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옥 주거단지가 있다. 5년 전 서울의 북촌과 삼청동, 서촌 한옥의 높은 가격에 엄두도 못 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 골목에 전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출퇴근길은 늘 조용했고 한두 곳 게스트하우스를 향하는 외국인들만 가끔 마주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골목에 카페가 하나 들어섰다. 이런 곳에서도 장사가 될까? 잠시 오지랖 넓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딱 일 년 뒤 이 골목은 리모델링 공사 탓에 늘 어수선했다. 그리고 삼 년이 지날 때쯤 익선동 골목은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익선동 한옥 거리. 조용했던 거리가 인파로 넘친다. 오래된 기와 지붕 사이사이 리모델링된 공간이 보인다. ⓒ정명식
익선동엔 한옥의 기본 형태에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와 레스토랑, bar와 베이커리샵이 차례로 들어섰고, SNS를 타고 금세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얼마 간 건물주는 행복했고 임차인은 희망에 부풀었고 방문객은 눈맛, 입맛이 즐거웠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 생각해보니 제법 익숙한, 어디서 많이 듣던 스토리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삼청동과 서촌, 경리단과 성수동 등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살펴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 한옥주거지는 정부 지원을 통해 오래된 가옥을 재정비하고 갤러리 등이 들어서며 문화거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문화 애호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카페와 레스토랑·공방 등이 연이어 들어섰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트렌디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한옥의 틀을 보존하고 되살리면서 독특한 감각이 더해진 공간을,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맛집이 들어서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클러스터'(cluster, 비슷한 업종이 한군데 모여서 서로 간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여 상승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 곳) 효과까지 더해지며 방문객은 갈수록 늘었다.
이곳에 자리잡고자 하는 자영업자는 중개사를 만나 너도 나도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이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들어온다. 이어 약속이나 한 듯 땅값과 임대료는 상승한다. 그리고 원주민 터전 상실과 이전. 상권 형성의 흐름은 늘 그렇다. 상승곡선을 넘어 고공비행을 시작한 임대료는 건물주를 행복하게 만든다. 비행은 착륙에 충분한 시간을 쓰지만, 이 비행은 ‘억’ 소리 내기도 전에 벌써 착륙이다.
활기차던 거리는 어느새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거나 떠나지도 못 하는 이들로 고통의 현장이 되고 만다. 출발은 분명 아름다운 복고를 향한 순수함과 새로움이었다. 너도 나도 이를 즐기다 마치 정해진 수순이라도 존재하는 양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거대한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이런 어리석은 과정의 반복은 이제 단순한 문화현상을 넘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한옥 보존과 지원책을 내놓으며 붐을 조성하려 하지만 방식은 늘 근시안적이다. 땅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관련자들의 고통으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이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자가 문제인가?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가 문제인가? 하나같은 업종태만 가지고 경쟁하는 자영업자가 문제인가? 아니면 먹거리를 찾아 달려든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문제인가? 또 다른 핫플레이스가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는 방문객이 문제인가?
유행의 요건을 넘어, 아이덴티티로서의 복고
원치 않는 또 다른 유행, 젠트리피케이션은 과연 누가,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낸 문제일까? 80년대 이전에는 없애야 할 것으로 취급되던 한옥과 근대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옛 기억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리뉴얼하는 게 유행이 되었다. 한옥을 가까이 접했던 80년대 이전을 경험한 세대는 그 시절 감성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옛 향수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는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 감각의 접목에서 오는 이채로움을 신선한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젊은 층은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한옥을 신선함으로 받아들인다. ⓒ정명식
몇 년 째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지만 기존 정체성을 세심하게 보존하면서, 여타의 곳과 다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곳은 세련된 취향과 세월을 품은 공간의 묵직함이 어우러져 남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바로 그런 점이 여러 세대가 함께 즐겨 찾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집주인과 대화해보면 역시나 한옥을 이해하는 감성이 있고, 자신이 주인인 그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관도 뚜렷하다. 형태만 한옥이고 그저 인테리어와 클러스터만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면 언젠가 새로운 유행에 밀려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또 다른 호기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갈 것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찾아 떠나며 그렇게 만난 세상에서 기쁨과 의미를 얻고자 한다. 그렇게 행복해지려 애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타인과의 비교 역시,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남들보다 먼저 새롭고 멋진 아이템을 인스타와 페북에 게시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바야흐로 SNS로 자아를 증명하는 시대다. 경쟁하듯 추구하는 새로움에는 휘발성이 있다. 내용보다 표피에 집중하는 유행은 생명이 짧다. 내세울 것이 오직 새로움뿐이라면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감될 것이다. 사례는 많다.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파란' 등. 모두 짧은 시간 흥하다 사라졌다. 일회성 호기심, 혹은 경쟁심에서 비롯된 그 수많은 게시글 역시 곧 사라질 것이다.
사람과 그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단순히 한옥과 인테리어에 국한된 전통, 레트로의 추구는 생명력이 짧다. 사람과 스토리가 어우러진 공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명식
자 이제 방법을 바꿔보자. 시선을 공간 자체에서 이야기가 있는 공간,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돌려야 할 때다. 트렌드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사람과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풍부해진다. 앞으로 한옥 카페에 간다면 주인장 또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인사를 꼭 나누어보자. 레스토랑에 간다면 인스타그램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주인장에게 집에 대한 이야기도 청해보자. 남들이 좋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닌, 내가 직접 묻고 발견해서 좋아진 것을 하나씩 늘려보자.
한편 당신이 만일 그 주인의 입장이라면 기계적인 인사는 이제 그만 두자. 그리고 옆 가게와 인테리어로 경쟁하기 보다는, 방문해준 나의 손님들에게 어떤 새로움을 줄지 고민하는 게 어떨까. 공들여 리뉴얼한 공간이니 그곳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 ‘분위기’란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로 이어진 정체성이 풍기는 향기다. 옛것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새로움을 그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도록. SNS 반응보다 먼저 사람의 표정, 마음을 탐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옥과 공간을 이야기할 때 열쇠어는 역시 ‘사람’인 것이다. 공간의 마침표는 늘 사람이다. 공간은 사람이, 결국은 그들의 온기와 흔적이 만들어낸다.
2011년부터 문화재청에서 5대 궁궐과 종묘와 사직, 조선왕릉의 건축물 보수를 수행하고, 현장에서 기록사진을 담고 있다. 한옥을 짓고, 한옥을 찍고, 한옥을 말하는 대목수으로 20여 년 간 일해왔다. 전통 산사는 합천 해인사, 화천 현지사, 강릉 보광사, 하동 청계사, 대구 팔공산 사리사, 남해 용문사 백련암 등 20여 채를, 국가지정 전통마을은 하회마을과 양동마을, 낙안읍성 등 6곳과 국가지정 고택문화재는 강릉 선교장, 논산 명재, 구례운조루, 경주 최씨 종가 등 약 160여 채(2009년 기준) 점검 및 보수를 수행하였으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담아 Korea_uncovered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_ⓒ정명식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사람이 공간이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사람이 공간이다
한옥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본 복고 열풍
정명식
2019-07-22
한옥 주거단지가 ‘핫 플레이스’로 변신하면 생기는 일
여기 한옥 주거단지가 있다. 5년 전 서울의 북촌과 삼청동, 서촌 한옥의 높은 가격에 엄두도 못 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 골목에 전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출퇴근길은 늘 조용했고 한두 곳 게스트하우스를 향하는 외국인들만 가끔 마주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골목에 카페가 하나 들어섰다. 이런 곳에서도 장사가 될까? 잠시 오지랖 넓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딱 일 년 뒤 이 골목은 리모델링 공사 탓에 늘 어수선했다. 그리고 삼 년이 지날 때쯤 익선동 골목은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익선동 한옥 거리. 조용했던 거리가 인파로 넘친다. 오래된 기와 지붕 사이사이 리모델링된 공간이 보인다. ⓒ정명식
익선동엔 한옥의 기본 형태에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와 레스토랑, bar와 베이커리샵이 차례로 들어섰고, SNS를 타고 금세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얼마 간 건물주는 행복했고 임차인은 희망에 부풀었고 방문객은 눈맛, 입맛이 즐거웠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 생각해보니 제법 익숙한, 어디서 많이 듣던 스토리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삼청동과 서촌, 경리단과 성수동 등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살펴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 한옥주거지는 정부 지원을 통해 오래된 가옥을 재정비하고 갤러리 등이 들어서며 문화거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문화 애호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카페와 레스토랑·공방 등이 연이어 들어섰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트렌디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한옥의 틀을 보존하고 되살리면서 독특한 감각이 더해진 공간을,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맛집이 들어서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클러스터'(cluster, 비슷한 업종이 한군데 모여서 서로 간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여 상승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 곳) 효과까지 더해지며 방문객은 갈수록 늘었다.
이곳에 자리잡고자 하는 자영업자는 중개사를 만나 너도 나도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이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들어온다. 이어 약속이나 한 듯 땅값과 임대료는 상승한다. 그리고 원주민 터전 상실과 이전. 상권 형성의 흐름은 늘 그렇다. 상승곡선을 넘어 고공비행을 시작한 임대료는 건물주를 행복하게 만든다. 비행은 착륙에 충분한 시간을 쓰지만, 이 비행은 ‘억’ 소리 내기도 전에 벌써 착륙이다.
활기차던 거리는 어느새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거나 떠나지도 못 하는 이들로 고통의 현장이 되고 만다. 출발은 분명 아름다운 복고를 향한 순수함과 새로움이었다. 너도 나도 이를 즐기다 마치 정해진 수순이라도 존재하는 양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거대한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이런 어리석은 과정의 반복은 이제 단순한 문화현상을 넘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한옥 보존과 지원책을 내놓으며 붐을 조성하려 하지만 방식은 늘 근시안적이다. 땅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관련자들의 고통으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이를 부추기는 부동산업자가 문제인가? 무리하게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가 문제인가? 하나같은 업종태만 가지고 경쟁하는 자영업자가 문제인가? 아니면 먹거리를 찾아 달려든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문제인가? 또 다른 핫플레이스가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는 방문객이 문제인가?
유행의 요건을 넘어, 아이덴티티로서의 복고
원치 않는 또 다른 유행, 젠트리피케이션은 과연 누가,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낸 문제일까? 80년대 이전에는 없애야 할 것으로 취급되던 한옥과 근대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옛 기억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리뉴얼하는 게 유행이 되었다. 한옥을 가까이 접했던 80년대 이전을 경험한 세대는 그 시절 감성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옛 향수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는 과거의 요소와 현대적 감각의 접목에서 오는 이채로움을 신선한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젊은 층은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한옥을 신선함으로 받아들인다. ⓒ정명식
몇 년 째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지만 기존 정체성을 세심하게 보존하면서, 여타의 곳과 다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곳은 세련된 취향과 세월을 품은 공간의 묵직함이 어우러져 남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바로 그런 점이 여러 세대가 함께 즐겨 찾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집주인과 대화해보면 역시나 한옥을 이해하는 감성이 있고, 자신이 주인인 그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관도 뚜렷하다. 형태만 한옥이고 그저 인테리어와 클러스터만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면 언젠가 새로운 유행에 밀려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또 다른 호기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갈 것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찾아 떠나며 그렇게 만난 세상에서 기쁨과 의미를 얻고자 한다. 그렇게 행복해지려 애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타인과의 비교 역시,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남들보다 먼저 새롭고 멋진 아이템을 인스타와 페북에 게시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바야흐로 SNS로 자아를 증명하는 시대다. 경쟁하듯 추구하는 새로움에는 휘발성이 있다. 내용보다 표피에 집중하는 유행은 생명이 짧다. 내세울 것이 오직 새로움뿐이라면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감될 것이다. 사례는 많다.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파란' 등. 모두 짧은 시간 흥하다 사라졌다. 일회성 호기심, 혹은 경쟁심에서 비롯된 그 수많은 게시글 역시 곧 사라질 것이다.
사람과 그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단순히 한옥과 인테리어에 국한된 전통, 레트로의 추구는 생명력이 짧다. 사람과 스토리가 어우러진 공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명식
자 이제 방법을 바꿔보자. 시선을 공간 자체에서 이야기가 있는 공간,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돌려야 할 때다. 트렌드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사람과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풍부해진다. 앞으로 한옥 카페에 간다면 주인장 또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인사를 꼭 나누어보자. 레스토랑에 간다면 인스타그램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주인장에게 집에 대한 이야기도 청해보자. 남들이 좋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닌, 내가 직접 묻고 발견해서 좋아진 것을 하나씩 늘려보자.
한편 당신이 만일 그 주인의 입장이라면 기계적인 인사는 이제 그만 두자. 그리고 옆 가게와 인테리어로 경쟁하기 보다는, 방문해준 나의 손님들에게 어떤 새로움을 줄지 고민하는 게 어떨까. 공들여 리뉴얼한 공간이니 그곳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 ‘분위기’란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로 이어진 정체성이 풍기는 향기다. 옛것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새로움을 그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도록. SNS 반응보다 먼저 사람의 표정, 마음을 탐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옥과 공간을 이야기할 때 열쇠어는 역시 ‘사람’인 것이다. 공간의 마침표는 늘 사람이다. 공간은 사람이, 결국은 그들의 온기와 흔적이 만들어낸다.
2011년부터 문화재청에서 5대 궁궐과 종묘와 사직, 조선왕릉의 건축물 보수를 수행하고, 현장에서 기록사진을 담고 있다. 한옥을 짓고, 한옥을 찍고, 한옥을 말하는 대목수으로 20여 년 간 일해왔다. 전통 산사는 합천 해인사, 화천 현지사, 강릉 보광사, 하동 청계사, 대구 팔공산 사리사, 남해 용문사 백련암 등 20여 채를, 국가지정 전통마을은 하회마을과 양동마을, 낙안읍성 등 6곳과 국가지정 고택문화재는 강릉 선교장, 논산 명재, 구례운조루, 경주 최씨 종가 등 약 160여 채(2009년 기준) 점검 및 보수를 수행하였으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담아 Korea_uncovered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_ⓒ정명식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사람이 공간이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댓글(0)
오래된 것으로 새로운 것을 탐하다
박선민
우리가 사랑했던 레트로 게임
이중일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