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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자, 재미있게

조금은 낯선 독서 방법 찾기

인문쟁이 양다은

2016-09-13

처음부터 독서가 정적인 행위였을지 생각해봤다.

어릴 땐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을 보고 색칠도 하며 책을 읽어냈고, 학교에 가선 주로 책에 밑줄을 치고 글자를 썼다.

그러다 배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제 전적으로 독서라는 명목 하에 자율적으로 책을 펼친다.

책이 변하진 않은 것 같다.

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으니, 그 안정적인 행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어렸을 때로 돌아가 책을 자유롭게 대해보자.

 

 

 

날이 좋으면 잔디 위 혹은 벤치에 누워서나, 카페에서 책을 펼친다. 좀 집중을 한다 싶더니 나도 모르는 새 책으로 얼굴을 덮고 있다. 책을 탓하고 싶진 않다. 가만히 앉아 활자와 대면하는 일이 너무 안정적인 탓이라 해두자. 요즘에는 이 안정을 벗어난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로 고전을 들어도 되고, 독서모임에서 독서 후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혼자 가만히 앉아 하는 책 읽기를 다른 형태의 책 읽기로 대처해야만 할까.

 

 

누워서 책 읽는 내가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 누워서 책 읽는 내가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독서가 정적인 행위였을지 생각해봤다. 어릴 땐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을 보고 색칠도 하며 책을 읽어냈고, 학교에 가선 주로 책에 밑줄을 치고 글자를 썼다. 그러다 배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제 전적으로 독서라는 명목 하에 자율적으로 책을 펼친다.

 

책이 변하진 않은 것 같다. 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으니, 그 안정적인 행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어렸을 때로 돌아가 책을 자유롭게 대해보자. 먼저 책을 ‘스케치북’으로 대해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문학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를 되짚어 보니 문학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시를 읽고 생각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친구들에게 설명하라고 했다. 정답은 없었다. 부정적인 시어에 세모를 치며 달달 외우던 문학 시간과는 달랐다.

 

대학 진학 후 문학 전공 공부를 할 때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을 먼저 스케치로 그려봤다. 단순히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그려내니 이후 몰입이 잘 되고 이해가 빨라졌다. 교과서나 전공서적을 떠났지만 여전히 문학을 읽을 때면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린다. 노트에 그 장면을 옮기거나 마인드맵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주인공 이름이 헷갈리거나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모른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글이 붙잡으면 붙잡혀서 자신의 방식으로 쓰고 그리고 이해하면 된다.

 

 

눈물이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저

▲ 눈물이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저

 

 

책을 ‘일기장’으로 대한 적도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무게가 가볍고 읽기 편한 시집을 한 권(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저) 골라 가져갔다. 시를 읽으며 눈 앞에 장면을 마음 속에 담고, 저녁에는 여백이 많은 페이지에 그날 한 일을 끄적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시집을 펴고 시를 읽으면 여행 당시의 장면이 어른댔다. 시인이 건넨 시로 내 이야기를 이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시가 그때의 추억으로만 덧입혀지는 것이 싫다면 다음 여행에 또 들고 가면 된다. 같은 시라도 다른 상황에서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꼭 여행일 필요는 없다. 그 시대의 고민을 한 시인의 결과물에 미래를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투영해도 되고, 사랑을 내려놓는 시를 읽을 땐 시련 당한 친구를 떠올리며 편지를 써도 좋다.

 

 

일기장화 한 시집

▲ ‘일기장화 한 시집’

 

 

좋아하는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문제는 좋아하지 않는 책이다. 책도 편식할 수 있다. 독서스터디를 할 때, 역사학과 친구는 역사나 시대 흐름을 짚어내는 문장에 대해 이야기했고, 공학도 친구는 자기계발서에서 깨달은 점을 공유했다. 영문학도인 나는 매번 문학 작품을 소개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을 누굴 탓하랴. 그러면 난 영원히 문학과만 친하게 지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제목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진 심리학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데르벨 바르베츠키 저)를 한 권 샀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데르벨 바르베츠키 저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데르벨 바르베츠키 저

 

 

내가 지금까지 조언이 담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예외 없이 단정 지을 것 같아서였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글자를 읽긴 읽는데 머리 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다 읽는 것을 목표로 다시 펜으로 그어가며 읽다 보니 그제서야 문장이 보였다. 심리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쌓은 논리에 끄덕이기도 하고, 상처는 모두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말에 너무하지 않냐며 따지는 말을 적었다. 그러면서 내 경험을 떠올렸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무너졌던 내 모습, 나에게 상처를 드러내고 당황하던 상대방의 모습들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니셜을 쓰고, 내 모습이 보이는 문장에는 빨간 형광펜을 칠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을 글로 읽고, 또 내 생각을 책 귀퉁이에 쓰면서 스스로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책이 모든 것을 결정짓진 않았다. 많은 상황과 예시 중에 나에게 좀 더 가까운 문장을 끌어와 내 이야기를 묻히고 책이랑 대화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 좀 더 낯선 책을 찾아나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익숙지 않은 책에 다가가는 법

▲ 익숙지 않은 책에 다가가는 법

 

 

독서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것도 아니다. 곧잘 졸기도 해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려 노력하면서 책을 읽어왔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방식은 다양하다. 박웅현 작가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들, 감동받은 부분들에 줄을 치고,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합니다.‘라고 했다. 피앤씨 갤러리의 이지원 아트디렉터는 영남일보 칼럼에서 ‘예전에 밑줄 치며 읽은 책을 다시 읽을 때면 독서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구절을 공책에 따로 적으면서 읽는 습관이 생겼다’라고 소개했다. 앞서 소개한 방법 중 하나든 새로운 방법이든 자신만의 독서 습관을 찾아보자. 더 이상 책을 펼치고 잠드는 뻔한 레파토리가 아니라 동적으로 책을 읽는 재미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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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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