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화전과 두견주라면 ‘철쭉’은 먹지 말라는 의미의 개꽃, ‘회양목’은 오래전 나무 도장을 만들던 나무, 검은색 열매가 쥐똥을 닮았다 하여 ‘쥐똥나무’ 등 나무 이름마다 떠오르는 생각의 이미지가 다르다. 아이들 혹은 주부를 대상으로 한 숲과 자연해설을 통해 나무를 소개할 때 듣는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물의 모양을 흉내 낸 말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동·식물의 이해를 돕는 의태어
지식백과를 열어보면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의성어,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이나 태도·행동 등을 묘사한 것을 의태어라고 하며,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하면 더욱 재미있고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때죽나무 혹은 콩배나무 열매의 늘어진 모습을 나타낸 ‘주렁주렁’, 칠엽수 겨울눈의 달라붙는 나뭇진을 염두에 둔 ‘끈적끈적’,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묘사한 ‘나풀나풀’, 장마를 전후해 캄캄한 밤에 번식지로 이동하는 맹꽁이의 기어가는 모습을 그린 ‘엉금엉금’, 맹꽁이와 두꺼비와는 달리 바쁘게 이동하는 청개구리의 뛰는 모습을 표현한 ‘폴짝폴짝’ 등 이런저런 모양의 의태어는 주변 동식물의 대표적인 특징을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배다리생태공원의 산책로와 실개천 사이에 자리를 잡은 복자기는 무엇보다 나무껍질이 거친 매력을 지닌 나무이다. 언 듯 보면 물박달나무의 나무껍질처럼 두껍게 벗겨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복자기를 여러 차례 관찰하면서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의태어를 생각하던 중 ‘덕지덕지’를 떠올렸다. 이 말은 국어사전을 보면 어지럽게 덧붙거나 겹쳐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마치 전봇대에 겹겹이 벗겨지면서 어지럽게 붙어 있는 광고 전단을 연상하게 한다.
꽃과 잎이 섞여 있는 겨울눈, 단맛이 나는 단풍나뭇과의 수액, 잠자리 날개를 만들면 좋을 대칭의 날개 달린 열매, 붉게 물든 가을 단풍 등 복자기를 대표할 수 있는 여러 요소와 나름의 특별함이 있지만, 종잇장처럼 일어나는 나무껍질의 거친 매력과 비주얼을 앞서지는 못한다. ‘덕지덕지’ 이 하나만으로도 나무를 이해하고 어렵지 않게 복자기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다.
특별한 수액을 내는 복자기
나무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여름이 오면 참나무에서 더러는 수액이 흐르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기는 여름을 준비하는 곤충의 활동이 정점을 향하고 있어 참나무 수액에서 풍기는 독특한 냄새에 이끌려 온 벌과 파리로부터 나비와 딱정벌레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의 곤충을 한눈에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된다.
덕동산마을숲의 상수리나무 수액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곤충은 풍이와 넓적사슴벌레로부터 네눈박이밑빠진벌레 그리고 수노랑나비와 장수말벌 등이었다면, 무봉산 상수리나무 수액에서는 이외에도 고려나무쑤시기, 고오람왕버섯벌레, 멋쟁이밑빠진먼지벌레, 보라거저리, 흰깨다시하늘소 등이 앞다투어 수액에 모여든다.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은 곤충에게는 둘도 없는 먹이원으로 수많은 종의 곤충이 이를 놓고 격렬한 경쟁을 하며, 수액의 계절이 오면 참나무 주변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이것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마을숲의 대명사 참나뭇과의 상수리나무는 아닐지라도 봄이 오기 전 복자기는 복자기만의 독특한 수액을 낸다. 혹 야생조류의 대표적 먹방인 직박구리 부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어도 주변 야생조류의 거뜬한 겨울나기에 큰 도움을 준다. 막걸리 쉰듯한 시큼한 냄새의 참나무 수액과는 달리 냄새는 물론이고 설탕나무에서 얻는 메이플 시럽처럼 진한 단맛이 난다. 직박구리와 오목눈이를 중심으로 박새, 쇠박새 등의 겨우내 주렸던 야생조류에게는 봄이 오기 전 기운을 북돋우기에 둘도 없는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성체로 겨울을 난 네발나비 또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복자기 수액에 몰려들기도 한다.
가을의 깊이를 더하는 단풍나무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붉고 아름다운 단풍드는 나무 몇을 들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종이 바로 복자기이다. 키가 작은 관목 중에서는 붉나무와 화살나무의 단풍이 눈에 띈다면 키가 있는 교목 중에서는 복자기와 단풍나무 그리고 대왕참나무가 멋진 단풍을 통해 가을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밝고 아름다운 진홍색 잎사귀는 마치 불타고 있는 것 같아서 일본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귀신의 눈병마저 고칠 정도라고 해서 ‘귀신의 안약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암수한그루도 있지만 대부분 암수딴그루로 겨울눈은 꽃눈과 잎눈이 섞여 있어 꽃은 잎과 함께 피고, 자잘한 연노란색 꽃들이 평면을 이루어 고개를 숙인 채 핀다. 특히 9~10월에 익는 대칭형의 날개가 달린 열매는 자손을 좀 더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해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개가 달려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면서 꽤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나무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주목이나 회양목처럼 복자기 또한 생장이 느려서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수명이 길고, ‘나도박달나무’라는 다른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목재는 단단해 우리 조상들은 이 나무를 이용해 수레의 차축을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다면 자연 생태계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에도 유용했던 복자기도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칭형의 날개가 달려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복자기의 열매(2013.12.2)
종잇장처럼 일어나는 거진 나무껍질을 지닌 복자기의 수피(2023.3.20)
배다리생태공원 산책로 주변에서 꽃을 내고 있는 복자기(2023.3.26)
아름다운 진홍색 단풍이 일품인 복자기의 단풍잎(2005.11.9)
단풍나뭇과 복자기의 수액을 빨고 있는 네발나비(202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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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태어로 알아보는 복자기 ‘덕지덕지’
2024-02-17
곤줄박이
의태어로 알아보는 복자기 ‘덕지덕지’
‘진달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화전과 두견주라면 ‘철쭉’은 먹지 말라는 의미의 개꽃, ‘회양목’은 오래전 나무 도장을 만들던 나무, 검은색 열매가 쥐똥을 닮았다 하여 ‘쥐똥나무’ 등 나무 이름마다 떠오르는 생각의 이미지가 다르다. 아이들 혹은 주부를 대상으로 한 숲과 자연해설을 통해 나무를 소개할 때 듣는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물의 모양을 흉내 낸 말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동·식물의 이해를 돕는 의태어
지식백과를 열어보면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의성어,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이나 태도·행동 등을 묘사한 것을 의태어라고 하며,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하면 더욱 재미있고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때죽나무 혹은 콩배나무 열매의 늘어진 모습을 나타낸 ‘주렁주렁’, 칠엽수 겨울눈의 달라붙는 나뭇진을 염두에 둔 ‘끈적끈적’,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묘사한 ‘나풀나풀’, 장마를 전후해 캄캄한 밤에 번식지로 이동하는 맹꽁이의 기어가는 모습을 그린 ‘엉금엉금’, 맹꽁이와 두꺼비와는 달리 바쁘게 이동하는 청개구리의 뛰는 모습을 표현한 ‘폴짝폴짝’ 등 이런저런 모양의 의태어는 주변 동식물의 대표적인 특징을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배다리생태공원의 산책로와 실개천 사이에 자리를 잡은 복자기는 무엇보다 나무껍질이 거친 매력을 지닌 나무이다. 언 듯 보면 물박달나무의 나무껍질처럼 두껍게 벗겨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복자기를 여러 차례 관찰하면서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의태어를 생각하던 중 ‘덕지덕지’를 떠올렸다. 이 말은 국어사전을 보면 어지럽게 덧붙거나 겹쳐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마치 전봇대에 겹겹이 벗겨지면서 어지럽게 붙어 있는 광고 전단을 연상하게 한다.
꽃과 잎이 섞여 있는 겨울눈, 단맛이 나는 단풍나뭇과의 수액, 잠자리 날개를 만들면 좋을 대칭의 날개 달린 열매, 붉게 물든 가을 단풍 등 복자기를 대표할 수 있는 여러 요소와 나름의 특별함이 있지만, 종잇장처럼 일어나는 나무껍질의 거친 매력과 비주얼을 앞서지는 못한다. ‘덕지덕지’ 이 하나만으로도 나무를 이해하고 어렵지 않게 복자기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다.
특별한 수액을 내는 복자기
나무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여름이 오면 참나무에서 더러는 수액이 흐르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기는 여름을 준비하는 곤충의 활동이 정점을 향하고 있어 참나무 수액에서 풍기는 독특한 냄새에 이끌려 온 벌과 파리로부터 나비와 딱정벌레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의 곤충을 한눈에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된다.
덕동산마을숲의 상수리나무 수액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곤충은 풍이와 넓적사슴벌레로부터 네눈박이밑빠진벌레 그리고 수노랑나비와 장수말벌 등이었다면, 무봉산 상수리나무 수액에서는 이외에도 고려나무쑤시기, 고오람왕버섯벌레, 멋쟁이밑빠진먼지벌레, 보라거저리, 흰깨다시하늘소 등이 앞다투어 수액에 모여든다.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은 곤충에게는 둘도 없는 먹이원으로 수많은 종의 곤충이 이를 놓고 격렬한 경쟁을 하며, 수액의 계절이 오면 참나무 주변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이것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마을숲의 대명사 참나뭇과의 상수리나무는 아닐지라도 봄이 오기 전 복자기는 복자기만의 독특한 수액을 낸다. 혹 야생조류의 대표적 먹방인 직박구리 부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어도 주변 야생조류의 거뜬한 겨울나기에 큰 도움을 준다. 막걸리 쉰듯한 시큼한 냄새의 참나무 수액과는 달리 냄새는 물론이고 설탕나무에서 얻는 메이플 시럽처럼 진한 단맛이 난다. 직박구리와 오목눈이를 중심으로 박새, 쇠박새 등의 겨우내 주렸던 야생조류에게는 봄이 오기 전 기운을 북돋우기에 둘도 없는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성체로 겨울을 난 네발나비 또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복자기 수액에 몰려들기도 한다.
가을의 깊이를 더하는 단풍나무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붉고 아름다운 단풍드는 나무 몇을 들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종이 바로 복자기이다. 키가 작은 관목 중에서는 붉나무와 화살나무의 단풍이 눈에 띈다면 키가 있는 교목 중에서는 복자기와 단풍나무 그리고 대왕참나무가 멋진 단풍을 통해 가을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밝고 아름다운 진홍색 잎사귀는 마치 불타고 있는 것 같아서 일본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귀신의 눈병마저 고칠 정도라고 해서 ‘귀신의 안약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암수한그루도 있지만 대부분 암수딴그루로 겨울눈은 꽃눈과 잎눈이 섞여 있어 꽃은 잎과 함께 피고, 자잘한 연노란색 꽃들이 평면을 이루어 고개를 숙인 채 핀다. 특히 9~10월에 익는 대칭형의 날개가 달린 열매는 자손을 좀 더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해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개가 달려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면서 꽤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나무는 각자의 속도로 자란다. 주목이나 회양목처럼 복자기 또한 생장이 느려서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수명이 길고, ‘나도박달나무’라는 다른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목재는 단단해 우리 조상들은 이 나무를 이용해 수레의 차축을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볼 수 있다면 자연 생태계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에도 유용했던 복자기도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칭형의 날개가 달려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복자기의 열매(2013.12.2)
종잇장처럼 일어나는 거진 나무껍질을 지닌 복자기의 수피(2023.3.20)
배다리생태공원 산책로 주변에서 꽃을 내고 있는 복자기(2023.3.26)
아름다운 진홍색 단풍이 일품인 복자기의 단풍잎(2005.11.9)
단풍나뭇과 복자기의 수액을 빨고 있는 네발나비(2023.3.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의태어로 알아보는 복자기 ‘덕지덕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댓글(1)
이**
2024-02-17정독해야겠어요~배다리공원 어디쯤 있는지 확인했어요 잘 관찰해볼게요~~
4월 20일 생태수업 정리 2
배다리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