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는 갈등을 ‘개인 혹은 집단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의 그것과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 문장에는 우리는 마침내 대립할 수밖에 없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이 전제되어 있다. 가족, 씨족, 마을, 국가, 문화권으로 확대되어 온 이 소속감은 우리를 지배하며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했을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상식’, ‘문화’, ‘종교’ 등의 말을 빌려 삶의 규범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응집력이 강한 한 집단의 번영은 멀지 않은 미래에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고편과 다름없지 않을까?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며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진리일 것이고, 그 규범을 만드는 창조자들은 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갈등의 키워드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겪는 갈등의 키워드를 조사해보았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5월 상반기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갈등’과 연관된 어휘를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갈등 담론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남녀갈등’이었고, ‘세대갈등’, ‘갑질문제’, ‘성소수자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이 기간 거세게 일어난 미투운동은 성폭력, 성차별의 이슈로 촉발되었으며 불법 촬영 및 여성 혐오 등과 같은 이슈와 맞물리며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과 남성이 생각하는 성차별에 대한 주제 연관어를 살펴보면 여성은 채용, 육아 및 가사, 승진, 임금차별 등이 키워드가 주를 이루고, 남성은 여성 보호에 따른 남성의 역차별, 데이트비용, 군대 등의 키워드가 보였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갑질 관련 이슈가 공론화 되면서 대학이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상황의 갑질이 폭로되며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갑질 부정 연관어’를 보면 갑질에 대한 폭로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 보복을 당할 걱정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키워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권 및 차별금지법 등 평등과 관련된 담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과 연계된 인권 운동이 함께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평등한’과 같은 긍정적 반응이 존재하는 한편, 여전히 ‘혐오’나 ‘싫은’과 같은 부정적 반응도 다수 나타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확인되었다시피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갈등은 사회적 역학관계의 불균형에서 온다. 사회적 불균형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말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여성이면서 이제 막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세대로 제3의 성정체성을 꿈꾸는 자’와 ‘남성이면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기득권 세대의 양성애자’ 중 누가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될까? 갈등의 크기가 아닌 그로 인한 현실적 고통의 크기 말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회로의 성장
사회적 약자는 반드시 소수를 의미하지 않고, 내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수단이 결핍된 계층을 말한다. 그것은 권력의 말단이자 자원의 최소 분배계층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꿈이 금지된 사람들을 말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가 많을수록 사회적 갈등지수(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효과성이 낮을수록, 소득불균형이 높을수록 갈등지수가 높아진다)가 높아지고, 불행이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된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남녀, 세대, 갑질, 성소수자, 정치 분야에서의 갈등의 씨앗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활발하게 표출된 적은 없었다는 부분이다. 어쩌면 본격적인 갈등의 사회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포문인지도 모른다.
갈등의 순기능은 아마도 불균형의 균형, 비정상의 정상, 불합리의 합리를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는 점 아닐까. 어떤 사회도 갈등의 당사자를 충분히 보호해줄 수 없다. 갈등은 짝이 있어야 소리가 나는 박수와 같다. 왼손이 중요한 만큼 오른손도 중요하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비유와 맞닿아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아직은 갈등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각오조차 필요 없이 자신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야말로 갈등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일 것이다.
모두의 갈등, 어쩌면 모두의 목소리
빅데이터로 살펴본 한국사회의 갈등
채널원투원
2018-06-29
사전에서는 갈등을 ‘개인 혹은 집단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의 그것과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 문장에는 우리는 마침내 대립할 수밖에 없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이 전제되어 있다. 가족, 씨족, 마을, 국가, 문화권으로 확대되어 온 이 소속감은 우리를 지배하며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했을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상식’, ‘문화’, ‘종교’ 등의 말을 빌려 삶의 규범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응집력이 강한 한 집단의 번영은 멀지 않은 미래에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고편과 다름없지 않을까?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며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진리일 것이고, 그 규범을 만드는 창조자들은 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갈등의 키워드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겪는 갈등의 키워드를 조사해보았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5월 상반기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갈등’과 연관된 어휘를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갈등 담론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남녀갈등’이었고, ‘세대갈등’, ‘갑질문제’, ‘성소수자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이 기간 거세게 일어난 미투운동은 성폭력, 성차별의 이슈로 촉발되었으며 불법 촬영 및 여성 혐오 등과 같은 이슈와 맞물리며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과 남성이 생각하는 성차별에 대한 주제 연관어를 살펴보면 여성은 채용, 육아 및 가사, 승진, 임금차별 등이 키워드가 주를 이루고, 남성은 여성 보호에 따른 남성의 역차별, 데이트비용, 군대 등의 키워드가 보였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갑질 관련 이슈가 공론화 되면서 대학이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상황의 갑질이 폭로되며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갑질 부정 연관어’를 보면 갑질에 대한 폭로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 보복을 당할 걱정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키워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권 및 차별금지법 등 평등과 관련된 담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과 연계된 인권 운동이 함께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평등한’과 같은 긍정적 반응이 존재하는 한편, 여전히 ‘혐오’나 ‘싫은’과 같은 부정적 반응도 다수 나타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확인되었다시피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갈등은 사회적 역학관계의 불균형에서 온다. 사회적 불균형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말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여성이면서 이제 막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세대로 제3의 성정체성을 꿈꾸는 자’와 ‘남성이면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기득권 세대의 양성애자’ 중 누가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될까? 갈등의 크기가 아닌 그로 인한 현실적 고통의 크기 말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회로의 성장
사회적 약자는 반드시 소수를 의미하지 않고, 내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수단이 결핍된 계층을 말한다. 그것은 권력의 말단이자 자원의 최소 분배계층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꿈이 금지된 사람들을 말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가 많을수록 사회적 갈등지수(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효과성이 낮을수록, 소득불균형이 높을수록 갈등지수가 높아진다)가 높아지고, 불행이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된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남녀, 세대, 갑질, 성소수자, 정치 분야에서의 갈등의 씨앗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지금처럼 활발하게 표출된 적은 없었다는 부분이다. 어쩌면 본격적인 갈등의 사회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포문인지도 모른다.
갈등의 순기능은 아마도 불균형의 균형, 비정상의 정상, 불합리의 합리를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는 점 아닐까. 어떤 사회도 갈등의 당사자를 충분히 보호해줄 수 없다. 갈등은 짝이 있어야 소리가 나는 박수와 같다. 왼손이 중요한 만큼 오른손도 중요하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비유와 맞닿아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아직은 갈등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각오조차 필요 없이 자신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야말로 갈등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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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자료 제공 : 타파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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