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은 3.1만세운동 100주년,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을 맞은 역사적인 해였다. 이를 기념하여 골목콘서트에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진원지였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 역사관에 이어 나주를 찾았다. 2019년 '인문360'의 마지막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이번 골목콘서트는 2019년 12월 21일(토) 나주 남파고택에서 <남파고택과 나주의 독립운동가들>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남파고택은 남도 지역의 대표적인 양반집으로,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개인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1884년 남파 박재규가 건립한 이래로 1910년대와 1930년대에 개축했고, 현재까지도 집안의 내력과 시대적 특징이 잘 보존되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남파고택은 나주의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 태어나고 자란 요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의병활동을 했던 박정업(1884~1936)부터 3.1만세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각각 옥고를 치뤘던 박준삼, 박준채 형제까지 대대로 이어진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번 골목콘서트를 연 아시아문화관광위원회의 서권희 기획자는 ”유서 깊은 남파고택에서 과거 나주에서 활동했던 항일운동가들에 대해 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다.“며 그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나주 독립운동의 요람, 남파고택
이번 골목콘서트는 남파고택 내 사랑방에서 관객들과 연사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진행됐다. 화기애애하게 다과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었는데,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남파고택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박경중 선생이 남파고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독립운동가였던 증조부 박정업과 할아버지였던 박준삼, 박준채 형제의 이야기까지 대대로 내려온 집안 내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들려줬다.
박준삼,박준채 형제의 형 박준삼(1898~1976)은 서울에서 유학 중 당시 21세의 나이로 3.1운동에 참가해 모진 옥살이를 겪는다. 이후 일제의 창씨개명을 단호히 거부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에는 나주 지역에 중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등 교육운동에도 힘썼다.
흥미로운 점은 1929년 11월 3일 광주제일고에서 시작해 삼일만세운동 이후 최대 규모로 번졌던 독립운동인 ‘광주학생항일운동’과 남파고택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1929년 10월 30일, 열차 안에서 일본 남학생이 조선 여학생을 희롱한 것에 분노를 터뜨려 한일 남학생들이 싸움을 벌였던 사건이 있었다. ‘나주역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광주 내 반일감정이 크게 폭발했고, 광주학생항일운동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이 ‘나주역 사건’의 두 주역이 바로 당시 나주 남파고택에서 광주고보와 광주여고보로 통학하던 박준채(1914~2001)와 그의 사촌 누나 박기옥이던 것.
이 일로 옥고를 치른 박준채는 광복 후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에도 대쪽같은 성품으로 박정희 군사정부로부터 갖은 회유와 탄압을 받고도 이에 굴하지 않고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호남 의병 이야기
이어진 강연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호남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임란의병과 나주의병>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양성현 연사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2차 진주성 전투 때, 전사한 의병의 무려 74%가 호남의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남에서 조직된 의병들이 경남 진주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이유가 지역을 떠나 나라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늘날은 국민이 곤경에 처하면 당연히 나라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모두가 국가의 주인으로 권리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국란에 처하고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위해 고초를 겪어냈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등 선조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 이웃에서 만난 역사의 현장
서권희 기획자는 인문이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골목콘서트의 주제였던 ‘역사’도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사건이나 인물의 이야기였지만, 무심코 흘려 넘기지 않고 직접 찾아가 생생한 증언과 사진으로 재발견할 수 있었던 이번 골목콘서트는 새삼 역사의 중요성과 인문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나주] 남파고택과 나주의 독립 운동가들
나주 독립운동가의 요람, 남파고택
2020-02-28
지난 2019년은 3.1만세운동 100주년,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을 맞은 역사적인 해였다. 이를 기념하여 골목콘서트에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진원지였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 역사관에 이어 나주를 찾았다. 2019년 '인문360'의 마지막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이번 골목콘서트는 2019년 12월 21일(토) 나주 남파고택에서 <남파고택과 나주의 독립운동가들>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남파고택은 남도 지역의 대표적인 양반집으로,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개인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1884년 남파 박재규가 건립한 이래로 1910년대와 1930년대에 개축했고, 현재까지도 집안의 내력과 시대적 특징이 잘 보존되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남파고택은 나주의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 태어나고 자란 요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의병활동을 했던 박정업(1884~1936)부터 3.1만세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 각각 옥고를 치뤘던 박준삼, 박준채 형제까지 대대로 이어진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번 골목콘서트를 연 아시아문화관광위원회의 서권희 기획자는 ”유서 깊은 남파고택에서 과거 나주에서 활동했던 항일운동가들에 대해 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다.“며 그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나주 독립운동의 요람, 남파고택
이번 골목콘서트는 남파고택 내 사랑방에서 관객들과 연사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진행됐다. 화기애애하게 다과를 즐기고 담소를 나누었는데, 고향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남파고택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박경중 선생이 남파고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독립운동가였던 증조부 박정업과 할아버지였던 박준삼, 박준채 형제의 이야기까지 대대로 내려온 집안 내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들려줬다.
박준삼,박준채 형제의 형 박준삼(1898~1976)은 서울에서 유학 중 당시 21세의 나이로 3.1운동에 참가해 모진 옥살이를 겪는다. 이후 일제의 창씨개명을 단호히 거부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쳤다. 해방 이후에는 나주 지역에 중학교를 세우고 가난한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등 교육운동에도 힘썼다.
흥미로운 점은 1929년 11월 3일 광주제일고에서 시작해 삼일만세운동 이후 최대 규모로 번졌던 독립운동인 ‘광주학생항일운동’과 남파고택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1929년 10월 30일, 열차 안에서 일본 남학생이 조선 여학생을 희롱한 것에 분노를 터뜨려 한일 남학생들이 싸움을 벌였던 사건이 있었다. ‘나주역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광주 내 반일감정이 크게 폭발했고, 광주학생항일운동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이 ‘나주역 사건’의 두 주역이 바로 당시 나주 남파고택에서 광주고보와 광주여고보로 통학하던 박준채(1914~2001)와 그의 사촌 누나 박기옥이던 것.
이 일로 옥고를 치른 박준채는 광복 후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에도 대쪽같은 성품으로 박정희 군사정부로부터 갖은 회유와 탄압을 받고도 이에 굴하지 않고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호남 의병 이야기
이어진 강연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호남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임란의병과 나주의병>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양성현 연사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2차 진주성 전투 때, 전사한 의병의 무려 74%가 호남의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남에서 조직된 의병들이 경남 진주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이유가 지역을 떠나 나라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늘날은 국민이 곤경에 처하면 당연히 나라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모두가 국가의 주인으로 권리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국란에 처하고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위해 고초를 겪어냈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등 선조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 이웃에서 만난 역사의 현장
서권희 기획자는 인문이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골목콘서트의 주제였던 ‘역사’도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사건이나 인물의 이야기였지만, 무심코 흘려 넘기지 않고 직접 찾아가 생생한 증언과 사진으로 재발견할 수 있었던 이번 골목콘서트는 새삼 역사의 중요성과 인문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나주 남파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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