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의 대표적 놀이 문화를 꼽자면 단연 디지털 게임이 아닐까? “영화 <시민 케인>의 주인공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로즈버드’가 아닌 ‘마리오’라 말했을 것이다”라는 『조이스틱 네이션 Joystick Nation』의 저자 헤르츠(J.C. Herz)의 농담이 단순한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21세기 이전 세대의 추억의 놀이가 썰매나 연이었다면, 그 이후 세대의 향수 어린 놀이는 <슈퍼마리오>나 <팩맨> 등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집중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이 농담이 궁금하다면 오손 웰즈의 걸작 <시민 케인>을 볼 것).
그렇다면 무엇이 최초의 디지털 게임일까? 그 시작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이르다. 1948년에 개발된 <튜로챔프>(turochamp)는 체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발표되었지만 이후 상용화되거나 실제로 컴퓨터에서 구현되지는 않았다. <튜로챔프> 외에도 초기 비디오게임으로 언급되는 게임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게임이라기보다 프로그램에 가까운 형태다. 당시의 디지털 게임은 현재 우리가 즐기는 유희와 여가로서의 게임과는 거리가 먼, 대부분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 전후, 초기 컴퓨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에 ‘컴퓨터로 가능한 일’을 시연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초기 디지털 게임인 것이다.
유년의 추억을 공유하는 ‘레트로 게임’
최근 앞다투어 출시되는 신작 게임은 첨단 디지털 환경이 제공하는 빈틈없이 강력한 기술에 힘입어 사용자를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든다. 생과 사의 기로 속에 포성과 비명, 선혈이 난무한다. 게임을 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게임이 아니다.
게이머의 각오는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비장하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해야 할 일이 많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일격필살의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의무가 각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최신 게임의 특성은 이따금 우리를 가만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우리가 함께 웃고 즐겼던 게임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지?’
그러자 어떤 익숙한 목소리가 아련히 귓전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엄마, (오락실 가게) 백 원만!"
그 시절 우리는 어머니에게 오락실 가겠다며 입을 뗄 만한 용기가 없었다. 솔직하게 고했다가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전 몇 닢을 손에 쥐는 날이면, 어느 동네마다 한둘은 있던 오락실로 달려가 즐겼던 게임들이 있었다. 8,9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 있을 그런 게임들 말이다.
생존과 파괴의 이분법이 기본인 최근 게임의 경향과는 달리, 그 시절 우리가 탐했던 게임에는 보다 안락한 스토리가 있었고, 부드러운 자극이 있었고, 숨결이 느껴지는 친구와의 우정이 있었다. 연탄집게를 바짝 쥐고 오락실까지 찾아온 엄마에 대한 기억의 편린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레트로 게임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① 레트로 게임
이중일
2019-07-29
최초의 디지털(전자) 게임은 무엇일까?
21세기 인류의 대표적 놀이 문화를 꼽자면 단연 디지털 게임이 아닐까? “영화 <시민 케인>의 주인공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로즈버드’가 아닌 ‘마리오’라 말했을 것이다”라는 『조이스틱 네이션 Joystick Nation』의 저자 헤르츠(J.C. Herz)의 농담이 단순한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21세기 이전 세대의 추억의 놀이가 썰매나 연이었다면, 그 이후 세대의 향수 어린 놀이는 <슈퍼마리오>나 <팩맨> 등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집중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이 농담이 궁금하다면 오손 웰즈의 걸작 <시민 케인>을 볼 것).
그렇다면 무엇이 최초의 디지털 게임일까? 그 시작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이르다. 1948년에 개발된 <튜로챔프>(turochamp)는 체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발표되었지만 이후 상용화되거나 실제로 컴퓨터에서 구현되지는 않았다. <튜로챔프> 외에도 초기 비디오게임으로 언급되는 게임이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게임이라기보다 프로그램에 가까운 형태다. 당시의 디지털 게임은 현재 우리가 즐기는 유희와 여가로서의 게임과는 거리가 먼, 대부분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 전후, 초기 컴퓨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에 ‘컴퓨터로 가능한 일’을 시연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초기 디지털 게임인 것이다.
유년의 추억을 공유하는 ‘레트로 게임’
최근 앞다투어 출시되는 신작 게임은 첨단 디지털 환경이 제공하는 빈틈없이 강력한 기술에 힘입어 사용자를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든다. 생과 사의 기로 속에 포성과 비명, 선혈이 난무한다. 게임을 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게임이 아니다.
게이머의 각오는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비장하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해야 할 일이 많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일격필살의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전투를 승리로 이끌 의무가 각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최신 게임의 특성은 이따금 우리를 가만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우리가 함께 웃고 즐겼던 게임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지?’
그러자 어떤 익숙한 목소리가 아련히 귓전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엄마, (오락실 가게) 백 원만!"
그 시절 우리는 어머니에게 오락실 가겠다며 입을 뗄 만한 용기가 없었다. 솔직하게 고했다가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전 몇 닢을 손에 쥐는 날이면, 어느 동네마다 한둘은 있던 오락실로 달려가 즐겼던 게임들이 있었다. 8,9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 있을 그런 게임들 말이다.
생존과 파괴의 이분법이 기본인 최근 게임의 경향과는 달리, 그 시절 우리가 탐했던 게임에는 보다 안락한 스토리가 있었고, 부드러운 자극이 있었고, 숨결이 느껴지는 친구와의 우정이 있었다. 연탄집게를 바짝 쥐고 오락실까지 찾아온 엄마에 대한 기억의 편린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 어떤 게임이 지금의 우리를 향수하게 만드는 것일까?
오랜만에 기억을 더듬어,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옛 게임들을 떠올려본다.
○ 디자인 구성 - 김지나
○ 일러스트 -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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