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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호러 픽쳐 쇼,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나 윤리적인

- 철학,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

김진선

2022-11-10

리드문

 

입소문을 타고 열광적인 팬층이 형성되면서 이 영화는 컬트(cult)의 대명사가 된다. 충격적인 복장과 흥겨운 음악에 더해 부정행위와 은밀한 관계까지 관음증적 시선까지 담고 있는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일탈에 따른 쾌락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그 컬트적 인기가 충분히 해명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 영화의 인기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인간



기독교 성경 “창세기 3장”의 내용으로 시작해볼까 한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여자인 하와는 뱀의 꼬임에 넘어가 신의 지시를 어기고 선악과를 따 먹는다. 최초의 남자인 아담 역시 하와가 넘겨준 과실을 먹는다. 이에 인간은 신의 저주를 받아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성경의 이 구절과 선악과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그중 몇 가지를 꼽아보면, 첫째,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인간은 성욕에 눈을 뜨게 되고 성과 부끄러움을 연결짓게 되었다. 둘째,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적인 존재다. (‘아담’은 신이 남자에게 부여한 이름이지만 ‘하와’는 선악과를 먹은 후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기 전에 아담이 최초의 여자에게 준 이름이다.) 셋째, 욕정에 휩쓸리거나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행위는 불경스러운 것으로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흥겨움과 성과 폭력으로 가득 찬 프랭크 박사의 성, 그리고 몰락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포스터 (출처: 네이버영화)



이제 앞으로도 전설로 남을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연인 사이인 브래드와 재닛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어쩌면 분위기를 타고, 마침내 결혼을 약속한다. 은사 스콧 박사에게 찾아가는 길에서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폭우를 만나고 설상가상으로 자동차마저 고장, 브래드와 재닛은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성으로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곳은 그들이 본 적 없던 기묘한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이상한 춤과 노래가 이어지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성의 주인 프랭크 박사. 그는 트랜스섹슈얼이라는 별에서 온 외계인이었으며 이상한 파티는 박사가 만든 피조물인 록키의 완성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얼떨결에 브래드와 재닛은 록키가 탄생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그날 밤 성에서 묵어가게 된다.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스틸컷 (출처: 네이버영화)



진짜 사건은 이제부터다. 프랭크 박사는 재닛에게는 브래드의 모습으로 위장해, 브래드에게는 재닛의 모습으로 위장해 각자의 침실에 들어가 성관계를 맺는다. 그들이 연인이라고 생각한 상대가 사실은 박사가 위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좌절한 재닛은 방에서 나와 성 안을 배회하다 록키를 만나고 이내 그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이후는 혼란의 연속이다. 재닛과 브래드와 프랭크 박사, 거기에 록키의 사각관계에 더해, 프랭크 박사를 주시해 온 스콧 박사도 성에 도달하고 일련의 사건이 이어진다. 혼란의 절정은 등장인물들이 파격적인 차림새를 하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 그것의 끝은 파국이다. 프랭크 박사는 목숨을 잃고 우주선 자체였던 성은 그의 고향인 트랜스섹슈얼 행성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인간은 마치 꾸물대는 벌레와 같은 모양새로 폐허 위에 남겨진다.


이것은 어딘지 익숙한 이야기다. 브래드를 아담, 재닛을 하와라고 해 보자. 그리고 프랭크 박사는 뱀이고 록키는 선악과라고 하면 어떨까. 프랭크 박사의 성은 에덴동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추 맞아떨어지지 않나 싶다.



흥행 실패작에서 컬트로



<록키 호러 픽쳐 쇼>가 개봉했을 당시 흥행성적은 형편없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열광적인 팬층이 형성되면서 이 영화는 컬트(cult)의 대명사가 된다. 충격적인 복장과 흥겨운 음악에 더해 부정행위와 은밀한 관계까지 관음증적 시선까지 담고 있는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일탈에 따른 쾌락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그 컬트적 인기가 충분히 해명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 영화의 인기는 충격적 영상을 익숙한 구조 안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는 부정적 쾌락에 빠진 인간들과 프랭크 박사에 대한 처벌로 ‘안전하게’ 마무리된다. 이에 함께하는 우리는 영화가 제공하는 온갖 종류의 부정과 쾌락을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록키 호러 픽쳐 쇼>에 마음껏 열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리 – 심연 속의 투명망토



이것이 바로 ‘윤리’의 힘이다. 윤리(ethics)의 어원은 에토스(ethos)다.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수사학』에서 듣는 사람의 감정상태인 파토스(pathos) 및 논증인 로고스(logos)와 함께, 말하는 이의 성품(character)인 에토스가 설득력 있게 말하는 데 중요하다고 적고 있다. 에토스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사회’와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에토스가 관습을 지칭하기도 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로써 인간은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갖게 된다. 또한 윤리는 사회 안에서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알려준다. 이것은 ‘내’가 다른 이에게 일원으로 승인받는 방법이기도 하다. 윤리는 아들러(Alfred Adler)가 말한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확실한 방편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윤리의 이런 특징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윤리의 효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리는 인간이 감추고 싶은 부분들을 꺼내 보여주기도 한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말을 살짝 빌리면, 윤리는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록키 호러 픽쳐 쇼>의 비극적인(?) 결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지침을 다시 떠올려 보자. 성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진실되어야 한다, 정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등. 이것은 일견 바람직하다고 여겨질 만한 규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비틀어 보면, 이런 통제는 곧 인간이 쉽게 흔들릴 만한 부분, 다시 말해 인간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성에 대한 충동을 갖고, 쉽게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거짓된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주변을 둘러보며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가진 존재다. 이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분명 인간에게 해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적 요소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윤리는 ‘행복’이라는 장막을 쳐서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인간의 안전장치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다시 니체의 명언을 차용해 보면, 윤리는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은 우리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투명망토 같은 것이다.



진실된 삶

진실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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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어떻게 그 망토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윤리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자. 여기에서 밀(John Stuart Mill)의 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지능지수나 지적인 능력과 관련한 것이 아니다. 밀은 누구나 자신에게 적합한, 즉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각자가 그것에 ‘능숙’해진다면 자연스럽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밀은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내가 그리고 누구나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 데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이로써 개인의 행복은 사회의 윤리적 성숙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프랭크 박사의 성이 떠난 폐허 위에 인간의 성을 다시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찜찜함을 한 톨 남겨본다. 프랭크 박사는 ‘혼(spirit)’으로 이 땅에 남았다.


 

 

 

[철학,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록키 호러 픽쳐 쇼,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나 윤리적인.

- 지난 글: [철학, 영화(드라마)에 빠지다] 나도 너같은 어른을 만났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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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동국대학교 강사
김진선

동국대학교 강사
동국대학교 윤리문화학과에서 윤리이론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공학 및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인간의 변화에 대한 윤리적 쟁점에, 윤리적 실천에 있어서는 작은 윤리 모색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역서로 『자비 결과주의』(공역), 『불교의 시각에서 본 AI와 로봇윤리』(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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