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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낭독자들] 8회 - 김겨울 작가

독서가의 밑줄 긋기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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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낭독자들'은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실시간 OTT 라이브 방송으로 문화 예술계의 다양한 명사가 낭독자로 출연해, 직접 선정한 문장을 낭독하고 국민의 사연을 통해 진솔한 소통을 나눕니다.

 

 

한밤의 낭독자들 8회차 

 

주제 : 독서가의 밑줄 긋기

낭독자 : 김겨울 작가/유튜버

낭독 책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주요 낭독 문구

 

머지않아 순식간에 너는 재나 유골이 될 것이며, 이름만, 아니 이름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이름은 공허한 소리나 메아리에 불 과하다. 살아 있는 동안 높이 평가받던 것들도 공허해지고 썩고 하찮아지며, 서로 물어뜯는 강아지들이나 금방 웃다가 금방 울음을 터뜨리는 앙살스러운 아이들과 같다. 그러나 성실과 염치와 정의와 진리는 길이 넓은 대지에서 올륌포스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너를 이 세상에 붙잡아두는가? 만약 감 각의 대상들이 쉬이 변하고 안정성이 없다면, 우리의 감각기관들이 불확실하고 쉬이 오도된다면, 가련한 혼 자체가 피의 증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면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멸이 됐든 이주가 됐든 담담하게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때가 올 때까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겠는가? 신들을 공경하고 찬양하는 것,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사람들을 참고 견디거나' '멀리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가련한 육신과 호흡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네 것이 아니며 너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 

_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낮게 난간이 둘려져 있는 이 진열실들 사이에는 거대한 통풍 구멍들이 나 있다. 그 어떤 육각형 진열실에서도 끝없이 뻗어 있는 모든 위층들과 아래층들이 훤히 드러나보인다. 진열실들의 배치 구도는 일정하다. 각 진열실에는 두 면을 제외하고 각 면마다 다섯 개 씩 모두 스무 개의 책장들이 들어서 있다. 책장의 높이는 각 층 의 높이와 같고, 보통 체구를 가진 도서관 사서의 키를 간신히 웃돌 정도이다. 책장이 놓여 있지 않는 두 면들 중의 하나는 비좁은 현관으로 통해 있다. 그 현관은 모두가 똑같은 형태와 크기를 가진 다른 진열실로 연결되어 있다. 현관의 왼편과 오른편에는 각기 아주 작은 방이 하나씩 있다. 하나는 서서 잠을 자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용변을 보는 곳이다. 현관에는 나선형 계단이 나 있는데 계단은 아득하게 위아래로 치솟거나 내려가 있 다. 현관에는 거울 하나가 있다. 그 거울은 겉모양을 충실하게 복제한다. 사람들은 이 거울을 통해 〈도서관》은 무한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만일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이 환영 같은 복제는 왜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그 반짝거리는 표면이 무한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확증시켜 준다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빛은 등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 개의 둥근 과일들로부터 유래한다. 각 육각형마다 서로 교차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등이 있다. 등들이 발하는 불빛은 충분치 않으나 꺼지지 않고 항상 켜 있다. 

_ 보르헤스, '픽션들' <바벨의 도서관> 

 

 

하지만 시도 언젠가는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단순한 생리적 분비 현상으로 연구되리라. 과학은 모든 면에서 인간을 제압하고 있다. 오직 바다만을 친구로 삼고, 페루 해변의 모래언덕 위에 있는 카페의 주인이 되는 데에도 설 명이 있을 수 있다. 바다란 영생의 이미지, 궁극적인 위안과 내 세의 약속이 아니던가? 조금 시적이긴 하지만……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터.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머잖아 학자들은 영혼의 정확한 부피와 밀도와 비상 속도를 계산해낼 것이다. 유사 이래 하늘로 올라간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울어 마땅하다.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원이 낭비된 것일까. 영혼이 승천하는 순간 그 에너지를 잡아둘 수 있는 댐을 건설했다면, 지구 전체를 밝힐 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었으리라. 머잖아 인간은 송두리째 활용되리라.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꿈들이 전쟁과 감옥을 만드는 데 이미 쓰이지 않았던가. 

_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한밤의 낭독자들'은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실시간 OTT 라이브 방송으로 문화 예술계의 다양한 명사가 낭독자로 출연해, 직접 선정한 문장을 낭독하고 국민의 사연을 통해 진솔한 소통을 나눕니다.

 

 

한밤의 낭독자들 8회차 

 

주제 : 독서가의 밑줄 긋기

낭독자 : 김겨울 작가/유튜버

낭독 책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주요 낭독 문구

 

 

머지않아 순식간에 너는 재나 유골이 될 것이며, 이름만, 아니 이름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이름은 공허한 소리나 메아리에 불 과하다. 살아 있는 동안 높이 평가받던 것들도 공허해지고 썩고 하찮아지며, 서로 물어뜯는 강아지들이나 금방 웃다가 금방 울음을 터뜨리는 앙살스러운 아이들과 같다. 그러나 성실과 염치와 정의와 진리는 길이 넓은 대지에서 올륌포스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너를 이 세상에 붙잡아두는가? 만약 감 각의 대상들이 쉬이 변하고 안정성이 없다면, 우리의 감각기관들이 불확실하고 쉬이 오도된다면, 가련한 혼 자체가 피의 증기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면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멸이 됐든 이주가 됐든 담담하게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때가 올 때까지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겠는가? 신들을 공경하고 찬양하는 것,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 사람들을 참고 견디거나' '멀리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가련한 육신과 호흡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네 것이 아니며 너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 

_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낮게 난간이 둘려져 있는 이 진열실들 사이에는 거대한 통풍 구멍들이 나 있다. 그 어떤 육각형 진열실에서도 끝없이 뻗어 있는 모든 위층들과 아래층들이 훤히 드러나보인다. 진열실들의 배치 구도는 일정하다. 각 진열실에는 두 면을 제외하고 각 면마다 다섯 개 씩 모두 스무 개의 책장들이 들어서 있다. 책장의 높이는 각 층 의 높이와 같고, 보통 체구를 가진 도서관 사서의 키를 간신히 웃돌 정도이다. 책장이 놓여 있지 않는 두 면들 중의 하나는 비좁은 현관으로 통해 있다. 그 현관은 모두가 똑같은 형태와 크기를 가진 다른 진열실로 연결되어 있다. 현관의 왼편과 오른편에는 각기 아주 작은 방이 하나씩 있다. 하나는 서서 잠을 자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용변을 보는 곳이다. 현관에는 나선형 계단이 나 있는데 계단은 아득하게 위아래로 치솟거나 내려가 있 다. 현관에는 거울 하나가 있다. 그 거울은 겉모양을 충실하게 복제한다. 사람들은 이 거울을 통해 〈도서관》은 무한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만일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이 환영 같은 복제는 왜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그 반짝거리는 표면이 무한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확증시켜 준다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빛은 등이라는 이름을 가진 몇 개의 둥근 과일들로부터 유래한다. 각 육각형마다 서로 교차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등이 있다. 등들이 발하는 불빛은 충분치 않으나 꺼지지 않고 항상 켜 있다. 


_ 보르헤스, '픽션들' <바벨의 도서관> 

 

 

하지만 시도 언젠가는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단순한 생리적 분비 현상으로 연구되리라. 과학은 모든 면에서 인간을 제압하고 있다. 오직 바다만을 친구로 삼고, 페루 해변의 모래언덕 위에 있는 카페의 주인이 되는 데에도 설 명이 있을 수 있다. 바다란 영생의 이미지, 궁극적인 위안과 내 세의 약속이 아니던가? 조금 시적이긴 하지만……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터.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머잖아 학자들은 영혼의 정확한 부피와 밀도와 비상 속도를 계산해낼 것이다. 유사 이래 하늘로 올라간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울어 마땅하다.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원이 낭비된 것일까. 영혼이 승천하는 순간 그 에너지를 잡아둘 수 있는 댐을 건설했다면, 지구 전체를 밝힐 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었으리라. 머잖아 인간은 송두리째 활용되리라.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꿈들이 전쟁과 감옥을 만드는 데 이미 쓰이지 않았던가. 

_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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