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 두 달 동안 선글라스 홍보를 한다. 최근에 콘텐츠 회사를 차렸는데 다행히 일이 들어왔다. (누가? 네가? 어, 내가.) 각 브랜드에서 홍보를 어떻게 하냐면, 일단 홍보를 대행해줄 회사를 찾는다. 그 후엔 어떤 물건을 어떻게 홍보하고 싶다고 말한다. 불과 2~3년 전, 아니 1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매거진에 어떻게 노출시킬 수 있나요?” 하고 먼저 물었다. 지금은 아니다. SNS 즉,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어떻게 노출시킬 수 있나요?”라고 먼저 묻는다.
선글라스를 SNS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게 관건이다. SNS 이용자들이 광고라는 걸 알아채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애들’이어야 한다. 스타일리시한 애들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어른이 쓴 선글라스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애들이 쓴 선글라스도 전혀 관심을 안 갖기 때문이다. 누가? SNS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타’는 보통 인기 연예인을 말한다. 그런데 ‘SNS 스타’라는 말이 생겼다. SNS 스타란, 연예인이 아닌데, 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팔로워 수가 수만 명을 가뿐히 넘기는 사람들. SNS 스타가 자신의 SNS에 제품을 노출시켜 주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본다. 대체로 SNS 스타는 매력적이고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스타가 된 거다. 많은 사람들이 SNS 스타의 여러 가지를 흉내 내고 싶어 한다. 잘 생기거나 예쁘거나 스타일리시한 SNS 스타라면, 그들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도 ‘핫’하게 느껴진다.
자, 그럼 간단하다. 그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너에게 무료로 선글라스를 주겠다. 너는 그걸 쓰고 SNS에 올려라.”라고 적으면 안 되고, 아주 정중하게 쓴다. “저희는 ** 선글라스를 홍보하는 회사입니다. 신제품이 나왔는데, 보내드려 봐도 될까요?” 쪽지를 받은 SNS 스타가 좋다고 말하면 선글라스를 보낸다. 이런 과정을 ‘시딩(seeding)’이라고 한다. 씨를 뿌린다는 뜻이다. 그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업로드한다. 해시태그(#)도 단다. SNS 스타 서너 명에게만 이런 걸 부탁해도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보게 된다.
시딩이 어지간한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작년부터 여러 브랜드들은 광고 예산을 대폭 줄였다. 그 예산은 SNS 마케팅, 혹은 디지털 마케팅, 이라는 항목으로 책정됐다.
시딩 후 업로드. 이게 SNS 시장이다. SNS가 1인 매체가 될 거라는 전망은 진작 있었다. 그런데 이 전망 속에서 ‘매체’의 의미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기능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 안에 상업적인 중계자의 역할을 하는 매체로서의 의미는 없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정보의 가공 능력이다. SNS 스타가 선글라스의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그들은 의식을 하던 하지 못하던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팔로워 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그들의 취향을 고려하고 콘텐츠에 반영한다. SNS 스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좋은 콘텐츠, 최소한 팔로워 들을 유혹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안다. 사실 그건 광고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좋아요
영국 『텔레그래프』 지 선정 인스타그램 베스트 3에 등극한 스타 타일러 스위프트의 모습. 스타에게, 그냥 업로드하는 사진이란 없다. SNS 스타는 옷 하나, 구두 하나, 메이크업까지도 대중의 주시를 받는다. ⓒhttps://www.instagram.com/taylorswift/
자, 이제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페이스북에도 ‘좋아요’가 있고, 인스타그램에도 ‘좋아요’가 있다. 이 글은 페이스북을 SNS의 중심에 두고, ‘좋아요’ 100개가 의미하는 것을 묻는 데서 시작되었지만, SNS의 중심은 진작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아마도 #해시태그 기능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100’의 가치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다르다.
아무튼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선글라스를 쓴 SNS 스타가 이성적으로 좋아서 누르거나(그러곤 쪽지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SNS 스타가 업로드한 콘텐츠가 좋아서 누른다. 그저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서 누르기도 하고, 별 의미 없이 누르기도 한다. 어찌됐건 적대감의 표시는 아니다. 적대감을 표시하는 방법은 댓글을 적는 것뿐이다. 어쩌면 이것이 ‘좋아요’의 맹점인데…. 그 얘긴, 조금 이따 하고.
그렇게 100명이 눌렀다고 치자. 투표처럼 공평하게 단 하나의 ‘좋아요’만 누를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지만, 딱히 중요하지도 않다. 원한다면 돈을 내고 ‘알바’를 풀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좋아요’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좋아요’는 무형의 것, 즉 ‘감정’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개량할 수 있고, 교환할 수 있다. SNS 스타에게 선글라스를 주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팔로워, 그중에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좋아서 ‘좋아요’를 누른다. 연예인들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면, SNS 스타는 ‘좋아요’를 먹고 산다. 그런 관점에서 페이스북에서 100개의 ‘좋아요’가 의미하는 것은…. 아, 이거 애매한 숫자다.
광고주 입장에선 “어? 뭐지? 겨우 100개야?”가 된다. 아쉬운데, 대행사에 컴플레인 하기에는 애매한 숫자다. 선글라스 하나 줬을 뿐인데 100명이 그걸 보고 좋아했다면 아주 형편없는 결과는 아니니까. 그런데, 아쉽다. 광고주에게 페이스북 ‘좋아요’ 100은 ‘좀 더’를 의미한다.
홍보 대행사 입장에서도 ‘좀 더’를 의미한다. 속내는 약간 다르다. “100개라고? 광고주가 한 소리하겠네. 앞자리가 2나 3은 돼야할 텐데. 야, 김 대리,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좋아요’ 좀 누르라고 해.” 하지만 홍보대행사 사장님은 곧 알게 된다. 김 대리의 친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한다. ‘선글라스 하나 주고 뭘 더 바라. 돈을 더 쓰던가.’ 돈을 더 쓰는 주체는 물론 광고주다.
SNS 스타는, 기존의 스타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종 스포츠 선수들, 심지어 동물들 까지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SNS에 올라온 야생동물의 모습. ⓒhttps://www.instagram.com/natgeo/
‘좋아요’는 좋아하는 마음이다. 어떤 사람이 그 마음을 많이 받는다면, 그는 그 마음을 팔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돈이 된다. 브랜드 담당자와 홍보 대행사 담당자 그리고 여러 마케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누가 ‘좋아요’를 많이 받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가 SNS 유저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사람인지 생각한다.
어떤 콘텐츠를 업로드하든 ‘좋아요’ 100개 이상을 받는다면, 그는 담당자의 이목을 약간 끌 수 있다. 담당자들은 그가 올린 것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후, 시딩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스타일리시한 20대라면 좋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유모차를 홍보하는 담당자는 스타일리시한 ‘미시’를 찾으니까. 하지만 ‘스타일리시함’은 언제나 중요하다.
페이스북 ‘좋아요’ 100개는 아주 운이 좋아요, 자신의 ‘좋아요’를 가까스로 팔 수 있는 상태다. 아니다, 인심을 너무 썼다. 2~300개는 돼야지. 100개는 너무 흔하다. 하지만 100개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SNS 유저들은 생각보다 야박하다. 그런데 이쯤 되면 분명해지는 게 있다. ‘좋아요’는 매매할 수 있지만, ‘나빠요’는 매매할 수 없다. 페이스북이 ‘나빠요’ 버튼을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좋아요’로 돈을 번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페이스북 회사에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한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해당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좋은 것에 대해서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요’가 의미 있다. 내가 선글라스를 시딩한 SNS 스타가 무려 5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하지만 ‘나빠요’ 버튼이 있다면, “이 따위 광고 같은 이미지를 왜 올리고 그래.”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꾸욱, 누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아요’가 많아도 ‘나빠요’가 그만큼 많다면 문제가 된다. 광고주 입장에선 ‘좋아요’ 보다 ‘나빠요’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인상은 브랜드의 최대 적이니까.
‘좋아요’는, 마치 모든 게 좋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거대한 상술의 기호다. 그러니까 페이스북 ‘좋아요’ 100개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분발을 요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보고 호감을 표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가 아닐까? 좋은 게 많을수록 좋은 거라면!
이우성은 패션 매거진 『아레나 옴므+』의 피처에디터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12년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를 출간했다. 그는 스스로 미남이라고 부른다. 실제 미남이며, 미적인 것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역시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동시대의 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그로선 너무 당연한 일이다.
‘좋아요’는 얼마예요?
이달의 인문
이우성
2016-04-28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선글라스 홍보를 한다. 최근에 콘텐츠 회사를 차렸는데 다행히 일이 들어왔다. (누가? 네가? 어, 내가.) 각 브랜드에서 홍보를 어떻게 하냐면, 일단 홍보를 대행해줄 회사를 찾는다. 그 후엔 어떤 물건을 어떻게 홍보하고 싶다고 말한다. 불과 2~3년 전, 아니 1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매거진에 어떻게 노출시킬 수 있나요?” 하고 먼저 물었다. 지금은 아니다. SNS 즉,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어떻게 노출시킬 수 있나요?”라고 먼저 묻는다.
SNS 스타
영국 『텔레그래프』 지 선정 25 인스타그램 스타에 오른 리한나의
인스타그램 이미지. 새로운 앨범 홍보는 기본이다.
ⓒhttps://www.instagram.com/rihannadaily/
선글라스를 SNS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게 관건이다. SNS 이용자들이 광고라는 걸 알아채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애들’이어야 한다. 스타일리시한 애들이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어른이 쓴 선글라스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애들이 쓴 선글라스도 전혀 관심을 안 갖기 때문이다. 누가? SNS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타’는 보통 인기 연예인을 말한다. 그런데 ‘SNS 스타’라는 말이 생겼다. SNS 스타란, 연예인이 아닌데, 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팔로워 수가 수만 명을 가뿐히 넘기는 사람들. SNS 스타가 자신의 SNS에 제품을 노출시켜 주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본다. 대체로 SNS 스타는 매력적이고 멋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스타가 된 거다. 많은 사람들이 SNS 스타의 여러 가지를 흉내 내고 싶어 한다. 잘 생기거나 예쁘거나 스타일리시한 SNS 스타라면, 그들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도 ‘핫’하게 느껴진다.
자, 그럼 간단하다. 그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너에게 무료로 선글라스를 주겠다. 너는 그걸 쓰고 SNS에 올려라.”라고 적으면 안 되고, 아주 정중하게 쓴다. “저희는 ** 선글라스를 홍보하는 회사입니다. 신제품이 나왔는데, 보내드려 봐도 될까요?” 쪽지를 받은 SNS 스타가 좋다고 말하면 선글라스를 보낸다. 이런 과정을 ‘시딩(seeding)’이라고 한다. 씨를 뿌린다는 뜻이다. 그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업로드한다. 해시태그(#)도 단다. SNS 스타 서너 명에게만 이런 걸 부탁해도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보게 된다.
시딩이 어지간한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작년부터 여러 브랜드들은 광고 예산을 대폭 줄였다. 그 예산은 SNS 마케팅, 혹은 디지털 마케팅, 이라는 항목으로 책정됐다.
시딩 후 업로드. 이게 SNS 시장이다. SNS가 1인 매체가 될 거라는 전망은 진작 있었다. 그런데 이 전망 속에서 ‘매체’의 의미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기능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 안에 상업적인 중계자의 역할을 하는 매체로서의 의미는 없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정보의 가공 능력이다. SNS 스타가 선글라스의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그들은 의식을 하던 하지 못하던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팔로워 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그들의 취향을 고려하고 콘텐츠에 반영한다. SNS 스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좋은 콘텐츠, 최소한 팔로워 들을 유혹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안다. 사실 그건 광고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좋아요
영국 『텔레그래프』 지 선정 인스타그램 베스트 3에 등극한
스타 타일러 스위프트의 모습. 스타에게, 그냥 업로드하는
사진이란 없다. SNS 스타는 옷 하나, 구두 하나, 메이크업까지도
대중의 주시를 받는다.
ⓒhttps://www.instagram.com/taylorswift/
자, 이제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페이스북에도 ‘좋아요’가 있고, 인스타그램에도 ‘좋아요’가 있다. 이 글은 페이스북을 SNS의 중심에 두고, ‘좋아요’ 100개가 의미하는 것을 묻는 데서 시작되었지만, SNS의 중심은 진작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아마도 #해시태그 기능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100’의 가치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다르다.
아무튼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선글라스를 쓴 SNS 스타가 이성적으로 좋아서 누르거나(그러곤 쪽지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SNS 스타가 업로드한 콘텐츠가 좋아서 누른다. 그저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서 누르기도 하고, 별 의미 없이 누르기도 한다. 어찌됐건 적대감의 표시는 아니다. 적대감을 표시하는 방법은 댓글을 적는 것뿐이다. 어쩌면 이것이 ‘좋아요’의 맹점인데…. 그 얘긴, 조금 이따 하고.
그렇게 100명이 눌렀다고 치자. 투표처럼 공평하게 단 하나의 ‘좋아요’만 누를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지만, 딱히 중요하지도 않다. 원한다면 돈을 내고 ‘알바’를 풀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좋아요’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좋아요’는 무형의 것, 즉 ‘감정’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개량할 수 있고, 교환할 수 있다. SNS 스타에게 선글라스를 주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팔로워, 그중에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좋아서 ‘좋아요’를 누른다. 연예인들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면, SNS 스타는 ‘좋아요’를 먹고 산다. 그런 관점에서 페이스북에서 100개의 ‘좋아요’가 의미하는 것은…. 아, 이거 애매한 숫자다.
광고주 입장에선 “어? 뭐지? 겨우 100개야?”가 된다. 아쉬운데, 대행사에 컴플레인 하기에는 애매한 숫자다. 선글라스 하나 줬을 뿐인데 100명이 그걸 보고 좋아했다면 아주 형편없는 결과는 아니니까. 그런데, 아쉽다. 광고주에게 페이스북 ‘좋아요’ 100은 ‘좀 더’를 의미한다.
홍보 대행사 입장에서도 ‘좀 더’를 의미한다. 속내는 약간 다르다. “100개라고? 광고주가 한 소리하겠네. 앞자리가 2나 3은 돼야할 텐데. 야, 김 대리,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좋아요’ 좀 누르라고 해.” 하지만 홍보대행사 사장님은 곧 알게 된다. 김 대리의 친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한다. ‘선글라스 하나 주고 뭘 더 바라. 돈을 더 쓰던가.’ 돈을 더 쓰는 주체는 물론 광고주다.
SNS 스타는, 기존의 스타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종 스포츠 선수들, 심지어 동물들 까지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SNS에 올라온 야생동물의 모습.
ⓒhttps://www.instagram.com/natgeo/
‘좋아요’는 좋아하는 마음이다. 어떤 사람이 그 마음을 많이 받는다면, 그는 그 마음을 팔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돈이 된다. 브랜드 담당자와 홍보 대행사 담당자 그리고 여러 마케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누가 ‘좋아요’를 많이 받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가 SNS 유저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사람인지 생각한다.
어떤 콘텐츠를 업로드하든 ‘좋아요’ 100개 이상을 받는다면, 그는 담당자의 이목을 약간 끌 수 있다. 담당자들은 그가 올린 것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후, 시딩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스타일리시한 20대라면 좋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유모차를 홍보하는 담당자는 스타일리시한 ‘미시’를 찾으니까. 하지만 ‘스타일리시함’은 언제나 중요하다.
페이스북 ‘좋아요’ 100개는 아주 운이 좋아요, 자신의 ‘좋아요’를 가까스로 팔 수 있는 상태다. 아니다, 인심을 너무 썼다. 2~300개는 돼야지. 100개는 너무 흔하다. 하지만 100개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SNS 유저들은 생각보다 야박하다. 그런데 이쯤 되면 분명해지는 게 있다. ‘좋아요’는 매매할 수 있지만, ‘나빠요’는 매매할 수 없다. 페이스북이 ‘나빠요’ 버튼을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좋아요’로 돈을 번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페이스북 회사에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한다. 그러면 페이스북은 해당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좋은 것에 대해서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요’가 의미 있다. 내가 선글라스를 시딩한 SNS 스타가 무려 5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하지만 ‘나빠요’ 버튼이 있다면, “이 따위 광고 같은 이미지를 왜 올리고 그래.”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꾸욱, 누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아요’가 많아도 ‘나빠요’가 그만큼 많다면 문제가 된다. 광고주 입장에선 ‘좋아요’ 보다 ‘나빠요’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인상은 브랜드의 최대 적이니까.
‘좋아요’는, 마치 모든 게 좋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거대한 상술의 기호다. 그러니까 페이스북 ‘좋아요’ 100개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분발을 요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보고 호감을 표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가 아닐까? 좋은 게 많을수록 좋은 거라면!
이우성은 패션 매거진 『아레나 옴므+』의 피처에디터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12년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를 출간했다. 그는 스스로 미남이라고 부른다. 실제 미남이며, 미적인 것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역시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동시대의 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그로선 너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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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토박이와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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