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갈등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갈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작점일 뿐 아니라
집단 소속감과 응집성을 촉진하여 오히려 혁신을 가져오고 생동감 있는 집단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입장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1년 반이 넘어간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같이 잠시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한 지 벌써 4번째 학기가 되어간다. 매번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과 대면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또 다음 학기가 되고 말았다. 2022년 1학기는 정말 대면으로 강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대학교 빈 강의실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토론하는 것이 그렇게 기운 나게 하는 것인지를 몰랐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고 수십 년을 지낸 나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년에 과연 2년 넘게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져버린 학생들이 대면 강의를 반길 것인지 걱정도 된다. 나는 대면 강의를 정말 하고 싶은데,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를 오히려 선호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아가 대면 강의로 원하는 학생들도 있고 비대면 강의로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거보다는 관리!!”
갈등의 한자어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의 합성어이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서, 두 개체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데 이들이 함께 붙어있는 상황을 뜻한다. 칡과 등나무는 엄청나게 질겨서 자르기도 힘들고 뿌리를 뽑기도 힘든 나무라서,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 사이에 의견 충돌이 심하게 일어나거나 마찰이 생기는 어려운 상황을 갈등이라고 하나보다.
갈등
현대사회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집단 및 단체 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경우에 따라 서로 타협을 하면서 해결되기도 하지만 의외로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갈등 요소를 다 찾아내어 제거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갈등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갈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작점일 뿐 아니라 집단 소속감과 응집성을 촉진하여 오히려 혁신을 가져오고 생동감 있는 집단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입장까지 나왔다.
즉 갈등이 때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당사자 간에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관점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해서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과격한 갈등은 다르게 봐야겠지만, 갈등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갈등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약간은 조장할 필요도 있다는 “갈등관리”라는 전문 영역까지 생겼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발병하면서 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감염병 사태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시책이 시행되면서 모임을 자제시키고 영업시간 단축 등을 강제하려는 정부, 생계 문제에 위협을 받는다며 이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학생 보호를 위해 등교를 축소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사설 학원에서의 교육까지 자제시키려는 교육 당국과 아이들을 직접 돌볼 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사설 학원에 보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갈등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공동체 의식과 협조, 가장 뛰어난 갈등 해결방안
갈등의 해결방안으로는 회피, 경쟁, 타협, 수용, 협조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협조가 으뜸이다. 협조란 힘을 보태어 돕는다는 것인데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가장 생산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주장도 확실히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주장에도 관심을 갖고 귀 기울임으로써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는 집단인 정부 관계자와 소상공인들, 의료진들도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이나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많은 논의와 협상을 진행해 여기까지 온 것이고 덕분에 우리가 그나마 덜 불안해하고 덜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협력
그런데 어떻게 해야 갈등의 가장 좋은 해결책인 ‘협조’를 잘 할 수 있을까? 순간 뇌리에 떠오른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공동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있어야만 협조를 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혀 따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공동체 의식을 가지면 개인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공동체 의식의 기반이 되는 것에는 우리가 어떤 것을 공동으로 소유, 관리, 이용하고 있다는 물적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심리, 하나의 목표 지향, 귀속하고 있다는 생각 등 심적 요소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8월 2021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나가 되었다.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도 올림픽 첫 도전에서 양궁 종목 3관왕을 기록한 20살의 안산 선수와 연신 파이팅을 외친 17살의 김제덕 선수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다. 여자 배구 대표팀도 대회 내내 ‘원 팀’을 강조했고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면 서로가 협조를 더 하게 될 것이고 사회의 많은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쇠퇴가 낳은 사회 갈등, 삶의 질 저하 원인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상호불신, 재난과 사고, 환경 파괴, 부패와 비리를 조장함으로써 우리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 쯤이야...” 또는 “다른 사람은 더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공동체 의식은 연령집단 간 차이가 크며 노년층의 공동체 의식이 가장 높은 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별로 다르게 갖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년 집단의 경우, 가족이나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경험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많은 세대로서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청년집단은 디지털 매체의 활용과 가상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이 생활화되어 있는 세대로서 개인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고 자기주장이 더 강한 세대이다. 이러한 연령집단 간 서로 다른 사회문화와 환경에 따라 형성된 이질적이고 다양화된 경험과 가치체계가 공동체 의식의 차이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대와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 키우는 활동을
그러므로 청년집단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참여활동과 사회서비스에 대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갈등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주거, 일자리, 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화가 강한 청년 세대의 경우 공동체 의식이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공동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하고 있으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청년들은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시민권의 측면에서 사회활동에 대한 참여와 그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회참여활동을 개발하여 참여시킴으로써 공동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2030 공동체 사회활동 인프라 지원이나 역량 강화 프로그램, 청년집단 활동가 양성 및 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으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사회활동 활성화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 활동
또한, 먼저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공동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주민집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공동체는 사회문제, 지역경제문제의 자체적 해결을 시도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각 지역의 지역공동체가 추진하는 활동이나 사업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발돋움시키는 데 도움이 되려면 그 역할과 목적을 해당 공동체 구성원을 넘어 전체 사회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공동체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은 주민 주도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내고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지역공동체 의식, 더 나아가 국가공동체 의식이 마련되는 데 소중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에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후로 국가 차원의 인문정신 문화 진흥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인문정신문화가 개인과 공동체 위기 해결 및 경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안정성을 확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인문정신문화 진흥 정책 아래 도서관에서는 ‘길 위의 인문학’, ‘인생나눔교실’ 등을 통해서 인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데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신중년, 노년 등 세대별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수요 연계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고 문제 해결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갈등에 대한 관심과 인식, 다양한 가치의 인정, 대화나 토론, 협상 등의 소통 문화 정착, 갈등을 유발하는 비합리적 제도의 정비를 추진해나간다면 우리는 갈등을 사회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증진시키고 우리 삶의 질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갈등을 사회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 공동체를 위한 인문 탐색 -
정연경
2021-10-21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갈등 요소를 다 찾아내어 제거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갈등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갈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작점일 뿐 아니라
집단 소속감과 응집성을 촉진하여 오히려 혁신을 가져오고 생동감 있는 집단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입장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1년 반이 넘어간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같이 잠시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한 지 벌써 4번째 학기가 되어간다. 매번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과 대면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또 다음 학기가 되고 말았다. 2022년 1학기는 정말 대면으로 강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대학교 빈 강의실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토론하는 것이 그렇게 기운 나게 하는 것인지를 몰랐다.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고 수십 년을 지낸 나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년에 과연 2년 넘게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져버린 학생들이 대면 강의를 반길 것인지 걱정도 된다. 나는 대면 강의를 정말 하고 싶은데,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를 오히려 선호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아가 대면 강의로 원하는 학생들도 있고 비대면 강의로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거보다는 관리!!”
갈등의 한자어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의 합성어이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서, 두 개체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데 이들이 함께 붙어있는 상황을 뜻한다. 칡과 등나무는 엄청나게 질겨서 자르기도 힘들고 뿌리를 뽑기도 힘든 나무라서,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 사이에 의견 충돌이 심하게 일어나거나 마찰이 생기는 어려운 상황을 갈등이라고 하나보다.
갈등
현대사회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집단 및 단체 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경우에 따라 서로 타협을 하면서 해결되기도 하지만 의외로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갈등 요소를 다 찾아내어 제거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갈등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갈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작점일 뿐 아니라 집단 소속감과 응집성을 촉진하여 오히려 혁신을 가져오고 생동감 있는 집단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입장까지 나왔다.
즉 갈등이 때로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당사자 간에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관점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해서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과격한 갈등은 다르게 봐야겠지만, 갈등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갈등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약간은 조장할 필요도 있다는 “갈등관리”라는 전문 영역까지 생겼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발병하면서 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감염병 사태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시책이 시행되면서 모임을 자제시키고 영업시간 단축 등을 강제하려는 정부, 생계 문제에 위협을 받는다며 이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 학생 보호를 위해 등교를 축소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사설 학원에서의 교육까지 자제시키려는 교육 당국과 아이들을 직접 돌볼 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사설 학원에 보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갈등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공동체 의식과 협조, 가장 뛰어난 갈등 해결방안
갈등의 해결방안으로는 회피, 경쟁, 타협, 수용, 협조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협조가 으뜸이다. 협조란 힘을 보태어 돕는다는 것인데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가장 생산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주장도 확실히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주장에도 관심을 갖고 귀 기울임으로써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는 집단인 정부 관계자와 소상공인들, 의료진들도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이나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많은 논의와 협상을 진행해 여기까지 온 것이고 덕분에 우리가 그나마 덜 불안해하고 덜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협력
그런데 어떻게 해야 갈등의 가장 좋은 해결책인 ‘협조’를 잘 할 수 있을까? 순간 뇌리에 떠오른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공동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있어야만 협조를 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혀 따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공동체 의식을 가지면 개인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공동체 의식의 기반이 되는 것에는 우리가 어떤 것을 공동으로 소유, 관리, 이용하고 있다는 물적 요소도 있겠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심리, 하나의 목표 지향, 귀속하고 있다는 생각 등 심적 요소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8월 2021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나가 되었다.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도 올림픽 첫 도전에서 양궁 종목 3관왕을 기록한 20살의 안산 선수와 연신 파이팅을 외친 17살의 김제덕 선수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다. 여자 배구 대표팀도 대회 내내 ‘원 팀’을 강조했고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면 서로가 협조를 더 하게 될 것이고 사회의 많은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쇠퇴가 낳은 사회 갈등, 삶의 질 저하 원인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상호불신, 재난과 사고, 환경 파괴, 부패와 비리를 조장함으로써 우리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 쯤이야...” 또는 “다른 사람은 더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공동체 의식은 연령집단 간 차이가 크며 노년층의 공동체 의식이 가장 높은 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별로 다르게 갖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년 집단의 경우, 가족이나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경험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많은 세대로서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청년집단은 디지털 매체의 활용과 가상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이 생활화되어 있는 세대로서 개인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고 자기주장이 더 강한 세대이다. 이러한 연령집단 간 서로 다른 사회문화와 환경에 따라 형성된 이질적이고 다양화된 경험과 가치체계가 공동체 의식의 차이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대와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 키우는 활동을
그러므로 청년집단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참여활동과 사회서비스에 대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갈등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주거, 일자리, 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화가 강한 청년 세대의 경우 공동체 의식이 다른 연령집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공동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하고 있으며,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청년들은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시민권의 측면에서 사회활동에 대한 참여와 그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회참여활동을 개발하여 참여시킴으로써 공동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2030 공동체 사회활동 인프라 지원이나 역량 강화 프로그램, 청년집단 활동가 양성 및 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으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사회활동 활성화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 활동
또한, 먼저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공동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주민집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공동체는 사회문제, 지역경제문제의 자체적 해결을 시도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각 지역의 지역공동체가 추진하는 활동이나 사업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발돋움시키는 데 도움이 되려면 그 역할과 목적을 해당 공동체 구성원을 넘어 전체 사회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공동체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은 주민 주도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내고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지역공동체 의식, 더 나아가 국가공동체 의식이 마련되는 데 소중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에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후로 국가 차원의 인문정신 문화 진흥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인문정신문화가 개인과 공동체 위기 해결 및 경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안정성을 확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인문정신문화 진흥 정책 아래 도서관에서는 ‘길 위의 인문학’, ‘인생나눔교실’ 등을 통해서 인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데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신중년, 노년 등 세대별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수요 연계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고 문제 해결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갈등에 대한 관심과 인식, 다양한 가치의 인정, 대화나 토론, 협상 등의 소통 문화 정착, 갈등을 유발하는 비합리적 제도의 정비를 추진해나간다면 우리는 갈등을 사회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증진시키고 우리 삶의 질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 갈등을 사회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 지난 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문 탐색] 공동체 가치는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할 공동선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졸업, 인디애나대학교 석·박사 졸업 문화체육관광부 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회 심의위원으로 활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갈등을 사회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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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일제 식민사학의 ‘정체성론’(停滯性論)과 그 영...
윤진석
운동처럼 게으를수록 문제가 생기는 뉴스 보기
이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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