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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의 서가 : 나눔 그리고 공유

조선영

2017-06-21

나눔 그리고 공유

 

소유에 집착하던 현대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정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 함께 쓰는 나눔과 공유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나만의 것은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모두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책을 통해 미리 가늠해본다.

 

책표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오카다 도시오 지음 | 책표지 : 메멘토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 진노 나오히코 지음 | 푸른지식

▲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오카다 도시오 지음 | 메멘토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 진노 나오히코 지음 | 푸른지식

 

현대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와 오타쿠 출신의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가 시장경제의 몰락과 대안,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과 도쿄대 명예교수 진노 나오히코의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는 서로 ‘나눔’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결은 매우 다르나, ‘공유’와 ‘나눔’이 어째서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대화의 공통 기반이 사라진 사회, 욕망을 거세해버리고 ‘득도(사토리)’한 젊은이, 존경을 잃어버린 연장자, 교육을 포기한 학교… 성과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놓은 현대의 일본은 우리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말해주듯 이제 더 이상 경제 성장을 통한 분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저자 중 한 사람인 우치다 타츠루는 실제로 자신들이 실험하고 있는 공동체 ‘개풍관’을 통해, 국가나 행정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자기 구제와 공생의 삶을 위해 행하는 ‘증여’, 즉 나누고 공유하는 삶에 그 대안이 있다고 말한다. 세대간의 고립과 단절, 사회 안전망의 붕괴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며, 잘 곳 없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약자들의 상호부조 네트워크’로 극복하고 복구해낼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증여경제론’의 핵심이다. 우치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왜냐하면 자기가 꾸준히 노력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 조금씩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을 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애당초 그것은 자기 힘으로 이룬 게 아니거든요. 어릴 적에는 부모 손을 빌렸고, 친구, 상사, 동료, 스승 등 여러 사람의 뒷받침과 도움이 있었으니까 오늘날의 자기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은혜를 은혜로 갚지 않으면 안 돼죠. ‘내가 가진 것은 내 힘으로 손에 넣었으니까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은 자기 혼자서 이루어내지 않았다는, 그래서 지금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은 자기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위탁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101쪽, ‘사회적 성공은 자기 힘으로 이룬 게 아니다’ 중에서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증여경제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본 규칙은 단 하나,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 진노 나오히코의 『나눔의 경제학이 온다』 역시 신자유주의로 말미암은 격차와 빈곤을 해결하는 길이 ‘나눔의 사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시장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의 세 가지 축이 ‘재정’이라는 축으로 엮여 있다”고 말하며, 경쟁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는 구매력에 따라 분배되므로 ‘나눔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생존조차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진노 교수는 책의 첫머리에 ‘옴소리 Omsorg’라는 스웨덴어를 소개하며 이 말을 일본 사회의 비전과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옴소리란 사회서비스를 의미하지만 그 원뜻은 ‘슬픔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옴소리는 슬픔을 나누고 인정을 서로 베풀면서 살아가는 스웨덴 사회의 비밀을 설명해주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의미의 사회서비스를 뜻하는 옴소리라는 말은 원래 ‘슬픔은 나누어 가진다’라는 뜻이다. 옴소리를 소개해준 스톡홀름대학의 구루베 연구원에게 “교육으로도 슬픔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묻자, 즉시 “당연하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앞의 책 37쪽

 

진노 교수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 및 격차와 빈곤의 원인을 ‘나눔을 빼앗긴 것’에서 찾고 있다. 시장 경제의 지나친 확대로 ‘나눔의 경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의 위기가 온 것인 만큼, ‘다른 사람의 이익이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라는 협력원리에 기초한 나눔의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와 나눔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폐단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나눔과 공유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책표지 :  『나눔의 기술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투자』 찰스 브론프먼·제프리 솔로몬 지음 | 이마고

▲ 『나눔의 기술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투자』 찰스 브론프먼·제프리 솔로몬 지음 | 이마고

 

이 책은 어떻게 나눔을 실천해야 하는가를 규정하기보단,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는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선한 의도의 사람들, 그리고 많지 않은 수입이라도 쪼개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으나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세계적 자선가와 비영리조직 전문가인 저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부의 목적과 방법,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그들과 함께 일하거나 연을 맺게 될 비영리조직의 세계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나눔과 기부를 생각하고 있는 예비 기부자와 자원봉사자, 그저 호기심만 갖고 있는 이들에게 수입과는 상관없이 현명하고 효과적인 나눔 실천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왜 나누는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무엇을 나눌 것인가?’라는 핵심적인 질문 세 가지를 던지며, 독특하게도 나눔과 기부 역시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기 위해서는 ‘측정’을 필수 요소로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눔은 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대로 측정되어야 하며, 나눠주는 이들 역시 그에 대한 보상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주는 사람도 실은 선물을 받는다. 어떤 선물일까? 물론 돈은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영리사업으로도 얻기 힘든 영혼의 기쁨과 만족이라는 선물이다. 저자들은 ‘기부자’ ‘파트너’ ’선물’이라는 세 가지 챕터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기부를 결심한 이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선택해야 할 지, 선택한 이후엔 어떤 형태의 기부(돈 혹은 현물, 노동력 등)를 할지에 대하여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정리하고 있다. 기부나 나눔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었던 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생각을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표지 :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 제이 월재스퍼 엮음 | 검둥소

▲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 제이 월재스퍼 엮음 | 검둥소

 

최근 들어 ‘공유’라는 단어는 에어비앤비나 나눔카와 같은 공유 비즈니스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것 같긴 하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공유는 공기와 물, 공원과 도서관, 인터넷 등과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나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넓은 범위의 공유재/공유지 Commons의 개념에 더 가깝다. 이러한 공유재/공유지를 제대로 활용하여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열어 나가자는 제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아내가 어릴 적 살던 마을의 망고 나무 아래에 저녁이면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뛰놀았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별 긍정적인 효과도 없는 지역 주민 센터를 만들고 아이들 영화를 상영하는 등 수천 억을 쓴다고 꼬집는다. 우리 모두가 외무부나 아마존닷컴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공용어나 깨끗한 물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공유재는 우리 삶의 기초가 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 경험에서 지속 가능한 유일한 것은 공동체뿐이다. 우리 모두는 공동체를 세우는 데 참여해야 하며, 물건들의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된다. 백인 공동체든 혹은 원주민 공동체든 상관없이, 우리는 자기 땅에 기초한 삶의 방식을 복원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해낼 수 있다. …원주민 문화가 이번 세기 전반에 걸쳐 여전히 지속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결합력이 높은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땅에서 함께 사는 데는 공동의 가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 158쪽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에서 이반 일리치까지,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상가들의 이야기와 공유에 기초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펼친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선반위의 책들 시계 일러스트

 

  • 6월
  • 나눔
  • 공유
  • 절망의시대를건너는법
  • 나눔의경제학이온다
  • 옴소리
  • 나눔의기술
  • 우리가공유하는모든것
필자 조선영
조선영

예스24 도서팀장.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2년 가량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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