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보미입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제 소설에 대해 소개하는 글은 처음 써 봅니다. 그래서 지금 매우 긴장이 됩니다. 최근에 저는 <사라진 숲의 아이들>이라는 장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이 소설을 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 도대체 뭘 쓴 거야?” 이 책을 읽은 저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너가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어떻게 썼니?” 이 두 질문을 받고서야 저는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대체 뭘 쓴 거지?
일단 이 소설은 추리소설입니다. 어쩌면 사회파 소설이라고 칭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뭐라고 표현하든 간에, 이 소설은 제가 여태껏 써 온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계속 변죽만 울리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여성이 나옵니다. 채유형과 진경언. 인터넷 방송국의 피디 채유형은 방송을 위해 소재를 찾고 있던 중, 친구 둘을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수감되어 있는 청소년 심효전을 만나게 됩니다. 채효형은 살인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방송으로 다루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간 경찰서에서 진경언 형사를 만나게 됩니다.
“무슨 일이죠?”
돌아보니 웬 여자가 서 있었다.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나이, 작은 키, 곰 인형을 연상시키는 통통하고 동그란 몸, 염색을 하지 않아 군데군데 흰 머리가 드러난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지 않는 길이였는데, 머리숱은 무성하고 볼은 기미투성이였다. 목에 명찰이 걸려있는데 뒤집어져서 이름과 계급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여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서둘러 명함을 건넸다.
“형사님을 뵈러 왔어요.”
명함을 받아든 후에도 여자는 계속해서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좀 비켜주시겠어요?”
“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입구를 완전히 막고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구석자리에 앉은 여자는 책상 서랍에서 안경 통을 꺼낸 후 그 안에 든 돋보기안경을 안경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책상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한쪽에는 아직 뜯지 않은 초록색 쿠키 봉지와 먹다가 입구를 봉해 놓은 봉지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듯이 쓰고 난 후에야 여자는 비로소 그녀의 명함을 읽어보았다. 모든 일은 아주 천천히, 귀찮아서 못 견디겠다는 투였다.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딱 봐도 다른 형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고, 퉁명스러워 보이는 진경언. 다른 형사들은 아무도 채유형에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채유형은 어쩔 수 없이 진경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뇌물로 근처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사오기로 합니다.
형사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면서 무언가를 노트에 쓰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형사는 노트를 덮고(이번에도 귀찮아서 못 견디겠다는 투로), 아주 천천히 돋보기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저렇게 느긋한 걸 봐서는 유능한 경찰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고 약간은 뻔뻔하게, 마치 부탁받은 음식을 배달해준다는 태도로 커피가 담긴 캐리어와 빵 봉투를 올려놓았다. 형사는 고개를 돌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눈짓으로 빵 봉투를 가리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형사가 뻥 봉투를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고는 빵들을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한동안 바라보기만 한다. 기분을 거스른 걸까? 너무 볼품없는 뇌물이어서 역효과가 난 것일까? 잠시 후 다시 빵을 봉투 안에 집어넣은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도 있구나
몸을 움직인 탓에 여자의 목에 걸린 명찰이 뒤집혔다. 경찰청 소속 진경언. 진 형사는 손을 말아쥐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 참 어이가 없네.”
진 형사는 한번 더 말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 어이가 없어.”
그러고는 내뱉듯이 말을 툭 던졌다.
“그러니까, 내게서 뭘 원하는 겁니까? 채유형 피디님.”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심효전 사건을 파해치기 위해 교류를 시작한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가진 상처를 알게 됩니다. 채유형은 자신의 핏줄에, 진경언은 과거에 저지른 일에 속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심효전 사건을 파해치는 동안, 이 일 뒤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과연 심효전은 살인 사건의 진범일까요? 진경언과 채유형은 어떤 비밀과 마주치게 될까요?
이 소설에는 여러가지 이야기와 질문들이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저의 편집자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읽을수록 어딘가 문제가 있는 인물, 특히 심리적 고통과 병증에 시달리는 인물이 결국 그것을 딛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에 나도 위로를 받고 좋았네.” 저는 이 문장이 <사라진 숲의 아이들>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고 훌륭하다고 느낍니다.
1. 객관식 퀴즈
진경언 형사는 로또에 당첨되면 평생 돈을 안 벌고 '이것'만 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것' 마니아입니다. 진형사의 냉동고에 꽉꽉 채워져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① 빵
② 김
③ 아이스크림
④ 복숭아
⑤ 피스타치오
* 결정적 힌트 : 두 번째 인용문에 힌트가 들어있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진형사는 나중에 채유형에게 도움을 주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헤어지기 전에 진 형사는 그녀에게 취재를 도와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여전히 그 부루퉁한 표정가 느긋한 말투로. 하지만 왜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겠다는 걸까?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사무실 구석에서 무의미한 낙서만 하고 있던 사람이 왜? 대가 없는 도움은 그녀가 믿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은 손쉽게 거부했다. 진 형사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이 그 날 커피를 두 잔 사 왔잖아요.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 빵을 선택하는 솜씨는 완전히 틀려먹었지만, 두 가지 종류를 준비해 줬기 때문에 내 마음이 동한 거예요. 하지만 난 뜨거운 커피만 마신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네요.”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누군가를 배려해서 차가운 커피와 뜨거운 커피를 둘 다 준비하는 마음도 좋지만,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세심함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준 이런 세심한 배려를 알아차린 경험이 있나요? 혹은 반대로 누군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며 그러한 마음을 담은 행위를 한 적이 있었나요? 그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아차렸나요? 그 경험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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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잖아요.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서로를 제대로 배려하거나, 배려를 받았을 때 그 감사함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고, 그리고 그로부터 받는 배려를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강문선 님
저도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를,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쭈뼛쭈뼛하다가 감사를 표할 기회를 놓쳐버렸죠. 하지만 그 날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그 마음이 참 좋아요. 뭔가 든든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수연 님
답변을 읽는 동안, 버스에서 힘겹게 서 계셨을 모습이 제 머리속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요. 세상은 참 각박한 것 같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강하죠.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되는 단 하나의 배려가 세상을 조금은 더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가
1980 서울 출생, 2009년 <21세기문학>으로 데뷔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장편소설 <디어 랄프로렌>, <작은동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을 출간했다.
댓글(4)
서**
2022-10-14
1. 1번 빵
2. 배려에 대해서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74
강**
2022-10-27
1.(1)빵 2.세심한 배려를 받았었는데 고마움은 아주 늦게 깨달았어요......^^; 대학교때 아나운싱 실무 수업을 들었을때, 실습으로인지... 강의실이 바뀌고, 또 난 늦게도착하고, 뒷문을 열고 들어가서 빈자리도 없어서 벽에 기대서서 있었는데, 한 복학생인지 고학년선배인지.... 한분이 의자를 나에게 내어주며 앉으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퇴장하셔서.... 조교(?)인가 생각하다가, 어디선가 접이식의자를 가져와서 앉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런데 그때는 고마움을 전달하지못했어요...-.- 가끔 떠오르면 부끄럽네요^^;
허**
2022-10-16
1. 1번 빵 2. 제가 왼쪽 귀가 잘 안들리는데 지인들이 그걸 기억하고 오른쪽에 서주는 배려를 받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05
최**
2022-10-26
1. 1번 빵
2. 어떤 모임에서 모두를 도울 때, 한 사람을 조금 더 세심하게 돕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아차렸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알아차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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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손보미
- 인문, 깜짝퀴즈 -
손보미
2022-10-14
누군가가 준 세심한 배려를 알아차린 경험이 있나요?
- 손보미 장편소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
ㅇ 출 제 자 : 소설가 손보미
ㅇ 응모기간 : 2022년 10월 14일(금)~2022년 10월 30일(일)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및 인문360 SNS 댓글 참여
ㅇ 당첨자 선물: 손보미 소설가 『사라진 숲의 아이들』 및 소정의 사례품
ㅇ 당첨자 발표 : 2022년 11월 4일(금) 예정
손보미 장편소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책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안녕하세요 손보미입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제 소설에 대해 소개하는 글은 처음 써 봅니다. 그래서 지금 매우 긴장이 됩니다. 최근에 저는 <사라진 숲의 아이들>이라는 장편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제 지인 중 한 명은 이 소설을 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 도대체 뭘 쓴 거야?” 이 책을 읽은 저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너가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어떻게 썼니?” 이 두 질문을 받고서야 저는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대체 뭘 쓴 거지?
일단 이 소설은 추리소설입니다. 어쩌면 사회파 소설이라고 칭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뭐라고 표현하든 간에, 이 소설은 제가 여태껏 써 온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계속 변죽만 울리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여성이 나옵니다. 채유형과 진경언. 인터넷 방송국의 피디 채유형은 방송을 위해 소재를 찾고 있던 중, 친구 둘을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수감되어 있는 청소년 심효전을 만나게 됩니다. 채효형은 살인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방송으로 다루기로 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간 경찰서에서 진경언 형사를 만나게 됩니다.
“무슨 일이죠?”
돌아보니 웬 여자가 서 있었다.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나이, 작은 키, 곰 인형을 연상시키는 통통하고 동그란 몸, 염색을 하지 않아 군데군데 흰 머리가 드러난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지 않는 길이였는데, 머리숱은 무성하고 볼은 기미투성이였다. 목에 명찰이 걸려있는데 뒤집어져서 이름과 계급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여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서둘러 명함을 건넸다.
“형사님을 뵈러 왔어요.”
명함을 받아든 후에도 여자는 계속해서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좀 비켜주시겠어요?”
“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입구를 완전히 막고 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구석자리에 앉은 여자는 책상 서랍에서 안경 통을 꺼낸 후 그 안에 든 돋보기안경을 안경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책상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한쪽에는 아직 뜯지 않은 초록색 쿠키 봉지와 먹다가 입구를 봉해 놓은 봉지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듯이 쓰고 난 후에야 여자는 비로소 그녀의 명함을 읽어보았다. 모든 일은 아주 천천히, 귀찮아서 못 견디겠다는 투였다.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딱 봐도 다른 형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고, 퉁명스러워 보이는 진경언. 다른 형사들은 아무도 채유형에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채유형은 어쩔 수 없이 진경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약간의 뇌물로 근처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사오기로 합니다.
형사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면서 무언가를 노트에 쓰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형사는 노트를 덮고(이번에도 귀찮아서 못 견디겠다는 투로), 아주 천천히 돋보기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저렇게 느긋한 걸 봐서는 유능한 경찰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고 약간은 뻔뻔하게, 마치 부탁받은 음식을 배달해준다는 태도로 커피가 담긴 캐리어와 빵 봉투를 올려놓았다. 형사는 고개를 돌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눈짓으로 빵 봉투를 가리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형사가 뻥 봉투를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고는 빵들을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한동안 바라보기만 한다. 기분을 거스른 걸까? 너무 볼품없는 뇌물이어서 역효과가 난 것일까? 잠시 후 다시 빵을 봉투 안에 집어넣은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렇게 빨리 움직일 수도 있구나
몸을 움직인 탓에 여자의 목에 걸린 명찰이 뒤집혔다. 경찰청 소속 진경언. 진 형사는 손을 말아쥐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 참 어이가 없네.”
진 형사는 한번 더 말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 어이가 없어.” 그러고는 내뱉듯이 말을 툭 던졌다.
“그러니까, 내게서 뭘 원하는 겁니까? 채유형 피디님.”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심효전 사건을 파해치기 위해 교류를 시작한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가진 상처를 알게 됩니다. 채유형은 자신의 핏줄에, 진경언은 과거에 저지른 일에 속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심효전 사건을 파해치는 동안, 이 일 뒤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과연 심효전은 살인 사건의 진범일까요? 진경언과 채유형은 어떤 비밀과 마주치게 될까요?
이 소설에는 여러가지 이야기와 질문들이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저의 편집자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읽을수록 어딘가 문제가 있는 인물, 특히 심리적 고통과 병증에 시달리는 인물이 결국 그것을 딛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에 나도 위로를 받고 좋았네.” 저는 이 문장이 <사라진 숲의 아이들>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고 훌륭하다고 느낍니다.
1. 객관식 퀴즈
진경언 형사는 로또에 당첨되면 평생 돈을 안 벌고 '이것'만 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것' 마니아입니다. 진형사의 냉동고에 꽉꽉 채워져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① 빵
② 김
③ 아이스크림
④ 복숭아
⑤ 피스타치오
* 결정적 힌트 : 두 번째 인용문에 힌트가 들어있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진형사는 나중에 채유형에게 도움을 주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헤어지기 전에 진 형사는 그녀에게 취재를 도와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여전히 그 부루퉁한 표정가 느긋한 말투로. 하지만 왜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겠다는 걸까?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사무실 구석에서 무의미한 낙서만 하고 있던 사람이 왜? 대가 없는 도움은 그녀가 믿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은 손쉽게 거부했다. 진 형사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이 그 날 커피를 두 잔 사 왔잖아요.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 빵을 선택하는 솜씨는 완전히 틀려먹었지만, 두 가지 종류를 준비해 줬기 때문에 내 마음이 동한 거예요. 하지만 난 뜨거운 커피만 마신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네요.”
「사라진 숲의 아이들」 중에서
누군가를 배려해서 차가운 커피와 뜨거운 커피를 둘 다 준비하는 마음도 좋지만,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세심함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준 이런 세심한 배려를 알아차린 경험이 있나요? 혹은 반대로 누군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며 그러한 마음을 담은 행위를 한 적이 있었나요? 그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아차렸나요? 그 경험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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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손보미 ㉔
- 지난 글: [인문, 깜짝 퀴즈] 시인 유희경 ㉓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퀴즈
정답: ① 빵
2. 주관식퀴즈
◆ 당첨인: nanapalyground23, 강문선, 이수연
nanapalyground23 님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잖아요.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히려 서로를 제대로 배려하거나, 배려를 받았을 때 그 감사함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고, 그리고 그로부터 받는 배려를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강문선 님
저도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를,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쭈뼛쭈뼛하다가 감사를 표할 기회를 놓쳐버렸죠. 하지만 그 날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그 마음이 참 좋아요. 뭔가 든든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수연 님
답변을 읽는 동안, 버스에서 힘겹게 서 계셨을 모습이 제 머리속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요. 세상은 참 각박한 것 같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강하죠.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되는 단 하나의 배려가 세상을 조금은 더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가
1980 서울 출생, 2009년 <21세기문학>으로 데뷔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장편소설 <디어 랄프로렌>, <작은동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을 출간했다.
댓글(4)
서**
2022-10-141. 1번 빵
2. 배려에 대해서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74
강**
2022-10-271.(1)빵
2.세심한 배려를 받았었는데 고마움은 아주 늦게 깨달았어요......^^; 대학교때 아나운싱 실무 수업을 들었을때, 실습으로인지... 강의실이 바뀌고, 또 난 늦게도착하고, 뒷문을 열고 들어가서
빈자리도 없어서 벽에 기대서서 있었는데,
한 복학생인지 고학년선배인지.... 한분이 의자를 나에게 내어주며 앉으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퇴장하셔서.... 조교(?)인가 생각하다가,
어디선가 접이식의자를 가져와서 앉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런데 그때는 고마움을 전달하지못했어요...-.- 가끔 떠오르면 부끄럽네요^^;
허**
2022-10-161. 1번 빵
2. 제가 왼쪽 귀가 잘 안들리는데 지인들이 그걸 기억하고 오른쪽에 서주는 배려를 받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05
최**
2022-10-261. 1번 빵
2. 어떤 모임에서 모두를 도울 때, 한 사람을 조금 더 세심하게 돕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아차렸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알아차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58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손보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 깜짝퀴즈] 시인 유희경
유희경
[인문, 깜짝퀴즈] 소설가 조경란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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