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흔히 중학교 2학년을 두고 ‘중2병’이니 ‘질풍노도의 시기’니 하며 가볍게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저에게 열다섯 살의 매일은 거친 바람보다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늘어난 공부량, 수행평가 점수 1점에 울고 웃는 교실 분위기, 그리고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자꾸만 진로를 정하라는 어른들의 재촉까지. 밤늦게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저는 자주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치 거대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먼지가 된 것처럼 막막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 구석에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얇은 책 한 권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100년 전, 내비게이션도 없이 오직 나침반 하나와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목숨 걸고 밤하늘을 날았던 우편 비행 조종사들의 이야기. 그들의 위태로운 비행은 이상하게도 매일 아침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라는 전쟁터로 향하는 제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단지 편지 몇 통을 전하기 위해 폭풍우 속으로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정해진 답을 찾기 위해 매일 밤 교과서와 씨름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책을 읽을 땐 항공 노선 책임자인 ‘리비에르’라는 인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는 조종사들을 위험한 밤하늘로 내몰고, 날씨가 나빠도 출발을 강행시키며, 작은 실수 하나도 용서하지 않는 냉혹한 독재자 같았습니다. “규칙은 종교의식과 같아서 설명될 수 없지만 사람을 형성한다”라는 그의 말은, 마치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공부만 강요하는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들려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람 목숨보다 규칙이 더 중요한가?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몰아붙이는 걸까?” 하는 반발심이 책을 읽는 내내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저는 리비에르의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뜨거운 고뇌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엄격했던 건 단순히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비행이라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위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하며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제 가슴을 강하게 때린 문장은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험이 두려워서, 실패가 무서워서 늘 ‘적당히’ 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비에르는 인간의 생명보다 더 오래 남는 가치, 즉 우리가 땀 흘려 만들어내는 ‘무언가’를 위해 현재에 몰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인 저에게 주어진 공부와 과제들이, 누군가 시켜서 하는 억지 노동이 아니라 내 미래를 스스로 조각해 나가는 거룩한 과정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제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은 단순히 성적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제련하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소설의 절정에서 조종사 파비앵이 거대한 폭풍우 속에 갇히는 장면은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긴장되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휘몰아치는 비바람, 끊겨버린 교신. 그것은 마치 시험 기간,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좌절했던 제 마음속 풍경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파비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종간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폭풍우를 피해 도망가는 대신, 폭풍우를 뚫고 수직으로 상승하여 기어이 구름 위로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없이 고요하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마주합니다.
그 장면을 읽으며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진짜 용기란 겁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렵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것이구나.’ 파비앵이 폭풍우를 뚫고 올라갔기에 별을 볼 수 있었듯, 저 또한 지금 겪고 있는 이 답답한 수험 생활과 진로의 고민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저만의 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려운 수학 문제나 수행평가 앞에서 “아, 몰라. 포기할래” 하고 도망쳤겠지만, 이제는 파비앵처럼 폭풍우를 뚫고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고통은 나를 괴롭히는 형벌이 아니라, 구름 위의 별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상승 기류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야간비행>은 캄캄한 밤하늘을 헤매던 열다섯 살의 저에게 삶의 좌표를 알려준 등대 같은 책입니다. 책을 덮었다고 해서 제 성적이 마법처럼 오르거나 진로 고민이 싹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제 일상은 시험과 경쟁,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라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둠이 무섭지만은 않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과정 자체가 내 삶을 증명하는 길임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멀리 있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저는 이제 제 인생이라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꽉 잡고, 제 몫의 비행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때로는 난기류를 만나 흔들릴 수도 있고,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날다 보면, 언젠가 저만의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여 찬란한 새벽을 맞이할 것임을 믿습니다. 리비에르의 굳건한 신념과 파비앵의 불굴의 용기를 가슴에 품고, 저는 오늘도 학교라는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합니다.
사업소개 청소년 인문교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인문·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소양을 높이고 자기 존중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로 제공하는 인문·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입니다.
인문 사업 아카이브
[수기공모전] 나의 '야간 비행'
2026-01-14
이 글은 2025 청소년 '일상 속 인문' 참여 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작품입니다.
어른들은 흔히 중학교 2학년을 두고 ‘중2병’이니 ‘질풍노도의 시기’니 하며 가볍게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저에게 열다섯 살의 매일은 거친 바람보다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늘어난 공부량, 수행평가 점수 1점에 울고 웃는 교실 분위기, 그리고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자꾸만 진로를 정하라는 어른들의 재촉까지. 밤늦게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가로등 불빛 아래서 저는 자주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치 거대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먼지가 된 것처럼 막막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 구석에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얇은 책 한 권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100년 전, 내비게이션도 없이 오직 나침반 하나와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목숨 걸고 밤하늘을 날았던 우편 비행 조종사들의 이야기. 그들의 위태로운 비행은 이상하게도 매일 아침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라는 전쟁터로 향하는 제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단지 편지 몇 통을 전하기 위해 폭풍우 속으로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정해진 답을 찾기 위해 매일 밤 교과서와 씨름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책을 읽을 땐 항공 노선 책임자인 ‘리비에르’라는 인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는 조종사들을 위험한 밤하늘로 내몰고, 날씨가 나빠도 출발을 강행시키며, 작은 실수 하나도 용서하지 않는 냉혹한 독재자 같았습니다. “규칙은 종교의식과 같아서 설명될 수 없지만 사람을 형성한다”라는 그의 말은, 마치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공부만 강요하는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들려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람 목숨보다 규칙이 더 중요한가?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몰아붙이는 걸까?” 하는 반발심이 책을 읽는 내내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저는 리비에르의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뜨거운 고뇌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엄격했던 건 단순히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비행이라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위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하며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제 가슴을 강하게 때린 문장은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험이 두려워서, 실패가 무서워서 늘 ‘적당히’ 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비에르는 인간의 생명보다 더 오래 남는 가치, 즉 우리가 땀 흘려 만들어내는 ‘무언가’를 위해 현재에 몰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학생인 저에게 주어진 공부와 과제들이, 누군가 시켜서 하는 억지 노동이 아니라 내 미래를 스스로 조각해 나가는 거룩한 과정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제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은 단순히 성적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제련하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소설의 절정에서 조종사 파비앵이 거대한 폭풍우 속에 갇히는 장면은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긴장되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휘몰아치는 비바람, 끊겨버린 교신. 그것은 마치 시험 기간,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좌절했던 제 마음속 풍경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파비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종간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폭풍우를 피해 도망가는 대신, 폭풍우를 뚫고 수직으로 상승하여 기어이 구름 위로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없이 고요하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마주합니다.
그 장면을 읽으며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진짜 용기란 겁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렵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것이구나.’ 파비앵이 폭풍우를 뚫고 올라갔기에 별을 볼 수 있었듯, 저 또한 지금 겪고 있는 이 답답한 수험 생활과 진로의 고민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저만의 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려운 수학 문제나 수행평가 앞에서 “아, 몰라. 포기할래” 하고 도망쳤겠지만, 이제는 파비앵처럼 폭풍우를 뚫고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고통은 나를 괴롭히는 형벌이 아니라, 구름 위의 별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상승 기류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야간비행>은 캄캄한 밤하늘을 헤매던 열다섯 살의 저에게 삶의 좌표를 알려준 등대 같은 책입니다. 책을 덮었다고 해서 제 성적이 마법처럼 오르거나 진로 고민이 싹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제 일상은 시험과 경쟁,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라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둠이 무섭지만은 않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과정 자체가 내 삶을 증명하는 길임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멀리 있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저는 이제 제 인생이라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꽉 잡고, 제 몫의 비행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때로는 난기류를 만나 흔들릴 수도 있고,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날다 보면, 언젠가 저만의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여 찬란한 새벽을 맞이할 것임을 믿습니다. 리비에르의 굳건한 신념과 파비앵의 불굴의 용기를 가슴에 품고, 저는 오늘도 학교라는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합니다.
사업소개
청소년 인문교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인문·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소양을 높이고 자기 존중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로 제공하는 인문·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입니다.
사업대상 청소년
사업연도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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