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여러 겹으로 겹쳐서 접지 부분을 묶어 몸체를 만들고, 몸체 뒷면과 표지를 커버로 보호하는 형태의 책, 그러니까 ‘코덱스(codex)’는 기원후 5~6세기 경 일반화되었다. 그 전까지는 두루마리 책이 일반적이었다. 코덱스가 대중화된 후,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이 있기는 했지만 책의 형태와 기본 구조는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다. 책을 접한 적 있는 6세기 서양인이 오늘날 책을 본다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랄지도 모른다.
‘겉표지를 제외하고 최소 49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된 비정기간행물’. 1964년 유네스코가 발표한 ‘서적 및 정기 간행물 통계의 국제적 통일화에 관한 권고’에 나오는 책의 정의다. 한 나라가 일 년에 출판하는 도서의 양을 집계할 때 광고나 설명서 같은 팸플릿을 제외하기 위해 마련한 권고 기준이다. 1964년에 발표된 기준이기에 이후 진행된 출판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겉표지를 제외하고’라는 표현에서 이 기준이 종이책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로 듣는 책, 그러니까 오디오북이라면 표지 개념도 페이지 개념도 모호하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2013년 20억 달러에서 2016년 35억 달러로 연평균 20.5%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통적인 종이책 시장이 1.9%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절대 규모에서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청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동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북은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동시에 운전이나 운동, 집안일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종이책 읽기와 번갈아 할 수도 있다. 음성 콘텐츠는 평소 문자 콘텐츠인 책을 멀리한 사람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다보니, 새로운 독서 인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디지털·온라인·모바일로 대표되는 IT·네트워크 기술 발달에 따라 책도 변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 일반 단행본 전자책 매출은 1,82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7년 1,400억 원 대비 약 30% 상승한 규모다. 2017년 우리나라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도 이미 출판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출판과 교육 출판을 중심으로 이 기술이 결합된 종이책들이 드물지 않다.
종이책을 구매하면 그 일부는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종이책을 디지털로 읽게 해주는 앱 서비스, 기성 작가나 일반인을 포함한 신인 작가가 이야기를 채팅 형식으로 공유하는 스토리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그것을 주문 형 인쇄(POD) 방식으로 종이책으로 만들어 발송해주는 서비스 등. 전통적인 종이책의 콘텐츠, 제작, 유통 등과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종이책과 융합된 서비스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출판이라고 볼 수 있는가?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킬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지킬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과학소설(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말이다. 책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더구나 빠르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종이책과 새로운 책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여기 와 있는, 책의 미래
책, 오래된 미래에서 새로운 미래로
표정훈
2019-08-05
종이를 여러 겹으로 겹쳐서 접지 부분을 묶어 몸체를 만들고, 몸체 뒷면과 표지를 커버로 보호하는 형태의 책, 그러니까 ‘코덱스(codex)’는 기원후 5~6세기 경 일반화되었다. 그 전까지는 두루마리 책이 일반적이었다. 코덱스가 대중화된 후,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이 있기는 했지만 책의 형태와 기본 구조는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다. 책을 접한 적 있는 6세기 서양인이 오늘날 책을 본다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랄지도 모른다.
‘겉표지를 제외하고 최소 49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된 비정기간행물’. 1964년 유네스코가 발표한 ‘서적 및 정기 간행물 통계의 국제적 통일화에 관한 권고’에 나오는 책의 정의다. 한 나라가 일 년에 출판하는 도서의 양을 집계할 때 광고나 설명서 같은 팸플릿을 제외하기 위해 마련한 권고 기준이다. 1964년에 발표된 기준이기에 이후 진행된 출판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겉표지를 제외하고’라는 표현에서 이 기준이 종이책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로 듣는 책, 그러니까 오디오북이라면 표지 개념도 페이지 개념도 모호하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2013년 20억 달러에서 2016년 35억 달러로 연평균 20.5%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통적인 종이책 시장이 1.9%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절대 규모에서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청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동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북은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동시에 운전이나 운동, 집안일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종이책 읽기와 번갈아 할 수도 있다. 음성 콘텐츠는 평소 문자 콘텐츠인 책을 멀리한 사람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다보니, 새로운 독서 인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디지털·온라인·모바일로 대표되는 IT·네트워크 기술 발달에 따라 책도 변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 일반 단행본 전자책 매출은 1,82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7년 1,400억 원 대비 약 30% 상승한 규모다. 2017년 우리나라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도 이미 출판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출판과 교육 출판을 중심으로 이 기술이 결합된 종이책들이 드물지 않다.
종이책을 구매하면 그 일부는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종이책을 디지털로 읽게 해주는 앱 서비스, 기성 작가나 일반인을 포함한 신인 작가가 이야기를 채팅 형식으로 공유하는 스토리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그것을 주문 형 인쇄(POD) 방식으로 종이책으로 만들어 발송해주는 서비스 등. 전통적인 종이책의 콘텐츠, 제작, 유통 등과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종이책과 융합된 서비스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출판이라고 볼 수 있는가?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킬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지킬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과학소설(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말이다. 책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더구나 빠르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종이책과 새로운 책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작가, 출판칼럼니스트.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책·독서·출판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특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강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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