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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인문지도 by 동아서점

2017-01-17

속초 인문지도 by 이수현 : 1 동아서점, 2 도자기별, 3 커피벨트, 4 중앙시장, 5 완벽한 날들

속초 인문지도 by  이수현 


북한에서 되찾은 땅 '수복로'  

동아서점은 수복로에 있습니다. 속초는 1945년에 38선이 생길 때 북한땅이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남한땅이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되찾은 땅이라고 해서 속초에서는 ‘수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입니다. 서점이 있는 ‘수복로’도 되찾은 길이라는 의미이죠. 속초에는 실향민이 많이 삽니다. 

‘수복기념탑’은 실향민의 애절한 마음과 통일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어요. 수복로에서 동해로 나가면, 한국전쟁 때 국군을 따라 내려왔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청호동’이 나옵니다. 2016년 12월에 실향민에 관한 작품을 전시하는 아트플랫폼 ‘갯배’가 생겼어요.

수복로는 일제강점기에 기찻길이었습니다. 그 후 버려졌고, 제대로 건물이 들어서지 못해 무허가 건물들이 늘어선 빈민촌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에 철도를 걷고 새로 도로를 냈습니다. 오늘의 수복로는 옛집의 고즈넉한 느낌과 현대식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문화가 꿈틀댑니다. 

 

1 동아서점 -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1956년에 동아문구사라는 이름으로 할아버지가 시작하셨어요. 당시에는 책방 겸 문구사였습니다.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동아일보사 강원지부에서 기자로 근무하셨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동아출판사 참고서 대리점을 겸하셨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70년대에 학업을 중단하고 속초로 내려와 생업 전선에 뛰어드셨어요. 형제 많은 집 장남이셨거든요. 아버지가 서점을 맡으면서 이름을 ‘동아서점’으로 바꾸셨습니다. 문구 판매는 중단하고 책만 팔기 시작했어요. 

속초 동아서점의 초기 모습

속초 동아서점의 초기 모습

80~90년대는 서점의 호황기였습니다. 저도 어릴 적 손님 많던 서점을 기억해요. 매 학기 초에는 바닥에 학교별 참고서를 쌓아 두고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와 계산하고 사 갔을 정도였죠. 90년대는 만화 주간지의 전성기였어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손님들이 아이큐, 소년 챔프 등 주간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사 갔습니다. 

2000년대에 온라인 서점이 들어서면서부터 서점 운영이 어려워졌어요. 오프라인 서점의 불황기가 시작됐죠. 아버지에게 서점 문 그만 닫으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매장을 키우는 확장 이전을 선택하셨습니다. 2015년 1월에 옛 속초중학교 자리로 이전했어요. 

문 닫자면서도 내심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저는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서점 운영을 맡았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책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낭만적인 생각은 출근하자마자 무너졌어요. 서점 운영은 책 정리의 연속입니다. 100평 공간의 단행본을 저 혼자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주일에 신간이 1,200종 출시됩니다. 그 중에 일부를 골라와 매주 새 책과 기존 책을 교체합니다. 판매되는 책들도 계속 채워 넣어야 하고요. 


속초 동아서점에서 김영건 팀장

속초 동아서점에서 김영건 팀장

 

책 진열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이 위기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서점은 지금껏 상품을 사고 싶도록 진열하는 데 무관심했다는 반성을 했어요. 그래서 책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진열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습니다. 서가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서점 업계에서는 편집 진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사회 이슈나 출간 경향 등을 고려해 테마를 정하고 책을 선별해 진열합니다. 예컨대 작가의 별세 소식이 있으면, 작가의 생전 작품을 모아 진열하는 거죠.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손님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책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요. 

손님들도 편집 코너를 좋아합니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테마가 바뀌면, 서점을 둘러 보는 재미가 있죠. 제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책을 손님들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만족하실 때, 내가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속초 동아서점 서가 위 놓여진 책

속초 동아서점 서가 위 놓여진 책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책방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동아서점은 앞으로도 종합서점을 지향하려고 해요. 작고 전문화된 서점은 고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데, 저희는 전 연령대 손님이 모두 방문해요. 눈이 침침해서 돋보기 빌려 달라는 할아버지, 뽀로로 스티커는 없냐고 묻는 아이, 저보다 신간 정보를 더 꿰차고 있는 애서가, 출간되지 않는 삼중당 세계문학 문고본을 찾는 손님도 있죠. 

재래시장처럼 남녀노소 다양한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에 활기가 넘칩니다. 편히 앉아 책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고, 저자 강연회, 북토크, 독서 모임 등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요.

 

속초 동아서점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주요 인문활동: 저자 강연회, 독서 모임, 콘서트 | 무선인터넷: 무료 WIFI 제공 | 좌석 수: 30석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8 | 영업시간: 09:00-21:30 | 전화번호: 032-632-1555 | 이메일: duh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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