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21세기가 되면 달로 소풍을 가는 게 가능해질 줄 알았다. 옥토끼가 산다는 환상의 공간에서 아직 미개척지로 남은 유일무이한 공간이 된 우주. 그 곳 어딘가에는 우리에게 우호적이거나 혹은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태곳적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세상의 많은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리 인류에게 우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 『혜성』칼 세이건 지음 l 사이언스북스
우주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초판본을 새롭게 번역한 것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3부작’ 중 그 마지막 권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코스모스』가 우주 전체를 개괄하는 지도이며 『창백한 푸른 점』이 우주 탐사 시대의 항해록이라면, 『혜성』은 미신과 맹신의 시대를 극복한 인류의 자서전이자 과학적 탐구 정신이 밝힌 우주의 창세기를 다루고 있다 할 수 있다. 혜성은 지구,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있었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엔 먼지와 기체, 그리고 유성우와 분화구가 남았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밤하늘에서 목격되던 혜성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으며, 또한 이 불길한 징조에 대하여 수많은 그림과 시를 남겼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자들에겐 뉴턴 역학의 살아 있는 증거로, 태양계의 시원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코스모스의 화석으로, 또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전해 준 요정으로 그 과학적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혜성의 본질」은 혜성에 매료된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랫동안 미신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혜성이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그 과학이 밝혀 낸 혜성의 구조와 성분을 소개한다. 특히 1부 3장에서는 혜성 중 가장 유명한 ‘핼리 혜성’의 주인공인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를 재조명한다. 그는 뉴턴의 조력자로서 『프린키피아』의 출간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뉴턴의 운동 법칙을 사용해 혜성들의 궤도를 분석하여 핼리 혜성의 존재를 밝히고 그 귀환을 예측하여 혜성의 존재를 역사에서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수천 년 동안 혜성은 대중에게 실재하는 존재라기보다는 불길한 전조와 상징, 악령으로 보는 신비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핼리는 과거에 어떤 과학자도 해 본 적이 없는 예언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함으로써 이 전유를 완전히 깨뜨렸다. ―본문에서
2부 「혜성의 기원과 운명」은 혜성의 생성과 소멸을 각각 태양계의 진화와 대멸종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3부 「혜성과 미래」는 우주 탐사 시대에 혜성의 가치와 의의, 전망을 논의한다. 칼 세이건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문장 역시 유려하고도 아름답다. 또한 책에 실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혜성의 사진도 역시 눈길을 잡아 끈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l 엘리
SF소설 독자들이 앞다투어 최고의 단편 소설로 꼽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이 책은 최근 <그을린 사랑>의 감독 드니 빌뇌브에 의해 (국내 제목 : 컨텍트)이라는 영화로도 옮겨져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동명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자신의 -사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칼 세이건은 소설 『컨텍트』를 통해 “이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바로 이 넓고도 넓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외모부터 사유 체계까지 완벽하게 다른 생명체를 만난 이후를 그린다. 어느 날 지구 밖 궤도에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지구에는 외계 생명체들이 찾아온다. 언어학자인 ‘나’ 루이즈 뱅크스는 물리학자인 게리 도널리와 팀을 이루어 ‘헵타포드(일곱 개의 다리)’라 불리는 그들과의 의사 소통 프로젝트에 합류해 그들의 이질적인 언어를 연구하게 된다.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들의 문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나’는 ‘헵타포드 B’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문자를 배우고, 능숙하게 쓰게 되기 시작하면서 헵타포드들의 방식처럼 사고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에 온 이 외계 생명체를 경계한다.
"그들이 이 먼 지구까지 온 데는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호스너의 목소리는 실제보다 작게 들렸다. "지구 정복이 목적은 아닌 듯하니 천만다행이지만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로 온 걸까요? 자원 탐사자? 인류학자? 선교사? 그들의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그들에게 제공 가능한 것이 있다는 점만은 틀림없습니다. 태양계 채굴권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우리 자신에 관한 정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느덧 인류는 세계를 인식할 때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하지만,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헵타포드들의 언어를 익히기 위해 그들처럼 사고하고, 움직이게 되며 얻게 된 변화다. 작가 테드 창은 그 변화를 ‘너(딸)’에 대한 이야기라는 형태로 인생과 이어지게 만든다. SF소설을 사랑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을 만한 단편.
▲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l 청어람미디어
이 책은 실제로 우주비행을 했던 비행사들의 체험과 이후의 변화를 수록한 르포르타쥬이다. 독서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이름난 다치바나 다카시는 4개월 간의 준비 끝에 미국 현지에서 혼자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하고 취재하여 일본의 ‘중앙공론’지에 연재하였던 내용을 1983년 책으로 펴냈다. 170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상 지구 밖으로 나가 본 사람은 고작 100여 명이라고 한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나간 이들, 그들의 체험은 단순한 흥미거리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비행사들의 이야기 중 공통적인 것은 지구는 정말 아름다운 별이라는 것이다. 암흑같은 우주 공간에 생명의 푸른 빛을 띤 지구는 경이로움 이상의 존재라는 것. 우주 공간에서 보면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은 덧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신(神)의 존재와 진화론과 창조론 등등, 우리의 사유를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주제들을 무겁지 않게 잘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비행사들의 강렬한 우주 체험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지에도 주목한다. 제임스 어윈은 우주에서 신을 만나 전도사가 되었고, 월터 쉬라는 우주 비행 때 지구 환경이 크게 오염된 것을 보고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국민적 영웅이 된 존 글렌은 정계로 진출하여 상의의원이 되었고, 앨런 셰퍼드는 재계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다가 백만장자가 되었다. 특이한 케이스도 있다. 버즈 앨드린은 귀환 후 정신이상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우주 비행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다문다. 비행 후 ESP연구에 심취하게 된 에드가 미첼이라는 비행사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신이란 우주 영혼, 혹은 우주 정신(cosmic spirit)이라고 해도 좋다. 우주 지성(cosmic intelligency)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유이다. 그 사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 이 세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그 사유 가운데 일개 스펙트럼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본질은 물질이 아니라 영적 지성이다. 이것의 본질이 신이다. —324쪽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1983년도에 나왔던 책이므로, 냉전시대의 종말 이후 이들이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라는 의문은 풀 수가 없다는 것.
▲ 『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l 다산책방
이 소설은 우주를 사랑하는 괴팍한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과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시작되는 과학 소설이다. 맥 매커천은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러 우주로 떠나지만, 조난을 당해 막막한 우주를 표류하게 된다. 그는 아내 김안나 박사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사실 혼자 우주에 조난당한 비행사의 얘기는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하고, 주인공 맥 매커천은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작가의 이력이 책 만큼이나 극적이기 때문이다. 작가 신동욱은 우리에게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군 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 판정을 받은 후 배우 생활을 중단하고 투병 중에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책은 ‘엄청나게 아프다. 개자식!’이란 문장으로 시작되는데, 어쩌면 이는 화자 맥 매커천의 외마디 외침이 아닌 작가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처럼 막막하고 깊은 심연 속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주인공처럼, 작가 신동욱 역시 감당하기 힘든 시련 속에서 홀로 고립을 택하기도 하였지만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이와 같이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냈다. 맥 매커천의 다음 이야기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저는 그때 진지하게 화성 회의론에 빠져 있었습니다. 제 평생의 꿈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나서야 서서히 깨달았죠. ‘우주는 빌어먹게 인간을 싫어하는구나’하고 말입니다. 저는 직접 화성에 건너갈 생각으로 우주비행사가 된 건데, 우주에 나가보니 도리어 점점 두려워졌습니다. –‘2020년 7월 11일’ 중
엠디의 서가 : 미지의 공간, 우주
조선영
2017-02-09
미지의 공간, 우주
어릴 적엔 21세기가 되면 달로 소풍을 가는 게 가능해질 줄 알았다. 옥토끼가 산다는 환상의 공간에서 아직 미개척지로 남은 유일무이한 공간이 된 우주. 그 곳 어딘가에는 우리에게 우호적이거나 혹은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태곳적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세상의 많은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리 인류에게 우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 『혜성』칼 세이건 지음 l 사이언스북스
우주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초판본을 새롭게 번역한 것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3부작’ 중 그 마지막 권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코스모스』가 우주 전체를 개괄하는 지도이며 『창백한 푸른 점』이 우주 탐사 시대의 항해록이라면, 『혜성』은 미신과 맹신의 시대를 극복한 인류의 자서전이자 과학적 탐구 정신이 밝힌 우주의 창세기를 다루고 있다 할 수 있다. 혜성은 지구,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있었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엔 먼지와 기체, 그리고 유성우와 분화구가 남았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밤하늘에서 목격되던 혜성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으며, 또한 이 불길한 징조에 대하여 수많은 그림과 시를 남겼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자들에겐 뉴턴 역학의 살아 있는 증거로, 태양계의 시원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코스모스의 화석으로, 또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전해 준 요정으로 그 과학적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혜성의 본질」은 혜성에 매료된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랫동안 미신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혜성이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그 과학이 밝혀 낸 혜성의 구조와 성분을 소개한다. 특히 1부 3장에서는 혜성 중 가장 유명한 ‘핼리 혜성’의 주인공인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를 재조명한다. 그는 뉴턴의 조력자로서 『프린키피아』의 출간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뉴턴의 운동 법칙을 사용해 혜성들의 궤도를 분석하여 핼리 혜성의 존재를 밝히고 그 귀환을 예측하여 혜성의 존재를 역사에서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수천 년 동안 혜성은 대중에게 실재하는 존재라기보다는 불길한 전조와 상징, 악령으로 보는 신비주의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핼리는 과거에 어떤 과학자도 해 본 적이 없는 예언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함으로써 이 전유를 완전히 깨뜨렸다. ―본문에서
2부 「혜성의 기원과 운명」은 혜성의 생성과 소멸을 각각 태양계의 진화와 대멸종과 관련지어 설명하며, 3부 「혜성과 미래」는 우주 탐사 시대에 혜성의 가치와 의의, 전망을 논의한다. 칼 세이건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문장 역시 유려하고도 아름답다. 또한 책에 실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혜성의 사진도 역시 눈길을 잡아 끈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l 엘리
SF소설 독자들이 앞다투어 최고의 단편 소설로 꼽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이 책은 최근 <그을린 사랑>의 감독 드니 빌뇌브에 의해 (국내 제목 : 컨텍트)이라는 영화로도 옮겨져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동명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자신의 -사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칼 세이건은 소설 『컨텍트』를 통해 “이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바로 이 넓고도 넓은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외모부터 사유 체계까지 완벽하게 다른 생명체를 만난 이후를 그린다. 어느 날 지구 밖 궤도에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지구에는 외계 생명체들이 찾아온다. 언어학자인 ‘나’ 루이즈 뱅크스는 물리학자인 게리 도널리와 팀을 이루어 ‘헵타포드(일곱 개의 다리)’라 불리는 그들과의 의사 소통 프로젝트에 합류해 그들의 이질적인 언어를 연구하게 된다.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들의 문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나’는 ‘헵타포드 B’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문자를 배우고, 능숙하게 쓰게 되기 시작하면서 헵타포드들의 방식처럼 사고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에 온 이 외계 생명체를 경계한다.
"그들이 이 먼 지구까지 온 데는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호스너의 목소리는 실제보다 작게 들렸다. "지구 정복이 목적은 아닌 듯하니 천만다행이지만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로 온 걸까요? 자원 탐사자? 인류학자? 선교사? 그들의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그들에게 제공 가능한 것이 있다는 점만은 틀림없습니다. 태양계 채굴권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우리 자신에 관한 정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느덧 인류는 세계를 인식할 때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하지만,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헵타포드들의 언어를 익히기 위해 그들처럼 사고하고, 움직이게 되며 얻게 된 변화다. 작가 테드 창은 그 변화를 ‘너(딸)’에 대한 이야기라는 형태로 인생과 이어지게 만든다. SF소설을 사랑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을 만한 단편.
▲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l 청어람미디어
이 책은 실제로 우주비행을 했던 비행사들의 체험과 이후의 변화를 수록한 르포르타쥬이다. 독서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이름난 다치바나 다카시는 4개월 간의 준비 끝에 미국 현지에서 혼자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하고 취재하여 일본의 ‘중앙공론’지에 연재하였던 내용을 1983년 책으로 펴냈다. 170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상 지구 밖으로 나가 본 사람은 고작 100여 명이라고 한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나간 이들, 그들의 체험은 단순한 흥미거리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비행사들의 이야기 중 공통적인 것은 지구는 정말 아름다운 별이라는 것이다. 암흑같은 우주 공간에 생명의 푸른 빛을 띤 지구는 경이로움 이상의 존재라는 것. 우주 공간에서 보면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은 덧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신(神)의 존재와 진화론과 창조론 등등, 우리의 사유를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주제들을 무겁지 않게 잘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비행사들의 강렬한 우주 체험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지에도 주목한다. 제임스 어윈은 우주에서 신을 만나 전도사가 되었고, 월터 쉬라는 우주 비행 때 지구 환경이 크게 오염된 것을 보고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국민적 영웅이 된 존 글렌은 정계로 진출하여 상의의원이 되었고, 앨런 셰퍼드는 재계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다가 백만장자가 되었다. 특이한 케이스도 있다. 버즈 앨드린은 귀환 후 정신이상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우주 비행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다문다. 비행 후 ESP연구에 심취하게 된 에드가 미첼이라는 비행사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신이란 우주 영혼, 혹은 우주 정신(cosmic spirit)이라고 해도 좋다. 우주 지성(cosmic intelligency)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유이다. 그 사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 이 세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그 사유 가운데 일개 스펙트럼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본질은 물질이 아니라 영적 지성이다. 이것의 본질이 신이다. —324쪽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1983년도에 나왔던 책이므로, 냉전시대의 종말 이후 이들이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라는 의문은 풀 수가 없다는 것.
▲ 『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l 다산책방
이 소설은 우주를 사랑하는 괴팍한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과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시작되는 과학 소설이다. 맥 매커천은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러 우주로 떠나지만, 조난을 당해 막막한 우주를 표류하게 된다. 그는 아내 김안나 박사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사실 혼자 우주에 조난당한 비행사의 얘기는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하고, 주인공 맥 매커천은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작가의 이력이 책 만큼이나 극적이기 때문이다. 작가 신동욱은 우리에게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군 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 판정을 받은 후 배우 생활을 중단하고 투병 중에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책은 ‘엄청나게 아프다. 개자식!’이란 문장으로 시작되는데, 어쩌면 이는 화자 맥 매커천의 외마디 외침이 아닌 작가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주처럼 막막하고 깊은 심연 속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주인공처럼, 작가 신동욱 역시 감당하기 힘든 시련 속에서 홀로 고립을 택하기도 하였지만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이와 같이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냈다. 맥 매커천의 다음 이야기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저는 그때 진지하게 화성 회의론에 빠져 있었습니다. 제 평생의 꿈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나서야 서서히 깨달았죠. ‘우주는 빌어먹게 인간을 싫어하는구나’하고 말입니다. 저는 직접 화성에 건너갈 생각으로 우주비행사가 된 건데, 우주에 나가보니 도리어 점점 두려워졌습니다. –‘2020년 7월 11일’ 중
그에게 우주란, 두려웠으나 다시 꿈을 꾸게 해준 공간이 아니었을까.
예스24 도서팀장.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2년 가량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고 싶어 2001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초 바람과는 달리 책에 깔려 지낸다고 하소연하곤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엠디의 서가 : 미지의 공간, 우주'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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