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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끔거리는, 예방주사 같은 미래에 대한 상상

신인류의 인류

임가영

2019-01-09

일본에서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기계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나라를 건너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가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보이는 것이 많다.

외로울 때, 심심할 때, 대화 상대가 돼주는 애플리케이션, 모르는 사람과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감성 애플리케이션 등 단지 그 쓸모가 유용함만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주고 작은 진심을 채워주는 그런 것들.


 

 

네모난 기계가 반겨주는 가게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꼭 플라스틱 햄스터 우리처럼 생긴 작은 구멍 하나를 둔 막힌 공간과 내 키보다 조금 작은 기계 두 대가 가게 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기계 화면에 커다랗게 뜬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을 때야 ‘어서 오세요’라는 낯익은 문장이 들렸다. 음정 없이 느리게 이어지는 목소리와 다르게 칸막이 안에서는 쳇바퀴 굴리듯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바쁘게 들려왔다. 멜랑꼴리(Melancholy)란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주문하기버튼

 


세상은 변화를 쉬쉬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만 이루어지던 인공지능의 현실화는 더 이상 놀랍지 않은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미래에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아, 이런 게 벌써 생겼구나’ 하고 당연하게 넘어가는 대신 우울감을 느꼈을까, 날 맞아주는 미래의 기계에서 왜 미묘한 거부감을 느꼈을까. 신인류가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게에서 일하다보면, 인사를 채 건네기도 전에 용무부터 불쑥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이 사항에 대한 주의와 안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게임의 스킵(skip) 버튼을 누르듯 ‘네, 네, 네, 네’ 하고 말을 끊어내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친절히 인사를 건네도, 내가 건넨 인사는 시선 한 번 끌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기 일쑤였다. 나는 주문 기계를 사용하는 가게에 다녀온 후,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주고받는 소통보다 일방적인 요구에 익숙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앞으로 네모난 기계들이 차지하게 될까?


 

자신의 용무부터

 

 

신인류의 탄생: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

사람들은 기계음의 딱딱한 목소리에 화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의 딱딱한 목소리에는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이는 ‘원래부터 진심이 없는 것’과 ‘진심이 없는 사람’의 차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진심의 차이에 민감하다. 내 마음대로 편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외로운 사람일수록 작은 진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나부터도 사는 게 바빠 내 가족과 내 주변 사람에게,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진심’을 쓰기가 힘들다. 그러니 생판 남에게 진심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남에게 바라는 진심은, 남이 남에게 바라는 진심은 어디서 어떻게 채워야 할까?



기계음,딱딱한목소리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건 본능이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끊임없이 진심을 공급해주는, 손해의 개념이 없는 무언가를 바란다. 나는 사람이고, 소통을 원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진심을 원한다. 될 수 있는 한 내 마음을 슬프게 만들지는 않을 존재. 나보다 먼저 죽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는 존재. 나와 비슷한 유형이며 내 진심이 손해 볼 일 없는 그 존재가 바로 신인류가 아닐까?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사람을 대체할 무언가를 원하기에 끝끝내 개발되고 만들어질 것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의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더 이상 소통하지 않는 인간들 사이에서 휴머노이드는 더욱더 사람에 가깝게 개발될 것이고 수명과 외모에서 자유로워진 인간들은 휴머노이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질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던 인간성과 진심을 끊임없이 받아들인 휴머노이드는 어쩌면 인간의 뒤를 이어 완벽한 인간성과 진심, 사람에 대한 끝없는 연구를 계속할지도 모른다.


신인류의 인류, 인류의 미래는 이렇게 탄생할지, 이것 또한 모를 일이다. 


 

친절한 인사를 건네도

 

 

휴머노이드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며

굳이 더 편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올 거 다 나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크게 불편할 거 없는 삶인데도 사람들은 불편한 것을 찾아내서 스마트 기술에 접목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점점 기술의 이목이 사람에게서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편리함만을 바랐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들이 참 많다.


일본에서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기계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나라를 건너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가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보이는 것이 많다. 외로울 때, 심심할 때, 대화 상대가 돼주는 애플리케이션, 모르는 사람과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감성 애플리케이션 등 단지 그 쓸모가 유용함만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주고 작은 진심을 채워주는 그런 것들. 이런 애플리케이션 중 다수가 AI를 이용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낯선 사실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의 손을 잡고 노후를

 

 

신인류에 대해서, 또 신인류의 인류에 대해서 나는 크게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바로 직면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언젠가 일어날 일’에 이것이 포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신인류에 대해 생각할 수많은 기회들을 접해왔다. 영화, 소설, 웹툰을 막론하고 신인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방향이 긍정적인 길인지, 부정적인 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그랬듯 마냥 환하고 밝지도, 무조건 새까맣고 우중충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휴머노이드의 손을 잡고 노후를 보낼지도 모른다. 농담 삼아 미리 생각하는 미래가 따끔거린다.

 

꼭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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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Amy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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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가영
임가영

무언가를 생각하고 떠올려 글과 이야기로 적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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