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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널 : 프랑크푸르트 부엌 Frankfurt Kitchen

양용기

2017-07-06

건축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형태를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축물은 고유의 기능을 갖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사용자가 들어와 머물면서 고유의 기능에 만족할 때 비로소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엌은 요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곳이다.

 

 

 

건축의 양식은 너무도 다양하다. 르 꼬르비쥐에는 양식을 “귀부인의 머리에 꽂은 깃털과 같다”고 했다. 이는 양식이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축의 형태뿐 아니라 디자인의 시대적 변화를 정의하려면 양식을 비교하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 각 시대마다 다양한 양식이 등장하지만 대표적인 양식은 크게 고대와 근대 두 가지이다. 고대 양식이 형태주의와 감성 위주였다면 근대 양식은 기능주의와 이성이 주를 이뤘다. 또한 건축물의 형태 면에서 고대가 하나의 테두리 안에 모든 공간을 집약했다면 근대로 오면서 공간은 기능별로 독립되는 구조를 띠게 됐다. 특히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며 삶의 형태와 신분 체계가 수평적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활 형태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부엌 사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새로운 사회 형태와 주거 형태가 등장하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부엌의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농촌에 있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새로운 주택 계획이 필요해졌고, 포화 상태의 도시는 새로운 서민 주거 형태인 ‘아파트’라는 해결책을 내놓으며 부엌을 변화의 주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에 발맞춰 새로운 음식이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주방기구 및 가구 디자인도 등장했다.

 

 

바이센호프 지들룽(Weissenhof siedlung)_독일공작연맹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모습

1. 바이센호프 지들룽(Weissenhof siedlung)_독일공작연맹
2.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모습 ©Harald_www.flickr.com

 

 

독일공작연맹이 슈투트가르트에 ‘바이센호프 지들룽(Weissenhof siedlung)’이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선보이면서 부엌 또한 현대화가 시도됐고, 기차의 식당칸에서 모티프를 가져온다. 요리에 대한 여성의 노동을 줄이고 동선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근접 거리에 모든 것을 배치했다. 그리고 기차에서 사용되는 음식 운반 수단을 부엌으로 끌어들였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부엌’의 시작이자 현재 부엌의 모태이다. 1926년 프랑크푸르트의 주거 단지 사업에 맞춰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 건축가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설계했다.

 

 

프랑크푸르트 부엌

프랑크푸르트 부엌

 

 

사실 여기에는 바우하우스 양식의 영향이 크다. 바우하우스는 규격화된 주거 공간에서 부엌이 어떤 기능과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지 연구했다. 어디서 먹고, 요리는 어디서 해야 하며, 잠은 어디에서 자야 하는가 등을 고려했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요소가 바로 음식과 요리였다. 거실과 부엌의 연결관계를 고려해 부엌 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하고, 주거에서 여성에게 변화가 요구되는 필수적인 공간으로 부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한 비용이 높아지면 원래 목적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파트를 시공할 때 부엌의 모든 가구를 붙박이로 해결하고 시공과 동시에 설치하였다. 여성이 부엌에서 시간을 절약하게 하여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갖게 하고, 최소한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주택의 변화와 함께 부엌이 달라지면서 모든 주방기구에 대한 현대화 바람이 일었고, 요리기구도 석탄에서 전기를 사용하도록 바뀌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스토브 사진

스토브, Die Weissenhofsiedlung, 1927, 독일공작연맹

 

 

이러한 프로젝트는 생활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주방의 동선 체계를 설정하여 그에 맞게 주방가구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요리할 때 아이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유리문을 설치하고, 통풍을 고려한 발코니 등을 계획했다. 이것이 1927년 초기 현대식 요리를 위한 공간의 탄생이다. 지금의 부엌 형태가 그때와 많이 다르지 않은데, 이러한 부엌의 원조가 ‘프랑크푸르트 부엌’인 것이다.

 

 

부엌 사진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현대 부엌의 효시가 되었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형태를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축물은 고유의 기능을 갖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사용자가 들어와 머물면서 고유의 기능에 만족할 때 비로소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엌은 요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곳이다. 건강한 요리는 건강한 환경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르 꼬르비쥐에가 한 말을 들어보고자 한다. “가정에서 일하는 여성이 요리 외 새로운 삶을 기대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가족의 순교자가 아니다. 그들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는 행복해요’ ‘정말 아름답네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건축예술이다.”

 

 

도시속 빌딩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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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용기
양용기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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