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낭독자들] 2회

[한밤의 낭독자들] 2회 - 박준 시인

침묵과 말,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에 대해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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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밤의 낭독자들 이해 낭독을 맡은 저는 시 쓰는 박준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고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한밤의 낭독자들은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 운영하는 인문 360도에서 우리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그런 소통 인문 콘텐츠입니다.
지금 인스타그램 그리고 공식 유튜브 인문 360도 공식 유튜브를 통해서 보실 수 있는데요.
반갑습니다. 이 기획은 앞으로 두 달 동안 낭독자들이 한 명씩 등장합니다.
나를 위로하는 문장 이런 주제를 들고 나올 텐데요.
직접 선별한 문장을 가져와서 읽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제가 첫 번째는 아니었고요. 지난 1회 정지우 작가님 나오셨는데요.
저도 이렇게 조용히 봤어요. 그래서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말씀들을 해주셨는데요.
누가 한 기획인지 제가 말씀드렸죠.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고 어두운 겨울밤에 누군가는 책을 읽고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왜 낮에 그 많던 새들은 어디 있을까요? 어디에서 바람을 피할까요? 아마 숲이나 나무 에게 갔을 텐데요.
아마 이 시간이 그렇게 우리가 지친 몸과 마음을 잠깐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혼자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채팅창으로 이야기 남겨주고 계세요.
네 반갑습니다. 목소리 좋으시다. 반갑습니다.
저 혼자 얘기하면 외롭잖아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숲에는 새들이 모여야 되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말씀 오늘 어떻게 보내셨는지 저녁에 뭐 드셨는지 이런 거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낯설면서 낯설지 않은 게 아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3년 동안 밤 12시부터 심야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어요.
그러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듣는 분들이 어떤 어떤 말씀들을 해주시는 것을 소개도 하고 혹은 저도 읽고 그렇게 진행이 되는데 하나 재밌는 게 있습니다.
어쨌든 방송 시작하기 전에는 막 준비를 해 가요. 오늘은 2시간 동안 이별과 시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그러면 막 대본도 쓰고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제가 경험했던 이별과 실현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그러다가 그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이 갑자기 요즘 고구마 맛있다라고 하잖아요.
그럼 다 고구마 이야기만 하십니다. 지금도 이다슬 님께서 어묵탕과 새송이버섯전을 드셨다고 했는데요.
그럼 이제 그렇게 이 이야기가 즐겁죠 어떤 이야기든지 자유롭게 나눠주시고요.
또 질문 있으면 질문 있으면 남겨 주시면 제가 중간중간 보면서 소화를 하겠습니다.
그 나를 위로하는 문장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있어요.
솔직히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누군가를 위로를 전하겠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쓰는 글은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어떤 문장을 쓸 때 이게 아주 감사하게도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내 얘기 같다 혹은 내 얘기 같지는 않지만 공감 간다 위로가 된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건 너무나 좋고 감사한 일이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가장 먼저 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먼저 화해를 해야 무엇을 쓸 수 있고요.
그러고 나서 타인에게 나갈 수 있죠. 저도 또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로서 경험을 하자면 어떤 문장을 보고 위로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재밌는 건 어느 순간에는 큰 위로가 됐는데 또 어떤 순간에 그 책을 펴보면 어디 가지 않고 그 문장이 그대로 거기 머물러 있잖아요.
책의 문장들이 지워지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 순간은 위로가 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약간 몸이 건조하게 다가옵니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
내가 메마른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 내가 요즘 살만하구나 그때는 이 문장을 보고 눈물부터 터졌었는데 지금은 별 감흥이 없는데 내가 요즘에 좋구나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혹은 때때로를 넘어서 더 자주 자주 저에게 위안을 전해주는 그런 작품 속 문장들을 골랐는데요.
첫 번째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이 이 침묵의 세계라는 책입니다.
막스피카르트의 책이고요. 침묵이라는 것 침묵 아시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조용히 해라고 혹은 주먹 정숙 합 이러면 이제 침묵을 딱 지키는데 이때 침묵입니다.
말을 하다 멈출 때 침묵. 그런데 이 단순한 개념의 침묵은 아니고요.
이 한 권을 통틀어서 침묵이 무엇인지를 규명해냈습니다.
말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책들은 그간 무수히 많았지만 침묵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책.
저도 이 책을 마음이 시끄러울 때마다 자주 읽는데요.
그중에 한 대목을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침묵의 모습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
침묵이란 그저 인간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폭이 그 이상일 것이며,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면 스스로 옮아갈 수 있는 어떤 상태 그 이상일 것이다.
말이 끝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 때문에 침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뿐이다. 침묵은 하나의 독자적인 현상이다.
침묵은 말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이며 침묵은 말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형성한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침묵은 인간의 근본 구조에 속한다.
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다. 제가 중간중간 빼내어서 읽어봤는데요.
그 침묵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어색한 거, 불편한 거 혹은 좀 신중하고 근엄한 것이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역시 그랬죠. 저는 아시다시피 수다가 많아서
침묵을 좀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제가 어떤 계기로 이 침묵과 친해졌냐면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그 연구실이라고 하죠.
그분이 늘 열려 있었어요. 이상하다. 왜 저 문은 저 선생님은 다른 교수님들과 다르게 문을 열어두고 사실까 근데 문이 열려있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뭐 어떤 용건이 있어서 찾아뵐 수는 있겠지만 그럴 아무 일 없이 들어간다.
이건 좀 어려운 일이죠. 근데 어느 날 제가 그분을 좋아하니까 노크를 하고 열려있는 문이지만 사람이 노크를 하게 되잖아요.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앉아 있는데 별말이 없으세요? 별말이 없지 어 앉아라고 그냥 따뜻하게 인사말만 해주시고 그때부터 별 말씀이 없다.
그러다가 차를 한 잔 내려주셨거든요. 차를 정성스럽게 한 잔 내려주셔서 이거 마셔라고 했고요.
제가 앉아서 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저도 무슨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차를 마시고도 얼마간 더 앉아 있다가 그 연구실에서 나왔는데 그때부터 제가 자주 들어갔죠.
근데 그 친구들이 저한테 야 너는 거기 왜 들어가 저 선생님 방에 왜 들어가 그리고 가서 무슨 얘기해라고 저한테 신기한 듯이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했냐면 별 말 안 해 그냥 한 30분이든 1시간이든 차 한 잔 내려주시면 그거 마시고 그냥 꽂혀 있는 책 봐도 돼요 라고 물어본 다음에 책 보다 나와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죠.
그런데 친구들이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근데 제가 그때 배운 게 아마 침묵인데요.
침묵이 불편한 것이 아니다. 침묵이 온화할 수 있고 다정할 수 있고 그리고 우리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물론 좋지만 대화와 동시에 침묵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어떤 문장을 썼냐면 이 인간관계가 깨질 때 관계에 균열이 생길 때 왜 관계에 균열이 생기냐 나눌 대화가 즐겁거나 뭐 동이 난 게 아니라
함께 공유할 침묵이 없어진다는 거 거기서부터 인간관계의 균열이 시작된다 이런 문장을 썼어요.
생각해 보니까 연인이든 혹은 한 시절 가깝게 지내던 친구든 인연이든 어느 순간 우리 둘이 가만히 둘이서 있는 게 불편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때가 관계의 균열이 나는 시작이구나 반대로 역으로 누군가 좋아질 때에는 그 사람과 나누는 대화도 즐겁지만 대화와 대화 사이에 침묵이 흘러요.
근데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다 혹은 좀 설렌다 이때 관계가 시작된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울남께서 침묵하고 있는데 ‘화났냐 그러면 어떡하죠’라고 하셨는데요.
표정이 중요합니다. 이게 당연히 이렇게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으면 화났냐라고 하겠지만 어 약간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이렇게 침묵하면 좋겠죠.
제가 이 책을 가져온 이유 중의 하나가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리가 꼭 모두 다 시를 쓰면서 살지 않지만 가끔 시적으로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편지를 쓰지 않지만 편지처럼 말할 때도 있고요.
아니면 내가 지금 당장 떠오르는 말들을 그때그때 직설적으로 할 수도 있어요.
이 모든 대화의 방식이 사람에게 필요한 겁니다. 빠르고 정보를 전달한다.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게 우리가 주로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죠.
특히 타인과 혹은 피상적인 관계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정보에 말하기를 해요.
그러면 불필요한 감정들은 배제해 놓고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죠.
이럴 때 주로 쓰이는 화법이 돌직구 사이다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것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이어야 하고요.
친한 사람들과 나눌 때는 정보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어요.
물론 정보도 주고받아야 되겠지만 정서를 더 길게 중요하게 주고받아야 합니다.
정서를 주고받을 때 인간의 대화는 조금 더 추상적이에요.
여러분들도 한번 대답해 보세요.

여기 배추김치가 있어요. 이제 김장이 다 끝나고 이제 김장 지난해 담근 김장들을 막 꺼내 드실 때잖아요.
배추김치 한 포기가 있는데 책을 이렇게 구기면 안 되지만 배추처럼 보이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이 배추김치 한 폭이라고 했을 때 이게 배추김치의 이 꼭지 부분이고요.
이게 이파리 부분이고요. 여기를 대라고 하고 줄기라고 하고 이팔이 부들부들한 얇은 이런다고 했을 때 이 세 부위 중에 어느 부위를 제일 좋아하십니까? 배추김치에 배 줄기 이파리 이 세 부위 중에 목소리가 들을수록 꿀 떨어지네라고 해주셨는데요.
대답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파리 쪽 이파리 쪽 저도 이파리인데 꼬다리 꼬다리 근데 저희 할머니가 꼬다리 먹으면 출세 못한다고 열심히 말씀하셨는데 어쨌든 꼬다리도 즐겨 드시는 분들이 있죠.
이파리가 굉장히 많네요. 줄기도 있고요. 대도 있고요.
뭔가 좀 평화롭게 나누지만 이파리가 좀 많습니다.
근데 이게 뭐가 중요한가요? 그렇잖아요. 그리고 살면서 살면서
내가 배추김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친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만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아는데 이런 대화를 나눌 때에는 정보를 나누는 게 아니죠.
정서를 나누는 거죠. 그러면 다툼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야 너 왜 너 왜 대를 좋아해 줄기가 맛있잖아라고 싸울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나누는 대화라는 것이 직설적으로 빠르게 오갈 때는 침묵이 필요 없지만 이렇게 정서의 말들을 주고받을 때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적절한 침묵이 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대화를 더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한 대목을 더 읽어볼 텐데요. 이 막스피카르트가 시와 침묵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어놨습니다.
제가 나름 또박또박 읽어볼게요. 시인은 자신의 말들로 대상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위대한 시인은 그 대상에게 다른 시인보다 고귀한 시인이 그 대상에 대해서 한마디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시인은 다른 시인도 또한 그 대상을 함께 나누도록 허용한다.
물론 그는 언어로 그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혼자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신은 고정되지도 경직되어 있지도 않고 어느 순간에든 다른 사람 보다 고귀한 사람의 소유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이 곡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좋은 시인이란 분명히 내가 내가 가진 언어 감각으로 어떤 대상을 보고 저거는 뭐 뭐야라고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혼자 독차지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좋은 시인일수록 저거는 뭐 뭐야 라고 말한 다음에 이걸 보는 사람의 여지를 열어두는 거예요.
대화로 옮겨놓아도 똑같죠. 그렇잖아요. 좋은 대화란 내가 아주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했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근데 내 말을 듣고 누군가가 넌 참 기발하구나.
근데 내가 네 말을 듣고 생각나는데 저건 그게 아니라 이건 것 같아라고 또 창의적인 말을 열어둘 수 있는

이게 정서의 대화이자 좋은 대화다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시를 읽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볼게요. 김사인 시인의 어린 당나귀 곁에서라는 시집이고요.
이 시집에 수록된 화양연화라는 작품입니다. 화양연화 하면 뭐 떠오르세요? 영화 그렇죠 키사스 양조위 그렇죠 이 영화 홍콩 이런 키워드 떠올리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재현 님 방탄소년단 이승환 씨의 화양연화 곡명이 같아요.
이승환 씨도 화양연화라는 곡이 있고요. 이 BTS도 화양연화라는 곡이 있고요.
휘성이 안 되나요는 뭐죠? 왜 화약 연화가 떠오르지, 왜 이게 떠오르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알려주시는 사이에 제가 시를 한 편 읽어볼게요.

화양연화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 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 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 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답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 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곁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 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내적 박수를 한번씩 쳐주시면 제가 잘 읽어서 박수를 부탁드리는 건 아니고요.
시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네 oh 님께서 손톱 밑살까지 터지는 겨울만이 깊어가고 
아름다운 문장을 갑자기 불쑥 써주시면.. 화양연화는 아시겠지만 인생에서 이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을 뜻합니다.
이 순간이라고 하는 건 늘 지나는 것이죠. 내가 인지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순간들은 덧없이 이 바닷가에서 모래 한 줌 꼭 이렇게 손에 쥔 다음에 이렇게 파도 칠 때 이렇게 손 넣어보면 아시겠지만
내가 분명히 너무 손에 자국이 생길 정도로 아무리 손을 꼭 쥐어도 파도가 다 밀려가고 나면 머리에는 없어요.
아주 조금 남겠죠. 뭐 마치 이런 것들 혹은 언젠가 잃어버린 주옥 머리핀처럼 이 머리핀처럼 흘러가고 잃어버리는 것 이건데요.
근데 이 화양연화가 문제는 지나간다는 것이죠. 말씀드렸지만 아무리 움켜지려고 해도 그런데 무슨 소용이 있나 지나가면 덧없는 걸 그리고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상실감이 밀려드는 것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좋은 시절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 이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상실감을 느끼지도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근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무리 지금 커다란 상실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좋았던 시절 혹은 좋았던 사람은 반드시 있었어야 됩니다.
왜 그러냐면 그런 것들이 있어야 지금 내가 그리워할 수 있으니까 인간의 삶이 그리운 사람 혹은 그리운 시절 하나 없이 흘러간다면 얼마나 비극적이겠습니까? 

내가 뭐 80년을 살았는데 혹은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100년을 살았는데 그리운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리운 시절이 아무것도 없어 이게 더 슬픈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이 화양연화처럼 좋은 시절, 너무 좋아서 다시는 못 올 시절 그리하여 두고두고 그리워할 시절을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시에서 이야기되고 있지는 않지만 역으로 힘들고 지난하고 뜨겁고 못 이길 만큼 버겁던 시절도 지나갑니다.
힘들고 고단한 시기를 보낼 때도 지나갈 거야. 그리고 반갑고 행복한 시기를 보낼 또 지나갈 거긴 한데 지나갈 거니까 그만큼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누려야지 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한 편 더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시가 장석남 시인의 셋째들에게로의 낙명이라는 시집에 실린 작품입니다.
시집이 좀 낡았죠

제가 읽을 시는요.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에 실린 별의 감옥이라는 작품입니다.

별의 감옥 장성남 
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노가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르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밖인 저 별 

이런 시였습니다. 별의 감옥이라는 시인데요.
제가 좋아해서 자주 이야기하는 그런 시예요. 그리고 특히 좋아하는 문장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라는 문장입니다.
시를 읽을 때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쭉 의미를 파악하면서 이건 상징인가 반어법인가 역설인가 비유인가 시대적 상황은 언제지라고 시를 읽는 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시를 배울 때 하던 습관이고요.
이제 편하게 독서를 하면서 시를 좋아하면서 시를 읽을 때에는 한 문장이라도 좋으면 좋죠.
이 문장을 언제 좋아했냐면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여기 도장이 찍혀 있어요.
이 책에 도장이 찍혀 있는데 2004년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데 아마 제가 이 책을
한 20년 전에 처음 읽었습니다. 이제 초판이 나온 건 거의 30년이 된 거고요.
제가 이제 막 시집을 좋아하기 시작할 무렵에 이 책을 읽었는데 사는 게 감옥 같았습니다.
그때는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됐고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만 19세가 넘은 지 얼마 안 됐고 그런데 그전까지도 인생이 감옥 같았거든요.
학생이라는 감옥 혹은 뭐 미성년자 로서의 감옥 그리고 그 대다수의 학생 신분으로서 여행을 가고 싶어도 혼자 여행을 갈 수 없고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또 학교도 가야 되고 공부도 해야 되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간에 나를 강제하고 있는 어떤 규율 같은 것이 많은데 사는 게 너무 답답하다 마치 가본 적 없지만 감옥을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20살이 지나면서 법적으로 성인이 됐는데 그러면 뭔가 자유로워질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갑갑해요.
그래서 제가 진단을 했는데 내가 왜 여전히 답답하냐면 돈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는 조금씩 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문제가 아니라 경제력이 없어서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마음대로 못 사고 뭐 이렇기 때문에 내가 답답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취직을 했을 때 처음 취직을 했을 때 그때 잠깐 기뻤어요.
드디어 나는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났구나. 뭐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돈을 벌어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구나.
경제권이 나에게 왔구나. 그래서 처음 취직을 하고 혼자 사는 집을 하나 얻었는데요.
월세로 매달 매달 세를 내는 작은 집을 얻었는데 거의 한 달 만에 느꼈습니다.
나는 감옥을 나오지 못했어. 왜 그러냐면 또 다른 감옥이 생겼어.
아까 어떤 분께서 사회라는 감옥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사회라는 감옥이든 뭐 경제라는 감옥이든 새로운 감옥이 생긴 거죠.
아니 오히려 내가 살고 있는 감옥에 이 창살이 더 두꺼워진 거죠.
그리고 그쯤 되니까
혼자 해결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요. 고민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점점 나는 답답하구나 더 답답해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는 게 감옥 같습니다.
아마 여기서 벗어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제가 살고 있는 제가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알고 있어요. 분명한 일이죠. 저뿐만 아니라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근데 하나 긍정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뭐냐 하면 이 감옥이라는 게 내가 만든 마음의 감옥이잖아요.
내가 느끼는 혹은 내가 규정한 마음의 감옥인데 이 감옥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누구일까요? 내가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면 어떤 능력이 생기냐면 내가 이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능력은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능력은 없습니다. 난 밖으로 나가지 못해.
그런데 무엇을 할 수 있냐면 내가 만든 이 감옥 안에

누구를 들여보낼지는 결정할 수 있어요. 내가 살고 있는 감옥에 사자와 호랑이를 들어와라고 드리면 나는 내 마음의 감옥 안에서 사자랑 호랑이랑 같이 살아야 되잖아요.
밤에 화장실 가려고 이렇게 가다가 발을 밟았는데 이게 사람의 발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발이 아니라 사자의 발이네.
그러면 어떻게 돼요? 근데 만약에 이 감옥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들이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의 감옥 안에 증오나 혐오나 분노 같은 것을 드리면 나는 내 마음속에서 증오 분노, 혐오 뭐 얘네들이랑 같이 살아야 되는 거고요.
사랑과 배려와 다정 같은 것을 드리면 난 마음의 감옥 안에서 다정으로 사랑으로 살아가야 된다 이런 것이니까 이것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나한테 있다.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마음처럼 되겠습니까? 이 말은 동시에 뭐냐 하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분명히 있고요.
나머지 분야는 마음처럼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오늘 당장 지금 당장

내 감옥에 무엇을 새로 드릴지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이 한밤의 낭독자들이잖아요. 이 한밤의 낭독자들에서는요.
하나의 코너가 있습니다. 나를 유료하는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들이 이 문장을 저희한테 보내주셔야 돼요.
그러니까 인문 360도 SNS 계정이나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겨주시면 저희가 선별을 할 거고요.
또 이렇게 방송에서 소개도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나를 위로하는 문장은 뮤 2047님께서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제가 나온다고 해서 시를 보내주셨어요. 김수영 시인의 긍지의 날이라는 시인데요.
먼저 작품을 읽기 전에 선정 이유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마치 제가 쓴 것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적어주셨는데요.
이런 얘기를 뻔뻔하게 하죠. 이 문장이 아름답다는 얘기입니다.
일상의 현실이 위태롭고 고단하게 다가오더라도 그 모든 설움은 결국 나라는 존재에 의해 온전히 거듭나 마침내 밝은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갑니다.
이 시를 처음 읽고 세계의 모든 요소가 간섭해 나라는 존재 이유를 밝히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새해에도 수많은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나겠지만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시인의 마음처럼 긍지의 마음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다 잘 될 겁니다. 위로가 됩니다. 그렇죠 이게 제가 말씀드렸지만 글쓴 분이 묘 2047번 님이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적어주셨지만 저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쓴 것도 있겠지만 이 다 잘 될 겁니다는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겠죠.
나에게 하는 말이자 너에게 하는 말이겠죠. 이런 이후로 선정해 주신 김수영 시인의 긍지의 날 이 작품 먼저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긍지의 날 김수영 
너무나 잘 아는 순환의 원리를 위하여 나는 피로하였고 또 나는 영원히 피로할 것이기에 구태여 옛날을 돌아보지 않아도 서운과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잇는 나의 긍지.
오늘은 필경 긍지의 날인가 보다. 내가 살기 위하여 몇 개의 번개 같은 환상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꿈은 교훈, 청춘, 물, 구름,

피로들이 몇 배의 아름다움을 가하여 있을 때도 나의 원천과 더불어 나의 최종점은 긍지 파도처럼 요동하여 소리가 없고 비처럼 퍼부어 젖지 않는 것.
그리하여 피로도 내가 만드는 것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
그러할 때면은 나의 몸은 항상 한 치를 더 자라는 꽃이 아니더냐 오늘은 필경 여러 가지를 합한 긍지의 날인가 보다.
암만 불러도 싫지 않은 긍지의 날인가 보다. 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긍지의 날인가 보다.
이것이 나의 날, 내가 자라는 날인가 보다. 

이 시도 오랜만에 읽었는데 굉장히 선연하게 아름답습니다.
그 김수영의 긍지라는 것은 제가 잠깐 말씀드리자면 이 피로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게 곧 긍지의 날이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이 수영의 긍지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우리가 긍지라는 감정을 느낄 때는 뭔가 자랑스럽고 의기양양하고 굳이 얘기하면 이 어떤 고점에서 느끼는 감정일까라고 생각하지만, 김수영의 긍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점점 바닥에서 느끼는 긍지거든요. 이 바닥에서 어떤 긍지를 느끼냐면 나는 더 이상 다름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 도 지금 나의 상태에 접근하지 못한다.
나는 고독하다. 나는 위태롭다. 이때 느끼는 긍지입니다.
그러니까 피로가 따르겠지만 다시 이렇게 한 치 더 잘할 일만 남았다.
물론 이렇게 최정점에 올라갔을 때 다시 또 떨어지고요.
다시 또 긍지를 겪었다가 올라가고 이 한치를 더 잘하는 꽃이 아니더냐 라고 할 때요.

잠깐 여기서 퀴즈 한치는 얼마일까요? 한 치 두치 세치, 네치 뿌꾸빵 할 때 이 한 치는 옛날의 셈법인데 제가 불필요한 말들을 자주 하는데 한치는 약 33cm 정도 하죠.
그래서 오징어 말고 이 연체동물인 한치라는 우리가 주로 말려서 먹는 한치가 있지 않습니까? 이 한치가 그치 안주로도 많이 드시는 그 한치인데요.
이 어원 중에 하나가 한치의 다리가 짧아요.

한 치의 다리가 한 3cm 정도 되는데 한 치의 다리는 한 치밖에 안 된다 해서 한 치라는 말이 붙었다라고 하는 설이 신빙성 있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웨이브 웨이 님께서 한 치 앞도 모르네요라고도 해주셨네요.
김수영 시 해주셨는데요. 김수영의 시 그리고 방금 추천해 주신 긍지의 나를 이야기할 때 줄곧 소환되는 철학자가 니체라는 사람입니다.
니체. 근데 니체라는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하냐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약간 자전적 SA를 쓴 게 있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라는 제목인데요. 이 이 사람을 보라 편의 첫 장에 소제목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지 뭔가 재밌지 않아요? 작가가 글의 제목을 붙일 때 야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쓸까라고 붙이다니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잘난 척하는 것 같잖아요.
뭐 니체라는 사람은 잘난 척해도 되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이게 방금 읽어드린 김수영의 긍지의 날과 정확히 연동됩니다.
이런 얘기를 해요. 이체가 주변 사람들이 네가 쓴 책 한마디도 이해가 안 가라고 어찌 보면 악평을 남겼는데 이 악평을 듣고 니체가 뭐라고 하냐면 나는 읽히지 않는다.
나는 읽히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니체가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생기는 긍지인 거죠. 아무도 개입하지 못하는 나의 세계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끝까지 나는 너에게 읽히지 않을 거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읽히지 않음 이 한계와 시작점과 끝을 아는 상태에서 가질 수 있는 긍지인 거죠.
이렇게 연결이 되고요. 저는 오랫동안 올 한 해 동안 이 책을 한번 다 읽어보겠습니다.
저도 이제 잘난 척해도 된다라고 하셨는데 오늘 많이 했어요.
오늘 많이 해서 충분히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쌓아 나가고 있는 두 번째 시간 이제 거의 인사드릴 시간이 되었는데요.
못할 말들 지금 막 남겨주시면 제가 소개를 해드릴게요.
이 시간 오늘은 저였고요. 앞으로 점점 또 나아지고 분명 더 아름다운 작가님들이 아름다운 독자분들이 좋은 책을 들고 나오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굉장히 좋은 시간이죠. 9시라니 그러니까 어떤 누군가는 늦은 저녁을 혼자 드실 수도 있고요.
또 산책을 할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을 해야지 근데 tv는 보기 싫고 잠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봐야지 이렇게 수많은 일들을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인데요.
이때 우리의 내면을 어루만져줄 인문 360도 언제나 인문 360 kr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검색하실 수 있고요. 많은 참여를 해주셔야 더 풍성하게 이어지겠죠.
다음 주 이 시간에 대한 예고도 드릴게요. 시화라는 싱어송 라이터 아시죠? 저는 가까이에서 노래하시는 것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또 가사도 가사지만 쓰시는 글들 그리고 하시는 말들이 다 줄줄줄줄 음악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시와 님께서 나오시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 드릴게요.


이 인문 콘텐츠를 통한 위로라니 앞으로 함께 길게 오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인문 360도 한밤의 낭독자들 저는 박준이었고요.
이 시간 함께 참여로 글들로 시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뵐게요. 끝나지 않는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한밤의 낭독자들'은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실시간 OTT 라이브 방송으로 문화 예술계의 다양한 명사가 낭독자로 출연해, 직접 선정한 문장을 낭독하고 국민의 사연을 통해 진솔한 소통을 나눕니다.
한밤의 낭독자들 2회차
주제 : 침묵과 말,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기억에 대해
낭독자 : 박준 시인
낭독 책 :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김사인 <어린 당나귀 곁에서>,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주요 낭독 문구
"침묵이란 그저 인간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침묵은 단순한 말의 포기 그 이상의 것이며,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면 스스로 옮아갈 수 있는 어떤 상태 그 이상의 것이다. 말이 끝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 때문에 침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뿐이다. 침묵은 하나의 독자적인 현상이다. ... 침묵은 말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이며, 침묵은 말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형성한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침묵은 인간의 근본 구조에 속한다." (17p)
"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다."(107p)
_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걷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_ 김사인 「화양연화(花樣年華)」, <어린 당나귀 곁에서>
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 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녹아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륵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 밖인 저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