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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와 제 2의 <오징어 게임> : K-콘텐츠의 꿈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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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2023-01-26

리드문

 

<오징어 게임>이 K-드라마의 위상을 최고조로 올려놓은 이후 ‘글로벌 신드롬’을 운운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차별성을 내세웠지만 이미 성공한 원작을 굳이 리메이크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만들었다. <블랙의 신부> <카터> 역시......

 


이제 기훈이 돌아옵니다. 새로운 게임이 다시 시작 됩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타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세상은 또 이 남자의 게임 제안에 설레고 있다. 돌아온단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두 번째 시즌이. 그리고 역시 돌아온단다. 탈영병 잡는 체포조 와 K-좀비물 전성시대의 계보를 이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과 <스위트홈>까지. 흥행 스토리를 생각하면 충분히 예견 가능한 대작의 귀환이고 그만큼 기대가 뜨거운 지금, 달뜬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오징어 게임 2>와 제 2의 <오징어 게임> K-콘텐츠의 꿈은 어디 있는지를 질문하며 말이다.


 

선생님 저랑 게임 하나 하시겠습니까?



이 한마디에 전 세계 사람들을 가장 매혹적인 게임에 뛰어들게 만든 <오징어 게임>은 무려 12년 만에 세상에 나왔고, 단 12일 만에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오징어 게임> 감독과 배우들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는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은 K-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을 넘었으며 문화적, 국제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의미를 가진다. BTS가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을 한 것처럼 K-드라마가 그 인기를 가장 권위 있는 지표로 공인받은 것이다. K-드라마 글로벌 신드롬에 대해 배우 윤여정 씨는 “한국에는 늘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있었다. 세계가 갑자기 우리를 주목했을 뿐”이라고 했다. 글로벌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무대를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제공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가 선사한 ‘신의 선물’ 일 수 있지만 만약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면 그들이 펼쳐놓은 무대의 중심에서 빛나는 별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 흥행의 무대를 아시아권역으로 잡았던 한류 드라마와 달리 K-드라마 현상의 핵심은 ‘글로벌 신드롬’에 있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휴대전화가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현상과 다르게 K-드라마의 인기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기술력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콘텐츠와 스토리에는 사상과 감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계 영화 시장을 오랜 시간 미국이 주도해온 이유에 돈과 기술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자유, 평등,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와 같은 콘텐츠에 담긴 메시지들을 세계가 보편타당하게 받아 들여왔던 이유가 더 크지 않은가. 그래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K-드라마가 글로벌 대중이 공감하는 보편적 정서라는 질적인 허들을 마침내 넘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데스 게임(Death Game) 콘텐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적인 소재였지만 <오징어 게임>은 달랐다. 지독하게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이 중심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하여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이런 게임들은 룰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복잡한 두뇌 싸움도 필요 없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어둡고 복잡한 생존 게임의 전형성을 벗어던진 화려하고 단순한 게임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차별성을 장착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 안에 담긴 사회 구조적 공감대는 매우 강력한 보편성을 내재하고 있다. 쌍용 자동차 문제, 묻지마 투자 문제부터 북한 이탈 주민, 양아치,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까지. 게임에 참가하는 인물들의 개별적인 사연들이 모두 부의 양극화 문제와 계급, 계층의 단절과 갈등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어지면서 강력한 ‘현실성’과 ‘공감대’를 얻게 된다. 오색 창연한 게임의 세계에서 재미있는 게임의 규칙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남을 것이냐 도태될 것이냐 결국 그것은 나와 우리의 문제이자 현실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오징어 게임>은 어른들의 ‘잔혹 동화’에 가까운 데스 게임(Death Game) 을 통해 전 세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여기에 전 세계 1억 3천명의 사람들은 답을 해온 것이다. “사실 너네만 그런 것이 아니야. 우리도 진짜 힘들어. 나도 오징어게임이 있다면 참가하고 싶어” 라고. <기생충>이 그러했듯 <오징어 게임> 또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 시대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영화 <베테랑>의 대사처럼 자본과 기술만 있으면 K-스토리가 ‘글로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뜻밖의 행운이나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오징어 게임>이 증명해낸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당연하게 여겨온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을 필두로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의 시즌 2 제작을 연이어 공식화했다. 일정한 성공이 담보된 안전하고 영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안전한 선택이 K-드라마의 장밋빛 미래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안전한 선택이 K-드라마의 장밋빛 미래가 될까



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오징어 게임>이 K-드라마의 위상을 최고조로 올려놓은 이후 ‘글로벌 신드롬’을 운운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차별성을 내세웠지만 이미 성공한 원작을 굳이 리메이크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만들었다. <블랙의 신부> <카터> 역시 연출과 스타일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지만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던 <갯마을 차차차>, <나의 해방일지>와 같은 로맨스‧드라마 장르도 기대와 달리 아시아 박스권을 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이슈들로 고전하던 넷플릭스가 새로운 해를 맞이해 공식화한 라인업이 공전의 히트를 쳤던 K-드라마의 시즌 2 제작이다. 넷플릭스의 동아줄이 되어줄 K-드라마의 귀환은 분명 환영할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K-드라마의 도약을 위해 우리에겐 넷플릭스와는 다른 계산이 필요해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두고 영국 인터넷 매체 〈리뷰긱(The Review Geek)〉은 ‘미국 제작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생긴 빈 공간 덕분’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리뷰긱>은 할리우드가 수년간 속편과 리메이크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그렇게만 해도 일정 수준의 흥행이 보장된다는 것을 경험해오면서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고민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 빈 공간에 <오징어 게임>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시즌 2 제작에 들어가는 K-드라마들이 <리뷰긱>의 지적처럼 수년 동안 우려먹기를 반복하다가 창조적으로 파산했다는 비판을 받는 할리우드 콘텐츠와 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평가절하와 초치기는 더더욱 아니다. 독보적인 스토리의 힘을 가진 K-드라마의 시즌 2 제작은 여전히 기대의 대상이며 시즌 2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펼쳐지게 될 거라는 믿음 역시 단단하다. 다만 대작 K-드라마의 귀환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고 할리우드 매너리즘의 빈 공간을 매섭게 치고 들어갔던 것처럼 또 다른 <오징어 게임>이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만 한다.


 

하이콘셉트 - 하이터치, 작가주도적 K-스토리의 힘



드라마 <수리남>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처: ENA)

드라마 <수리남>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출처: ENA)



영화관에 가는 것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다. 이것이 플랫폼과 콘텐츠의 관계다. 영화 없는 영화관, 요리 없는 레스토랑은 없듯이 결국 무기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다. 한국이 만들어내는 K-드라마는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탁월하다. 좀비가 나타나도 태풍에 해일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재난의 상황에서도 K-드라마는 사람에 집중한다. 빌라 한 채가 통째로 싱크홀로 빨려 들어간 상황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동산 문제와 가족, 공동체 문제를 담아낸다. 혈흔이 낭자한 범죄 스릴러물에서도 삶과 죽음, 진실과 현실을 고민하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고 디테일한 묘사와 감각적인 표현들로 보편성을 극대화하는 것, 이것은 K-콘텐츠의 성공을 견인해온 작가 주도적 스토리의 힘이었다. 창작자부터 수용자까지 이야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작가들은 감정의 진폭이 큰 이야기, 강렬한 이야기를 선호해왔다. <오징어게임> <수리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성공을 통해 증명되었듯 한국의 작가들은 독특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강렬하고 공감 가도록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또한 평범한 일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은 마치 평범한 음식에 넣는 한 방울의 비법 양념처럼 일상 서사가 중심인 스토리를 신선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일조한다. 강렬한 이야기를 새롭지만 쉽고 재미있게 그려내는 ‘하이콘셉트’와 개별성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가장 보편적인 감정과 메시지에 다다르는 ‘하이터치’가 K-스토리가 가지는 강력한 무기이다. 장르의 전환이 빠르고 융합적인 것 역시 K-스토리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액션물이지만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고 로맨스 장르인데 세대의 갈등과 고민이 녹아 있고 판타지인데 지독하게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닮아있는 것들은 K-스토리가 가지는 융합적 스타일의 힘이다. 소재는 ‘한국적’이고 보편성과 공감성은 ‘세계적’인 K-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유일무이한 무기는 작가주도적인 K-스토리 그 자체에 있다.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은 “이야기는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 발굴을 위한 창작 지원 사업의 확장과 콘텐츠 IP(저작권) 독점 문제 해결과 같은 콘텐츠 창작의 건강한 토양을 마련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K-스토리를 발굴해내야만 한다.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어딘가에 있을 빈 공간을 채울 또 다른 K-스토리를 발굴하는 데 있어 안정되고 영리한 선택보다는 우당탕탕 우영우와 같은 파격적인 도전과 실험이 절실하다. 그래야 <오징어 게임 시즌 3>가 아닌 제 2, 제 3의 <오징어 게임>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K컬처로 인문하기] <오징어 게임 2>와 제 2의 <오징어 게임> : K-콘텐츠의 꿈은 어디 있는가

- 지난 글: [K컬처로 인문하기] 불특정 다수의 ‘우리’ 안에 다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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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방송작가, 교수
SBS와 MBC tvN에서 시사교양과 다큐멘터리를 집필하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과장(조교수)으로 영상 콘텐츠 스토리텔링과 작법 강의를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이 있으며 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집필했고 2016년 SAF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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