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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음악의 동화(同和) 작용 : 감정의 표현형

2026-01-14

이 글은 2025 청소년 '일상 속 인문' 참여 수기공모전 우수상 작품입니다.


 

나는 언젠가 골목 구석 홀로 훌쩍이던 한 사내를 본 적 있다. 아마 누군가에게 작별을 고했을 테다. 그의 무릎 맡에 놓인 스마트폰에는 윤종신의 <좋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그의 눈시울은 점차 붉어지고 있었다. 음악을 듣는 저 사람의 내면에 얼마나 장대한 사연이 함축되어 있을까. 나는 담배 연기 속 반짝이던 그의 눈망울에서 감정이 음악에 동화(同和)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말하자면, 이 음악이 나고 내가 이 음악인 듯한 순간 말이다. 그러한 동화의 순간이 그 사내만 겪어본 것은 아니었으리라.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나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조심스레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이어폰 스피커는 검정치마의 <Antifreeze> 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념무상으로 거리를 거닐다 한 가사가 귀에 밟혔다.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긴 세월. 사랑. 시간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왜일까. 나는 곧바로 멜로디에 동화되어 <Antifreeze>의 감동과 경쾌함을 머금은 채 현관문 앞에 도달했다. 기묘한 경험이다. 그저 음파들의 모임에 불과한 것이 때로는 이입의 대상이, 때로는 감정의 약발이 된다. 모든 세기, 모든 문화권에서 이 음파 덩어리들은 있었다. 그 어떤 화폐보다도, 그 어떤 전염병보다도 폭넓게. 나는 문득 음악이 주는 이 감정의 동화라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음악은 무엇이기에 우리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여 우리의 감정을 동화시킬까. 나는 곧바로 음악에 몸 좀 담가봤다는 친구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너에게 음악은 뭐냐고. 너는 음악을 대체 왜 하냐고. 그러자 친구가 입을 열었다. “별거 있나. 내 이야기 하려는 거지 뭐. 그것도 멋들어지게.”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가 뱉은 단어 하나하나를 산산이 으깨 식도 아래로 삼켰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달았다.

 

이야기라? 듣고 보면 맞는 말인 듯하다. 모든 음악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서사를 내포하니까. 하지만 왜? 우리에겐 꽤 직설적인 말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다. 굳이 이야기를 멜로디로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언어의 한계를 숙고해 봐야 한다. 우선, 언어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예컨대 기쁘다라는 단어는 기쁜 상태를 지시할 뿐 얼마나 기쁜지, 단순한 쾌락인지, 아니면 숭고한 행복인지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이는 어느 수식어를 갖다 붙이든 마찬가지다. 반면 음악의 파형은 어절의 투박함에서 자유로워 그러한 점들을 한순간에 연속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은 감정을 대할 때 더 직설적이다. 음악은 이에 더해 승화라는 단계를 거친다. 즉 이야기하되 멋들어지게한다. 음악은 단순한 감정 전달이 아니다. 차라리 감정을 소재로 한 예술품에 가깝다. 감정은 음표와 리듬으로 변환되며 아름다움을 잉태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음악 속에서 감정 너머의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음악의 동화 작용은 그렇기에 가능하다. 언어가 단어로써 그 대응물을 지칭하듯 음악은 소리로써 감정을 표현하고 승화한다. 세이킬로스는 비문을 통해 자식을 잃은 슬픔을 지시하고, 베토벤은 <교향곡 9합창’>을 통해 인류애와 화합의 감정을 승화했다. 언어가 일상의 표현형이라면 음악은 감정의 표현형이다. 그렇기에 자아를 지닌 인류는 모든 세기, 모든 장소에서 음악과 함께한 것이다.

 

그래서였다. 그 사내의 눈시울이 짙어진 것이. 내가 <Antifreeze> 속 낯선 감정에 빠져든 것이. 나는 녹차잔을 비우고 카페를 나와 친구와 헤어졌다. 그 깨달음 때문일까. 지금도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면 음악에 동화된 순간을 으레 되새김질하곤 한다.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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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대상  청소년
사업연도  2025년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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