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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데, 왜 나만 빠진 기분일까?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외

박태근

2018-01-23

생태계를 이해하는 핵심은 연결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각자의 선택과 행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영향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간명한 구도다.

그런데 모든 존재가 이렇듯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이 무엇에게, 누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까. 



 

이제 생태계라는 말은 환경과 생명을 넘어 온갖 분야에서 접미사로 쓰인다. 글로벌 생태계, 스타트업 생태계, 출판 생태계처럼 말이다. 모두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의미일 테고, 그렇다면 그 안에 속한 각각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마땅하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너무 많고 어떤 존재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또한 특정 분야별로 생태계를 강조하는 와중에, 애초 생태계가 포괄하는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가 범람하는 동시에 축소되는 모습이랄까. 처음으로 돌아가 생태계의 의미를 되짚고, 오늘날 생태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살펴보며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존재로 향하는지 고민해볼 시간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침묵의 봄
“이 책이 출간된 날,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되었다.” 생태환경 분야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고전 『침묵의 봄』이 미친 영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펴낸 이 책은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고 인간만이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는 존재라는 반성을 이끌어냈으나, 출간 5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는 모르고 저지르던 일들이었으나, 이제는 알면서도 순간의 이익을 위해 외면하거나 무시한다는 점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랄까. 무분별하게 사용한 살충제가 인간이 아닌 생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이 영향이 생태계를 거쳐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지금은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새로운 이해를 전했으나, 새들의 소리가 사라져 침묵의 봄이 되었듯 인간은 모두에게 들리는데도 자기만 듣지 못하는 척하며 거짓 침묵으로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정말 뭘 모르는 인간들이다.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에코리브르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에코리브르



“요즘 사람들은 자연의 균형이란 삶이 단순하던 옛날에나 가능한 것으로,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넘겨버리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먼 옛날 홍적세와는 다르겠지만 자연의 균형은 오늘날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듯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 우리 역시 복잡하고 정확하며 고도로 잘 짜인 생물계를 무시할 수 없다. 자연의 균형이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불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균형이란 유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며 조절과 조정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긴다.”



더 치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되는 세계의 가능성
생태계를 이해하는 핵심은 연결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각자의 선택과 행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영향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간명한 구도다. 그런데 모든 존재가 이렇듯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이 무엇에게, 누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까. 게다가 세상은 점점 커지고 빨라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하나의 연결고리를 알아낸다고 해도 전체 구조를 뒤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 비관만 하지 않고, 복잡함을 주어진 조건으로, 복잡함을 만드는 원인을 가능성으로 삼아 아름다움, 일관성, 유용성이라는 낙관에 도전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복잡계 연구다.


 

  • 『전체를 보는 방법』 존 밀러 지음, 에이도스
  • 『전체를 보는 방법』 존 밀러 지음, 에이도스



『전체를 보는 방법』은 그간 복잡계 연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내놓은 열 가지 핵심 원리를 하나씩 짚어 가는데, 피드백, 이질성, 소음, 스케일링 등 개별 원리가 공유하는 관점은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다. 세계가 너무 복잡하게 연결되어 세계에 연결되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과 판단과 행동이든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더 많은 존재를 포괄해야 하지 않을까. 생태계가 상호관계라는 기본 틀에 대한 이해를 전했다면, 복잡계는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구체적인 현상을 분석하여,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나는 ‘뭘 모르는 인간들’이 발견해야 할 복잡계의 가능성은 무엇보다 협력이라고 믿는다.

“복잡성이 넘쳐날 때, 협력이 생겨날 수 있다. 협력하는 능력은 우리 종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 요소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경쟁은 약간 더 좋아지게 하는 반면에, 협력은 놀라울 정도로 훨씬 더 좋아지게 한다. 아쉽게도 개인 인센티브는 협력보다는 경쟁을 선호하는 편이다. (중략) 경쟁이 만연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은 다른 시스템에서도 생겨나는 것 같다. 우리는 진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추상적 모델을 사용하여, 협력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진화 전략으로 초기의 게임 목적을 용도에 맞게 고치고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신호를 만들 때 협력이 생겨난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신호가 보내지고 그 신호에 따라 행동할 때, 자신과 같은 전략을 가진 상대를 찾는 방법으로서 비밀스런 악수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협력이 번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홀로 있을 수 있는 인간
오늘날 인간은 앞서 살펴본 생태계와 복잡계 속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을 듯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홀로 있을 수 있으며 때로는 홀로 있어야만 한다.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점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점으로서 네트워크의 방향을 바꾸고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도 맡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도무지 홀로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이제는 어떻게 홀로 있어야 할지 그 방법조차 잊고 사는 듯하다. 캐나다 논픽션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가져온 고독의 부재’를 문제의식으로 삼아, 혼자 있는 것이 너무나 서툰 현대인에게 ‘자발적 고독 사용 설명서’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를 전한다.



  •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어크로스
  •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어크로스



그는 “나 자신의 주위에 더 굵은 선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그렇게 하려면 먼저 내가 진정으로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니 “군중이 끝나고 ‘내’가 시작되는 경계선은 어디”인지 물어야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홀로 있음을 방해하며 ‘외로움이 삭제된 시대’를 만드는 요소를 살펴보고, 그 가운데 홀로 있음에 도전하는 이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도시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감각, 즉 “자연의 원소들이 보내는 신호를 흘낏 보면서 자신이 도시 군중보다는 더 원초적인 어떤 것에 속해 있음을 발견하거나, 인간의 네트워크와 사회적 길들이기를 넘어서는 체험의 우주가 있다거나, 이 우주가 우리의 진정한 집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의, 타인에게 덜 의지하는 정의를 만날 수도 있다”라는 대목에 공감한다. 그의 표현대로 ‘도시인을 위한 진통제’이기도 하겠으나, 이 행위야말로 머리로만 이해하는 생태계를 넘어 그 자체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로와 같이, 홀로와 함께가 동시에 가능한 세계야말로 진정한 생태계가 아닐까. “홀로 있음은 함께하는 세상의 바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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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태근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일명 ‘바갈라딘’으로 불린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MD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목소리를 전하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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