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24절기를 시작하며, 봄을 맞이한다는 입춘(立春)과 눈 대신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난 지도 며칠 되었지만 연일 이어지는 차가운 날씨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입춘을 이틀 앞에 두었던 지난 2월 2일은 점차 사라져 가는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유엔에서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지 50년이 되었던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는 ‘습지의 날’을 유엔지정 국제 기념일로 승격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만큼이나 습지 위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설 연휴로 인하여 다수가 이를 기억지 못하고 지나게 되었다.
습지의 사전적 의미는 ‘물이 있는 땅’, ‘물기가 있어 축축한 땅으로’ 우리고장의 경우 아산만, 평택호, 안성천, 배다리저수지, 창내리 논 등이 여기 속하며,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누어진다. 서해안에 접한 평택시의 경우 해안 갯벌로 대표하는 연안습지보다는 내륙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어 평택호물줄기와 배다리저수지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생태공원 이전·이후의 배다리저수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이전의 배다리저수지는 주변 마을 주민과 시민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으로, 2005년 평택자연생태보전모임에서 발간한 ‘배다리저수지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제목의 생태 자료집 외에는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없는 상태였다. 이 자료집의 내용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조류상의 경우 철새인 제비와 꼬마물떼새, 꺅도요가 어류상의 경우 가물치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생태계교란 야생생물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이가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였고, 멸종위기 혹은 천연기념물 관련된 종은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러했던 배다리저수지에 2016년부터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가 해마다 찾아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배다리저수지는 생태공원으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주민들을 위한 휴식과 산책공원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생태계 서비스’의 주체로서 시민들에게 소중한 생물 다양성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멸종위기가 찾는 생태계의 보고, 배다리저수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2020~2021년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를 통해 습지의 고장, 평택을 찾는 새들을 비슷한 환경의 인근 지역과 비교해 보면 용인에 있는 이동저수지의 경우 멸종위기Ⅰ급 1개체와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 35개체, 안성에 있는 고삼저수지의 경우 멸종위기Ⅱ급 독수리 7개체가 확인되었다.
조류 동시 센서스 조사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20~2021년 기간 동안 배다리저수지를 찾은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의 개체수는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의 개체수가 확인되었다. 큰기러기의 아종에 속해 전 세계에 10만 개체 정도로 주목을 받는 큰부리큰기러기를 중심으로 평상시 300개체 이상, 많을 때는 2,000개체까지도 모이던 이곳은 휴식과 먹이터는 물론이고 번식지로의 귀향 시 에너지 보충을 위한 새로운 중간 기착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 현재까지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는 물론이고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7개체가 5일간, 4개체가 2일간 머물렀으며, 멸종위기Ⅱ급 노랑부리저어새 또한 1개체가 7일간 기러기들과 함께 이곳에서 휴식과 먹이활동을 함께 하였고,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과 육상 생태계 최고의 먹이사슬 위치를 점하고 있는 멸종위기Ⅱ급인 삵 또한 드물게나마 배다리저수지를 찾고 있다. 한마디로 멸종위기야생생물 박물관인 것이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위한 비전
”참된 가치는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쓸 때 주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의 가치를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아름다운 가능성을 더는 땅이나 물속에 넣어두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고장의 생물 다양성을 전제로 내륙습지로서의 중요성과 역할은 물론이고, 배다리 습지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며, 국가 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더 나아가 람사르습지 지정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평택시의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습지의 날’을 보내며, 우리 모두 ‘사람과 자연을 위한 습지 행동’에 한 걸음 더 내딛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1.29 배다리저수지의 큰고니
2022.1.31 배다리저수지 큰부리큰기러기의 착지
2022.2.10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속의 노랑부리저어새
배다리생태공원 가을 전경
배다리생태공원 대형 안내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습지 생태계의 보고, 배다리생태공원' 저작물은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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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이**
2024-02-21
배다리생태공원의 탄생과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 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배다리생태공원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 뚝뚝 꿀 떨어지듯 합니다~^^
인문 소모임
인문360°는 여러 인문소모임의 주체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모임의 활동을 아카이빙하며 인문의 가치를 누리고 함께 소통하세요!
*게시판 관련 문의: inmun360@arko.or.kr
습지 생태계의 보고, 배다리생태공원
2024-02-19
곤줄박이
습지 생태계의 보고, 배다리생태공원
습지의 고장, 평택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24절기를 시작하며, 봄을 맞이한다는 입춘(立春)과 눈 대신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난 지도 며칠 되었지만 연일 이어지는 차가운 날씨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입춘을 이틀 앞에 두었던 지난 2월 2일은 점차 사라져 가는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유엔에서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었다.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지 50년이 되었던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는 ‘습지의 날’을 유엔지정 국제 기념일로 승격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만큼이나 습지 위기를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설 연휴로 인하여 다수가 이를 기억지 못하고 지나게 되었다.
습지의 사전적 의미는 ‘물이 있는 땅’, ‘물기가 있어 축축한 땅으로’ 우리고장의 경우 아산만, 평택호, 안성천, 배다리저수지, 창내리 논 등이 여기 속하며,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누어진다. 서해안에 접한 평택시의 경우 해안 갯벌로 대표하는 연안습지보다는 내륙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어 평택호물줄기와 배다리저수지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생태공원 이전·이후의 배다리저수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이전의 배다리저수지는 주변 마을 주민과 시민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곳으로, 2005년 평택자연생태보전모임에서 발간한 ‘배다리저수지에 무엇이 살고 있을까’ 제목의 생태 자료집 외에는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없는 상태였다. 이 자료집의 내용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조류상의 경우 철새인 제비와 꼬마물떼새, 꺅도요가 어류상의 경우 가물치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특히 생태계교란 야생생물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이가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였고, 멸종위기 혹은 천연기념물 관련된 종은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러했던 배다리저수지에 2016년부터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가 해마다 찾아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배다리저수지는 생태공원으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주민들을 위한 휴식과 산책공원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생태계 서비스’의 주체로서 시민들에게 소중한 생물 다양성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멸종위기가 찾는 생태계의 보고, 배다리저수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2020~2021년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를 통해 습지의 고장, 평택을 찾는 새들을 비슷한 환경의 인근 지역과 비교해 보면 용인에 있는 이동저수지의 경우 멸종위기Ⅰ급 1개체와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 35개체, 안성에 있는 고삼저수지의 경우 멸종위기Ⅱ급 독수리 7개체가 확인되었다.
조류 동시 센서스 조사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20~2021년 기간 동안 배다리저수지를 찾은 멸종위기Ⅱ급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의 개체수는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의 개체수가 확인되었다. 큰기러기의 아종에 속해 전 세계에 10만 개체 정도로 주목을 받는 큰부리큰기러기를 중심으로 평상시 300개체 이상, 많을 때는 2,000개체까지도 모이던 이곳은 휴식과 먹이터는 물론이고 번식지로의 귀향 시 에너지 보충을 위한 새로운 중간 기착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 현재까지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는 물론이고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7개체가 5일간, 4개체가 2일간 머물렀으며, 멸종위기Ⅱ급 노랑부리저어새 또한 1개체가 7일간 기러기들과 함께 이곳에서 휴식과 먹이활동을 함께 하였고,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과 육상 생태계 최고의 먹이사슬 위치를 점하고 있는 멸종위기Ⅱ급인 삵 또한 드물게나마 배다리저수지를 찾고 있다. 한마디로 멸종위기야생생물 박물관인 것이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위한 비전
”참된 가치는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쓸 때 주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의 가치를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아름다운 가능성을 더는 땅이나 물속에 넣어두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고장의 생물 다양성을 전제로 내륙습지로서의 중요성과 역할은 물론이고, 배다리 습지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며, 국가 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더 나아가 람사르습지 지정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평택시의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습지의 날’을 보내며, 우리 모두 ‘사람과 자연을 위한 습지 행동’에 한 걸음 더 내딛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1.29 배다리저수지의 큰고니
2022.1.31 배다리저수지 큰부리큰기러기의 착지
2022.2.10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속의 노랑부리저어새
배다리생태공원 가을 전경
배다리생태공원 대형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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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이**
2024-02-21배다리생태공원의 탄생과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 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배다리생태공원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 뚝뚝 꿀 떨어지듯 합니다~^^
배다리 생태공원 봄소식이예요 ~ 힘내세요!
배다리도서관에서 주목받은 잡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