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회사원 현지 씨, 퇴근 후 약속이 있는 성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전 을지로 광장시장에서 친구들과 거나하게 한잔한 터라 오늘은 요즘 인스타에서 ‘핫’하다는 성수동의 예쁜 카페에서 조용히 지낼 작정이다. 하루 종일 팀장 성화에 스트레스 가득인 그녀, 성수동을 들어서자 곳곳의 낡은 공장가를 그대로 살린 보석 같은 카페는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어 신선하면서도 마음 편하다. 평일임에도 카페 안은 2-30대들이 가득하고 DJ부스 아래 LP 신청곡을 적으니 캬라멜 마키아또와 함께 내가 고른 곡이 흘러나온다. 스트리밍으로는 느끼지 못할 새로운 아날로그의 맛... 아.... 오늘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인기몰이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00가옥, 00다방, 경성00 등 옛 풍경의 사진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요즘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품과 패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문화가 거리 곳곳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영화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 세계를 초토화시킨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2019년 디즈니의 대표작인 <알라딘>과 25년 만에 개봉된 <라이온 킹>의 흥행까지 레트로 열풍을 이어갔다. 현대카드는 올해의 문화 테마로 “뉴레트로-오래된 미래‘를 꼽았으며, 대중음악 또한 가수 김현철을 위시한 1980년대 시티팝의 인기가 주종을 이룬다.
사실 이러한 복고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복고(Retro)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의 유형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시대의 문화가 추억되고 재생산되는 복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화와 산업에서 늘 되풀이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해 배치하는 현대 대중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본질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Simon Reynolds는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라고 표현했을까.
그러나 재미있게도 레트로란 이름의 복고 현상은 얼마 전부터 뉴트로란 이름으로 새로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9년 대표 트렌드로 꼽힌 ‘뉴트로(New-tro)’는 새로움이라는 뜻의 ‘New’와 회상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 ‘Retro’가 합쳐진 용어이다. 이것은 단순한 복고가 아닌, 진화된 복고로 ‘레트로’의 경우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기반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시대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세대가 과거의 콘텐츠를 새로움이나 신선함으로 재해석한다는 데 그 차이를 둔다. 말 그대로 레트로가 복고의 1세대라면 뉴트로는 복고의 2세대인 셈이다.
시대의 소환, 장르의 소환
그렇다면 대중음악은 어떨까?
가요계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아이돌 음악 중심의 식상함을 넘어 새로움을 원하는 음악 수요를 대상으로 한 리메이크 붐이 한창이었다. MBC의 <복면가왕>, KBS의 <불후의 명곡>, SBS의 <K팝 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리메이크 붐은 과거의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리메이크함으로써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시청자를 동시에 잡았다. 중장년층을 흡수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리메이크 음악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비슷한 음악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방송을 중심으로 한 리메이크 붐은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만큼 커졌다.
이러한 복고의 바람은 2019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가수 혹은 곡 중심의 리메이크에서 장르의 소환, 시대의 소환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얼마 전 종영한 TV조선의 <미스트롯>과 JTBC의 <슈퍼밴드>다. 이제는 사라져간 트로트 열풍을 단번에 점화시킨 TV조선의 <미스트롯>은 차세대 트로트 퀸을 탄생시킨다는 기획의도답게, 콘텐츠는 옛것이되 포장을 새롭게 꾸몄다. 제 2의 장윤정을 꿈꾸는 무명 가수들이 자신의 정열을 불태워 색색의 트로트를 선보이고 화려한 편곡과 무대장치를 통해 기존의 트로트와는 다른 신선함과 세련미를 입힌 것이다. 중장년층에겐 좋아하는 음악을 TV를 통해 다시 접할 수 있다는 반가움이, 10-20대에게는 출연자의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트로트 음악의 재발견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 결과 미스트롯은 방송 이후 전국 순회공연 매진 사태를 연출하는 기현상까지 낳았다. 이에 <미스트롯> 제작진은 시즌 2로 <미스터트롯> 제작을 결정했으며 남자 트로트 가수들의 대거 발굴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참가자에게까지 기회의 폭을 넓힌다고 발표하였다.
그에 비해 JTBC의 <슈퍼밴드>는 ‘글로벌 슈퍼밴드’를 구성해가는 과정을 다채롭게 그린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매 회 새로운 미션을 거치면서 가장 화제가 되는 예능으로 자리 잡은 <슈퍼밴드>는 거의 잊힌 장르였던 밴드음악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통해 새로운 뉴트로의 맥을 잇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복고는 과거의 시대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신세대가 과거 매체로 현재를 리메이크 한다는 점에서 보다 진화한 형태를 띤다. 날 때부터 컴퓨터 없이는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온라인 세대가, 음악은 파일로만 존재한다고만 믿는 스트리밍 세대가, 새로운 70-80년대 음악 양식을 공부하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 새로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을 나타낸 대표적인 팀이 밴드 '잔나비'다. 멤버 전원이 1980년대 음악을 전혀 알 리 없는 1992년생 이었음에도 이들의 음악에선 1980년대 올드팝의 향기가 느껴진다. 긴 단발머리, 감색 양복, 사진관에서 나온 듯한 음반 자켓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 톤은 그 자체로 세피아 빛이다. 그들의 대표곡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비롯한 다양한 곡이 실시간 차트를 점령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호응한 것은, 7080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2030들이 느끼는 ‘낯설음’ 덕분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과거란 그 자체로 재미와 매혹의 대상인 것이다.
음악 너머 보이는 행복한 세상을 욕망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과거의 것을 추억하고 찾는 것일까?
흔히 복고를 찾는 이유로 위안을 꼽는다.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 보며 위로받고 싶은 복고의 욕구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과 스마트폰 중심의 최첨단 미디어 환경 속에서 피로한 현대인이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대중문화의 양면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로 경기 불황과 그 맥을 같이하는 복고는 추억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받는다는 측면에서 노스탤지어와 상당히 닮아있다. 17세기 의학자 요하네스 호퍼가 장기 원정에 시달리는 스위스 용병의 병을 표현하고자 창안한 이 용어는 원래 시간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지리적 의미는 점차 사라졌고 대신 시간이 노스탤지어를 규정하게 됐다. 이제 노스탤지어는 떠나온 모국이나 고향을 절박하게 그리는 마음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에서 잃어버린, 평온했던 시절을 애타게 동경하는 마음이 되었다. 스마트폰의 클릭 한 번이면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지는 몇백 개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복고라는 음악의 레테르만으로 우리는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그 한 곡을 듣기 위해 밤마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었던 시절로,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한 곡 한 곡 공테이프에 담아냈던 행복의 시절로 돌아간다. 거기엔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로 떠나는 그 여행은, 곧 첫사랑 같은 아득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뉴트로 음악의 가치는 원시성과 트렌드의 만남으로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에서 태어났다. 이것은 과거와 현대를 잇는 융합의 코드이자 세대를 잇는 공감의 코드, 속도에 지친 현대인을 토닥이는 치료의 코드이다.
오래된 것으로 새로운 것을 탐하다
복고의 진화
박선민
2019-07-15
32세 회사원 현지 씨, 퇴근 후 약속이 있는 성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전 을지로 광장시장에서 친구들과 거나하게 한잔한 터라 오늘은 요즘 인스타에서 ‘핫’하다는 성수동의 예쁜 카페에서 조용히 지낼 작정이다. 하루 종일 팀장 성화에 스트레스 가득인 그녀, 성수동을 들어서자 곳곳의 낡은 공장가를 그대로 살린 보석 같은 카페는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어 신선하면서도 마음 편하다. 평일임에도 카페 안은 2-30대들이 가득하고 DJ부스 아래 LP 신청곡을 적으니 캬라멜 마키아또와 함께 내가 고른 곡이 흘러나온다. 스트리밍으로는 느끼지 못할 새로운 아날로그의 맛... 아.... 오늘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인기몰이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00가옥, 00다방, 경성00 등 옛 풍경의 사진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요즘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품과 패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문화가 거리 곳곳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영화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8년 세계를 초토화시킨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2019년 디즈니의 대표작인 <알라딘>과 25년 만에 개봉된 <라이온 킹>의 흥행까지 레트로 열풍을 이어갔다. 현대카드는 올해의 문화 테마로 “뉴레트로-오래된 미래‘를 꼽았으며, 대중음악 또한 가수 김현철을 위시한 1980년대 시티팝의 인기가 주종을 이룬다.
사실 이러한 복고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복고(Retro)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의 유형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시대의 문화가 추억되고 재생산되는 복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화와 산업에서 늘 되풀이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해 배치하는 현대 대중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본질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Simon Reynolds는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라고 표현했을까.
그러나 재미있게도 레트로란 이름의 복고 현상은 얼마 전부터 뉴트로란 이름으로 새로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9년 대표 트렌드로 꼽힌 ‘뉴트로(New-tro)’는 새로움이라는 뜻의 ‘New’와 회상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 ‘Retro’가 합쳐진 용어이다. 이것은 단순한 복고가 아닌, 진화된 복고로 ‘레트로’의 경우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기반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시대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세대가 과거의 콘텐츠를 새로움이나 신선함으로 재해석한다는 데 그 차이를 둔다. 말 그대로 레트로가 복고의 1세대라면 뉴트로는 복고의 2세대인 셈이다.
시대의 소환, 장르의 소환
그렇다면 대중음악은 어떨까?
가요계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아이돌 음악 중심의 식상함을 넘어 새로움을 원하는 음악 수요를 대상으로 한 리메이크 붐이 한창이었다. MBC의 <복면가왕>, KBS의 <불후의 명곡>, SBS의 < K팝 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리메이크 붐은 과거의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리메이크함으로써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시청자를 동시에 잡았다. 중장년층을 흡수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리메이크 음악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비슷한 음악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방송을 중심으로 한 리메이크 붐은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만큼 커졌다.
이러한 복고의 바람은 2019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가수 혹은 곡 중심의 리메이크에서 장르의 소환, 시대의 소환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얼마 전 종영한 TV조선의 <미스트롯>과 JTBC의 <슈퍼밴드>다. 이제는 사라져간 트로트 열풍을 단번에 점화시킨 TV조선의 <미스트롯>은 차세대 트로트 퀸을 탄생시킨다는 기획의도답게, 콘텐츠는 옛것이되 포장을 새롭게 꾸몄다. 제 2의 장윤정을 꿈꾸는 무명 가수들이 자신의 정열을 불태워 색색의 트로트를 선보이고 화려한 편곡과 무대장치를 통해 기존의 트로트와는 다른 신선함과 세련미를 입힌 것이다. 중장년층에겐 좋아하는 음악을 TV를 통해 다시 접할 수 있다는 반가움이, 10-20대에게는 출연자의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트로트 음악의 재발견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 결과 미스트롯은 방송 이후 전국 순회공연 매진 사태를 연출하는 기현상까지 낳았다. 이에 <미스트롯> 제작진은 시즌 2로 <미스터트롯> 제작을 결정했으며 남자 트로트 가수들의 대거 발굴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참가자에게까지 기회의 폭을 넓힌다고 발표하였다.
그에 비해 JTBC의 <슈퍼밴드>는 ‘글로벌 슈퍼밴드’를 구성해가는 과정을 다채롭게 그린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매 회 새로운 미션을 거치면서 가장 화제가 되는 예능으로 자리 잡은 <슈퍼밴드>는 거의 잊힌 장르였던 밴드음악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통해 새로운 뉴트로의 맥을 잇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복고는 과거의 시대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신세대가 과거 매체로 현재를 리메이크 한다는 점에서 보다 진화한 형태를 띤다. 날 때부터 컴퓨터 없이는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온라인 세대가, 음악은 파일로만 존재한다고만 믿는 스트리밍 세대가, 새로운 70-80년대 음악 양식을 공부하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 새로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을 나타낸 대표적인 팀이 밴드 '잔나비'다. 멤버 전원이 1980년대 음악을 전혀 알 리 없는 1992년생 이었음에도 이들의 음악에선 1980년대 올드팝의 향기가 느껴진다. 긴 단발머리, 감색 양복, 사진관에서 나온 듯한 음반 자켓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 톤은 그 자체로 세피아 빛이다. 그들의 대표곡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비롯한 다양한 곡이 실시간 차트를 점령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호응한 것은, 7080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2030들이 느끼는 ‘낯설음’ 덕분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과거란 그 자체로 재미와 매혹의 대상인 것이다.
음악 너머 보이는 행복한 세상을 욕망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과거의 것을 추억하고 찾는 것일까?
흔히 복고를 찾는 이유로 위안을 꼽는다.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 보며 위로받고 싶은 복고의 욕구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과 스마트폰 중심의 최첨단 미디어 환경 속에서 피로한 현대인이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대중문화의 양면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로 경기 불황과 그 맥을 같이하는 복고는 추억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받는다는 측면에서 노스탤지어와 상당히 닮아있다. 17세기 의학자 요하네스 호퍼가 장기 원정에 시달리는 스위스 용병의 병을 표현하고자 창안한 이 용어는 원래 시간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지리적 의미는 점차 사라졌고 대신 시간이 노스탤지어를 규정하게 됐다. 이제 노스탤지어는 떠나온 모국이나 고향을 절박하게 그리는 마음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에서 잃어버린, 평온했던 시절을 애타게 동경하는 마음이 되었다. 스마트폰의 클릭 한 번이면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지는 몇백 개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복고라는 음악의 레테르만으로 우리는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그 한 곡을 듣기 위해 밤마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었던 시절로,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한 곡 한 곡 공테이프에 담아냈던 행복의 시절로 돌아간다. 거기엔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로 떠나는 그 여행은, 곧 첫사랑 같은 아득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뉴트로 음악의 가치는 원시성과 트렌드의 만남으로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에서 태어났다. 이것은 과거와 현대를 잇는 융합의 코드이자 세대를 잇는 공감의 코드, 속도에 지친 현대인을 토닥이는 치료의 코드이다.
대중음악 전문가이자 콘텐츠 디렉터. 주)올림 대표이사. 이대에서 작곡을, 고대에서 문화콘텐츠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대중가요 리메이크와 복고>, <문화원형과 콘텐츠의 세계> 등이 있다. 이미지_ⓒ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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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제의 오늘을 산다
김홍기
사람이 공간이다
정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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