어진 사과·귤이 섞여 있었다. 분명 자기가 깔고 덮던 이불들이었을 텐데…. 그가,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주고 추운 그날 밤을 어떻게 지냈을까.
돈 벌기 위해 이곳 타국에서 얼마나 힘든 생활이었을 텐데, 또 조물락거리며 속옷 품속에 간직했던 얼마나 아끼고 소 중한 돈이었을 텐데….
그날, 그가 내게 다 내어준 그것들을 나 혼자 갖지 못했다.
디딤빌에 입소.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더 힘들고 아픈 식구들을 보며 내 생각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이었나 느껴지다 보니, 나의 탐욕을 털어내고 원망의 나를 내려놓으려고 기를 쓰다보니, 조금씩 감사와 용서의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씩이라도 나눠야 되지 않을까. 이제 하루하루가 귀하고 아까운 시간들이다.
시니어 일자리, 내게는 하찮지 않은 출근길의 발걸음에 힘이 생겨난다. 생기가 돌고, 희망이 생긴다. 조그만 계획을 그려 보고, 데면데면하던 세상이 밝아 보이기도 한다.
몇 번이나 깨지고 넘어지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잘 지탱해 내고 있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더힘들고 아픈 식구들을 보며 내생각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것이었나 느껴지다 보니, 나의탐욕을 털어내고 원망의 나를내려놓으려고 기를 쓰다보니,조금씩 감사와 용서의 마음이생겨나게 된다.
“내가 왜 사는가”라고 한 번씩 말해 본다.
“너 혼자 잘살지 말고, 더 아프고 더 힘든 이들과 함께하고 나눠야겠지”라고.
이제 칠순이 시작되는 나이. 세상을 밝히기에는, 세상에 진 빚을 다 갚아나가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시간들이 안타까울 뿐.
그게 뭐 대순가. 그저 오늘 하루 귀하고 값지게 살 면 되는 것을. 그래, 나는 감사와 희망으로 날마다 새롭게 시작한다.
그는 천사였을까.
사업소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은 배제와 단절의 자리에 학습공동체를 세루는 참여형 인문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 1회 팬지문학상은 팬지꽃의 꽃말 ‘나를 생각해 주세요’처럼 교정시설·노숙인시설·자활센터 등에서 상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희망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사업대상 노숙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교정시설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최우수상] 천사였을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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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천사였을까
2026-02-13
이 글은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천사였을까
이0인(순천디딤빌)
엊그제 설날이 지나고 며칠째 매서운 칼바람 영하의 날씨다.
공원 나무 벤치에 아무렇게나 나부라진 채로 아무런 생각조차 없다.
몽롱하다. 내가 살아있기나 하는 건가, 기운이 없다.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진다. 겨우 뒤집어쓴 종이박스, 신문지 조각이 새벽녘이면 축축해지고.
이제 아랫도리, 발가락이 감각이 없다. “아저씨!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큰일 나요.”
꿈속인가. 누가 흔들어 깨우나 싶었는데, 다 귀찮다…. 누가 간섭하는 것도 싫다. 키 큰 사내가 보인다.
아마도 한참 동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만 계세요.”
멀리 발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진다. 한참만인가.
누가 흔들어 깨우며 잡아 일으키지만, 스르르 무너지며 허물기를 몇 번, 간신히 몸을 세운다. “이거 좀 먹어요. 나도 아버지가….”
내 앞에 까만 비닐 봉지, 이불 한 덩어리가 있다.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누구지? 이 사람이 왜 나를…. 귀찮다. 누가 아는 척하는 것조차 그저 귀찮을 뿐이다.
앞에 보인 이불을 끌어당겨 누우니 다시 눈이 감긴다.
고향집에 와 있다. 앞 냇가의 돌다리, 금장골 당숙님도 보이고….
또 한참이 지났나 보다. 그가 다시 일으켜 세워 앉히더니 어깨 위에 다른 이불을 덮어준다.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너무 추운데….”
바짝 다가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 붙이는 그 사내. 아직도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지나가는 자동 차 불빛만 보이고. 희미한 불빛 앞에 가려진, 조금 어눌한 말투, 콧날, 분명 외국 사람이었다.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한참 동안이나…
“몸 조심하세요.”
나직이 인사말을 건네며 걸어나가는성 싶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서 내 손을 가만히 붙잡는다.
“배고플 때 뭐라도 사 먹어요.”
내 손안에는 구겨진 5만 원 권 한 장이…. 나는 그저 멍한 채로였다. ‘로엘’이라고 했는데…. ‘방글라데시’라고 했는데….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악물고 버텨내고,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나를 버렸던 세상이, 나를 다시 불러내서 세상 속으로 등 밀어 내보내다니.
한꺼번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고, 내일 아침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참담하기만 했던 그 시간 들이 얼마나 하찮고 별거 아닌 것들이었는지….
다시 일어서야지. 내 이 두 발로 힘주고 꿋꿋하게 서 있어 보여야지. 매년 그 날에 그때 그 자리에 앉아본다.
내 머릿속을 꽉 메우고 깊게 이어 나가던 그 북소리의 감동과 여진을 잊지 않으려고….
그가 가져온 봉지 속에는 비닐이 찢겨진 커다랗고 동그란 빵 조각이, 조금 시들어진 사과·귤이 섞여 있었다. 분명 자기가 깔고 덮던 이불들이었을 텐데…. 그가,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주고 추운 그날 밤을 어떻게 지냈을까.
돈 벌기 위해 이곳 타국에서 얼마나 힘든 생활이었을 텐데, 또 조물락거리며 속옷 품속에 간직했던 얼마나 아끼고 소 중한 돈이었을 텐데….
그날, 그가 내게 다 내어준 그것들을 나 혼자 갖지 못했다.
디딤빌에 입소.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더 힘들고 아픈 식구들을 보며 내 생각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이었나 느껴지다 보니, 나의 탐욕을 털어내고 원망의 나를 내려놓으려고 기를 쓰다보니, 조금씩 감사와 용서의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씩이라도 나눠야 되지 않을까. 이제 하루하루가 귀하고 아까운 시간들이다.
시니어 일자리, 내게는 하찮지 않은 출근길의 발걸음에 힘이 생겨난다. 생기가 돌고, 희망이 생긴다. 조그만 계획을 그려 보고, 데면데면하던 세상이 밝아 보이기도 한다.
몇 번이나 깨지고 넘어지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잘 지탱해 내고 있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더
힘들고 아픈 식구들을 보며 내
생각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이었나 느껴지다 보니, 나의
탐욕을 털어내고 원망의 나를
내려놓으려고 기를 쓰다보니,
조금씩 감사와 용서의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내가 왜 사는가”라고 한 번씩 말해 본다.
“너 혼자 잘살지 말고, 더 아프고 더 힘든 이들과 함께하고 나눠야겠지”라고.
이제 칠순이 시작되는 나이. 세상을 밝히기에는, 세상에 진 빚을 다 갚아나가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시간들이 안타까울 뿐.
그게 뭐 대순가. 그저 오늘 하루 귀하고 값지게 살 면 되는 것을. 그래, 나는 감사와 희망으로 날마다 새롭게 시작한다.
그는 천사였을까.
사업소개
한국형 클레멘트코스 <디딤돌 인문학>은 배제와 단절의 자리에 학습공동체를 세루는 참여형 인문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 1회 팬지문학상은 팬지꽃의 꽃말 ‘나를 생각해 주세요’처럼 교정시설·노숙인시설·자활센터 등에서 상실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희망과 회복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사업대상 노숙인 시설, 지역자활센터, 교정시설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최우수상] 천사였을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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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솔직해지기가 이렇게 힘들다
[대상] 창백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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