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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익산문화관광재단 윤예리·이예지 협업자: 맛있진 않지만, 맛있었어

2021-03-02

익산문화관광재단, 맛있진 않지만 맛있었어, 윤예리 이예지 인문협업자



먹방과 맛집 투어가 넘쳐나는 요즘.

일찍이 우리의 선현은 음식 품평 책을 지은 바 있었으니, 바로 허균의 <도문대작>이다.

2020년 익산의 두 청년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인문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맛있진 않지만, 맛있었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윤예리 · 이예지 협업자를 만나보자 ! 


 


 

 

 맛있는 것/맛없는 것,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과거에 먹었던 음식을 떠올려보면 맛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맛있지 않더라도 추억은 달콤할 수 있잖아요?”

 

 

프로그램 인문협업자 2인



‘맛있진 않지만, 맛있었어’ 프로그램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음식에 관한 추억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개인과 사회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윤예리 협업자가 그림 그리기를, 시를 전공한 이예지 협업자가 글쓰기를 담당한다. ​

 

원광대 HK+ 지역인문학센터 연구원 동료인 윤예리와 이예지 협업자는 ​<도문대작>에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도문대작>은 1611년(광해군 3년) 허균이 익산 함열로 유배당했을 때,

자신이 전에 맛보았던 좋은 음식을 추억하며 기록한 것으로,당시 음식 연구의 귀중한 사료이다.

또한 삶의 고비를 사색과 글쓰기라는 수단으로 헤쳐나간 한 인간의 나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두 협업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가 맛있고 맛없음의 이분법으로 음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는지 생각해보게 되길 바란다.




“보통 사람들은 음식을 그릴 때 예쁘게, 맛있어 보이게 그려야지만 완성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림이 그리 맛있어 보이거나 예뻐 보이지 않아도 그 자체가 가진 의미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형체가 보이지 않아도 배경이 주황빛이거나 핑크빛이면,

색의 분위기만으로도 이 음식을 먹었을 때 행복했다, 따뜻했다는 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참여자분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이 음식을 먹었을 때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하면서 음식과 그림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 윤예리 인문협업자 -


 

 

 

 음식, 개인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드러내다 

 ​​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는 같은 시간, 원광대학교 내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다.

글쓰기 반과 그림 그리기 반으로 나누어 각각 4, 5주간 활동을 진행한 뒤, 반을 바꾸어 다시 4주 또는 5주간 진행한다.

참여자 개개인에게 밀도 높게 다가가기 위해 한 반에 5명 내외로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



프로그램 진행 장면




 “참여자 연령층이 60-70대여서 글쓰기 주제를 던지면 옛날 어머니가 해주셨던 군고구마, 찐 옥수수 같은 걸 얘기해 주세요.

난했던 시절이라 먹을 게 없어서 그거라도 먹으려고 굽거나 찌면

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 집 마당에 모여 이야기 나누고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난했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엄마와 할머니를 보고 싶다,

그런 글을 쓰셔요. 그럴 때 시대와 개인의 배경이 드러나죠.”

- 이예지 인문협업자 -

 

 

 

 

프로그램 진행 장면



 ​​ 두 사람 개인의 인상 깊은 추억 속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협업자는 최근 자신의 생일에 미역국 대신 먹은 카레를,

윤 협업자는 어머니가 아프셨을 때 끓여드린 죽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니까 요리를 잘 못하잖아요. 안 먹어보고 어머니께 드렸는데 맛있다면서 드시는 거예요.

나중에 외숙모가 오셔서 죽을 먹어보시더니 어떻게 음식을 이렇게 만들 수가 있냐고 하셨어요.

그때야 먹어봤는데 진짜 맛이 없는 거예요. 밥이랑 계란이랑 물맛이 따로따로났던 그 음식이 기억나네요.(웃음)”

- 윤예리 인문협업자 ​ -​





 예술가에서 교육자, 사업가로 



 ‘맛있진 않지만, 맛있었어’ 프로그램은 익산문화관광재단, 그리고 원광대학교 HK+ 지역인문학센터와 협업하여 운영되고 있다.

두 사람이 연구원으로 일하는 원광대학교 HK+지역인문학센터는 전북의 인문 자산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국제적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원광대 교내에 세워진 지역거점 인문학 센터이다.




"지역 인문학센터 실장님께서 ‘너희가 앞으로 계속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운영해보고 싶다면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겠니’ 라고 권유해 주셨고, 

 마침 전부터 익산문화관광재단의 저희와 협업해오던 분들이 함께 해보자 하셔서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은 시민의 자율적 문화예술 활동 및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익산의 문화예술 발전과 관광 진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예리, 이예지 협업자의 이번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고 보고서를 쓰는 등 운영은 익산문화관광재단에서 전적으로 담당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참여자와 호흡하고 교육자이자 사업가로서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을 고민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윤예리 인문협업자


 

 

“전에는 정형적인 수업,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가르쳐주고 혹은 가르침을 받다가 이런 사업에 참여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참여자가 한 명 오셨던 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사전 워크숍 때 받았던 책자를 앞에서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봤어요. 생활밀착형이라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그래. 인문학이 사람을 위한 건데 나는 사람이 아니라 문학에 치중해 있었구나.’ 참여자에게 제 생각을 집어넣으려 할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내가 어떻게 융화되어 이야기 나누고 발전할 수 있을까고민하면서 제가 성장했다 걸 많이 느꼈어요.”

- 윤예리 인문협업자 -


 

 

 

이예지 인문협업자




 “저는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문학하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으려 글을 써왔고, 그들의 비위에 맞춰 글을 써왔어요.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쓴 글을 보면서 과연 내가 어떤 문학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도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

프로그램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 글, 작품을 찾아보면서 결국 나도 이런 작품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 이예지 인문협업자 -





 인문협업자로서 다음을 그리다 



 ​두 협업자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각 반 활동을 쭉 몰아서 하고 바꾸잖아요. 그런데 한 분이 글쓰기 반으로 가지 않고 그림 그리기 반에 또 오신 경우가 있었어요.

참여자분들 대개가 그렇지만 이 분도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나이 들면서 ‘내가 무슨 그림이야’ 생각해서 포기하셨대요.

여기 와서 다시 그림에 흥미를 붙이고 이제는 직접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시더라고요.”

윤예리 인문협업자 -


“추석 직전 주에 명절 음식을 주제로 글 써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발표 시간에 각자 자기 집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하나하나 나열하셨거든요?

다음 주제로 못 넘어가고 한 30분 동안 그걸 들었던 게 최근 가장 깊게 남은 기억이에요.(웃음)”

- 이예지 인문협업자 -


 

 

 

프로그램 진행 장면



 ​​ 마지막으로 윤예리, 이예지 협업자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의 영역에서 작품 활동하는 것 외에도 각자 인문협업자로서 다음 스텝을 그리는 중이다.




“다음에는 조금 더 다양하고 접해보기 어려운 미술재료를 체험해보도록 하고 싶어요.

참여자들이 자기에게 맞는 재료를 찾아 작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습니다.”

윤예리 인문협업자 -


“아무래도 제가 시 전공자라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시 작품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어요.

다음에는 음식이란 주제에서 벗어나서 일기 쓰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습니다.”

- 이예지 인문협업자 -



 

 



 

+ 참여자 인터뷰 ​



참여자 사진



 주제가 주어지자마자 멋진 필체로 노트 가득 글을 써 내려가던 유경순님,

파스텔을 문질러가며 단시간에 그림을 네 장이나 완성한 이순옥님께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가 바로 들릴 것 같은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



- 유경순 참가자 -


 ​Q.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인자 우리 엄마들은 나이가 많잖아? 학교 다닌 시절이 오래됐지. 집안일이다 뭐다 일이 많고 바빠.

근데 어느 정도 나이가 먹으면 자식들이 다 커서 내 시간이 생기잖아?

아마 내 나이 육십 쯤부터 인문학 강좌를 듣기 시작했어. 내가 그런 걸 듣기 좋아하고 시간이 있으니까.

원광대든 도서관이든 강좌가 열린다 하면 들었지. 거의 다 좋은 강의지 나쁜 강의가 있어?

열심히 쫓아다니는 스타일이지, 말허자면. 이것도 안내 문자가 와서 신청을 했어.


 ​Q. 프로그램에서 음식에 대해 글을 써보는 건 어떠셨어요?

나는 글 쓰는 데 소질이 없는 사람이야. 막연하게 글을 써봐라 하면 진짜 어려울텐데,

이예지 선생이 주제를 주면서 쓰라고 허니까 훨씬 수월하지. 난 좋다고 생각해,이런 프로그램.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교육을 돈을 많이 들여서 장려하잖아.

근데 다니는 사람은 열심히 다니는데 안 다니는 사람은 노상 안 다니더라고. 근데 이런 걸 해야 사람들 정신이 맑아져.

우리나라가 잘 먹고 잘 살게 된 반면에 정신이 안 맑게 흘러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이런 교육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내 생각이야. ​

 

 ​Q. 글 써보신 것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거였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음식이 생각나더라고. 생각을 안 하고 여태껏 살았지.

‘엄마가 해준 음식은 비싼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항상 구수하고 따뜻하고 맛이 있었다’ 그냥 이런 거 쓰는 거야.

여기 와서 수업 들으면서 부모님 생각을 참 많이 했어. 이미 돌아가셨지만.

10명 넘는 식구가 한 집에서 살았던 생각이 나고. 마음으로 10분이라도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껴.

여기 안 왔으면 그런 거 못 느꼈겠지. ​



- 이순옥 참가자 -


 ​Q.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내가 아들 며느리 대신 손주들 키우며 살아요.

둘은 초등학교 들어갔고 제일 어린 건 아직 안 들어갔는데, 아이들한테 이 할머니를 따라 하라고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내가 배워야겠더라고요. 배울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 했더니 누가 원광대 인문학 강의를 들어보라 해요.

그때부터 평생교육원 다니면서 많은 걸 깨닫고, 시도 쓰고 수필도 쓰고 그랬어요.


 ​Q. 어떤 음식에 대해 그려보셨나요?

 우리 어렸을 적에 달밤에 멍석 펴놓고 가족들 둘러앉아 송편 만드는 것도 그렸고요.

지난번에는 달밤에 사색에 잠겨서는 ‘옛날엔 저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고 였는데,

토끼가 방아 찧는다고 였는데’ 하면서 그림을 그렸더니 멋있다고 아주 난리들이 났어요.

하하. 수채화 그림도 그려보고 좀 빨리 마르는 물감으로도 한번 그렸는데, 수채화 물감으로 그리는 게 어렵더라고요.

처음 그리는 사람이라 색 배합이 잘 안되어가지고 내가 생각한 색깔이 안 나니까 섭섭하기도 했어요.


 ​Q. 참여자분들이 그림과 글을 책으로 내자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수업이 재미있어서 그림 그린 것, 글 쓴 것, 책으로 내자고 했어요.

그러면 영원한 추억으로 남겠죠? 하나하나 배우는 게 다 추억이에요.

제가 사람들한테 그래요. 늙었다 생각하지 말고 배우러 다니라고. 꿈이 있으면 늙지 않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수업 내내 참여자들의 집중력이 대단했는데요.

두 협업자님의 열정과 참가자님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큰 시너지를 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인문학을 가까이하며 즐거운 배움 이어나가시길 바라고,

협업자님들도 계획하신 대로 지속적 인문활동 해나가시길 !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21596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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