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놓고 있던 책에 다시 손대게 되었던 것은 작년 여름부터인 것 같다. 방학 동안 할 게 너무 없었다. 핸드폰을 봐도 재미가 없을 정도였다. 엄마가 정 공부하기 싫으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셨다. 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잔소리를 피하려고 결국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도서관으로 피신했다.
아무 책이나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주위 눈치를 보며 고른 게 하필 몇백 쪽이나 되는 긴 소설책이었다. 시간이나 때우려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엔 지루하던 그 책에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다 읽어갈 즘엔....... 재미있었다. 이렇게까지 긴 책을 읽어본 건 머리털 나고 그때가 처음이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음날 생각해 보니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아파트 안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곳은 어릴 때 엄마가 책 좀 읽으라고 억지로 나를 넣어두었던 작은 감옥 같은 곳이었다. 답답하고 빨리 나가고 싶어 조바심 나던 곳이라 현상 수배범처럼 6년을 피해 다녔던 곳인데 자수하듯이 내 발로 찾아가게 된다니. 초2 때 마지막으로 가고 거의 6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순간 하나도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에 마치 기억 속 비밀 아지트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다. 방학이었는데도 사서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의외로 책이 많았다. 그곳에서 읽은 책은‘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였다. 굉장히 감동적인 내용이어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부끄러워서 꾹 참아냈다.
그다음 날에도 점심을 먹고 도서관이 열리는 2시에 맞춰서 갔다. 그날도 나 혼자였다. 첫날엔 인사만 하시던 사서 아주머니가 둘째 날은 나를 반가워하시며 학생이냐고 물어보시더니 이 책이 학생이 흥미로워할 것 같다며 책 하나를 추천해 주셨다. 낯선 분이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시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마치 나를 책 좋아하는 책벌레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고 더 의젓하게 행동하려 했던 것 같다. 아주머니가 주신 책은 내게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게 해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꽃님이란 작가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라는 책이었는데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마치 내 주위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에 공감이 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같은 작가의 책을 세 권 연달아 읽어 나갔다.
나는 같은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도 싶었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대로 읽고 ‘내 것’으로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집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이꽃님 작가의 책 한 권을 샀다. 내 용돈으로 옷이나 화장품 말고 만 원 이상을 쓰다니......‘와!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다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책으로 위로받고 마음을 씻어낸 경험이다. 그 책 역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나는 복어’라는 문경민 작가의 책이었는데 엄마가 독을 먹고 자살한다는 내용 자체가 굉장히 극단적이었고 청소년 문학 소설책에서 자살이라 하니 생소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가 빠르게 넘겨졌고, 쉬지도 않고 읽어버렸다.
주인공이 엄마가 독을 먹고 자살한 끔찍한 사건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독기를 가지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두현이를 보면서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현이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든 적이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한창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을 때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겨 몇 명의 친구와 싸우게 되었는데 그 후 나머지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 “장애인은 장애인 화장실에 가야지.”라며 내가 일부러 듣도록 크게 말하고 비웃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큰 양동이 가득 구정물 같은 시꺼먼 독이 머리 위로 첨벙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화장실로 걸어가는 잠깐 사이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고 옷은 축축하게 젖어 독이 숨구멍에 막혀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내 편은 한 명도 없다고 느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학교에 가기가 너무 싫었다.
나는 애도 아니고 중학생이나 되었는데 엄마에겐 아무것도 아닐 이런 일들을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다. 말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미안했다. 딸이 학교에서 그런 취급 당하는 걸 알면 얼마나 속상해하실까. 그래서 혼자 원만하게 해결해 보려고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참아보려 혼자 발버둥 치다가 한계에 다다랐다. 혼자서 너무 괴로웠다. 상담실에 갈 용기도 없었다. 이런 고민을 나눌 친구도 없었다. 결국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내 몸 전체에 묻은 독이 씻어내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얘기를 들은 아빠는 절에 가면 마음이 가라앉는다며 힘들어하는 나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하셨다. 못 이기는 척 따라가서 탑도 구경하고 절도 따라서 했다. 절에서 속는 셈 치고 내가 진짜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빌며 기도했다. 2주에 한 번 또는 시간 날 때마다 절에 가서 마음을 수양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를 만들었다.
새 학년이 되어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교우관계는 나아졌지만, 아차! 1학년 때 방황하며 챙기지 못했던 학과 공부가 새로운 독이 되어 성적표에서 뿜어졌다. 처음에는 금방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도전해 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믿기지 않았다. ‘공부는 나한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1학년을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는데!’ 오기가 솟구쳤다.
이번엔 독을 없애기보다 마치 독오른 삵처럼 독기를 품고 밤에 잠도 안 자고 불을 켜고 했다. 그렇게 꾸준히 공부하니 다음 성적표에 적힌 숫자는 전 성적표의 두 배가 넘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너무 기쁘고 노력한 것에 대한 정당한 결과를 얻은 것 같아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그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도 모르게 삼켰던 독까지 모두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괴롭히던 독들이 오히려 나를 성장하게 하고, 무너져 가던 내 삶에 힘이 되어 극복하게 해주던 경험! 나의 그런 경험이 내가 읽은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나는 다시 한번 위로받고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전에 신문에서 아이돌 가수인 장원영 씨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와 ‘초역부처의 말’이란 책들이었다. 가수 장원영 씨는 사랑도 많이 받지만 처음엔 악플에도 정말 많이 시달렸던 가수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 몰래 한 험담이 대부분이었지만 장원영 씨는 전 세계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 부모님의 욕 등 나와는 차원이 다른 욕들을 들었을 거다. 그런데 힘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흔드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평온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 말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었다.
나도 가끔 6.25 참전 병사들의 트라우마처럼 뼛속까지 스며든 나도 모를 우울한 생각들이 남아서 가끔 근육을 통해 살로 꾸물꾸물 기어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럴 때 책이야말로 몸에 남은 독을 가장 안전하게 아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씻어내 주고 나를 건져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밖에 없는데도 읽기 시작하면 마치 가뭄이 든 것 같은 뇌 사이사이 골로 스며 들어와 끼어 있던 시커먼 생각들을 시원하게 씻어내 주는 느낌이다. 어른이 될수록 더 센 독을 가진 것이 언제든지 환절기마다 걸리는 감기처럼 나에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내 독을 씻어내 줄 시원한 책들을 찾아서 올 겨울방학에도 열심히 도서관을 서성거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소개 청소년 인문교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인문·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소양을 높이고 자기 존중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로 제공하는 인문·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입니다.
인문 사업 아카이브
[수기공모전] 다시 만난 책
2026-01-14
이 글은 2025 청소년 '일상 속 인문' 참여 수기공모전 우수상 작품입니다.
한동안 놓고 있던 책에 다시 손대게 되었던 것은 작년 여름부터인 것 같다. 방학 동안 할 게 너무 없었다. 핸드폰을 봐도 재미가 없을 정도였다. 엄마가 정 공부하기 싫으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셨다. 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잔소리를 피하려고 결국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도서관으로 피신했다.
아무 책이나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주위 눈치를 보며 고른 게 하필 몇백 쪽이나 되는 긴 소설책이었다. 시간이나 때우려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엔 지루하던 그 책에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다 읽어갈 즘엔....... 재미있었다. 이렇게까지 긴 책을 읽어본 건 머리털 나고 그때가 처음이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음날 생각해 보니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아파트 안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곳은 어릴 때 엄마가 책 좀 읽으라고 억지로 나를 넣어두었던 작은 감옥 같은 곳이었다. 답답하고 빨리 나가고 싶어 조바심 나던 곳이라 현상 수배범처럼 6년을 피해 다녔던 곳인데 자수하듯이 내 발로 찾아가게 된다니. 초2 때 마지막으로 가고 거의 6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순간 하나도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에 마치 기억 속 비밀 아지트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다. 방학이었는데도 사서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의외로 책이 많았다. 그곳에서 읽은 책은‘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였다. 굉장히 감동적인 내용이어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부끄러워서 꾹 참아냈다.
그다음 날에도 점심을 먹고 도서관이 열리는 2시에 맞춰서 갔다. 그날도 나 혼자였다. 첫날엔 인사만 하시던 사서 아주머니가 둘째 날은 나를 반가워하시며 학생이냐고 물어보시더니 이 책이 학생이 흥미로워할 것 같다며 책 하나를 추천해 주셨다. 낯선 분이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거시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마치 나를 책 좋아하는 책벌레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고 더 의젓하게 행동하려 했던 것 같다. 아주머니가 주신 책은 내게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게 해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꽃님이란 작가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라는 책이었는데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마치 내 주위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에 공감이 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같은 작가의 책을 세 권 연달아 읽어 나갔다.
나는 같은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도 싶었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대로 읽고 ‘내 것’으로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집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이꽃님 작가의 책 한 권을 샀다. 내 용돈으로 옷이나 화장품 말고 만 원 이상을 쓰다니......‘와!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다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책으로 위로받고 마음을 씻어낸 경험이다. 그 책 역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나는 복어’라는 문경민 작가의 책이었는데 엄마가 독을 먹고 자살한다는 내용 자체가 굉장히 극단적이었고 청소년 문학 소설책에서 자살이라 하니 생소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가 빠르게 넘겨졌고, 쉬지도 않고 읽어버렸다.
주인공이 엄마가 독을 먹고 자살한 끔찍한 사건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독기를 가지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두현이를 보면서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현이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든 적이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한창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을 때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겨 몇 명의 친구와 싸우게 되었는데 그 후 나머지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 “장애인은 장애인 화장실에 가야지.”라며 내가 일부러 듣도록 크게 말하고 비웃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큰 양동이 가득 구정물 같은 시꺼먼 독이 머리 위로 첨벙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화장실로 걸어가는 잠깐 사이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고 옷은 축축하게 젖어 독이 숨구멍에 막혀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내 편은 한 명도 없다고 느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학교에 가기가 너무 싫었다.
나는 애도 아니고 중학생이나 되었는데 엄마에겐 아무것도 아닐 이런 일들을 얘기해주고 싶지 않았다. 말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미안했다. 딸이 학교에서 그런 취급 당하는 걸 알면 얼마나 속상해하실까. 그래서 혼자 원만하게 해결해 보려고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참아보려 혼자 발버둥 치다가 한계에 다다랐다. 혼자서 너무 괴로웠다. 상담실에 갈 용기도 없었다. 이런 고민을 나눌 친구도 없었다. 결국 엄마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내 몸 전체에 묻은 독이 씻어내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얘기를 들은 아빠는 절에 가면 마음이 가라앉는다며 힘들어하는 나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하셨다. 못 이기는 척 따라가서 탑도 구경하고 절도 따라서 했다. 절에서 속는 셈 치고 내가 진짜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빌며 기도했다. 2주에 한 번 또는 시간 날 때마다 절에 가서 마음을 수양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를 만들었다.
새 학년이 되어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교우관계는 나아졌지만, 아차! 1학년 때 방황하며 챙기지 못했던 학과 공부가 새로운 독이 되어 성적표에서 뿜어졌다. 처음에는 금방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도전해 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믿기지 않았다. ‘공부는 나한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1학년을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는데!’ 오기가 솟구쳤다.
이번엔 독을 없애기보다 마치 독오른 삵처럼 독기를 품고 밤에 잠도 안 자고 불을 켜고 했다. 그렇게 꾸준히 공부하니 다음 성적표에 적힌 숫자는 전 성적표의 두 배가 넘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너무 기쁘고 노력한 것에 대한 정당한 결과를 얻은 것 같아 기쁨의 눈물이 나왔다. 그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도 모르게 삼켰던 독까지 모두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괴롭히던 독들이 오히려 나를 성장하게 하고, 무너져 가던 내 삶에 힘이 되어 극복하게 해주던 경험! 나의 그런 경험이 내가 읽은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나는 다시 한번 위로받고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전에 신문에서 아이돌 가수인 장원영 씨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와 ‘초역부처의 말’이란 책들이었다. 가수 장원영 씨는 사랑도 많이 받지만 처음엔 악플에도 정말 많이 시달렸던 가수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 몰래 한 험담이 대부분이었지만 장원영 씨는 전 세계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 부모님의 욕 등 나와는 차원이 다른 욕들을 들었을 거다. 그런데 힘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흔드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평온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 말들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었다.
나도 가끔 6.25 참전 병사들의 트라우마처럼 뼛속까지 스며든 나도 모를 우울한 생각들이 남아서 가끔 근육을 통해 살로 꾸물꾸물 기어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럴 때 책이야말로 몸에 남은 독을 가장 안전하게 아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씻어내 주고 나를 건져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밖에 없는데도 읽기 시작하면 마치 가뭄이 든 것 같은 뇌 사이사이 골로 스며 들어와 끼어 있던 시커먼 생각들을 시원하게 씻어내 주는 느낌이다. 어른이 될수록 더 센 독을 가진 것이 언제든지 환절기마다 걸리는 감기처럼 나에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내 독을 씻어내 줄 시원한 책들을 찾아서 올 겨울방학에도 열심히 도서관을 서성거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소개
청소년 인문교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인문·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소양을 높이고 자기 존중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로 제공하는 인문·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입니다.
사업대상 청소년
사업연도 2025년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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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수기공모전] 다시 만난 책'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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