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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

더불어 살게 하는 힘

2017-01-24


  • 건축가 승효상

계속되는 인문학 열풍 속에서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오히려 갈증을 느끼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인문이란 무엇인가?’
이 우문에 현답을 들려주실 네 번째 손님으로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Q.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인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다른 사람의 지식을 들어야만 인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지식만 듣는 건 겉가죽만 훑고 지나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문 정신은 우리가 사는 방법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한데, 삶에 대한 진정성있는 성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한 그게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사유가 필요해요. 자기 자신을 어떤 제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게 하는 거죠. 이를 위해 홀로 있는 경험이 중요한데 스스로를 독립된 존재로서 경계 밖으로 끊임없이 추방시킬 때 홀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홀로 있는 게 춥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홀로 있으려 하지 않아요. 그걸 이겨내야 인문학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행은 홀로 있을 수 있는 경험”

홀로 있음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이 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제도나 관습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여행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홀로 서게 되는 거죠. 굳이 돈과 시간을 들이는 여행이 아니어도 혼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내적인 여행도 가능합니다. 자신을 타자화시켜서 바라보는 게 내적인 여행이죠.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기 몸에서 이탈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입니다. 내적인 여행을 통해 굳이 물리적으로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홀로 서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인문학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할까요?

A. “인문학은 자기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을 발견하는 것”

인문학은 우리 삶에 매우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존엄이 있는데 그걸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은 잘 발견하지 못해요. 그런 존엄성을 발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발견하기 어려워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데 남을 사랑할 수가 없죠.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회적 삶을 사는 한 다른 사람과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에요. 그 사랑과 존경은 자기를 미워하면서는 생길 수가 없어요. 자기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굉장히 필요한 거죠.

Q. 인문학 열풍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문학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인문학의 저변이 넓어지는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된다”

인문학 열풍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인문학이라는 게 그렇게 요란스럽게 떠들만한 일이 아닌데 마치 심을 본 것처럼 떠들썩한 게 우려가 됩니다. 그런 열풍 속에서 나오는 책들 중에는 인문학에 맞지 않는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가벼운 지식을 담은 책들이 나와서 약간 우려가 되고 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문학에 대한 저변이 넓어진다는 면에서 좋기도 합니다.

Q. 대중 인문학은 관심이 뜨거운데 반해 대학 내 인문학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대학 내 인문학을 장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인문학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요.”

인문학 열풍이라고 하지만 정부에서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잘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학의 인문 계통으로 가려 하지 않고, 사회에서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잘 쓰려고 하지 않죠. 그 기초가 이렇게 허약한데도 교양 인문학 강좌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게 불만스러워요. 정치에서부터 인문학에 대해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요. 대학에서도 사람들이 안 온다고 인문학 강좌를 전부 폐쇄하거나 없애잖아요. 국가에서 의무적으로라도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주고 장려도 해주는 정책이 필요해요. 국가도 언젠가부터 경제 부흥, 경제 살리기 등에 힘쓴다며 공공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어요. 몇 십 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는데 경제가 나아졌나요? 너무 지겹게 듣고 있는 소리예요. 행복이라는 게 경제가 부흥한다고 오는 게 아니거든요. 돈 많은 사람이 더 불행한 경우도 수도 없이 많아요. 행복과 돈은 관계가 없는 건데,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해 국가가 바로 인식하고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그런 정책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Q. 공간을 짓는 건축과 사고의 집을 짓는 인문학은 왠지 비슷해 보입니다.
특히 인문적인 활동 중에서도 글쓰기와 유사해 보이는데요.
선생님께서는 건축과 인문학의 유사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집은 구조가 튼튼해야 형성될 수 있어요. 글이라는 것도 논리가 없으면 언어가 파편화되기 때문에 완성이 어렵죠.
그리스어로 텍톤Tekton이라는 말이 ‘짓다’라는 뜻인데, ‘집을 짓다’와 ‘글을 짓다’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집은 논리가 없으면 지을 수 없어요. 그게 없으면 허물어질 거 아니에요? 기초도 있어야 하고 기둥도 있어야 해요. 이게 구조예요. 구조가 튼튼해야 집이 비로소 형성됩니다. 글도 논리가 없으면 파편화되니까 완성된 글이라고 볼 수 없죠. 좋은 글이라면 개념이 있어야 하고 그 개념으로 상상을 하는 거예요. 상상을 할 때는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짓기 때문에 ‘글짓기’라고도 부르잖아요. ‘짓는다’라는 말은 ‘집 짓다’의 ‘짓다’와 같은 말이에요. 그리스어의 텍톤Tekton이라는 말이 ‘짓다’라는 뜻인데, 글짓기나 집짓기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건축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건축을 배우면 반드시 건축을 잘할 수밖에 없어요.

Q. 건축가에게도 인문학적 사고가 중요해 보이는데요,
건축가에게 인문학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A. “사는 방식을 조직시켜 주는 게 건축입니다.
건축을 굳이 또 다른 장르에 넣어야 한다면 인문학이지 공학이나 예술이 아니에요.
공학이나 예술이 없을 때에도 집은 있었으니까요”

모든 건축가들이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인문학적 사고가 부족한 건축가가 훨씬 많죠. 인문학이라는 게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건축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건축은 삶의 배경을 제공할 뿐이죠. 사는 방식을 조직시켜 주는 게 건축인데 거기에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있어야만 해요. 화장실하고 거실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사람 사는 행동이 달라지잖아요. 여기에 인문학적 사고가 빠지면 사람이 빠져버리니까 껍데기만 짓는 거죠. 내부 공간에 대해서 이 사람을 여기서 어떻게 살게 해야 될까 그런 상상이 빠져버리면 오히려 짓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건축을 굳이 장르에 넣어야 한다면 인문학이지 공학이나 예술이 아니라는 거죠. 생각해보면 인류가 태어나서 집이 먼저 생겼지 공학이나 예술이 먼저 생긴 게 아니거든요. 공학이나 예술은 없어도 집은 있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건축은 공학이나 예술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인문학이 왕성한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회”

인문학이 왕성한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서로 사랑하고 서로 존중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 노력하겠죠. 그게 인문학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갈갈이 찢겨 있어요. 더군다나 인터넷이나 SNS의 발달로 자기 혼자만의 공간에 자신을 몰아 실제적인 사회가 아니라 가상 사회에 자기를 대입시키는 게 만연해있어요. 그런 사회는 파편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공동체가 지속할 수 없어요.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활발해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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