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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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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골목콘서트 네 번째 이야기, 터줏대감이 알려주는 우리동네. 로컬 플레이스 아카이빙랩 프로젝트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 청주 청년뜨락5959 10.26(토) 15:00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


청주시청과 충북도청이 인접한 청주 상당구의 서문동은 과거 20년 전만 해도 충북 지역의 대표적인 중심가였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이나 경기도, 혹은 청주의 떠오르는 동네인 율량동, 강서동 등으로 사람들이 빠져 나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구도심 지역이다.

충북 지역에서 인문, 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인문예술연구집단 ‘유자차스튜디오’에서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최근 죽어가는 서문동 거리를 문화적으로 되살려보고자 색다른 방식의 행사를 기획해 선보였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진과 글로 서문동을 추억하고 기록하도록 돕는 독특한 형태의 골목콘서트였다.


청주 청년뜨락5959 전경


지난 해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서문동을 아끼는 시민들이 직접 주인공으로 참여했던 골목콘서트 ‘로컬 플레이스 아카이빙랩 프로젝트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이 청주의 청년 복합문화공간 ‘청년뜨락5959’에서 열렸다.

골목콘서트를 기획한 유자차스튜디오의 이옥수 대표는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청주 시민들이 저마다 서문동을 추억하고, 새롭게 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목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주 청년뜨락5959 내부




필름 카메라로 담아내는 우리동네

골목콘서트 시작하기 전 내부 풍경


일회용 필름카메라와 출판물들


이 날 골목콘서트 첫 순서는 행사 2주 전,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서문동 일대를 돌며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했던 ‘필름피크닉’ 참가자들이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찍었던 27장의 사진이 담긴 슬라이드를 넘기며, 당시 그 사진을 찍었던 이유와 그 날의 분위기, 속사정 등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주었다.


슬라이드를 넘기며 발표 중인 김미진, 김미영 자매의 모습


“27장 짜리 필름 카메라를 받으니 생각보다 많게 느껴지고, 뭘 찍어야 될지 고민이 많아졌어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보니까 늘 다니던 거리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도 모르게 옛스럽고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찾아 찍게 됐던 것 같아요.”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필름피크닉을 체험했던 참여자들은 이와 같은 소감을 이야기하며, 저마다 다른 테마와 관점으로 사진을 찍었던 순간을 소개했다.


 

필름 사진은 추억과 감성을 싣고


서문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결혼하여, 지금은 40대 초반이 된 한 아이 엄마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추억의 맛집들과 명소를 찍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 애정을 담아 서로의 모습을 찍었던 자매와 모녀도 있었고, 대학시절 함께 데이트하던 장소들을 찾아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보낸 신혼 부부도 있었다.


필름카메라가 낯설어 실수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거나 플래시를 안 터뜨려 어둡게 나온 사진들도 있었고, 프로 작가 못지 않은 실력으로 관객들로부터 연신 감탄사를 불러 일으킨 이도 있었다.


찍었던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는 신혼부부의 모습


또한 유독 벽 사진만 찍는 사람, 햇살이 물에 반사되서 반짝이는 광경을 좋아해 그 장면을 주로 담은 사람, 셀카 대신 그림자나 가게 유리창에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람들 등 각양각색의 개성이 엿보였다.


한 아이 엄마가 아이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쉽게 찍었다 지우고, 좀처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쳐다보지 않는 사진들과는 달리 세심하게 공들여 한 장 한 장 필름카메라로 찍고, 정성스레 인화한 사진들은 디지털에서는 얻기 어려운 독특한 색감과 순간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니 늘 다니던 동네에서 새로운 골목길을 발견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필름피크닉 참여자들이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해 청년뜨락5959 벽면에 가득 붙이자 독특하고 감성적인 실내 공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내부에 전시된 동네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 

골목콘서트 내부에 가득 전시된 동네 사진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간편하게 하게 사진을 찍었다 지웠다 편집하는 것도 가능한 요즘 같은 세상에 여전히 필름카메라만이 담을 수 있는 고유한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골목콘서트 관람 중인 관객들  


2부에서는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해 책을 출간한 세 명의 작가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가 열렸다.


유자차스튜디오가 운영한 5주간의 독립출판 프로젝트 <동네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한 이들은 <두근두근 산책길>의 김한나 작가, <전지적9살 시점>의 김미진 작가, <발길 닿는 대로>의 김미영 작가였다.


2부 북토크를 진행하는 장면


특히 세 명의 작가가 자신이 느낀 동네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낸 소감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특별했다. 

초등학생의 시점으로 일상을 담아낸 김미진 작가는 책이 나왔을 때 보는 사람마다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설렜다고 한다. 뿌듯했던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서인지 북토크 중 갑작스레 눈물을 쏟기도 해 좌중에게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했다. 김미진 작가와 17살 나이 차가 나는 언니인 김미영 작가는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들기도했지만, 동생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북토크 중 울음을 터뜨리는 김미진 작가의 모습


<두근두근 산책길>의 김한나 작가는 처음 책이 나왔을 때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마치 아이를 낳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또한 이를 통해 다양한 나를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활짝 웃고 있는 김한나 작가의 모습


골목콘서트 관객들은 서문동에서 보낸 일상을 특별한 기록으로 세상에 선보인 세 명의 작가들을 향해 진심 어린 감동과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싱어송라이터 ‘오하이오’가 꾸미는 감성 충만한 버스킹 공연이 이어졌다.

2인조 듀오인 ‘오하이오’가 아이유의 <비밀의 화원>,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백예린의 <야간비행> 등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들려줬다. 이들은 가사를 음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며 골목콘서트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버스킹 공연중인 싱어송라이터 듀오 오하이오의 모습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다

 

활짝 웃고 있는 골목콘서트 관람객들의 모습


골목콘서트 <나의 동네, 나의 서문동>은 몇몇 사람의 화려한 이야기가 아닌, 서문동을 아끼고 사랑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시간이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속에 담긴 서문동의 정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고, 한 번쯤 이들처럼 필름피크닉이나 동네이야기를 담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인문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소소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옥수 기획자의 말을 들으며, 익숙한 동네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소소한 일상도 특별하게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가치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나에게 인문이란 일상이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김상혁

○ 사진 촬영 - 이혁

○ 도움 주신 곳 - 유자차스튜디오, 청년뜨락5959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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