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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키드의 세계관

'인천, 유년기, 인터넷, 나'

인문쟁이 원제성

2017-06-28


'추억은 어느 시대이든지 간에 예술적 영감을 주는 원동력일 것이다'


1980년대 중반이후 태어난 세대부터겠지만, 필자 또한 유년시절 PC와 인터넷을 접하며 자란 인터넷 키드중 하나다. 수도권 가정의 평범한 공교육, 별 다를 것 없는 취미생활은 자연스럽게 나와 또래 친구들을 인터넷으로 이끌었다.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적인 느낌이었고,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막대한 정보가 유년기 시절을 덮쳐왔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은 굉장히 빠른 주기로 교체되는 게임과 만화영화였다. 하지만 이들은 굉장히 생명력이 짧았다. 그럼에도 게임과 만화는 매번 필자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데려가줬고, 그것은 지금 돌이켜봐도 필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Blank Banshee의 Eco Zonevaporwaveimage

▲ Blank Banshee의 Eco Zone / vaporwaveimage ⓒ Blank Banshee 앨범 커버, Floral Shoppe 앨범커버


필자의 지난 과정보다 더 빠르고 급격하게 전개되는 최근의 인터넷 세상은 역시나 또 다른 삶의 흥미로움을 가져다주는데, 그 중에 하나가 베이퍼 웨이브(vaporwave)1)다. 베이퍼 웨이브는는 2010년대 초에 등장한 실험음악과 이미지를 일컫는 새로운 문화 흐름이다. 음악적 특징으로는 80~90년대의 경음악을 샘플링하여 피치를 높이거나 낮추는 특징이 있으며 이미지적인 특징에는 그리스 조각 두상, 영어권 입장에서는 생소한 언어 갖다 붙이기(ex.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VHS 테이프의 아날로그 글리치 등이 있다.


베이퍼 웨이브를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베이퍼 웨이브의 작업물에는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정서와 관점이 있다. 바로 80~90년대 디지털 초기의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2017년 현재를 읽는 인터넷 문화의 중요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베이퍼 웨이브 류의 이미지 특징이라면 픽셀이미지, 사이버 가수 아담, 윈도우 98 화면 보호기 느낌의 3D, 고전 PC, 콘솔게임의 플레이 샷과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 모두 유년기 디지털 시대를 보낸 사람들의 일종의 특징적인 기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최첨단의 기술이었던 것들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나 이미지들에 비하면 저급이다. 베이퍼 웨이브는 그 저급함과 시간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에 주목하고 이미지의 질을 일부러 끌어내린다.


그 대상은 디지털이다. 베이퍼 웨이브 류의 이미지에서는 그 큰 픽셀들의 이미지가 과장되어 나타나는데, 디지털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은 그 시절 나름대로의 아련한 향수들로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실체 없이 떠다니는 추억의 이미지조각을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해서 현시대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음악 ‘HASHTAGS’

인터넷에 빠져 자란 우리들은 이전시대와는 음악 소비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눈뜨고 핸드폰만 켜면 손가락으로 온갖 음악들을 찾아 낼 수 있고, 심지어 플랫폼 내에서 친절하게 추천까지 해주는 시대이다. 특히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서는 2013, 2017년 'HASHTAGS'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2013년 시즌1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HASHGTAGS'라는 이름과 함께 #AltR&b, #PostDubsteb, #CloudRap, #Beats, #Tumblrwave, #Blogpop 등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시태그 트레일러 스틸컷해시태그 다큐멘터리 첫번째 에피소드 스틸컷

▲ 해시태그 트레일러 스틸컷 / 해시태그 다큐멘터리의 첫번째 에피소드 스틸컷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언더그라운드 군집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어진 독특한 모양새를 뮤지션, 평론가, 산업 관계자들을 취재하며 음악적 흐름과 현상을 심도 있고 알기 쉽게 얘기해준다. 이런 시대에 다큐멘터리 'HASHTAGS'가 보여주는 것은 제목처럼 지금 시대의 음악은 '장르'가 아닌 '해시태그'로 규정해야 더 맞지 않겠냐는 주장에서부터 연유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장르의 경계가 의미가 없고 음악 밑에 무심하게 달아놓은 해시태그가 곧 음악의 정체성이자 장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인터넷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

단적이지만 베이퍼 웨이브와 레드불 뮤직의 다큐멘터리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문화의 흐름을 되짚어 보았다. PC의 도입과 그에 따른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 이 시대 창작자들의 작업환경은 많이 변하고 있다. 2010년 초반부터 음악 산업 환경, 소비형태, 음악가 그리고 그들의 작업방식까지 빠른 속도로 변했다. 시각 작업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인터넷과 기술, 플랫폼의 발달은 우리 삶의 환경을 바꿔놓았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인터넷을 통해 삶에 많은 영향을 받은 우리들이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어떻게 배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작업들이 어떻게 군집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들고 괜히 특별한 모양새를 뽐내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 가깝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인터넷 문화들이 현재 어떻고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생각해보자는 뜻이며, 그런 사례들을 이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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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세대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그래픽영상 기법


*참고문헌

vaporwave , 서울에서 바라본 -피카소-

RBMA가 제작한 야심 찬 음악 다큐멘터리, H∆SHTAG$ -비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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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원제성

[인문쟁이 3기]


원제성은 인터넷 키드이다. wonjaewonjae 라는 닉네임으로 음악을 배출하고있다 음악과 인터넷 문화에 관심이 많다. @wonjaewonja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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