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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이 아닌 자기존중과 책임감 있는 인생을 향하여

박진아

2016-11-15

최근 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노인들은 스스로가 속해 있는 노년을 전과 색다른 인생 단계라고 보려 들지 않으며 자신을 노인이라 인정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인생살이에서 겪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이르도록 ‘변치 않는 자아’를 지녔다 믿고 싶어 하는 성향을 지녔으며, 

50세 즈음에 굳어진 개인 취향과 세계관은 여간해서 변하길 꺼린다고 한다.

 

 

 

길어지는 인생의 겨울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문호 가운데 한 사람인 호주의 패트릭 화이트(Patrick White)는 76세에 노년의 존재성에 대해 사색하면서 다음과 같은 암울한 글을 남겼다.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해진다는 신화를 나는 믿고 싶다. 하나 나는 그 신화를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함이라 생각한다. 그 신화를 인정하는 선량하거나 감상적인 중년 세대들도 있겠고 노령을 부서진 가구나 말라죽은 꽃처럼 내다 버릴 일용품으로 여기는 무심한 이들도 있으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노인이란 방귀 뀌고 침 흘리고 틀니와 돋보기안경을 여기저기 놓고 다니는, 피치 못해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 일원일 뿐이다.”


과거에 나이 들어감(aging)과 노년(old age)은 역병, 자연재해, 악몽, 우울증과 더불어 인간이 겪어야만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인생살이의 큰 해악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노년이란 인간이 현명해지는 시절이라고 했지만, 평범한 다수의 노년은 신체적 무능과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정신이 노쇠하고 정신이 허약해지는 개탄스러운 인생의 어스름을 뜻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시민들의 평균 수명은 20~30세 사이였다. 농업혁명이 일어나 식량 생산량과 인구가 늘었던 중세시대에도 성인의 평균수명은 30대 정도에 불과했다. 신생아 출생률은 높았지만,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고, 14세기 창궐한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30~60%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수시로 벌어지는 전쟁으로 남자 청장년 인구는 만성적으로 부족했고 의술 부족으로 사소한 사고나 부상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자연히 노년을 직접 경험할 기회나 노년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드물었을 것이며, 60세를 넘겨 사는 장수(長壽) 노인은 운 좋은 소수에 속했다. 그렇다 보니 가족제도가 탄탄했던 전통사회 속에서조차도 노년은 위태로운 시기였다. 노후 대비를 하지 않고 노년을 맞은 노인들은 늙고 건강을 잃었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게 되어 경제적 곤란, 사회적 배척, 심리적 불안에 놓이기 십상이었고, 특히 무자식 노인일수록 더 극심한 가난과 고독으로 내몰렸다. 

 

농경이 주된 경제활동이고 토지소유권이 경제력이던 과거 전통사회에서 나이가 들고 몸이 노쇠해 노동이 어려워진 늙은 농군은 마을 공동체 내에서 발휘하던 직권을 자동으로 박탈당했고, 적절한 시기에 자녀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주지 못하면 평생 살던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기도 했다. 그렇게 사회적 주변인으로 내몰린 노인은 고아, 여성,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귀족의 후원이나 교회가 베푸는 자선에 의존했다. 

 

일찍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던 르네상스 작가 안토니오 프란체스코 도니(Antonio Francesco Doni, 1513-1574)는 그 같은 사회적 부조리를 지적하며 ‘늙고 가난한’ 자들은 가족의 의존에서 벗어나야 하고 도시국가가 노인의 복지를 책임지는 ‘르네상스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기독교 교회의 자선제도와 르네상스 유토피아 사상은 20세기 이후부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의 원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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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고, 감옥에 갇힌 자는 풀어주고,

죽은 자는 묻어주고, 집 없는 자에게는 쉴 곳을 주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주라고 한 자선의 주 수혜대상은 사회적 약자들,

즉 고아, 여성, 장애인 그리고 노인이었다. 아버지 피테르 브뢰헬의 드로잉

<카리타스 - 일곱 가지 자선(Caritas - The Seven Acts of Mercy)> 

1559년. 223 x 294 mm (11.57 in). 소장: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그래서였을까? 기독교 사상이 지배한 과거 유럽에서 노년이란 일선에서 물러나 겸허하고 자기성찰적인 말년을 보내는 인생의 황혼기를 뜻했다. 영혼성과 고통을 생의 일부로써 묵묵히 받아들였던 유럽의 전통사회 노인들은 육신의 노쇠와 통증은 죽음에 이르기 전에 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성숙과 승화의 단계라 여겼다. 예컨대 르네상스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88세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생의 말기 ‘살아 있는 동안 신이 내려준 미술을 수행하는 나는 한낱 불쌍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에 불과할 뿐’이라고 참회하며 노환으로 인한 근육통과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밤낮으로 돌을 깎아 거룩한 조각 걸작들을 남겼다.

 

 

노후 보장은 존엄한 인생 후반기를 위한 사회와의 약속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비해 잦은 병고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졌다. 현대의학과 제약기술 덕분에 신체의 노화에 따른 질병과 육체적 고통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수명도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출산 시 영아사망과 산모의 출산사망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생명을 위협한 전염병은 거의 퇴치됐으며, 웬만한 질병이나 신체적 부상은 병원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 몇십 년 동안 현대인의 생명을 위협한 암, 심혈관 질환, 당뇨 같은 성인병도 이제는 꾸준한 의학적 처치만 한다면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비롯한 대사전서들은 일반적으로 60~65세 사이 직장에서 정년 퇴임할 즈음을 노년의 시작이라고 정의한다. 이때는 정부가 정식 은퇴를 인정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노인 우대 대중교통 무임승차권을 나눠주는 나이기도 하다. 사회보장제도가 굳건한 유럽권에서는 현직에서 은퇴하여 정기적으로 연금을 받으며 활기차고 여유롭게 생활하는 은퇴자를 ‘노인’이라 하지 않고 ‘연금자(pensioner)’라 부른다. 자본주의 문화가 더 강한 북미의 노년 세대들은 노후연금 외에도 노후대비 저축금으로 은퇴기를 보낸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생의 시작은 60대부터’라는 말이 보편화됐다. 1970년대만 해도 한국 남녀의 평균수명은 60대 안팎이었지만,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로, 한국은 세계 11번째 장수국가가 되었다. 고희가 새로운 환갑이 되었고, 60~75세 노인을 신(新)중년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오늘날 전에 없이 많아진 60대 플러스 노년세대는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활기찬 생활을 유지하고 넉넉한 여가를 이용하여 취미활동을 하거나 여행을 즐기면서 활력 있는 생활과 왕성한 소비력을 자랑한다. 그 같은 추세는 최근 노령화가 급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라 일찍이 산업화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정착시킨 유럽,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널리 익숙해진 풍경이다.

 

 

▲ 자료: 2012년 미국 Gallup & Robinson 연구소와 Pfizer 공동 시장조사

 

 

당신은 나이를 느끼시나요? 

사회가 노령화됨에 따라 18~34세 사이 청년층 거의 절반은 벌써 노후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59%는 노후의 재정이 제일 걱정스럽다고 응답했고, 그다음으로 신체적 쇠약, 외로움을 꼽았다. 직간접적으로 노부모의 노년기를 함께 경험하는 35~49세 중년들의 거의 반수는 앞으로 노부모 봉양 책임과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대조적으로 50~64세의 ‘젊은 노년층’의 60%는 자신의 외모가 실제보다 5년가량 젊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생활 형편이나 인생에 대한 만족도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18~64세 성인들의 과반수는 봉양을 위해서라면 노부모와 동거할 의사가 있는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75%는 자녀와 떨어져 살고 싶어 한다.

수많은 소비업체와 마케터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년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브랜딩이나 상품개발 시도가 매출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실도 이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CNBC 방송 베이비붐 세대를 다룬 특집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지금도 청년 시절 자유의 상징이던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를 몰고 외출하고, 스포티한 ‘자유영혼’임을 과시하며 비틀스와 디스코 음악을 듣고, 압솔룻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을 마신다. 또 그들은 화장품, 머리 염색약, 위생용품으로는 젊고 아름다운 모델이 선전하는 옛 브랜드를 변함없이 찾는 충직한 구매자들이다.

최근 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노인들은 스스로가 속해 있는 노년을 전과 색다른 인생 단계라고 보려 들지 않으며 자신을 노인이라 인정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간은 다양한 인생살이에서 겪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이르도록 ‘변치 않는 자아’를 지녔다 믿고 싶어 하는 성향을 지녔으며, 50세 즈음에 굳어진 개인 취향과 세계관은 여간해서 변하길 꺼린다고 한다(자료 출처: <디프레세(Die Presse)> 오스트리아 일간지 10월 21일 자 기사 중 로베르트 즈니바(Robert Zniva)의 노년층의 쇼핑 행동에 관한 마케팅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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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5년 후인 2050년이 되면 60세 이상 전 세계 노령인구는 2조4,000만 명,

100세가 넘는 초 노령인구는 4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보나 파로 같은 홈케어로봇이 입증하듯, 노인에게도 정서적 행복은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등 든든한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노인들은 

고독한 노인들에 비해 장수할 확률이 50% 더 높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과반수는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고

가족친지 및 친구들과 활동적인 사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깊어가는 현대 노령사회는 대중문화산업 트렌드에도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기획되는 뮤지컬 공연, 영화, 음악 콘서트는 장년층과 노년층을 겨냥해 과거를 회상하고 재음미하는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는 추세다. 문학 분야에서도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이르기까지,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 시대가 낳은 특유의 색다른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노년문학이라는 새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요즘 21세기 노인들은 한가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총 학술연구 결과의 15~20%는 70~79세 연령대의 노련한 학자들의 공적이다.(자료: 2009년 필립스와 브라운 리서치 조사 결과) 여성인구의 경제참여 증가와 경제침체 장기화로 다시금 장성한 자녀의 경제적 후원자나 자녀들의 손자 손녀의 육아를 대신해주는 부모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같은 점에 착안하여 최근 정책 분야 전문가들과 인구학자들은 전 세계 노년인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소비계층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유용한 노동력으로써 다시금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고 젊은 노동인구와의 노동량을 분할하여 가능한 한 다수의 국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고, 평생교육체제를 확충하여 숨은 10%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일깨우자는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자료 원천: Golden Age Index, Pw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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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연령과 신체 조건에 봉사하는 디자인(design for all ages and abilities)'이라는 

모토를 내건 인도주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다국적 전기용품 제조업체 필립스가 개발한 라이프라인(Lifeline) 의료경보시스템은

상시 건강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고령 노인환자를 위한 의료기구로 보조공학을 응용한 사례다. 

Courtesy: Philips

 

 

고령사회, 유니버설 디자인과 첨단 공학기술의 융합

현대는 물질적 풍요와 과학기술이 낳은 문명 이기(利器)의 시대다. 특히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노령인구가 많아진 오늘날 수명연장에 비례해 신체가 부자유해진 노인들이 간병인이나 자식에게 덜 의존하면서도 스스로 돌보며 의연한 생을 살 수 있게 돕는다. 본래 신체 장애인이나 질병 및 재난 생존자들의 일상 활동을 돕자는 목적에서 출발한 디자인 분야로, 1960년대에 셀윈 골드스미스(Selwyn Goldsmith)가 쓴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the Disabled)』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보편 설계 혹은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으로도 불리는 이 유니버설 디자인은 신뢰할 수 있는 기능성과 성능을 보장해야 하므로, 특히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 분야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디자인계가 상업적인 잠재력을 간파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에 눈을 돌린 때는 1990년대 이후부터다. 노년 인구의 급증을 발 빠르게 눈치채고 노령인구를 소비자군으로 한 디자인 개발을 시도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안하는 제품 디자이너들은 노환을 앓는 노인들이 주로 경험하는 신체적 변화, 노화, 감각적 장애 상태를 고려하는 추세다. 예컨대 마치 아동용 장난감을 연상시키듯 색깔이 선명하고 단순하게 설계된 식기와 의료도구, 커다란 숫자와 단추가 달린 전화기, 소리가 큰 전화수화기 등의 일상용품으로, 인체과학을 제품과학에 응용한 것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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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샤 야오(Sha Yao)가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할머니를 병간호하다가 착상한 치매환자용 잇웰(Eatwell) 식기 세트.

학계연구에 따르면 색깔 구분능력을 상실한 치매환자는 빨강이나 노랑같이 따뜻한 색을 보면 식욕을 자극받아 식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수 고안된 숟가락 손잡이와 컵 손잡이는 간병인의 고충도 덜어준다. Courtesy: Eatwell®

 

 

존엄한 노년은 무엇인가?

올해 경제학 부문 노벨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Oliver Hart)와 벵트 홀름스트룀(Bengt Holmström)이라는 두 경제학자의 연구결과가 입증하듯,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또한 애정과 상호 보살핌을 전제로 한 계약 관계다. 근대기 이전의 전통사회에서 성인은 결혼해 가장이 되어 가업을 잇고 생업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했다. 가르치고 노년에 들면 일선에서 물러나 가업과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경제력과 소유권을 많이 가진 남성 노인일수록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늦은 노년까지 일하며 자신의 지위, 재산, 가업 노하우를 물려받을 상속자를 선택하고 맘대로 재산분할 권리를 행사했다.

지난 약 반세기 동안 역사를 거치면서 현대의 가정은 핵가족 단위로 단출해졌고 노년기 부모에 대한 부양 의무는 상당 부분 사회로 이양됐다. 전통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혈연에 기반을 둔 양육과 보호의 계약이었다면, 근대사회에서는 한평생 직장생활한 후 은퇴하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연금은 정부제도와 맺은 사회 계약인 것이다. 이 근대적 개념의 연금제도 덕분에 가장과 노부모는 과거보다 단출하고 자유로운 노후를 계획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거 및 경제력 면에서 자식에게 덜 의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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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차베키아 + 와이(Lanzavecchia + Wai) 2인조 디자인팀이 2012년 디자인한 

‘투게더 노인용 생활 지팡이(Together Canes)’는

집 안에서 찻잔, 책꽂이, 뜨개질 용구(U-cane),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노인 2.0세대를 위한 

작은 테이블 겸 지팡이(I-cane)를 밀고 다니며 혼자서도 집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Courtesy: Lanzavecchia + Wai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옛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공동체 속의 노인은 공동체 속 개인들 속에 살아 있는 족적을 간직한 전통과 지식의 보고임을 뜻한다. 유교적 효(孝) 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조부모와 부모가 무조건적인 자녀의 공경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도 바로 과거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전통과 경험을 보유한 공동체 자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노인의 사회적 기여도가 줄었고, 전통적 노인의 가치가 소실되었다. 더구나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잠재해 있는 세대 간 갈등도 더 표면화되기 쉽다.

그처럼 해결해야 할 경제적, 정치적, 윤리적 문젯거리와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좋든 싫든 현대인은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더 가속화될 노년인구 증가와 노령사회로의 본격적인 진입은 과거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매우 특이한 사회현상이 될 것이며, 21세기는 범보편적 인간조건(human condition) 대 문화적 특수성 사이서 발생할 수 있는 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인류학적 실험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인간은 나이와 세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목적 있는 삶(purpose)과 개인적 존엄(dignity)을 누려야 하며, 의미 있고 성취감 있는 생은 건강과 공동체와의 유대라는 원칙은 불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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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의 역할, 사죄, 용서라는 주제로 수많은 후대 화가와 종교인을 깊이 움직인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완성되었다.

렘브란트 <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1661–1669년경. 262 × 205cm. 소장: Hermitage Museum, Saint Petersburg

 

 

 

  • 디자인
  • 자기존중
  • 노년
  • 박진아
  • 패트릭화이트
  • 평균수명
  • 황혼기
  • 노령화
  • 죽음
  • 고령화
  • 호모비올로기쿠스
  • 생물적존재인인간
필자 박진아
박진아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현재 17년째 미술사가, 디자인 칼럼니스트, 번역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인문과 역사를 거울 삼아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글을 쓴다.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을 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월간미술』의 비엔나 통신원으로 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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