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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가을태풍은 왜 자꾸

구례에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다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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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골목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 생각을 물들이는 한 걸음. '가을태풍은 왜 자꾸' -구례에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다. 구례 그림책가게 봄담 10.20(일)15:00

 

 

구례에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다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다. 올해 유엔이 내놓은 지구평가보고서는 ‘수십 년 안에 전체 동식물의 8분의 1이 사라지고, 지금 같은 생태계는 30년 밖에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며 6차 대멸종을 경고했고, 지난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는 스웨덴의 청소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을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위기’라는 달리고 있는 기차를 멈추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른 척 눈 감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구례의 농촌 풍경

 

 

얼마 전, 국내 한 농촌에서 순전히 부모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월 20일, 구례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가을태풍은 왜 자꾸 - 구례에서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구례에 귀촌한 30~40대 젊은 부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모임인 ‘땅꼬랑’에서 자연스레 태동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들의 주된 걱정과 관심사는 아이들, 즉 다음 세대의 미래였다. 농사를 직접 지으며 최근 몇 년간 변덕스럽고 심해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림책 가게 봄담과 순환 장터 모습

 

김종호 님이 오늘 오전 수확한 고구마입니다. 두더지가 살짝 맛본 고구마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고구마가 더 맛있다고 합니다. 두더지 입이 사람보다 고급이래요.

 

 

이번 행사를 기획한 땅꼬랑의 엄라윤님은 “기후 변화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10대 아이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빙하가 사라진 내일, 죽어가는 구상나무와 새싹들

전남 구례에 위치한 아담한 그림책방 ‘봄담’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참석했다. 먼저,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윤보원 작가가 <빙하가 사라진 내일> 그림책을 낭독하며 골목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동화책을 통해 아이들도 지구온난화의 문제점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땅꼬랑길 모임의 두 아빠들로 구성된 태엽밴드가 이 날 주제에 맞춰서 선곡한 ‘조율’과 포카혼타스 주제가인 ‘바람의 빛깔(Color of the wind)’ 등을 노래했고, 최근 경험한 환경 목격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골목 밴드 태엽밴드의 공연 모습

 

 

“며칠 전, 지리산의 칠성계곡을 다녀왔어요. 지리산의 색상이 변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죽어가는 구상나무들을 보니 그 심각성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서 마침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들이 보였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새싹들에서 희망을 보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어요.”

 

이십 년 넘게 구례에서 농사를 지었고, 생태농업을 하는 여성농부로 자신을 소개했던 심문희 님의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키우며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게 사는 것인지 고민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아 화학 비료 없이 농사를 짓는 생태농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또 최근 기후변화의 위기를 체감한 사건도 들려줬다. “9월 한달 동안만 벌써 태풍이 세 번이나 왔어요. 또 해마다 점점 기후의 편차가 심해져 온대성 작물을 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더 이상 기후변화가 다른 나라나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 외에도 농사 짓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들려줬다.

 

 

심각한 미세먼지와 잦아지는 가을태풍, 아이들의 미래는?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10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구례동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무, 신은수 학생이 무대에 올라 사회자와 문답을 나눴다.

 

 

골목콘서트에 참여한 구례동중 학생 두 명

 

 

“어릴 때는 미세먼지나 가을태풍이 없었는데… 지금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 기후 변화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어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10대 아이들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의젓하고 어른스러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한 달에 햄버거 덜 먹기, 대중교통 더 많이 이용하기 이런 정도밖에 없지만, 그래도 문제를 인식하는 게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인간이 겨울잠을 자면 기후 변화는 해결될까?

자유롭게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피켓을 만들어 보는 캠페인도 진행됐다. ‘지구가 아파요’ , ‘북극곰의 생활 터전 보존하려면, 불편한 삶을 선택해야’ ‘가까운 곳에서 온 음식을 먹어요.’, ‘모두가 함께 살려면 지구를 위한 시스템으로, 지금 당장’ 이런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골목콘서트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개인적 차원의 절약이나 환경 보존에서 더 나아가 공론화 시키고, 에너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이

 

기후 위기에 대한 피켓들_가까운 곳에서 온 음식을 먹어요, 북극곰의 생활 터전은 불편한 삶을 선택해야 보존됨, 동물을 그만 좀 잡아 먹어요, 도둑 맞은 미래

 

(좌)모두가 함께 살려며 지구를 위한 시스템으로 지금 당장! (우)둘러앉아 피켓을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한편 동물 전문가인 와일드라이프의 하정옥 연구원이 기후 변화와 동물들의 생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화두를 던지는 시간도 있었다. 이를테면 현재 반달가슴곰이나 오소리, 다람쥐 등은 겨울잠을 자는데,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에 따라 먹이가 부족해 굶는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또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알을 낳는 모래 온도에 따라 암수가 정해지는데 현재는 99퍼센트의 새끼들이 암컷이 태어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치타 역시 기온이 오름에 따라 생식이 어렵다고 한다.

 

 

구례 골목콘서트 내부 풍경

 

 

'인류가 화석연료를 때지 않고, 겨울 한 철 동안만이라도 동물처럼 겨울잠을 잔다면 지금의 심각한 환경문제가 어쩌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마지막 순서로 땅꼬랑길의 또 다른 구성원 ‘들깨시스터즈’의 공연이 진행됐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라는 시에서 따온 노래 가사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를 관객들이 함께 부르는 정겨운 공연 장면이 연출됐다.

 

 

구례 골목콘서트 내부 풍경2

 

 

기획자 엄라윤 님은 인문이란 변화를 위해 주변을 잘 관찰하고 무엇보다 잘 듣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골목콘서트는 다음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지금의 편리함을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가불해서 쓰고 있지는 않나 성찰하고, 부모와아이들이 함께 변화의 목소리를 내며 고민하는 첫 걸음이었다. 이번 골목콘서트가 어쩌면 훗날 미래의 변화를 위한 귀중한 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인문이란 주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이용호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땅꼬랑, 그림책가게 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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