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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전성태

- 인문, 깜짝퀴즈 -

전성태

2022-12-01

인문, 깜짝 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몽골”

- 전성태 소설 『늑대』 중에서 -



ㅇ 출 제 자 : 소설가 전성태

ㅇ 응모기간 : 2022년 12월 1일(목)~2022년 12월 15일(목)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및 인문360 SNS 댓글 참여

ㅇ 당첨자 선물:  전성태 소설가 『늑대』 및 소정의 사례품

ㅇ 당첨자 발표 : 2022년 12월 19일(월) 예정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전성태

전성태 소설 『늑대』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안녕하세요, 소설가 전성태입니다.


퀴즈를 준비하다 보니까 일요일 낮에 방영하던 인기 프로그램 〈장학퀴즈〉(MBC 문화방송)가 생각납니다. “애걔, 나도 풀겠네.” 하다가 “세상에, 쟤는 저런 것도 알아?” 하고 꿀꿀해지던 기억이 납니다. 퀴즈는 내는 맛이 좋을까요, 푸는 맛이 좋을까요?


저는 2009년에 낸 소설집 <늑대>를 꺼냈습니다. 왜 이런 구닥다리 소설집이냐고요? 순전히 겨울이기 때문입니다. 몽골에서 겨울을 나고 와서 이 소설집을 냈습니다. 몽골 체험을 담은 단편소설 여섯 편을 소설집에 수록했습니다. 몽골은 반년이 겨울이라고 하는데 저는 몽골에서 오롯이 겨울을 났습니다. 영하 40도까지 내려간 아침도 있었습니다. 속눈썹이 서걱서걱합니다. 울면 끝장이겠구나, 하고 버텼습니다. 그래도 그런 아침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제게 한 마디로 몽골을 얘기해달라면 “몽골의 대지는 제 숨소리를 들려주는 곳이다”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중국산 폭죽>은 몽골을 무대로 한 단편소설입니다. 몽골 아이들이 주인공이죠. 겨울왕국 몽골은 일찍이 1970년대부터 도시계획을 통해 중앙난방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울란바토르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온수관은 울란바토르의 특별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온수관은 지상으로 지하로 혈관처럼 뻗어갑니다. 온수관을 묻은 맨홀에서 겨울을 나는 노숙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맨홀에서 잠드는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집 없는 아이들이지요.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체제가 저물고 도시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집을 잃거나 집을 나온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뚜껑이 열린 맨홀에서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나오는 걸 본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렀으니 달라졌겠지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세 아이도 맨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입니다. 할하족 아이 하나에 부랴트족 아이 둘인데 부랴트족 아이들은 남매입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때려서 가출한 아이들이죠. 이 아이들은 낮이면 구걸을 하거나 마대자루를 들고 다니며 아파트 쓰레기장을 뒤져 폐품을 모으기도 하지요. 그걸 팔아 주린 배를 채우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이들은 선교활동을 온 한국인 목사의 집을 노크합니다. 지난주에 목사님이 폐품을 모아두었다가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아이들에게 목사님은 자신들의 고객인 셈입니다. 그런데 사달이 났습니다. 폐품을 받으러 오던 아이들이 오지 않자 목사는 폐품들을 버리고 말았는데 뒤늦게 아이들이 나타난 겁니다. 아이들은 몹시 실망을 하죠. 그뿐이 아닙니다.


“변상을 해주세요.” 

“변상? 뭘 변상하라는 말이냐?” 

“우리 것을 남에게 줬잖아요. 그러니까 돈으로 변상해주세요.” 

할하 아이는 동의를 구하듯 제 친구를 바라보았다. 

“농담이지?” 목사는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그 폐품들이 어떻게 너희 거란 말이냐?” 

두 아이가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번에 약속했잖아요?” 

할하 아이가 자루를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자루에서 깡통 부딪는 소리가 났다.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서 분명히 그렇게 약속했어요.” 

옆에 선 부랴트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목사는 실소를 터뜨렸고, 이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 「중국산 폭죽」 중에서 -


목사는 마지못해 돈을 줍니다. 적당히 지폐를 내밀었더니 착실히 셈까지 해서 거스름돈은 차차 갚겠다고 합니다. 떼쟁이 같다가도 순진한 구석도 보이는 아이들이 목사로서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의 집을 나가서는 곧장 사내아이들끼리 치고받고 싸웁니다. 돈을 서로 갖겠다고 벌인 짓이지요. 목사는 아이들을 뜯어말려서 돌려보냅니다. 목사는 아이들을 기다리지만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서 목사는 부랑아 구제 사역을 나갔다가 친구에게 맞았던 부랴트 아이를 만납니다. 옆에 붙어 다니던 여동생도 없이 혼자입니다.    


“녀석은 인사는커녕 화난 아이처럼 뾰로통한 얼굴로 목사의 시선을 외면했다. 

“왜 빵을 받지 않고 그냥 가느냐?”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며칠 새에 얼굴이 더 파리해져서 병색마저 느껴졌다. 

“여기 있거라. 빵을 좀 가져오마.” 

그러자 아이는 머리를 저었다. 

“왜 다른 걸 먹고 싶으냐?” 

목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까운 곳에 보쯔가게가 보였다. 

아이의 소매를 끌자 녀석은 몸을 비틀며 목사의 손을 털어냈다. 아무리 아이지만 괘씸했다. 녀석이 눈물 글썽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목소리가 잠겨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목사는 허리를 굽혀 귀를 가까이 댔다. 녀석은 저만치 빵을 받아들고 서 있는 할하 아이를 가리켰다. 

“저 새끼를 때려주세요.” 

“뭐라고?” 

“저 새끼를 한 대만 때려주세요. 그날 아저씨가 말리는 바람에 나는 때리지 못했어요. 공평하게 한 대만 때려주세요.” 

 목사는 입을 벌린 채 한발 물러났다. 그러자 녀석은 몸을 휙 돌리더니 걸어가버렸다. 


- 「중국산 폭죽」 중에서 -

 

뒷이야기가 궁금하시죠? 목사는 아이들의 사연을 알게 됩니다. 그새 부랴트 아이는 동생을 잃었습니다. 그날 친구와 싸우면서까지 악착같이 돈을 챙기려고 했던 건 동생을 돌보느라 그랬는지 모릅니다. 물론 할아 아이와 부랴트 아이는 화해를 하고 폐품을 가지러 목사를 찾아옵니다. 아이들은 또다시 목사에게 작은 거래를 시도합니다. 거스름돈 오백 투그릭을 자신들에게 양도하라고 겁니다. 목사는 그 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묻지요? 아이들은 태연하게 크리스마스에 쓸 폭죽을 살 거라고 대답합니다. 거리에서 죽은 친구들을 위해 폭죽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겨울 이야기를 전할 생각이었는데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설은 줄거리를 전할 때랑 전편을 읽을 때랑 분위기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저는 그렇게 슬프게 전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세상 어딘가에 춥고 배고픈 아이들이 있겠죠. 그런 것도 겨울 이야기 아닐까요? 

 

 

1. 객관식 퀴즈

두 번째 삽화에서 목사는 빵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아이에게 “다른 걸 먹고 싶으냐고?” 묻고는 보쯔가게를 발견하죠. 보쯔는 몽골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겨먹는 음식인데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① 꽈배기

 ② 볶음국수

 ③ 햄버거

 ④ 만두

 ⑤ 호떡 

 

* 결정적 힌트 : 인터넷 검색을 하면 금방 나올걸요.

 

2. 주관식 퀴즈

아이들의 행동이 참 맹랑하지요. 계산속 빠른 아이들이 목사에게 굳이 거스름돈을 챙겨주려고 하지 않나, 친구를 한 대 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나, 어른들의 예상을 벗어납니다. 아이들의 행동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멋진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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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전성태 ㉖

- 지난 글: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조경란 ㉕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퀴즈

정답:  ④ 만두

몽골 유목민들은 주로 양고기를 만두소로 다져 넣는데, 첫입에 흘러나오는 뜨겁고 기름진 육즙을 후루룩 마시듯이 하고는, 엄지를 척 세우더군요.

 

 
 

2. 주관식퀴즈

◆ 당첨인: 문선주, 샤샤, Raphael

 

 

퀴즈를 내면서 소설 속 아이들의 행동을 맹랑하다고 표현했지요? 아이들이 똘똘하고 깜찍하다는 의미보다도 그 아이들의 행동을 판단하기가 난감하고 묘하다는 뜻으로 썼어요. 소설을 쓰는 내내 들던 마음이기도 했어요. 마음은 둔중하니 아픈데 이를 뭐라고 해야 할까? 지혜로운 말씀들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을 살피는 말씀들에 마음이 갔습니다.

 


문선주 님

아이들의 맹랑한 행동을 자존심이라고 살펴주셔서 수긍했어요. 그럴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나름 규칙이나 의리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몽골에서 유목민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간 경외감을 갖고는 했는데 자기 생을 걸어가는 고독한 인간들을 대하는 느낌이 들고는 했어요.



샤샤 님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볼 때 우리가 좋은 사회,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 자존심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반대에 모멸감이라는 말이 있다면 모멸감을 덜 느끼게 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 같아요.



Raphael 

순진, 천진난만, 장난꾸러기와 같은, 우리가 흔히 아이답다라고 규정하는 어른들의 시선을 성찰적으로 살펴주셨어요. 맹랑하다는 말도 그럴 테고요. “고단한 삶을 살아내며 먼저 떠난 친구들을 기리는, 그저 한 인간이네요.”라는 말씀이 가슴에 맺힙니다. ‘그저 한 인간이네요.’ 단순하지만 많은 울림을 내장한 문장이에요.



몹시 추워요. 연말연시 건강히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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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태

소설가
196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소설집 『매향(埋香)』 『국경을 넘는 일』 『늑대』 『두번의 자화상』,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 『기타 등등의 문학』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순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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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진 이미지

강**

2022-12-01

[**57] 1) 4.만두 2) "목사는...... 적당히 지폐를 내밀었더니..." 구절에서 지폐를 '폐지'로 잘못 읽어서 폐지가 어디서 났지? 했네요^^;
*아이들은 어른들 그대로 자라기 쉽상인거 같아요, 거친곳에서는 아이일 여유도 없이 삶이 지나가요. 그런 속에서도 올바른 중재를 필요로 하는것같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판단 상관없이 자신편에 서달라 떼쟁이를 부리기도 하는거 같아요

문** 사진 이미지

문**

2022-12-01

1. (4)만두
2. 맹랑하지만 그 맹랑함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것 같아 더 슬퍼요. 요즘 나의 세 아이들에게 어떻게 자존감을 키워줄까 참 고민을 많이 합니다.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그런 사랑을 주려해요. 거리의 아이들 이지만 나름 규칙이 있고 의리가 있어 보이네요. 이 겨울 주위에 따뜻함을 구하는 아이들이 없는지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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