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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방랑자 : 끝없는 신비 속의 우주를 향하여

정여울

2017-02-09

과학자들이 다방면으로 계산을 해 본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 중 일부 값이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작거나 크기만 했어도 그 간발의 차로 인해 생명체가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세조정(fine-tuning)’이라는 개념이다.



 

“우주는 항상 우리의 코를 납작하게 하지요.

이제 뭔가 좀 알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주는 우리에게 분수를 깨닫게 해요.”

- 천문학자 바브라 윌슨

 

밤하늘에 떠오른 달의 모습은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1.3초 전의 것이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빛은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의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어떤 은하들의 모습은 최소한 수백만 년 전의 것이라고도 한다. 굳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밤하늘을 통해 이미 수많은 시간대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어제 내가 바라본 밤하늘의 별 중에는 이미 사라진 별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바라볼 수 있는 밤하늘에도 이토록 다채로운 신비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우리에게 1분 1초가 다르게 다채로운 신비와 기적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 과연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혜성』이라는 책을 쓰면서 칼 세이건은 바로 그 광대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가 형성되기 전에도 혜성은 존재했고, 그 후 오랫동안 혜성은 우리의 하늘을 아름답게 꾸며왔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혜성은 관중조차 없는 외로운 공연을 펼쳐왔다”고. 어쩌면 아직도 혜성의 아름다움에 진정으로 경탄할 만한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렇듯 우주는 수많은 이미지와 시적인 순간들을 남기고, 수많은 물음표와 화두를 남긴 채 매 순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는 ‘다중우주’의 개념은 과학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것을 확실히 증명할 수도 없지만, 다중우주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기에 ‘확실한 관찰과 증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적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주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인간의 의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광대하고 복잡한 것인지도 모른다.


 

달 

©bossco

 

 

하지만 조금이나마 알면 알수록 도저히 그 호기심을 멈출 수 없는 매혹적인 존재가 바로 우주이기도 하다. 예컨대 과학자들이 다방면으로 계산을 해 본 바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 중 일부 값이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작거나 크기만 했어도 그 간발의 차로 인해 생명체가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세조정(fine-tuning)’이라는 개념이다. 앨런 라이트먼의 『엑시덴탈 유니버스(accidental universe)』는 우주가 그야말로 다채로운 우연과 신비의 결합체임을 강조하면서, 바로 이 ‘미세조정’이라는 개념이 우주 탄생의 경이로움을 증언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만약 핵력이 지금보다 몇 퍼센트만 더 컸더라면, 아직 유아기였던 시절의 우주의 수소원자들이 다른 수소원자와 융합하여 헬륨이 되는 바람에 수소원자는 전부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핵력이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우주에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중력의 강도나 전자기력의 강도 사이의 관계도 지금과 조금이라도 달랐더라면, 항성이나 행성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니, 바로 이 ‘미세조정’이라는 개념은 생명과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신비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개념인 것이다.


핵력, 중력, 전자기력 등의 기본 매개변수들은 어떻게 이토록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생명의 출현에 필요한 범위 안에 정확하게 놓일 수 있었을까. 어쩌면 우주 전체가 지구뿐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수많은 생명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이야말로 우리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힘이다.


우주조차 ‘자원’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심은 ‘우주쓰레기 문제’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우주를 각종 자본의 경쟁 구도의 희생물로 만들고 있지만, 우주는 그렇게 쉽게 대상화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주에는 아직도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훨씬 많으며, 인간 또한 우주의 일부이기에 우주를 ‘정복’하거나 ‘소유’한다는 개념은 성립할 수가 없다.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라는 책에는 과학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지금도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3년 2월 15일 2012DA14 소행성이 지구에 매우 가깝게 다가왔다가 스쳐 지나갔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얼마만큼 지구에 가까이 다가올지 잔뜩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날 밤 엉뚱하게도 러시아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떨어졌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장이 파괴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혼비백산했으며, 무려 570킬로그램짜리 돌 파편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앞으로 100년간만 해도 최소 11개의 소행성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전혀 모른 채 지나쳐버리는 소행성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주를 탐구하는 과학기술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포착하지 못한 우주의 수많은 가능성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소행성들

©Smithsonian Institution



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까’ 혹은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를 침공할까’ 라는 식의 문제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주를 더 이상 ‘경제적인 가치’로 판단하지 않고 순수한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주는 바로 그 이해할 수 없음으로 인해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고 믿기에.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인간의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희망의 뿌리라고 믿기에. 알 수 없는 기이함, 예측할 수 없는 복잡성, 바로 그 결정 불가능성이야말로 생명이 존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우주,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겸허해질 수 있지 않을까. 케플러는 갈릴레이에게 쓴 편지에서 “하늘의 공간을 여행할 배와 적절한 돛만 있다면, 가공할 먼 거리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라고 말했다. 케플러의 예언대로 정말 그 ‘가공할 먼 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이 등장했고, 하늘을 여행하는 배는 ‘우주탐사선’으로 실현되어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천문학에 커다란 공헌을 남긴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아마추어들이 많다고 한다. 아마추어란 단어는 프랑스어 아마퇴르(amateur)에서 유래했고, 그것은 라틴어로 ‘사랑하다’ 라는 뜻인 아마토르(amator)에서 유래했다. 바로 그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탐구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우주를 향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만질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는,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존재가 있다는 것. 우리는 바로 그 거대한 우주의 일부이며, 그 거대함은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속도와 크기를 벗어난다는 것. 우리는 지금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 속의 일부라는 것. 바로 이 영원한 아마추어의 마음, 우주를 사랑하되 우주를 점령하거나 정복할 탐욕을 품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우주를 향한 첫 걸음’이 아닐까.



도로 위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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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여울
정여울

작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저서로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월간 정여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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