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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엮은 시간

인문쟁이 경험담

인문쟁이 양다은

2018-05-14

누군가는 계속 말하다 보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마 말의 힘을 믿나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믿고 싶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도 노력하고 간절히 바라면 다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다. 그 신념에 반하는 경험을 마주했을 때, 좌절했고 어쩌면 배신감까지 들었다.


개인적인 좌절이라기보다는 요즘 꽤 많은 청년이 겪는 실업률 8.7%에 나도 포함됐었다. 취직, 성적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는데 회의가 느껴질 때쯤, 다른 일에도 기웃대기 시작했다. 우연히 독립출판을 알게 되고 동네 서점에 가보고, 출판물 워크숍에 참여했다. 또, 우연히 인문360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매달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의 형태를 써본 건, 전공 과제 이후에 지겹도록 작성한 자기소개서뿐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본다는 사실이 쑥스러웠고, 쓰인 글은 한 없이 부족해보였다. 여러 친구들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잘 읽히는 지 물어봤다. 자기소개서를 쓰며 훈련한 짧은 문장과 두괄식 문장을 써먹어 보기도 했다. 조금씩 가다듬고, 몇 번은 하기 싫어하고 또 보람을 느끼면 서 2기, 3기 두 기수 동안 원고를 작성했다. 


한 달에 한 편, 차곡차곡

▲  한 달에 한 편, 차곡차곡


열아홉 편의 글이 쌓였다. 여행을 하기도 하고 전시나 인문학 모임 공간에 드나들었다. 아무래도 인터뷰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신선했다. 질문을 할수록 인터뷰가 능숙해진 것 같다가도 개인적인 궁금증을 남발해 인터뷰이에게 미안한 날도 있었고, 주제에 벗어나 거리낌 없이 했던 대화가 기억에 남기도 한다. 이전엔 예술인이나 기획자에 대한 막연한 로망 같은 게 있었는데,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 또한 편견이었음을 몸소 느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고 때론 더 현실적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졌구나 생각이 들 땐 위로가 되었고, 어떻게 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땐 자극을 받았다. 


SNS 메시지를 통해 오고가는 감사

▲  SNS 메시지를 통해 오고가는 감사


동성시장 모습,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동성시장 모습,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  동성시장 모습,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막상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하려니 막막하다. 남들과 조금은 달라서 다행이라면서도 남들처럼만 살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는 다들 그렇다며 나를 진정시키고, 누군가는 ‘그걸 하는 게 어디야’라고 세워준다. 지난 달에 인터뷰한 ‘애매모호진’ 편집장은 끈기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소 ‘토닥토닥’ 상담자는 자신에게 틀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었고, ‘쪽방네트워크’를 취재하며 만난 작가에겐 프로젝트 관련 조언을 구했다. 그러고 보니 우연히 시작한 인문쟁이였고, 시장프로젝트였고, 사람들에게서 빌린 문장을 붙잡으면서 지내왔으니, 앞으로도 이래저래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활동 기간 ‘월간 양다은’이라는 부제로 단체 카톡방에 해온 셀프 홍보

▲  활동 기간 ‘월간 양다은’이라는 부제로 단체 카톡방에 해온 셀프 홍보


❝재능은 한 동안 우리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그간의 성공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곤 한다.❞

-알랭드 보통, ‘불안’ 중에서



인문쟁이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책 구절처럼 이전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아무 문장도 떠오르지 않은 적도 있다. 앞으로도 재능과 기회는 들쑥날쑥하여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망설여지는 것이, 지금처럼 계약직 돈벌이와 취미 정도의 글쓰기 생활을 병행할지, 현실과 타협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연찮게 맞닿은 시간을 또 다른 문장으로 남길 수 있기를 일단은 바래본다.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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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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