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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세이 여섯 번째 : <이 따스한 우정이 어디에서 왔을까?>

2021-12-16


안녕하세요 인생나눔교실입니다.​


'세대 공존, 다름의 가치'를 주제로 한

인생나눔교실 나눔 에세이 여섯 번째.


​옥명호 작가

이야기를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해요!



나눔에세이 여섯 번째 '함께한' 시간과 추억만큼 아이들과 우리 부부 사이에는 모종의 도타운 유대가 자라났다. <이 따스한 우정이 어디에서 왔을까?> <답 없는 너에게> 옥명호 작가 편 인생나눔교실



"'함께한' 시간과 추억 만큼 아이들과 우리 부부 사이에는 모종의 도타운 유대가 자라났다."

<이 따스한 우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옥명호 작가

『답 없는 너에게』,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저자

 

 

 ⓒ2021.09.13.월, 옥명호 


아버지는 줄곧 곁에 없었다. 여덟 식구의 생계를 위해 늘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당시 고등어잡이배 선원은 한 달에 한 번 배가 귀항할 때만 집에 올 수 있었다. 밤과 함께 왔다가 새벽같이 떠나는 아버지를 만나기란 낮도깨비를 만날 확률에 가까웠다. 귀항이 귀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성장기 내내 아버지 부재의 시간이 이어졌다. 어쩌다 상면한 아버지는 말이 거의 없었고,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다가가지 못했다. 불가근 불가원. 아버지 부재의 시간은 관계의 빈곤을 낳았다. 어떤 대화도, 추억도 쌓일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오래 단절되었고, 쉽게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것은, 암이 전신으로 퍼진 아버지 곁에서 병구완을 하며 보낸 2주간이었다. ​


내가 아버지가 된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처음 들었을 때, 두려움이 기쁨을 압도했다. 아빠로 준비되어 있나,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온갖 걱정으로 아득해졌다. 육아 분담에 서툰 손을 보태고, 나들이도 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더러 책도 읽어주며 나름 노력하는 아빠 티를 내보려 했다. 하지만 야근으로 밤늦게 귀가하거나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일을 할 때마다 지난날 바다를 떠돌아야 했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


위기감이 느껴졌고 변화가 절실했다. 시작은 책이었다. 늦은 퇴근에도 잠들지 않고 있는 아이들을 씻기고 잠자리에 뉘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아이가 7살, 4살 때부터 10년이 훌쩍 넘도록 아이들이 잠드는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었다. 더러는 직장 스트레스로 만사가 귀찮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화를 터뜨리는 날들도 있었다. 그래도 함께 책 읽는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신이 지친 날엔 단 5분이라도 읽었고, 화를 폭발했을 땐 사과하고 나서 다시 읽었다. ‘중2병’이 한창일 때도,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변함없이 책을 읽어주는 아빠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아빠가 곁에 머무는 그 시간을 반겼고, 나직나직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드는 그 시간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책읽어주는 사진



함께 책 읽기만 한 건 아니었다. 틈틈이 영화도 같이 즐겼다. 집에서 감상하는 시간도 좋았고, 극장은 팝콘이 있어 더 좋았다. 잠자리에서 읽어준 책을 영화로 볼 때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여행도 소소하게, 자주 다녔다. 동해와 서해, 남해까지 해변과 섬을 즐겨 찾았다. 바닷가를 가면 낚시도구를 챙겨가 낚시도 하고, 체험비를 내고 조개나 바지락을 캐기도 했다. ​


아이들의 성장기에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내 주된 목표는 아이들과 오롯이 ‘함께하는’ 데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겪은 관계의 빈곤, 소통의 단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추억을 쌓아온 일이 대체 ‘세대 간 소통’이나 ‘상호 이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함께한’ 시간과 추억만큼 아이들과 우리 부부 사이에는 모종의 도타운 유대가 자라났다. 추억의 시간을 공유한 우리 네 사람을 이어주고 묶어주는 신뢰와 우정의 끈[紐]과 띠[帶] 말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 무슨 우정이냐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우정이 꼭 또래 사이의 일이기만 할까.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우정이 없을까. 하물며 부모 자녀 사이에야. 



아버지와 아이 사진



영국 작가 C. S. 루이스는 <네 가지 사랑>에서 “연인들은 대개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에게 빠져 있는 반면, 친구들은 나란히 앉아 공통된 관심사에 빠져 있습니다”라고 썼다. 그렇게 우리는 자주 친구처럼 공통의 주제나 소재를 놓고 도란도란 즐겨 이야기를 나누어왔다. ​


가족관계든지, 직장 동료 관계든지, 아니면 처음 만난 사이든지 서로 소통과 이해를 키워가자면 마땅히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쏟는 스킨십이 중요한 법이다. 시간을 내어 함께 있다 한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거나, 마음은 절실하되 함께하는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그 관계에 한 치라도 소통의 싹이 움틀 수 있을까. 털끝만큼이라도 공감과 이해가 자라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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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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