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산 시절이 있다. 30평대 집에 사는 친구 앞에서 작은 우리집과 내 처지가 초라해 보였다. 나도 친구만큼은 살아야 사회의 평균에 속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졸업 후 10년간 취미 생활조차 즐길 여유 없이 아등바등 살았다. 큰 집에 살면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열심히 집을 넓혔고,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더 나은 직장에 다니면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을 때, 문득 불행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예쁜 옷들과 화장품을 마구 사들였다. 신문기자로 일하며 스타들을 인터뷰하곤 했는데, 그들처럼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맛있는 음식에도 집착했다.
그러나 행복이 늘기는커녕 갈수록 더한 갈증에 시달렸다. 아무리 애써도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아, 버렸다
어느 날 10년간 모아둔 서류박스를 버렸다.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그 감정이 좋아서 그 때부터 방안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매일 비웠다. 공간에 물건이 적어질수록 생활은 편리해졌다. 불필요한 것 대신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과 함께하니 기분도 좋았다. 게다가 물건이 적은 덕에 집이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더 좋은 물건, 더 큰 집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했던 욕망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물건뿐 아니라 몸도 일도 관계도 마음도 불필요한 것은 모두 비우고 소중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행복은 남들의 기준과 달랐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산책을 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 좋은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는 시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패스트푸드로 장을 채우기보다는 좋은 책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 좋았다.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던 행복이 비로소 손에 들어왔다.
▲ 물건을 버린 후 행복이 손에 들어왔다, ⓒ탁진현
내가 버린 것은 ‘타인’
우리가 늘 괴로운 이유. 그건 어쩌면 남의 욕망을 쫓으며 사는 동안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언제 행복함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남과 똑같은 하나의 행복을 쫓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그러나 이러한 배경에는 사회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산업혁명 후 물질만능주의, 성과중심의 사회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오랫동안 남들처럼 많은 물건과 돈, 높은 사다리만이 행복을 준다고 믿으며 열심히 일하고 소비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소비와 노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삶에 의문을 품고 본질적인 삶을 살고자 시도한 젊은이가 있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2년 2개월간 월든 호수가 옆에 4평 남짓의 오두막을 짓고 최소한의 가구, 옷, 생필품을 가지고 생활했다. 기호식품은 먹지 않았고 먹을 만큼만 경작했으며 일은 돈이 필요한 만큼만 했다. 남의 시선, 더 나은 것에 대한 욕망을 버린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일년에 6주만 일해도 충분했으며,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Oliver Guilard on Unsplash
물론 욕망의 갈등을 덜고자 모두가 소로우처럼 숲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살자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줄임으로써 남을 덜어내고 참다운 나를 찾는 것이 단순한 삶의 핵심이다. 진정한 행복은 남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다. 내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안다면 더 나은, 더 많은 것을 쫓는 욕망으로 인한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버리기 전에 물어보자
그런 이유로 나는 최근의 미니멀리즘 열풍이 반갑다.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일이야말로 욕망의 집착으로 인한 갈등을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우리보다 먼저 많은 물건과 경쟁으로 지친 삶을 경험한 일본, 독일, 유럽을 거쳐 이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다움을 찾는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덜어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옷을 입으며, 화장을 하며, 책을 읽으며 1년 또는 2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이 보인다면 비운다. 이 때도 비우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소중한 것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물건을 줄일 때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이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가?’ 이 질문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이야말로 가치 있는 물건들이다.
물건을 비웠다면 이제 삶으로 확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먹을 때도, 소비할 때도, 만날 때도, 일을 할 때도, 생각을 할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낼수록 남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욕망에 무분별하게 휘둘리고 갈등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단순한 삶의 양식이 보편화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테고 경쟁하느라 각박해진 사회도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단순함이야말로 개인을 치유하고 나아가 사회도 치유한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거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 휘게, 단샤리 등 시대와 지역마다 표현하는 이름은 달라도 단순한 삶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잉의 욕망에 지친 우리는 이제 그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다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
심플라이프(simplelife.kr)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단순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는다. 칼럼과 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집, 몸, 돈, 일, 마음 등의 단순함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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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리는 설명서
단순함으로 나다운 행복을 찾다
탁진현
2018-06-25
더, 더, 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산 시절이 있다. 30평대 집에 사는 친구 앞에서 작은 우리집과 내 처지가 초라해 보였다. 나도 친구만큼은 살아야 사회의 평균에 속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졸업 후 10년간 취미 생활조차 즐길 여유 없이 아등바등 살았다. 큰 집에 살면 행복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열심히 집을 넓혔고,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더 나은 직장에 다니면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을 때, 문득 불행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예쁜 옷들과 화장품을 마구 사들였다. 신문기자로 일하며 스타들을 인터뷰하곤 했는데, 그들처럼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맛있는 음식에도 집착했다.
그러나 행복이 늘기는커녕 갈수록 더한 갈증에 시달렸다. 아무리 애써도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아, 버렸다
어느 날 10년간 모아둔 서류박스를 버렸다.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홀가분함을 느꼈다. 그 감정이 좋아서 그 때부터 방안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매일 비웠다. 공간에 물건이 적어질수록 생활은 편리해졌다. 불필요한 것 대신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과 함께하니 기분도 좋았다. 게다가 물건이 적은 덕에 집이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더 좋은 물건, 더 큰 집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했던 욕망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물건뿐 아니라 몸도 일도 관계도 마음도 불필요한 것은 모두 비우고 소중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나의 행복은 남들의 기준과 달랐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산책을 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 좋은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는 시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패스트푸드로 장을 채우기보다는 좋은 책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 좋았다.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던 행복이 비로소 손에 들어왔다.
▲ 물건을 버린 후 행복이 손에 들어왔다, ⓒ탁진현
내가 버린 것은 ‘타인’
우리가 늘 괴로운 이유. 그건 어쩌면 남의 욕망을 쫓으며 사는 동안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언제 행복함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남과 똑같은 하나의 행복을 쫓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그러나 이러한 배경에는 사회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산업혁명 후 물질만능주의, 성과중심의 사회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오랫동안 남들처럼 많은 물건과 돈, 높은 사다리만이 행복을 준다고 믿으며 열심히 일하고 소비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소비와 노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삶에 의문을 품고 본질적인 삶을 살고자 시도한 젊은이가 있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2년 2개월간 월든 호수가 옆에 4평 남짓의 오두막을 짓고 최소한의 가구, 옷, 생필품을 가지고 생활했다. 기호식품은 먹지 않았고 먹을 만큼만 경작했으며 일은 돈이 필요한 만큼만 했다. 남의 시선, 더 나은 것에 대한 욕망을 버린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일년에 6주만 일해도 충분했으며, 산책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Oliver Guilard on Unsplash
물론 욕망의 갈등을 덜고자 모두가 소로우처럼 숲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며 살자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줄임으로써 남을 덜어내고 참다운 나를 찾는 것이 단순한 삶의 핵심이다. 진정한 행복은 남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다. 내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안다면 더 나은, 더 많은 것을 쫓는 욕망으로 인한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버리기 전에 물어보자
그런 이유로 나는 최근의 미니멀리즘 열풍이 반갑다.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일이야말로 욕망의 집착으로 인한 갈등을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우리보다 먼저 많은 물건과 경쟁으로 지친 삶을 경험한 일본, 독일, 유럽을 거쳐 이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다움을 찾는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덜어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옷을 입으며, 화장을 하며, 책을 읽으며 1년 또는 2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이 보인다면 비운다. 이 때도 비우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소중한 것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물건을 줄일 때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이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가?’ 이 질문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이야말로 가치 있는 물건들이다.
물건을 비웠다면 이제 삶으로 확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먹을 때도, 소비할 때도, 만날 때도, 일을 할 때도, 생각을 할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낼수록 남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욕망에 무분별하게 휘둘리고 갈등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단순한 삶의 양식이 보편화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테고 경쟁하느라 각박해진 사회도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단순함이야말로 개인을 치유하고 나아가 사회도 치유한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거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 휘게, 단샤리 등 시대와 지역마다 표현하는 이름은 달라도 단순한 삶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잉의 욕망에 지친 우리는 이제 그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다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
심플라이프(simplelife.kr) 운영자. 7년차 미니멀리스트. 삶을 단순화하는 것은 개인, 가족 그리고 나아가 사회와 지구를 치유한다고 믿는다. 칼럼과 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집, 몸, 돈, 일, 마음 등의 단순함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 <가장 단순한 것의 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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