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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추고 보는 것

나의 첫 번째 인문적 프로필

장우석

2016-02-25

 

  •  걸음을 멈추고 보는 것

    ⓒ장우석

자동차가 속력을 내며 골목을 빠져 나갑니다. 비둘기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습니다. 저만 놀란 모양입니다. 비둘기는 멀뚱히 있습니다. 손닿을 듯 가까워지자 몇 발 뛰어 자리를 옮깁니다. 뒤뚱뒤뚱 걷는 것이 아니라 콩콩 찍습니다. 다리 하나가 없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이런 외다리 비둘기를 많이 봅니다. 어떻게 이런 외다리가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가는 줄이 다리에 엉키면서 시작됩니다. 부리로 뜯어낼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만 뜯어낼 수 없는 줄들이 있습니다. 쉽게 벗어 날 수 없는 줄은 주로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 줄입니다. 가는 줄은 자꾸 발에 얽힙니다. 더 단단히 조입니다. 이런 줄은 썩지도 않습니다. 묶여 버린 발이 썩어갑니다. 썩어 가던 발목이 뚝 떨어지고 나면 외발의 비둘기가 되는 것입니다. 잘린 부분이 괜찮은 거 같지 않습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땅 위에 잘린 발목을 대고 싶지 않겠지요.

살면서 아파하는 새를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갓 부화한 원앙을 우연히 잡은 적이 있습니다. 물가에 사는 원앙은 물가를 벗어나 나무 위에 둥지를 꾸민다고 합니다. 알이 부화하면 어린 원앙을 이끌고 다시 물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물가를 찾아 가는 길에 사고가 발생한 모양입니다. 어미 원앙은 주위를 돌며 절룩거렸습니다. 어린 원앙을 바로 놓아 주었습니다. 어미 원앙의 빠른 걸음을 따라 어린 원앙들이 줄줄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식을 두고 자신을 잡으라고 불편한 시늉을 한 모양입니다. 한 번은 다급하게 날갯짓하며 울던 새를 보았습니다. 시끄러워 무심히 눈이 갔습니다. 둥지로 오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둥지 속에 어린 새가 있는 모양입니다. 별 어려움 없이 고양이를 물려주었습니다. 그 순간, 새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입니다. 날개를 퍼덕이며 가능한 큰 소리를 내는 것 말입니다. 저를 향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그 새의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  걸음을 멈추고 보는 것

    ⓒ장우석

우울한 앵무새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에서 기르는 앵무새였습니다. 애완용 앵무새는 날개 일부를 잘라 잘 날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였는지 드나드는 손님이 무서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앵무새는 틈만 나면 자신의 깃털을 부리로 뽑아냈습니다. 얼마 안 가 쓸쓸한 맨살을 드러냈습니다. 누구나 앵무새가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어디선가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무언가 주워 먹던 중이었나 봅니다. 외발의 비둘기는 왜소합니다. 바삐 움직이는 다른 비둘기와 달리 외발의 비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 둥그런 울음도 뱉지 않습니다. 제대로 쉴 수는 있을까요? 머리를 끄덕이지 않습니다. 절뚝거리며 몇 걸음 옮깁니다. 발목이 땅에 닿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요즈음 비둘기들은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도 잘 날아가지 않습니다. 사람은 무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서 있다 보면 펼쳐진 책 한 권만큼의 간격이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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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장우석
장우석

서울생으로, 춘천에서 10년을 살았고, 지금은 경기도 어디쯤에서 지내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홈쇼핑 전화 접수원, 방송국 카메라맨 보조 등 비정규직으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경비로 일하며, 매일 집에서 일터까지 걸어 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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