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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친구가 되는 여행

‘2018 근대를 걷다 대전 근대 역사 투어’

인문쟁이 양재여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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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대전의 오늘과 어제를 걷다

 

[2018 근대를 걷다. 대전 근대 역사 투어]는 오랜 시간 시민들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대전의 과거를 훑는다. 뚜벅뚜벅 걸어서 20세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투어는 구) 충남도청과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을 시작으로 충남도지사 공관과 관사촌, 장수 타일 전문점, 철도 관사촌, 대전역 철도보급창고, 중앙시장, 다비치 안경원 대전 역전점, 목척교, 삼성화재 대흥동 지점을 지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2018 근대를 걷다. 대전 근대 역사 투어

▲ 2018 근대를 걷다. 대전 근대 역사 투어

 

 

ㅣ도시, 대전의 시작

 

대전은 대전천, 갑천, 유등천 3개의 하천이 흘러가는 도시이다. 과거엔 비가 많이 오면 이 하천들이 범람하는 일이 잦아 도시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1900년대 경부선과 대전역의 개통으로 일제의 행정구역이 통폐합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대전역이 설치되면서 100여 명의 일본군인 및 경관과 88명의 이민자가 정착하여 1909년경에는 일본인이 2,500여 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대전은 모든 육로의 중심이 되어 근대도시로 성장해 갔다. 다시 말해, 대전은 일본인들을 통해 형성된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전면에 동그라미가 대전역이다. 구) 충남도청에서 바라본 대전역

▲ 전면에 동그라미가 대전역이다. 구) 충남도청에서 바라본 대전역

좌) 한국전쟁과 대전 전시 모습, 우) 대전 역전 지하상가 트레일ZONE

▲ 대전은 철도가 개통되면서 근대도시로 급성장하였다.

 

 

ㅣ어느 부자의 욕심, 충남도청

 

충남도청은 원래 공주에 있다가 대전으로 옮겨 왔다. ‘공주 갑부’로 유명했던 김갑순이 부지를 일본에 헌납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갑순의 땅을 밟지 않고는 대전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전 은행동 일대의 땅은 김갑순의 땅이었다. 김갑순은 도청 이전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노리고 땅을 기부했는데, 실제로 도청 이전 후 주변 땅값이 1만 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구) 충남도청

▲ 구) 충남도청

좌측 상단, 좌측 하단- 구) 충남도청의 일본 총독부 마크, 우측 상단-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마크, 우측 하단-아치형 현관

▲ 구) 충남도청의 일본 총독부 마크와 아치형 현관

 

구) 충남도청은 대전에 남은 근대 관공서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 중에 도청사의 원형을 간직한 몇 안 되는 곳으로, 1920년대에서 30년대의 건축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등록문화재 제18호로 등록된 이곳은 곳곳에 일본 왕과 왕실을 상징하는 총독부 마크가 그대로 남아있다. 

 

 

ㅣ아픔의 기록,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

 

구) 충남도청 본관은 현재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사용되며, 이곳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까지 100여 년의 기록이 담겨있다. 특히 대전 형무소에 있던 사상범 4,500명을 골령골에서 3개월에 거쳐 사살한 기록이 인상에 남는다. 사상범 중에 얼굴이 나온 사진은 딱 한 장 뿐이었는데, 이것을 본 어느 할머니가 ‘우리 아버지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사살된 시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인 인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사진으로나마 아버지를 찾고자 했던 그 마음이 어떨까 싶어 안타깝고 애잔하다.

 

골령골 희생자들 중에서 얼굴이 찍힌 사진과 아버지임을 증거하는 할머니 사진

▲ 골령골 희생자들 중에서 얼굴이 찍힌 사진과 아버지임을 증거하는 할머니 사진

 

 

ㅣ공개된 비밀의 정원, 충남도지사 공관과 관사촌

 

충남도지사 공관과 관사촌은 2014년, 83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그동안 열리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곳을 비밀의 정원이라 부르기도 했다. 붉은 벽돌로 세워진 건물은 일본식 주거 형태와 근대 서양식 공간 배치를 보여주어 등록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의 아픈 사연이 담겨있다. 한국전쟁 발발로 이승만 대통령은 대구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대전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 충남도지사 공관이 정부청사로 사용되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재한 미국 군대의 관할권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을 체결했다. 한국군의 지휘권을 UN(미군이 중심)에 맡긴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쟁의 역사를 말할 때 이곳은 빼놓을 수 않고 등장하는 곳이 되었다. 

 

충남도지사 공관

▲ 충남도지사 공관

 

 

ㅣ과거를 묻고 새로운 모습으로, 장수 타일 전문점

 

수 타일 전문점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의 옛 건물로 현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제가 조선의 자원과 토지를 수탈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던 기관이다. 대전을 비롯해 총 9개의 지점을 두고 있었는데, 현재는 대전, 부산, 목포 3개의 지점건물만 남아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은 대전역에서 원동네거리를 지나 10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있다. 1층은 전면부는 원형이 많이 변형되어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건립 당시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되었다. 이 건물의 지붕 중앙부에 태양문양의 장식물을 통해 이 건물이 식민지 착취의 기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장수 타일전문점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의 옛 건물로 현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빨간색 원이 지붕 중앙부에 태양문양 장식이다.

▲ 장수 타일전문점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의 옛 건물로 현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빨간색 원이 지붕 중앙부에 태양문양 장식이다.

 

 

ㅣ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철도 관사촌

 

소제동 철도 관사촌은 대전역이 정식 개통되면서 일본인들이 자리 잡고 살아 일제식 목조건물들이 다수 남아있다. 소제동은 소제호라는 큰 호수가 있었는데, 대전역 일대가 개발되면서 매립됐다. 

 

소제동 골목길: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젠 이런 골목 찾기도 쉽지 않은 곳이 되었다.

▲ 소제동 골목길: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젠 이런 골목 찾기도 쉽지 않은 곳이 되었다. 

 

소제동을 골목골목 걷다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느 집 앞의 계단은 너무 높아 아이들이 미끄럼틀로 사용해 엉덩이 길이 나 있었다. 아직도 있는 나무 전신주를 연신 쳐다보는 신기함도 있다. 소제동은 소제 창작촌 등 지역예술가들의 레지던시와 해외작가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마을이기도 하다. 

 

아이들 미끄럼틀이 되어준 계단

▲ 아이들 미끄럼틀이 되어준 계단 

 

소제동 창작촌과 나무 전신주

▲ 소제동 창작촌과 나무 전신주

 

목조로 된 대전역 철도보급창고는 1950년대의 목조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근대창고건물이다. 철도보급창고를 지나 대전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전발 0시 50분 가사로 유명한 가수 조용필의 노래 ‘대전 블루스’의 상징인, 대전역의 가락국수를 먹으며 그 시절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목조로 된 대전역 철도보급창고, 근대로의 여행 중 코스별 문제에 답을 맞히면 스탬프를 찍어 준다. 대전역에서 먹는 가락국수

▲ 목조로 된 대전역 철도보급창고, 근대로의 여행 중 코스별 문제에 답을 맞히면 스탬프를 찍어 준다. 대전역에서 먹는 가락국수

 

ㅣ사라지지 않는 전쟁의 상흔, 다비치 안경원 대전역점

 

다비치 안경원 대전역점은 일제강점기 1906년에 설립된 '조선식산은행'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19호이다. '조선식산은행'은 조선인들의 토지와 자본을 착취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대전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대다수가 상공업 종사자로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 은행을 통해 대전의 금융권을 장악했다. 원래 이 자리는 조선의 민족자본 은행 '한성은행'이었으나 일본 자본에 밀려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다비치 안경원도 한국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건물 하단에 보면 아직도 총탄이 맞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무심코 지나쳤을 땐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아픔까지 전해졌다. 

 

다비치 안경원 대전역점, 빨간 동그라미는 한국 전쟁의 총탄 자국이다.

▲ 다비치 안경원 대전역점, 빨간 동그라미는 한국 전쟁의 총탄 자국이다.

 

목척교를 지나 출발지에서 2018 근대를 걷다 [대전 근대 역사투어]를 마치고 나니 대전은 이제 내가 알던 대전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해온 친구가 되었다. 이제 나는 대전과 함께 비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 그 아픔을 품고, 토닥이고 더 이상 이젠 아픔이 없는 활짝 웃는 대전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나무 줄기세포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 나무 줄기세포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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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양재여
인문쟁이 양재여

2019 [인문쟁이 4기, 5기]


대전의 골목 골목을 거닐고 대전의 잊혀져가는 곳을 기록하고 대전의 축억을 기록하는 대전을 사랑하는 아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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