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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업 아카이브

삶, 인생, 식탁은 서로 연결된 단어가 아닐까

2020-08-05

함께하는 인생식탁 인생나눔교실 삶 인생 식탁은 서로 연결된 단어가 아닐까



<2019 함께하는 인생식탁 후기>

-수도권 1차. 9월 26일(토)-



'이런 자리는 처음이야'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밥을 먹다니.. ​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 모두가 같은 입장이었다. 

한 목소리로 그들이 내뱉은 말은 ‘이런 자리는 사실 처음’ 이라는 것이었다. 

'소셜 다이닝'이라는 이름을 들어는 보았지만 우리네 정서에는 분명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다. 게다가 밥만 먹는게 아니라 ‘인생'을 논다하니…. 익숙치 않은 행위라는 부담에 밥 먹다가도 체할 것 같은 무거운 이름의 행사는 ‘함께하는 인생식탁'.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



10여 개 테이블 위에는 각각 안생식탁의 주제들이 놓여 있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점심>

<일상과 일생>

<가슴이 두드리는 소리>

<그대를 듣는다>

<험한 세상에 시인이 되어>

<마흔에서 오십>

... ​


테이블 위의 주제들도 여느 행사장 같지 않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주최자들도 참석자들도 어떻게 진행될지 또는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게 될지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과연 우리는 오늘 여기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



학창시절의추억을소환하다



예정했던 오전 11시가 되자 산들바람이 솔솔 불었다.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 분수대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앉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약간의 간식거리를 꺼내놓고 동그란 눈으로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다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 마종하 <딸을 위한 시>

이 시를 읽어 내려간 오늘의 강사 정재찬 한양대학교 교수는 대뜸,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 교실은 누군가를 먹여살렸던 공간이었다며 포트와 수저가 일체형인 그 도구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던 친구가 꼭 한 명 씩은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 맞다.

그제서야 강사와 참가자들은 같은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인생식탁 참가 중 송도주민



송도 주민으로 오랜만에 대학생 딸과 함께 도시락 나들이를 나온 어머니는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딸에게 이 시가 가슴에 와 닿기를 기대하며, 강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식사



이어 강연자는 복효근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이라는 시로 옮겨가며 한발작 더 인생의 이야기에 다가간다.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마리 요동을 칠때…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를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이라는 시다.


이쯤에서 참가자들은 아직 세상에 때묻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소중한 것을 나누었던 기억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누군가와 무엇을 나눠 먹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인생식탁 참가자들



언제 이렇게 감동어린 따뜻한 식사를 함께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며 현재의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강사는 참가자들에게 넌지시 물으며 자연스럽게 시의 감상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여러분들은 언제 누구와 함께 이렇게 감동어린 식사를 나눠 본 적이 있었나요?"



| 인생의 속도에 떠밀려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생의 속도에 떠밀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연자는 감상에 젖어있을 새도 없이 청소년기를 불꽃처럼 지나고 성인이 되어가며 첫사랑이라는 불도장에 찍혀버리고 말았던 우리 모두가 지나온 인생 속으로 주제를 옮겨간다.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첫사랑> ​


성인이라면 한번 쯤 건너 보았을 첫사랑 이야기에 분위기는 한결 뜨거워진다. 몰래 숨겨놓았던 첫사랑을 들키기라도 한듯 상기된 얼굴의 참가자들은 어느새 강사와 한배를 타고 인생항해를 떠나겠다는 기세로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한다.

'사랑이란 맺어지긴 어렵고 잊는 건 더 어렵더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치 방금 첫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 하는 듯 하던 강사는 곧 성숙한 사랑에 대한 주제를 넘나들더니 이내 인생을 노래한 다음의 시들로 하나 둘 넘어간다.



인생나눔교실참가자들


강연자의 구성진 시어들에 몰입되어 감상에 젖어들다보니, 시들은 어느덧 인생의 구비구비를 다 넘기고 삶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노년의 심정을 노래한 저점에 도달하게 된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가을 꽃 향기가 바람에 풍겨오는 듯, 향기로운 서정주 시인의 시를 끝으로 정재찬 교수는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한다. 시를 읽으며 한 인생을 잔잔히 더듬어 보려는 것이 오늘 강연의 목표였던 것이다.


| 겸손한 도시락들을 한데 모으다

2019 함께하는 인생식탁 수도권 1차 참가 후기


강연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작은 도시락들을 꺼내어 놓는다.



인생나눔교실의 인생식탁참가자들음식


결혼을 앞둔 20대 커플은 김밥집에서 예쁘게 포장해온 김밥과 만두를, 송도의 모녀는 집에서 직접 만든 귤잼을 듬뿍 바른 샌드위치와 사과를 겸손하게 꺼내어 놓는다. 연극배우 김 양은 명태조림 반찬을 꺼냈고 20년 째 직장생활만 내내 해왔다는 최양은 과일들을 소담하게 담아 내어 놓았다.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퍼실리테이터



<험한 세상에 시인이 되어> 라는 이름의 테이블에 참가한 퍼실리테이터는 식탁에 둘어 앉아 음식을 나누는 모두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시집을 한권 꼭 읽어 보는 건 어떻겠냐?’는 것.


모두가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그렇게 오늘 읽은 시들은 참가자들의 마음 한켠에 작은 울림을 남기게 되었다.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참가자



딸과 함께 참석한 50대 어머니는 오늘의 소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오늘 첫번째 시가 <딸에게 주는 시>여서 마치 나를 위한 자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딸이 마침 문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오늘의 이 자리가 딸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그녀는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내 나이가 오십대여도 나는 아직 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고 인생의 중반주에서 새롭운 삶을 모색 중' 이며 '오늘의 이런 시간이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주어 고맙다'라며 오늘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 마흔에서 오십까지, 그룹에서 만난 후배들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참가자의미소



20대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점심> 테이블에서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동안 <마흔에서 오십> 테이블에는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70대, 백발의 노신사는 교사 출신 답게 오늘 행사의 의미를 높은 점수로 정리해 주셨다. 특히 "나이가 많아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여기 와 보니 같은 교사들을 여럿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고, 특히 좋은 시를 나누게 되어 마음이 아주 흡족하다"라며, '좋은 날, 아주 의미있는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며 기쁜 마음에 눈시울마저 촉촉해지고 있었다.

 

 

| 감성 충만한 식탁의 비밀


작은 식탁에서 나눈 겸손한 음식들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자리.



인생나눔교실인생식탁다양한연령의참가자들



그렇게 초가을 산들바람이 부는 송도의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주위를 뛰어 노는 동안 부모들은 시를 읽고 있었고 두런두런 음식을 나누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웬지 모를 따뜻한 감성으로 충만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과연 시 때문이었을까?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처음 만난 사람들 때문이었을까?






함께하는 인생식탁 의외의 장소에 놓인 식탁에서 다양한 ㅣㅈ역 구성원들이 만나 음식을 나누며 인문적 가치를 공유하고삶을 나누는 인생나눔 가치확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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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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