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에서는 오래된 지하철역의 벽이,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집안의 오래된 옷장이 새로운 세계로 풍덩 빠져드는 통로가 됩니다. 세계의 ‘틈’을 탐험하며 우리가 몰랐던 일을 알게 되는 것은 흥미로운 과정이지요. 우리가 지나치는 많은 공간 중에서도 이렇게 틈이 되는 공간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철학과 취향을 공들여 쏟아부은 장소는 하나의 틈이 됩니다. 그 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쩐지 남 같지 않게 느껴지고요.
거리에는 너무 많은 것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대부분을 스윽 지나쳐버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작고 평범한 곳이라고 해도 그곳에는 참으로 무수한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담겨있겠지요. 조용히 문을 열고 그 속에 숨어있을 아름다움을 누려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북극서점 주변에 숨어있는 공간이 궁금해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인천 인문지도 by 인천 스펙타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인천 부평구
어린 시절 저에게 부평구는 복잡하고 휘황한 번화가였습니다. 세계 최다 점포 수로 2014년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넓은 지하상가와 인천에서 가장 큰 부평시장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부평구도 동인천과 마찬가지로 낡고 오래된 원도심의 색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부평구 곳곳에는 시간여행을 하는 듯 오래된 가게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너무 오래돼서 나름의 개성을 지니게 된 가게
부평구는 ‘부평 미군기지’라는 씁쓸하고 굵직한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광복 후 대한민국 최초로 ‘에스컴’이라는 미군기지가 생겼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더욱 번화하기도 하고, 피폐해지기도 했지요. 이제는 반환이 결정되어 내년에는 미군기지가 공원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많기에,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군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부평구는 과거에 로큰롤과 스윙재즈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크고 작은 클럽과 바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고 한국에 최신 음악을 소개하는 통로가 되었어요.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는 ‘음악 도시 부평’이라는 이름으로 부평구 이곳저곳에서 음악 사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크고 작은 음악 행사들이 성황리에 열렸어요.
소박한 동네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아름다움, 별 간판
이런 큰 흐름과 상관없이 저희 서점이 위치한 곳 주변은 사실 한산하기만 합니다. 손으로 그린 간판이 달린 ‘유일전자’에서 텔레비전을 수리하고, ‘까꼬뽀꼬 미용실’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머리를 까꼬뽀꼬 계십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자신은 절대 점쟁이가 아니라 철학을 하고 계신다며 열심히 점을 봐주셨던 성불사 철학관 할머니, 작고 낮은 지붕 아래에서 한복을 수선하는 아주머니, 철공소 아저씨가 저희의 이웃입니다. 조금 더 찾아보면 소박하고 우아한 카페와 미국인 쉐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등 멋진 장소가 많지만 그런 곳들을 볼 때마다 ‘아니, 여기에 왜 이런 곳이!’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인천 인문지도 by 북극서점
2018-03-28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오래된 지하철역의 벽이,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집안의 오래된 옷장이 새로운 세계로 풍덩 빠져드는 통로가 됩니다. 세계의 ‘틈’을 탐험하며 우리가 몰랐던 일을 알게 되는 것은 흥미로운 과정이지요. 우리가 지나치는 많은 공간 중에서도 이렇게 틈이 되는 공간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철학과 취향을 공들여 쏟아부은 장소는 하나의 틈이 됩니다. 그 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쩐지 남 같지 않게 느껴지고요.
거리에는 너무 많은 것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대부분을 스윽 지나쳐버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작고 평범한 곳이라고 해도 그곳에는 참으로 무수한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담겨있겠지요. 조용히 문을 열고 그 속에 숨어있을 아름다움을 누려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북극서점 주변에 숨어있는 공간이 궁금해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인천 인문지도 by 인천 스펙타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인천 부평구
어린 시절 저에게 부평구는 복잡하고 휘황한 번화가였습니다. 세계 최다 점포 수로 2014년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넓은 지하상가와 인천에서 가장 큰 부평시장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부평구도 동인천과 마찬가지로 낡고 오래된 원도심의 색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부평구 곳곳에는 시간여행을 하는 듯 오래된 가게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너무 오래돼서 나름의 개성을 지니게 된 가게
부평구는 ‘부평 미군기지’라는 씁쓸하고 굵직한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광복 후 대한민국 최초로 ‘에스컴’이라는 미군기지가 생겼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더욱 번화하기도 하고, 피폐해지기도 했지요. 이제는 반환이 결정되어 내년에는 미군기지가 공원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많기에,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군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부평구는 과거에 로큰롤과 스윙재즈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크고 작은 클럽과 바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고 한국에 최신 음악을 소개하는 통로가 되었어요.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는 ‘음악 도시 부평’이라는 이름으로 부평구 이곳저곳에서 음악 사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크고 작은 음악 행사들이 성황리에 열렸어요.
소박한 동네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아름다움, 별 간판
이런 큰 흐름과 상관없이 저희 서점이 위치한 곳 주변은 사실 한산하기만 합니다. 손으로 그린 간판이 달린 ‘유일전자’에서 텔레비전을 수리하고, ‘까꼬뽀꼬 미용실’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머리를 까꼬뽀꼬 계십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자신은 절대 점쟁이가 아니라 철학을 하고 계신다며 열심히 점을 봐주셨던 성불사 철학관 할머니, 작고 낮은 지붕 아래에서 한복을 수선하는 아주머니, 철공소 아저씨가 저희의 이웃입니다. 조금 더 찾아보면 소박하고 우아한 카페와 미국인 쉐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등 멋진 장소가 많지만 그런 곳들을 볼 때마다 ‘아니, 여기에 왜 이런 곳이!’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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