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베스트셀러 <여행의 기술>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추천하는 대신 '우리가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장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 속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껴 볼 수도 있을까?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3일 토요일. 강화 온수리 카페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다정한 여행자들의 이야기’에서는 동네 주민과 여행자들이 모여 도란도란 여행의 추억을 나누고 설렘을 공유하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강화 초지대교 초입에 위치한 온수리카페는 동네 주민들이 오가는 사랑방이면서 강화 여행객들에게 공방 체험이 가능한 이색적인 카페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한 켠에는 여행자들의 사진이, 또 한 켠에는 생활 기술을 함께 공유하고 필요한 것을 손수 만드는 작업공간 ‘ON-수리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손으로 나무를 밀고 다듬으며 일상의 기술을 공유하는 공간인데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목공 작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장면이 절로 그려진다.
골목콘서트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추억이 담긴 나무액자 만들기’로 시작되었다. 여행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하고, 사진에 어울리는 나무액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 목공예를 하는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었고, 촬영 후 열어보지 않았던 지난 사진들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선택하며 새록새록 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즐거움도 있었다.
ㅣ음악과 여행이 주는 따뜻한 위로
4시부터 카페 안쪽 공방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듀오 ‘복태와 한군’이 여행을 테마로 관객과 소통하는 미니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는 ‘복태와 한군’은 홍대에서 보기 드문 부부 뮤지션이다. 8년차 부부이면서 아이 셋을 둔 부모이기도 한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방식은 보통 가족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 부부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세 아이를 데리고 인도를 다녀왔다. 남들은 팔자 좋다고 말하지 모르지만, 실상은 어린 자녀 셋을 데리고 그 험하다는 인도를 다녀왔으니 극기 훈련이 따로 없었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매년 무리하면서도 가족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의 삶은 겨울에는 춥고 배고프고, 여름에도 덥고 배고픕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일이 없어서 나머지 7개월간 일을 하고 12개월을 버티는 삶인데요. 춥고 돈까지 없는데, 서울에 있으면 아주 서글퍼지더라고요. 그래서 일할 수 있는 기간동안 아주 열심히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1월에는 꼭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여행지에서 보낸 보름의 온기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그 1년을 버틸 수 있어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를 잔뜩 모아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처럼 이들 부부에게 매년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생존을 위한 따뜻한 위로 같았다.
이 부부가 현실적인 고난에도 계속해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복태와 한군 부부는 심각하게 음악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그렇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위로를 준 것이 음악이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들은 현재 대안학교 음악 강사, 바느질을 해서 옷을 만들고 워크샵도 열고, 요가 강사도 병행하는 등 여러가지 직업을 오가면서도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ㅣ누워서 듣는 공연
‘복태와 한군’의 음악은 특이하게 ‘누워서 듣는 공연’을 표방한다.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진솔한 감정을 특유의 따뜻한 멜로디와 가사에 담아 전달하는 게 이들 음악의 특징인데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치앙마이로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그곳에서 느낀 평온한 감정을 담은 ‘Enough for life’, 대안학교 아이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길 위에 널브러져 낮잠 자던 경험을 노래한 ‘길 위에서’ 등을 들으면 정말 숲 속에서 낮잠자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뜨거운 사랑이 지나간 자리, 따뜻한 사랑이 머물러 있어줬고
그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는 잔잔한 사랑이 남아
우릴 기다리네 우릴 반겨주네 사랑’
듀엣곡으로 들려준 곡 '다정한 왈츠’를
들을 때는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서로 보조를 맞추어 조화롭게 걸어가는 복태와 한군 가족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져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ㅣ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상의 여행
우리는 여행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때로는 위로 받기도, 활력을 얻기도 하며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소중함을 되새길 수도 있다. 골목콘서트 ‘강화 온수리의 다정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는 동네주민들과 나들이 나온 여행객들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여행의 설렘과 추억으로 기억될 시간이었다. 언젠가 온수리카페를 찾는 다시 찾게 되거나 혹은 어쩌다 그 기록을 담은 한 편의 글을 읽고서 그날의 들뜬 감정이 불현듯 살아나기를 바란다. 인문은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상의 여행 같다는 기획자의 말을 들으며, 즐거움을 만나고 일상이 조금은 낯설어 지는 경험이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공연에서 복태와 한군이 보내줬던 응원의 메시지처럼 골목콘서트가 앞으로도 더 많은 골목들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숨어있는 예술의 힘과 인문학적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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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장**
2023-12-16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이 느껴집니다.
유명한 출연자, 위대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 안에 갖고 있는 따스한 훈풍이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것 같습니다
바쁘고 삶에 지친 보통사람들에게 인문이란 어쩌면 사치일수 있는데 이렇게 동네안에서 인문,문학, 작은 콘서트란 단어로 그들을 어루 만질수 있음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인천] 다정한 여행자들의 이야기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상의 여행
2019-10-23
ㅣ여행의 즐거움
알랭 드 보통은 베스트셀러 <여행의 기술>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추천하는 대신 '우리가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장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 속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껴 볼 수도 있을까?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3일 토요일. 강화 온수리 카페에서 열린 골목콘서트 ‘다정한 여행자들의 이야기’에서는 동네 주민과 여행자들이 모여 도란도란 여행의 추억을 나누고 설렘을 공유하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강화 초지대교 초입에 위치한 온수리카페는 동네 주민들이 오가는 사랑방이면서 강화 여행객들에게 공방 체험이 가능한 이색적인 카페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한 켠에는 여행자들의 사진이, 또 한 켠에는 생활 기술을 함께 공유하고 필요한 것을 손수 만드는 작업공간 ‘ON-수리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손으로 나무를 밀고 다듬으며 일상의 기술을 공유하는 공간인데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목공 작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장면이 절로 그려진다.
골목콘서트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추억이 담긴 나무액자 만들기’로 시작되었다. 여행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하고, 사진에 어울리는 나무액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 목공예를 하는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었고, 촬영 후 열어보지 않았던 지난 사진들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선택하며 새록새록 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즐거움도 있었다.
ㅣ음악과 여행이 주는 따뜻한 위로
4시부터 카페 안쪽 공방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듀오 ‘복태와 한군’이 여행을 테마로 관객과 소통하는 미니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는 ‘복태와 한군’은 홍대에서 보기 드문 부부 뮤지션이다. 8년차 부부이면서 아이 셋을 둔 부모이기도 한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방식은 보통 가족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 부부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세 아이를 데리고 인도를 다녀왔다. 남들은 팔자 좋다고 말하지 모르지만, 실상은 어린 자녀 셋을 데리고 그 험하다는 인도를 다녀왔으니 극기 훈련이 따로 없었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매년 무리하면서도 가족여행을 떠나는 그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의 삶은 겨울에는 춥고 배고프고, 여름에도 덥고 배고픕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일이 없어서 나머지 7개월간 일을 하고 12개월을 버티는 삶인데요. 춥고 돈까지 없는데, 서울에 있으면 아주 서글퍼지더라고요. 그래서 일할 수 있는 기간동안 아주 열심히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1월에는 꼭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여행지에서 보낸 보름의 온기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그 1년을 버틸 수 있어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를 잔뜩 모아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처럼 이들 부부에게 매년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생존을 위한 따뜻한 위로 같았다.
이 부부가 현실적인 고난에도 계속해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복태와 한군 부부는 심각하게 음악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그렇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위로를 준 것이 음악이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들은 현재 대안학교 음악 강사, 바느질을 해서 옷을 만들고 워크샵도 열고, 요가 강사도 병행하는 등 여러가지 직업을 오가면서도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ㅣ누워서 듣는 공연
‘복태와 한군’의 음악은 특이하게 ‘누워서 듣는 공연’을 표방한다.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진솔한 감정을 특유의 따뜻한 멜로디와 가사에 담아 전달하는 게 이들 음악의 특징인데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치앙마이로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그곳에서 느낀 평온한 감정을 담은 ‘Enough for life’, 대안학교 아이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길 위에 널브러져 낮잠 자던 경험을 노래한 ‘길 위에서’ 등을 들으면 정말 숲 속에서 낮잠자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뜨거운 사랑이 지나간 자리, 따뜻한 사랑이 머물러 있어줬고
그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는 잔잔한 사랑이 남아
우릴 기다리네 우릴 반겨주네 사랑’
듀엣곡으로 들려준 곡 '다정한 왈츠’를 들을 때는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서로 보조를 맞추어 조화롭게 걸어가는 복태와 한군 가족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져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ㅣ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상의 여행
우리는 여행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때로는 위로 받기도, 활력을 얻기도 하며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소중함을 되새길 수도 있다. 골목콘서트 ‘강화 온수리의 다정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는 동네주민들과 나들이 나온 여행객들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여행의 설렘과 추억으로 기억될 시간이었다. 언젠가 온수리카페를 찾는 다시 찾게 되거나 혹은 어쩌다 그 기록을 담은 한 편의 글을 읽고서 그날의 들뜬 감정이 불현듯 살아나기를 바란다. 인문은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상의 여행 같다는 기획자의 말을 들으며, 즐거움을 만나고 일상이 조금은 낯설어 지는 경험이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공연에서 복태와 한군이 보내줬던 응원의 메시지처럼 골목콘서트가 앞으로도 더 많은 골목들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숨어있는 예술의 힘과 인문학적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 리뷰 및 인터뷰 정리 - 임귀연
○ 영상 촬영/편집 - 이용호
○ 사진 촬영 - 박주영
○ 도움 주신 곳 - 강화 온수리카페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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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장**
2023-12-16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이 느껴집니다.
유명한 출연자, 위대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 안에 갖고 있는 따스한 훈풍이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것 같습니다
바쁘고 삶에 지친 보통사람들에게 인문이란 어쩌면 사치일수 있는데 이렇게 동네안에서 인문,문학, 작은 콘서트란 단어로 그들을 어루 만질수 있음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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