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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국경을 넘어 같은 아픔을 지닌 우리들의 소통, 그리고 공감

2026-01-15

이 글은 2025 청소년 '일상 속 인문' 참여 수기공모전 대상 작품입니다.


 

 

제주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푸른 바다, 드높은 한라산, 달콤한 감귤을 떠올릴 것이다. 혹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주 배경의 드라마폭싹 속았수다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2025년의 제주는 이렇듯 아름답고 따스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77년 전 이 땅에서는 역사적으로 매우 비극적이고 참혹한 제주 4.3’이 발생했다. 너무나 참혹하여 사건이라는 단어도 붙이지 않는 제주 4.3은 누군가에겐 여전히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아픔이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책임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까. 담임선생님께서 무명천 할머니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셨다. 제주 4.3 당시 어린 나이에 총을 맞아 턱을 잃고 그 이후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살아가셨던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왜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은 곧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누구의 잘못일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답을 단정할 수 없는 그 질문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 안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한 목소리로 알아달라고, 기억해달라고 나를 붙들었다.

 

중학생이 된 뒤, 나는 좋은 기회로 중국 난징의 학생들과 국제 교류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난징이라는 지명조차 낯설었다. 그러나 교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난징이라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점차 알아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제주의 학생들이 가장 주목했던 것은 바로 난징대학살이었다. 난징의 역사 중 가장 아픈 역사인 난징대학살은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당했다는 점, 여전히 진실을 묻고 기록을 모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제주 4.3과 너무나 많이 닮아있었다

 

난징의 학생들도 제주에 대해 알아보며 제주 4.3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우리가 난징으로 가기 전, 난징 학생들이 먼저 제주에 왔고, 4.3 평화 기념관에서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조를 짜서 4.3 평화 기념관을 둘러보며 제주 4.3을 난징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한국어와 중국어, 그리고 어설픈 영어를 섞어가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하고, 서로의 아픔의 닮은 점을 공유하며 제주 4.3과 난징대학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로는 말이 어긋나기도 하고 내가 공유하고자 하는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지만 최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하고 내 생각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진정한 소통의 자세라는 것을 나는 그때 배웠다.

 

그다음은 우리가 난징을 찾을 차례였다. 우리는 제주에서 그랬듯 난징 학생들과 함께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방문했다. 방문 전에도 난징대학살에 대해 미디어나 사진을 통해서 알아보고 난징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 나라의 땅을 직접 밟고, 공기를 마시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전혀 다른 울림을 주었다. 난징의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추모하고 그들의 예절과 문화를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분노와 아픔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감정은 내가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와 정확히 겹쳤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몸소 느꼈다. 민족이 달라도, 국가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타인의 일을 나의 일처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인류애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며, 타인의 아픔을 나의 일처럼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일상 속 인문 정신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징 학생들과의 교류는 나의 시야를 매우 확장해 주었다. 나의 고향 제주의 아픔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이웃 국가의 비슷한 아픔을 알려주었고 국가와 문화가 달라도 나의 일처럼 공감할 수 있으며, 서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자세 그 자체가 소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교류 이후, 어린 시절부터 내 안에서 나를 붙들었던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누구의 잘못일까?’ 등의 추상적인 물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난 배경은 너무나 복합적이라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답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존재했다. 지구촌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그 물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나는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제주 4.3, 난징대학살과 같은 인류의 아픔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우리가 모두 가져야 할 인문 정신이며,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인문교실 로고

 

 

 

 

 

 


 

사업소개
청소년 인문교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인문·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소양을 높이고 자기 존중감과 공동체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강원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로 제공하는 인문·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입니다.

사업대상  청소년
사업연도  2025년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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