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싸늘해진 날씨가 참 놀라우면서도 무덤덤한 듯 흘러가지만 엄정한 자연의 힘에 옷깃을 여미고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 벌써 10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 인생 나눔 교실은 종료한 곳도 있고, 막바지로 2회차 남겨놓은 곳도 있지만, 시작은 햇살이 눈부시고 따가운 5월이었다.
튜터님께서 서글서글하신 목소리로 눈에 장난기 가득 담으시고 임정희 멘토님은 어디어디를 맡게 되셨다, 그리고 한 곳만 더 맡아달라는 그 말씀이 신호탄이 되어 매주 매주 폭염과 싸우며 올 여름을 정말 뜨겁게 보낼 수 있었다. 장애인 직업재활 센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혹은 나는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것일까? 올해가 두 번째인 멘토링에서 어쩌면 나는 이 대답을 찾은 것 같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감사히 그리고 절실히 알게 되었다.
장애인 재활센터의 멘티들을 방문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는 날 센터의 선생님께서 자랑스럽게 “ 우리 친구들은 의사소통이 되요. 초등수준은 되요”라고 말씀하시며 자부심이 가득하신 표정으로 소개를 해주셨다.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멘티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평균 연령이 30인 젊은이들이었다. 자페와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지체가 있는 멘티들이었다.
PPT를 열어 간단한 인사 소개와 우리 서로 친해져요라며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율동과 짧은 노래. 한번의 시연이 끝나고 같이 부르기로 하는데 누군가가 손들고 이야기 한다 ‘ 저 이거 아파서 싫어요’ 그 뒤의 친구에게 살살하라고 부탁하고 다시 노래하였다. 한 번이면 끝날 그 노래와 동작을 나는 그날 스무번이 넘게 부르고 율동하고 다시 부르고 율동하였다. 한 번 끝날 때마다 박수치고 해보고 싶은 사람 손들으라면 서로 서로 하라고 부추기며 열심히도 노래 부르고 율동을 하였다. 물론 멘티들은 한 사람도 그 짧은 노래와 율동을 혼자 해내지 못하였다.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였다. 15회차 진행이 될 때까지 시작하는 항상 그 노래로 멘토링을 시작하였다. 10회차가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이건 머죠?’라는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고 비록 네 줄이지만 그 노래를 다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다 부르고 나선 엄지를 치켜 올리며 ‘내가 최고야’하는 그 눈부신 얼굴들. 노래의 즐거움과 율동의 신남이 그대로 소용돌이 치는 동그란 눈들, 벌어진 입들... 엄지와 검지로 거미줄의 모양을 지어보이고 자랑스러워하며 엄지 척...
아빠가 나 보기 싫다며 자꾸 화내요. 그래서 마음에 상처 생겼어요 하다가도 다시 노래부르고 내가 소중하다는 율동을 정성껏 하는 우리 예쁜 멘티... 그래서 교회가서 기도받는다는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스케치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감사하는 그림들을 그리고...그 그림을 사진찍어 엄마께 보내고 초등학생마냥 엄마에게 전화걸어 자랑하는 우리 듬직한 멘티.....주말에 먹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 생일 선물 이야기등 정말 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림으로 그리고 박수 치고 ...
사실 처음 대면에 나의 고민은 이들과 과연 말은 할 수 있을까? 대화는 나눌 수 있을까? 내가 하고자 하는 수업이 진행은 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15회차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고 기뻐하고 나누어 주었다. 사람이 사는 것이 다 이해되고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걸, 때로는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눈길로 노래로 몸짓으로 미소로 커다란 웃음으로...나를 가르쳤다.
나는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안다. 나는 그들을 가르칠 수 없다. 어떤 것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미소를 주고받았고 서로서로에게 감사하다고 즐거웠다고 이마에 가슴에 미소에 불꽃 하나씩을 켤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 대화가 그 미소가 그 불꽃이 오롯이 나에게 남아 나의 길을 밝혀주고 이끌어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희미하게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 나눔 교실에서 난 그들에게 나의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들은 그들의 오른손을 내밀어 서로 손잡을 수 있었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멘토에세이] 임정희 멘토, "가르치지 않고 배우다"' 저작물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C)2015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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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에세이] 임정희 멘토, "가르치지 않고 배우다"
2024-01-04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가 참 놀라우면서도 무덤덤한 듯 흘러가지만 엄정한 자연의 힘에 옷깃을 여미고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 벌써 10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 인생 나눔 교실은 종료한 곳도 있고, 막바지로 2회차 남겨놓은 곳도 있지만, 시작은 햇살이 눈부시고 따가운 5월이었다.
튜터님께서 서글서글하신 목소리로 눈에 장난기 가득 담으시고 임정희 멘토님은 어디어디를 맡게 되셨다, 그리고 한 곳만 더 맡아달라는 그 말씀이 신호탄이 되어 매주 매주 폭염과 싸우며 올 여름을 정말 뜨겁게 보낼 수 있었다. 장애인 직업재활 센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혹은 나는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것일까?
올해가 두 번째인 멘토링에서 어쩌면 나는 이 대답을 찾은 것 같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감사히 그리고 절실히 알게 되었다.
장애인 재활센터의 멘티들을 방문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는 날 센터의 선생님께서 자랑스럽게 “ 우리 친구들은 의사소통이 되요. 초등수준은 되요”라고 말씀하시며 자부심이 가득하신 표정으로 소개를 해주셨다. 너무나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 한 사람 멘티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평균 연령이 30인 젊은이들이었다. 자페와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지체가 있는 멘티들이었다.
PPT를 열어 간단한 인사 소개와 우리 서로 친해져요라며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율동과 짧은 노래. 한번의 시연이 끝나고 같이 부르기로 하는데 누군가가 손들고 이야기 한다 ‘ 저 이거 아파서 싫어요’ 그 뒤의 친구에게 살살하라고 부탁하고 다시 노래하였다. 한 번이면 끝날 그 노래와 동작을 나는 그날 스무번이 넘게 부르고 율동하고 다시 부르고 율동하였다. 한 번 끝날 때마다 박수치고 해보고 싶은 사람 손들으라면 서로 서로 하라고 부추기며 열심히도 노래 부르고 율동을 하였다. 물론 멘티들은 한 사람도 그 짧은 노래와 율동을 혼자 해내지 못하였다.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였다. 15회차 진행이 될 때까지 시작하는 항상 그 노래로 멘토링을 시작하였다. 10회차가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이건 머죠?’라는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고 비록 네 줄이지만 그 노래를 다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다 부르고 나선 엄지를 치켜 올리며 ‘내가 최고야’하는 그 눈부신 얼굴들. 노래의 즐거움과 율동의 신남이 그대로 소용돌이 치는 동그란 눈들, 벌어진 입들...
엄지와 검지로 거미줄의 모양을 지어보이고 자랑스러워하며 엄지 척...
아빠가 나 보기 싫다며 자꾸 화내요. 그래서 마음에 상처 생겼어요 하다가도 다시 노래부르고 내가 소중하다는 율동을 정성껏 하는 우리 예쁜 멘티... 그래서 교회가서 기도받는다는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스케치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감사하는 그림들을 그리고...그 그림을 사진찍어 엄마께 보내고 초등학생마냥 엄마에게 전화걸어 자랑하는 우리 듬직한 멘티.....주말에 먹은 맛있는 음식 이야기 생일 선물 이야기등 정말 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림으로 그리고 박수 치고 ...
사실 처음 대면에 나의 고민은 이들과 과연 말은 할 수 있을까? 대화는 나눌 수 있을까? 내가 하고자 하는 수업이 진행은 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15회차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고 기뻐하고 나누어 주었다. 사람이 사는 것이 다 이해되고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걸, 때로는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눈길로 노래로 몸짓으로 미소로 커다란 웃음으로...나를 가르쳤다.
나는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안다. 나는 그들을 가르칠 수 없다. 어떤 것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미소를 주고받았고 서로서로에게 감사하다고 즐거웠다고 이마에 가슴에 미소에 불꽃 하나씩을 켤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 대화가 그 미소가 그 불꽃이 오롯이 나에게 남아 나의 길을 밝혀주고 이끌어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희미하게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 나눔 교실에서 난 그들에게 나의 오른손을 내밀었고 그들은 그들의 오른손을 내밀어 서로 손잡을 수 있었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멘토에세이] 임정희 멘토, "가르치지 않고 배우다"' 저작물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C)2015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의 지역협력부 02-739-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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