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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초연결 시대의 콘텐츠 향유법

미래는 스트리밍이다

김봉석

2020-02-24


외국을 처음 나갔던, 1990년대 중반. 미국과 일본, 홍콩 등을 가게 되면 비디오샵과 음반샵은 필수로 가게 되었다. 사고 싶은 영화 비디오와 DVD가 너무 많아 한참을 고르고 고른 후에 겨우 몇 장을 들고 나왔다. LD는 산 적이 없었지만 비디오테이프와 DVD는 날로 쌓여갔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DVD도 많았다. 모아놓은 영화들을 다 보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언젠가 저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날들을 생각하며 흐뭇했다.


이제는 다 버렸다. 비디오테이프는 하나도 남김없이 쓰레기로 버렸고, DVD는 상당수를 버리고 일부는 지인들에게 주고 정말로 좋아하는 영화 몇 개만 남겨뒀다. DVD와 비디오테이프를 처분한 후에 가끔 블루레이를 사기도 했지만, 해외에 나가서까지 구입하는 경우는 없다. 블루레이를 다시 모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가끔 블루레이를 사기는 할 것이다. 언젠가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아끼는 영화를 구체적인 질감을 가진 대상으로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화 콘텐츠, 유형에서 무형의 스트리밍으로



애플이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


이제는 DVD와 CD를 사는 대신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애플 뮤직을 이용한다. 책은 고민 중이다.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 중에서 하나를 해야 할 것 같다. 애플 뮤직을 듣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아이폰을 쓰고 있고, 아이패드와 연동하여 사용하기에 애플 뮤직이 제일 편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적이다. 독자적인 음원파일을 사서 듣는 것도 이제는 낯설다. 편하기는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마다 가지고 있는 음악이 다르다. 애플 뮤직은 한국 대중음악이 부족하지만 서구의 팝과 재즈는 아주 다양하게 많이 있다. 애플 뮤직을 쓰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가끔 따로 구입하는 정도가 미래에도 내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책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월정액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따로 종이책과 이북을 구입하는 경우가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책의 종류가 워낙에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모두 커버할 수 없다. 구체적인 필요에 의해서, 어떤 정보나 시각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책을 봐야만 한다. 


다만 장르소설이나 웹소설 등 지속적으로 즐기는 분야의 책을 폭넓게 서비스하는 곳이 있다면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책의 용도는 오락이나 킬링타임으로도 좋으니까. 일정액을 내고 만화방을 가는 것의 장점은 어떤 작품을 골라서 보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장르소설이나 웹소설을 스트리밍으로 보면 일단 읽다가 재미없으면 부담없이 다른 책으로 보는 장점이 있다. 출간되는 모든 책을 다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면 당연히 구독하겠지만 실현은 불가능해 보인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심, 넷플릭스



현재도, 미래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심은 결국 영상이다. 최근 20세기폭스를 인수한 디즈니에서 2026년 이후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마블 영화를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9년 하반기에 시작한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만 독점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워너브러더스는 DC의 영화와 드라마들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DC유니버스에서만 독점 상영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킬러 콘텐츠, 열혈팬을 확보한 시리즈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독점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가능한 말이다. 하지만 독자 플랫폼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작사로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넷플릭스


내가 넷플릭스를 보는 이유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면 DVD를 소장하거나 비디오샵에 가서 빌려야만 했다. 하지만 모든 영화를 다 가질 수도 빌릴 수도 없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용량이 큰 고화질의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것이 점점 수월해지면서 ‘소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소장의 이유 하나는, 보고 싶은 영화를 지금 당장 보고 싶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들도 언제나 볼 수 있다. 일단 시작했다가 재미가 없으면 중단하면 된다. VOD를 이용하여 구입한 영화, 드라마라면 고스란히 비용을 날리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조용히 스탑 버튼을 누르고 재미있는 다른 영화를 찾으면 된다. 보기 전까지는, 보고 나서 중반을 넘기기 전까지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 위한 최적의 서비스는 VOD가 아니라 스트리밍이다. 과거에 인터넷의 속도가 느렸을 때는 고화질로 보기 위해서 일단 다운을 받아야만 했다. 돈을 주고 구입을 했어도 스트리밍으로 보면 자꾸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점에서 5G, 그리고 앞으로 계속 발전할 전송 기술 덕분에 스트리밍의 미래는 더욱 밝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유튜브 이용시간은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1위였다. 한국인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3월 79억 분에서 2018년 6월 289억 분이 되었고 같은 기간 카카오톡은 189억 분, 네이버는 130억 분, 페이스북은 38억 분이었다. 연령별 유튜브 앱 체류시간도 10-40대까지 모두 1위였다. 이런 현상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검색 수단으로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10대와 20대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보를 원할 때에도 동영상으로 보기 원한다.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것이 더 편한 것이다.



정보를 구하고 소통하는 실시간 채널, 유튜브 



유튜브 인터페이스


나도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 국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나 공연영상을 볼 때 이용하고,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도 본다. 요즘은 텍스트로 찾을 수 없는 정보가 영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인물이 궁금할 때는 유튜브로 검색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전에는 아프리카,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인 MCN도 흥미롭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실시간으로 채팅을 주고받으며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방송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과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면서 말을 주고받는 것도 매력적이다. 팬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기존 방송에 출연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의 연예인이라면 대단히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매력을 가졌어야 했다. MCN은 한 가지의 장점만으로도 어필할 수 있다. 뛰어난 말재간만으로도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고, 개성적인 외모나 능력으로 팬을 만들 수도 있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시작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MCN에서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다양한 재능이 성공할 수 있다.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는 없겠지만 소수 집단을 움직이고 영향을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유튜브는 넷플릭스 이상으로 유효하고 매력적이다. 정보의 차원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아직까지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 약간의 광고를 보고 영상을 보는 것으로 아직은 충분하다. 수준 미달인 영상이 너무 많다는 것은 분명 약점이다. 누구나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은 역으로 정제된 미디어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단점이 된다. 언젠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한다면, 선별된 유튜브만의 프로그램이 확실한 차별성을 갖고 다량으로 제공될 때일 것이다.



미래는 스트리밍이다



세상의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용보다는 시간 때문이다. 아마도 영상에서는 넷플릭스와 한 두 개 정도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하나면 충분하다. 책이나 만화는 두어 개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결국 시간이다. 넷플릭스 하나만 해도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부족한 시간을 빼서라도 보고 듣고 싶은 킬러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관건이다. 물론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구독을 끊지 않고 계속할 것이니까. 미래는 스트리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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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봉석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2019년 인문360° 편집장.

『씨네 21』과 『한겨레』에서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와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등에서 편집장을 지냈다.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등을 썼고 공저로는 『탐정사전』, 『좀비사전』,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미스터리』 등이 있다. 영화, 만화, 장르소설,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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