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나눔 2년차. 2017년 인생나눔교실에 멘토로 참여하고 나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 다시 멘토로 지원했다. 그해 여름이 뜨거웠던 것처럼 올 여름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올해 활동을 하게 된 곳은 노인정과 중년의 교실이다. 2017년에는 주로 청소년과 군인처럼 인생을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면 올해는 이미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분들이 우리 교실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간 만났던 대상 중에 연령이 가장 높은 터라 나눔 준비를 했어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시작인 부모님을 주제로 하여 첫 나눔을 열었다.
재미있는 것은 노인정과 중년의 교실에서 반응이 서로 많이 달랐던 것이다. 노인정은 주로 힘든 시절 부모님이 나눔의 중심에 있었다면 중년은 현재 자녀를 돌보고 있어서 그런지 부모님보다는 자녀와 자신을 화제의 중심에 두었다. 다행히 두 팀 모두 인생나눔교실이 끝나가는 것을 아쉽게 여겨 연장을 요청해 주시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60대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던가. 70세에는 할 일이 아직 많아서 80대는 아직 쓸 만해서 못 간다는 가사가 그저 농담이 아니다. 우리 교실이 그렇다. 87세의 가장 연장자인 멘티님은 항상 제일 먼저 인생나눔교실을 준비하고 계시다. 아파트 화단에 사비를 털어 백합을 키우고 날마다 애지중지하시는 멘티님이 있는가 하면 80세가 넘었는데도 자기관리가 철저해 피부 미인으로 보내시는 멘티님도 있다. 힘들다며 은근히 차도 주시고 아껴두었던 간식도 내주시는 멘티님, 언제나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미모 담당 멘티님도 있다. 세상 귀찮은 사람들에게 노년을 즐겁게 지내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금목걸이의 미남 멘티님도 계시다. 노인정이지만 모두가 젊은 분들이다.
중년반은 개성이 넘친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하는 태도를 갖겠다는 멘티님은 누구보다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 한참 더운 철에 무릎 수술을 해야 했던 주관처 관장님은 병원 퇴원을 하고 나서 단 한번도 빠지신 적이 없다. 개성이 톡톡 튀는 멘티님도 있고, 따뜻한 목소리로 함께 하는 다른 멘티의 글을 격려해 주는 아름다운 멘티님도 있다. 때로 여행에서 겪은 모험을 들려주고, 자식을 키우며 경험한 답답함을 나누며, 중년이 되어 슬슬 염려가 시작되는 건강, 그리고 전업주부로서 갖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을 서로 나눈다. 인생나눔교실에서 얻은 이야깃거리로 모은 글이 제법 무게감을 더하기도 한다.
튜터님을 중심으로 멘토들 간의 유대도 끈끈하다. 뭐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튜터님은 리더로 멋진 사람이다. 사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알고 있다. 인생나눔교실에서 내가 했던 잘못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보고서를 괜찮다 해주고 고칠 것은 친절히 알려준다. 멘토들 간의 우정도 끈끈하다. 소모임 시간에 뭐든 아낌없이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정이 오간다. 심지어 소모임을 위해 가족 휴가도 뒤로 한 멘토님도 있었으니 우리 팀이 잘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눔’을 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각박한 세계를 살고 있지만 문학과 인생을 논하며 2023년에 다시 만난 인생나눔교실에서 삶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멘토에세이] 백현주 멘토, "인생을 나누면"' 저작물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C)2015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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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에세이] 백현주 멘토, "인생을 나누면"
2024-01-03
인생나눔 2년차. 2017년 인생나눔교실에 멘토로 참여하고 나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 다시 멘토로 지원했다. 그해 여름이 뜨거웠던 것처럼 올 여름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올해 활동을 하게 된 곳은 노인정과 중년의 교실이다. 2017년에는 주로 청소년과 군인처럼 인생을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면 올해는 이미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분들이 우리 교실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간 만났던 대상 중에 연령이 가장 높은 터라 나눔 준비를 했어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시작인 부모님을 주제로 하여 첫 나눔을 열었다.
재미있는 것은 노인정과 중년의 교실에서 반응이 서로 많이 달랐던 것이다. 노인정은 주로 힘든 시절 부모님이 나눔의 중심에 있었다면 중년은 현재 자녀를 돌보고 있어서 그런지 부모님보다는 자녀와 자신을 화제의 중심에 두었다. 다행히 두 팀 모두 인생나눔교실이 끝나가는 것을 아쉽게 여겨 연장을 요청해 주시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60대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던가. 70세에는 할 일이 아직 많아서 80대는 아직 쓸 만해서 못 간다는 가사가 그저 농담이 아니다. 우리 교실이 그렇다. 87세의 가장 연장자인 멘티님은 항상 제일 먼저 인생나눔교실을 준비하고 계시다. 아파트 화단에 사비를 털어 백합을 키우고 날마다 애지중지하시는 멘티님이 있는가 하면 80세가 넘었는데도 자기관리가 철저해 피부 미인으로 보내시는 멘티님도 있다. 힘들다며 은근히 차도 주시고 아껴두었던 간식도 내주시는 멘티님, 언제나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미모 담당 멘티님도 있다. 세상 귀찮은 사람들에게 노년을 즐겁게 지내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금목걸이의 미남 멘티님도 계시다. 노인정이지만 모두가 젊은 분들이다.
중년반은 개성이 넘친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하는 태도를 갖겠다는 멘티님은 누구보다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 한참 더운 철에 무릎 수술을 해야 했던 주관처 관장님은 병원 퇴원을 하고 나서 단 한번도 빠지신 적이 없다. 개성이 톡톡 튀는 멘티님도 있고, 따뜻한 목소리로 함께 하는 다른 멘티의 글을 격려해 주는 아름다운 멘티님도 있다. 때로 여행에서 겪은 모험을 들려주고, 자식을 키우며 경험한 답답함을 나누며, 중년이 되어 슬슬 염려가 시작되는 건강, 그리고 전업주부로서 갖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을 서로 나눈다. 인생나눔교실에서 얻은 이야깃거리로 모은 글이 제법 무게감을 더하기도 한다.
튜터님을 중심으로 멘토들 간의 유대도 끈끈하다. 뭐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튜터님은 리더로 멋진 사람이다. 사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알고 있다. 인생나눔교실에서 내가 했던 잘못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보고서를 괜찮다 해주고 고칠 것은 친절히 알려준다. 멘토들 간의 우정도 끈끈하다. 소모임 시간에 뭐든 아낌없이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정이 오간다. 심지어 소모임을 위해 가족 휴가도 뒤로 한 멘토님도 있었으니 우리 팀이 잘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눔’을 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각박한 세계를 살고 있지만 문학과 인생을 논하며 2023년에 다시 만난 인생나눔교실에서 삶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멘토에세이] 백현주 멘토, "인생을 나누면"' 저작물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C)2015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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