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달이 다양한 놀이기구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여 놀이는 점차 건축공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이뤄진 전기와 IT의 발달은 세대간의 놀이를 더욱 분리했고,
놀이동산은 일정한 세대를 위한 영역으로 광장의 기능을 단순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 ICT는 ‘코쿤족’이라는 광장과는 먼 개인놀이의 부류까지 만들어냈다.
고대, 생활 그 자체였던 놀이
고대 도시의 형태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의 도시는 지금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구조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그만큼 단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위 형태는 소수의 지배층과 다수의 비(非)지배층이 수직적 구조를 이루었다. 그러한 이유로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의 종류도 지배층을 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성되어 궁전과 일반인들의 주거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도시 구성은 삶의 형태 또한 단순했음을 보여준다. 생활과 놀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기에 생활 자체가 곧 놀이였고, 그렇기에 어디든 생활의 터전이면서 놀이터가 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놀거나 집 근처를 바로 놀이터 삼아 놀았다. 또한 이 시기는 건축물의 내부가 그렇게 중요히 여겨지던 시기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구조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기에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고, 안과 밖의 구분 역시 사실상 의미가 크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로 외부에서 활동했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뤼겔(1525~1569)의 그림
중세와 근세, 광장 놀이터
근세에 봉건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광장의 형태는 시청 같은 공공기관 앞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종교적인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라서 공관과 교회는 서로 마주보며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 건물 사이에 분수를 두어 이 영역의 중심이 되게 하고, 두 개의 타원형 광장은 서로 대치하는 형태를 이뤘다. 도시의 가장 큰 대로는 이 두 광장에서 끝나도록 설계되었으며 여전히 사람들은 놀이를 즐기는 장소로 애용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파티에 선보였던 불꽃놀이도 대부분 이 광장에서 이뤄졌다. 광장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용하던 놀이터로 도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시청과 교회 사이에 위치한 ‘마르크트 광장’
봉건제도는 왕에게 충성하는 영주의 탄생에서 시작되지만 역으로 영주라는 독립 개체가 탄생하는 제도이기도 했다. 광대한 영토를 점유하게 된 영주들은 왕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것을 만족시켜 주는 부류가 바로 상인이었다. 상인들은 이미 십자군 전쟁 때 길드라는 상인조합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들은 권력대신 부를 차지하여 자신들을 위한 건축물을 꾸미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로코코 시대이다.
근대, 최초의 놀이동산
건축물 내부가 꾸며지고 여러 나라를 다닌 상인들을 통해 반입된 놀이들이 전해지며 광장의 놀이터는 내부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 계층을 위한 것으로 서민들에게는 아직 광장이 최대의 놀이터였다. 이때까지 놀이의 성격이 크게 변하진 않았다. 여전히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는 단순하지만 대중적인 친목 수단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민심의 주체성이 커지며 기득권층은 대중을 향한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놀이였다.
상업조합 길드는 귀족은 아니었지만 귀족층과 서민층 사이에서 연계가 잘 되고, 또한 서민들이 귀족층에는 불만을 가져도 상인들과는 잘 어울리자, 기득권층은 그 이유가 광장 주변에 있는 길드 하우스를 통한 소통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상류층도 서민과의 소통을 위한 놀이 공원을 만들게 된다. 최초의 놀이동산인 덴마크의 뒤어하우스바켄(Dyrehavsbakken, Klampenborg, 1583)과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 Copenhagen, 1843)이 그 시작이다. 건축가이자 음악가인 게오르그 카르스텐센(Georg Carstensen)의 제안으로 지어진 티볼리 공원은 놀이공원의 원조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러한 놀이공원의 등장으로 광장의 놀이 기능은 점차 사라진다. 사실 상류층은 광장에 모이는 시민의 모습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더욱 장려되었다.
광장에서 가상공간으로
근대에 들어 제1차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달이 다양한 놀이기구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여 놀이는 점차 건축공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이뤄진 전기와 IT의 발달은 세대간의 놀이를 더욱 분리했고, 놀이동산은 일정한 세대를 위한 영역으로 광장의 기능을 단순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 ICT는 ‘코쿤족(Cocoon, ‘누에고치’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로부터 떨어져 자신만의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을 이르는 용어)’이라는 광장과는 먼 개인놀이의 부류까지 만들어냈다.
ⓒsamuelzeller
현대는 과거와 달리 여러 세대가 다양한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놀이영역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금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래세대에는 놀이영역이 사라질 수 있다. 현대에는 Game과 Play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명확히 나뉘어질 것이다. 놀이광장은 물리적 영역에서 추상적 영역으로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게 되며 자발적 놀이가 필수조건으로 부상할 것이다. 놀이 공간이 운동장에서 체육관이 되고 다시 스마트 공간이 되어가는 것처럼, 놀이는 미래의 공간 연구에서 감안해야 할 또 하나의 분야로 등장하리라 보인다.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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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공간의 변화
고대 도시의 형태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의 도시는 지금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구조도 단순해질
양용기
2017-09-07
제1차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달이 다양한 놀이기구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여 놀이는 점차 건축공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이뤄진 전기와 IT의 발달은 세대간의 놀이를 더욱 분리했고,
놀이동산은 일정한 세대를 위한 영역으로 광장의 기능을 단순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 ICT는 ‘코쿤족’이라는 광장과는 먼 개인놀이의 부류까지 만들어냈다.
고대, 생활 그 자체였던 놀이
고대 도시의 형태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의 도시는 지금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구조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그만큼 단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위 형태는 소수의 지배층과 다수의 비(非)지배층이 수직적 구조를 이루었다. 그러한 이유로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의 종류도 지배층을 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성되어 궁전과 일반인들의 주거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도시 구성은 삶의 형태 또한 단순했음을 보여준다. 생활과 놀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기에 생활 자체가 곧 놀이였고, 그렇기에 어디든 생활의 터전이면서 놀이터가 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 곁에서 놀거나 집 근처를 바로 놀이터 삼아 놀았다. 또한 이 시기는 건축물의 내부가 그렇게 중요히 여겨지던 시기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구조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기에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고, 안과 밖의 구분 역시 사실상 의미가 크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로 외부에서 활동했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뤼겔(1525~1569)의 그림
중세와 근세, 광장 놀이터
근세에 봉건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광장의 형태는 시청 같은 공공기관 앞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종교적인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라서 공관과 교회는 서로 마주보며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 건물 사이에 분수를 두어 이 영역의 중심이 되게 하고, 두 개의 타원형 광장은 서로 대치하는 형태를 이뤘다. 도시의 가장 큰 대로는 이 두 광장에서 끝나도록 설계되었으며 여전히 사람들은 놀이를 즐기는 장소로 애용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파티에 선보였던 불꽃놀이도 대부분 이 광장에서 이뤄졌다. 광장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용하던 놀이터로 도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시청과 교회 사이에 위치한 ‘마르크트 광장’
봉건제도는 왕에게 충성하는 영주의 탄생에서 시작되지만 역으로 영주라는 독립 개체가 탄생하는 제도이기도 했다. 광대한 영토를 점유하게 된 영주들은 왕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것을 만족시켜 주는 부류가 바로 상인이었다. 상인들은 이미 십자군 전쟁 때 길드라는 상인조합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들은 권력대신 부를 차지하여 자신들을 위한 건축물을 꾸미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로코코 시대이다.
근대, 최초의 놀이동산
건축물 내부가 꾸며지고 여러 나라를 다닌 상인들을 통해 반입된 놀이들이 전해지며 광장의 놀이터는 내부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 계층을 위한 것으로 서민들에게는 아직 광장이 최대의 놀이터였다. 이때까지 놀이의 성격이 크게 변하진 않았다. 여전히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는 단순하지만 대중적인 친목 수단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민심의 주체성이 커지며 기득권층은 대중을 향한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놀이였다.
상업조합 길드는 귀족은 아니었지만 귀족층과 서민층 사이에서 연계가 잘 되고, 또한 서민들이 귀족층에는 불만을 가져도 상인들과는 잘 어울리자, 기득권층은 그 이유가 광장 주변에 있는 길드 하우스를 통한 소통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상류층도 서민과의 소통을 위한 놀이 공원을 만들게 된다. 최초의 놀이동산인 덴마크의 뒤어하우스바켄(Dyrehavsbakken, Klampenborg, 1583)과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s, Copenhagen, 1843)이 그 시작이다. 건축가이자 음악가인 게오르그 카르스텐센(Georg Carstensen)의 제안으로 지어진 티볼리 공원은 놀이공원의 원조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러한 놀이공원의 등장으로 광장의 놀이 기능은 점차 사라진다. 사실 상류층은 광장에 모이는 시민의 모습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더욱 장려되었다.
광장에서 가상공간으로
근대에 들어 제1차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달이 다양한 놀이기구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여 놀이는 점차 건축공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이뤄진 전기와 IT의 발달은 세대간의 놀이를 더욱 분리했고, 놀이동산은 일정한 세대를 위한 영역으로 광장의 기능을 단순화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 ICT는 ‘코쿤족(Cocoon, ‘누에고치’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로부터 떨어져 자신만의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을 이르는 용어)’이라는 광장과는 먼 개인놀이의 부류까지 만들어냈다.
ⓒsamuelzeller
현대는 과거와 달리 여러 세대가 다양한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놀이영역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금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래세대에는 놀이영역이 사라질 수 있다. 현대에는 Game과 Play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명확히 나뉘어질 것이다. 놀이광장은 물리적 영역에서 추상적 영역으로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게 되며 자발적 놀이가 필수조건으로 부상할 것이다. 놀이 공간이 운동장에서 체육관이 되고 다시 스마트 공간이 되어가는 것처럼, 놀이는 미래의 공간 연구에서 감안해야 할 또 하나의 분야로 등장하리라 보인다.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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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양용기
기억을 만드는 건축가
양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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